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6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68화(568/581)
‘심심풀이로 말 좀 섞어 줬을 뿐이다. 주제도 모르고 너무 기어오르는군!”
후웅!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가 지금까지 모습은 전부 연기였다는 듯 돌변해서 카르페를 향해 검을 휘둘러왔다.
“오.”
그 검을 보며 카르페가 짧게 감탄했다. 갑작스럽게 출수한 검임에도 불구하고 패 절제된 동작이었다. 검이 최적의 동선으로 카르페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역시 10대 길드라 이건가. 단순히 문지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좀 치네요.’
-확실히 10대 길드쯤 되면 일반 플레이어랑은 패 수준 차이가 나긴 하지. 특히 플루토 길드는 더러운 짓을 많이 하다보니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놈들이 많아서 더 그래.
‘과연. 세상이 넓긴 하네요. 별의별 애들이 다 있네.’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인 기준으로 좀 친다는 수준이었다는 것이고 카르페가 보기에는 한없이 느린 공격이었다. 카르페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었다.
됩석.
카르페는 날아오는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 버렸다.,
“뭐?!”
10대 길드인 플루토의 산하 길드 중 하나인 ‘카론’ 길드.
남자는 카론 길드의 간부 중 한 명으로 ‘처형자 가가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내였다.
그의 검에 사라진 유저의 수만 해도 이미 헤아릴 수가 없는 정도.
가가멜은 자신의 검이 오늘도 한 명의 플레이어를 썰어 버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충분한 실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잡혔다고? 피하거나 막힌 게 아니라 잡혀?”
이게 말이 되나?
이게 무슨 만화나 영화도 아니고 인간이 날아오는 칼을 어명게 맨손으로 잡는단 말인가? 아니, 엄밀히 말해서 건틀렛을 끼고 있었으니 맨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말이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였다.
“이이익!”
더구나 한 술 더 뜨는 건, 아무리 힘을 써 봐도 잡힌 칼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가멜 본인은 근력에 대부분의 스탯을 할애하는 소위 ‘힘 검사’ 계열이었다. 그런 자신이 있는 힘을 다 줘도 검이 옴짝달싹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 가지 결론밖에 도출되지 않았다.
너, 이기 속박 스킬이구나! 방심을 유도해서 이딴 수작질이라니 비겁…… 커헉!”
검을 잡아 첸 카르페가 반대편 손으로 주먹을 쑤셔 박았다.
나름 한가락 한다고 자부하던 가가멜은 그 공격 한 방에 허무하게 허물어지고 말았다
동시에 카르페의 눈앞에 알림창이 등장했다
[블러드 머더러 스킬이 활성화 됩니다.] [현재까지 처치한 플레이어의 수 : 1]기념비적인 첫번째킬
국가 대항전에서 쓰러뜨린 플레이어의 수는 필드 킬이 아니라 집계되지 않았기에 이번이 블러드 머더러 스킬 획득 이후 최초 플레이어 킬이었다.
“……속박 스킬?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원래 인간이 그런 법이지. 자신의 상식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자기 좋을 대로 현상을 해석하게 되는 거지.
“그런 거예요?”
천마의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가웃거리는 동안, 동료가 쓰러진 것에 놀란 카론 길드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가멜!”
“이럴 수가! 처형자 가가멜이 처형당하다니!”
“순식간에 당했어. 젠장. 실력자다! 상부에 연락해!”
“절대 살려서 보내지 마! 가가멜의 원수를 깊는다!”
달려드는 상대들을 향해 카르페도 마주 달려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총지! 동료의 원수를 그냥 보내서야 남자가 아니지. 덤벼 봐라. 크하하하핫!”
-……너도 점점 미쳐 가는구나.
* * *
카르페가 지옥문 던전 입구에서 소란을 피우고 나서 약 20분이 지났을 시점.
지옥문 던전 6층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던 남자 ‘맥스’ 에게 귓말이 날아들었다.
-저, 맥스님.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아, 쓰발.”
맥스는 컷말을 받자마자 쌍욕을 내밸었다. 그는 귓말을 활성화한 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 내가 사냥 중에 연락 받는 거 뒤지게 싫어하는 거 모르냐? 모가지 짤리고 싶어?”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긴급 사태라서 어쩔 수 없이……
“후. 말해 봐. 병신 같은 이유면 사냥이고 나발이고 너부터 죽이러 갈 거니까.”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지옥문 입구를 뚫고 이미 내부에 진입했습니다.
“어? 그래?”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 맞았다. 맥스의 화가 조금 풀렸다.
“입구 지키던 애들이 전멸했단 건데…… 하. 이거 아직도 우리 길드에 시비 거는 놈들이 남아 있네. 총 몇 명인데?”
-그, 그게. 한 놈입니다.
“한 놈? 호오.”
한 놈에게 입구 인원이 전멸 당했다는 소리다. 맥스의 화가 완전히 풀렸다. 이건 그의 기준으로 봐도 비상사태가 맞았다.
“다른 길드 랭커라는 소리네. 누군데?”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무투가 계열 직업인 것만 확인했습니다.
“무투가라. 흐음.”
맥스의 머릿속으로 몇 명의 후보들이 지나간다. 물론, 비공식 랭커들도 있으니 확실한 건 아니었다.
“거, 알 만한 양반들이 남의 집 밥그릇 건들이면 쓰나. 좋아. 내가 간다.”
-감사합니다. 맥스님! 아마 아직 지하 1층에 있을 겁니다.
“새로운 정보 있으면 바로 알리고.”
-네!
그리고 귓말을 꺼 버린 맥스가 히죽 웃었다.
“좀 지루했는데 마침 잘됐군. 오랜만에 득템 좀 해 볼까?”
맥스라는 일견 평범한 닉네임과 달리 그는 라세에서 아주 유명한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괴도 맥스.
플루토 길드를 대표하는 유저 중 한 명으로 무려 공식 랭킹 17위의 유저였으니까.
아르헨티나 국적의 유저로서 이번 1 : 1 자유대전 국가 대표로도 발탁된 실력자였다.
“자, 그럼 일단 방송부터 키고.”
맥스는 여러 가지 방면으로 유명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그가 어마어마한 구독자를 가진 스트리머라는 사실이었다.
개인 방송이 시작되자 맥스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아이고 행님들! 이틀 만에 방송이네요! 잘 지내셨습니까!”
-뭐야. 맥발롬 방송 쳤네? 오늘 휴방이라고 안 했나?
-맥발롬 방송 알림 보자마자 귀신 같이 들어온 백수 새끼 개추놀러라.
└개추.
“에이. 형님들. 사람 면전에 대고 맥발롬이 뭡니까. 맥발롬이. 저만큼 선량한 유저가 어딨다고.’
-시벌 ㅋㅋㅋ 선량이 다 뒤겼나 보네.
자신을 놀리는 시청자들의 채팅에도 맥스는 웃으며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아, 오늘은 진짜 방송 쉬고 빠렙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이 빌어 처먹을 길드에서 긴급 사태라고 일을 시키잖아요. 박쳐서 일단 방송부터 쳤죠.”
-ㅋㅋㅋ 플루토 길드를 빌어 처먹을 길드라고 말할 수 있는 놈은 이놈밖에 없을 듯
“아, 10대 길드고 나발이고 오프 때 일 시키면 빌어 처먹을 길드인 거지 머. 10대 길드 알빠임?”
-그래서 무슨 긴급 사태?
“’지옥문 던전에 침입자가 들어다네요. 글쎄. 존나 미친거 아니에요? 어떻게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막 들어와?”
-남의 집 0 즈르 ㅋㅋㅋㅋㅋㅋ
-말은 똑바로 해야지. 플루토가 지옥문 무단점거 중인 거 아니고?
“에이. 아니조. 저희가 여기 전부 교통정리 해 주고 있는 건데. 저희는 봉사 단체죠. 봉사 단체. 이견은 안 받습니다. 아무튼 지금부터 이 침입자를 처리하러 가려고 방송 킨 거라 이 말입니다. 이쯤 되면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시죠?”
-ㅋㅋㅋ 미션 내놓으란 소리네.
“크. 역시 행님들. 제가 이래서 행님들을 사랑합니다. 아, 이번에 쳐들어온 놈은 혼자랍니다. 제법 치는 새낀가 봐요.”
-혼자라고? 벌써 재밌는데?
-카, 맥발롬 오늘은 야무지게 혼나겠네. 그동안 많이 해 처먹었으면 토해 낼 때도 됐지.
“네네. 이번엔 저도 박셀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션도 좀 빡세게 걸어 주십쇼.”
맥스는 라세 전문 방송 스트리머 중에서는 아주 드물게도 ‘막피’를 주요 컨텐츠로 삼는 방송인이었다.
전 세계 규모로 따져도 손에 꼽히는 압도적인 PVP 실력.
그리고 그 실력에 뒤지지 않는 터진 인성까지,
맥스는 라세 최고 빌런으로 유명한 그런 유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리머에 그 구독자라고 맥스의 방송을 즐겨 보는 시청자들 역시 수준이 비슷했다.
-미션 간다. 침입자 입에서 패드립 나오게 하면 100골드.
“아이고 형님. 미션 감사합니다! 근데 너무 쉬운 거 아니에요? 지금까지 저한테 패드립 안 친 사람 본 적이 없는데?”
-그럼 맥스가 패드립 안 치면 100골드
“아, 그건 너무 어렵다. 무조건 쳐야 하는데. 안전 자산 좋네요.”
-스킬 없이 평타로만 잡으면 1만 골드.
“와! 역시 큰손 행님! 화끈하시네요! 와, 이 미션은 좀 빡세 보이는데…… 오늘은 즐겜 모드 버리고 빡겜 모드로 함 가 보겠습니다.”
-한 대도 안 맞고 잡으면 1만 골드
-침입자 잡고 유니크 아이템 이상 득템하면 1천 골드……
-시체 위에서 춤추면……
시청자들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 맥스의 기행을 조건으로 미션 상금을 걸기 시작했다.
쭉쭉 올라가는 미션 금액을 보며 맥스가 헤벌쪽 웃었다.
‘이래서 방송을 끊을 수가 없다니까.’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행위를 대신 해 주고 대리만족에 대한 금액을 받는다
그리고 그 행위가 저열하면 저열할수록 더 큰 돈이 되어 돌아오는 완벽한 선순환 시스템.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직장이 있을 수가 있지?’
다른 사람이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홀륭한데, 거기에 돈을 준다고?
라세는 신이 만든 갓겜이다. 맥스는 오늘도 라세 갓짐 3창을 속으로 외치며 빠른 속도로 윗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능숙하게 방송을 유도해 나가며 미션 금액을 불려 갔다. 이제 방송 미션은 수위를 한참 넘어 ‘그로기 만든 상대의 얼굴에 칼로 이름 쓰기’ 같은 선 넘는 미션도 걸리기 시작했다.
물론, 맥스에게는 그마저도 홀릉한 미션일 뿐이었지만.
“오, 형님들! 찾은 거 같습니다!”
어느새 1층으로 올라온 맥스가 목표물을 발견했다.
침입자로 추정되는 플레이어는 다른 길드원과 전투 중이었는데, 다른 길드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제대로 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크아악!”
“젠장, 이 괴물놈은 뭐야! 누가 좀 막아 봐!”
“탱커 뭐 하는데 도대체!”
“힐러 새끼는 왜 처 놀아!”
“시벌. 힐 할 틈도 없이 뒤지는데 내가 뭘 어쩌라는 거야!”
소란도 보통 소란이 아닌 것이 확실히 침입자가 범상치 않은 듯 했다. 맥스가 허를 한 번 찬 후, 그곳으로 끼어들었다.
“쯧. 하여간 밥버러지 새끼들밖에 없다니까. 야, 다 비켜라. 방송각 뽑아야 되니…… 커헉?!”
콰아아앙-!
기세 좋게 난입한 맥스는 자신의 복부에 박히는 발차기 한 방에 그대로 동굴 벽면에 처박히고 말았다.
“……”
“……”
“응? 방금 뭐가 튀어나왔었는데……?”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