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6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69화(569/581)
“……”
-……
모두가 정적에 빠겼다.
카르페를 둘러싸고 있던 플루토, 카론의 길드원들도 그리고 맥스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도 전부 침묵했다.
주변이 침묵하자 괜히 텅달아 침묵하게 된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이게 뭐죠? 그냥 똑같이 달려드는 놈 쳐 날렸을 뿐인데 분위기가 이상하네.’
-흡? 그러고 보니 방금 날아간 놈 어딘가 낮이 익은 거 같기도 하고…… 아?
천마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한발 앞서 벽 속에 처박혔던 남자가 움직였다.
“……x발. 이게 뭔 개쪽이야.”
후두둑.
벽에 파묻혔던 맥스가 짜증을 내며 걸어 나왔다. 조금 휘청기리긴 했지만 처박혔을 때의 임팩트에 비하면 상당히 멀쩡한 모습이었다.
“맥스님!”
“괜찮으십니까! 치명상이실 것 같은데……”
“시끄럽고 걸리적거리니까 다들 꺼져.”
“아닙니다!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굳이 피곤하시게 맥스 님이 직접 나설 필요 없이……”
“아, 짜증 나게 진짜.”
최악!
“커, 커혁……”
“야.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냐? 꺼지라고 했잖아. 내가 만만해?”
“사, 살려 주십……”
“후. 이놈이고 저놈이고 오늘 죄다 맘에 안 드는구만.”
맥스는 자신을 향해 다가온 아군 길드원을 가차 없이 베어 넘겨 버렸다. 길드원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리 좋지 않아 보이는 아이템이 하나 덩그러니 나뒹굴고 있었다.
아군 간의 팀킬. 예기치 못한 사태에 카론 길드원들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맥스를 바라봤다.
“야.”
“네, 넵!”
“애들 데리고 전부 사라져. 두 번 말 안 한다.”
“네, 네! 바로 꺼지겠습니다!”
플루토 길드원들은 나타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로 전원 도주하기 시작했다.
-응? 곱게 보내 주게? 저것들도 전부 킬 숫자인데?
‘뭐, 그렇긴 한데요. 저 친구 무게 잡는 기 보니까 좀 맞춰 주고 싶어져서? 그리고 어차피 나중에 다 잡아도 되는 거니까요.’
-음. 뭐, 그거야 그렇지.
플루토 길드는 이곳 지옥문 던전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그들의 주요 사업체였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카르페와 읽힐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같은 플레이어를 반복적으로 죽여도 기록되는 킬 수는 1이었으니 굳이 지금 안달 내서 잡을 이유도 없었다.
카르페가 느긋한 태도에 한층 더 짜증이 치밀어 올랐는지 맥스가 다시 한번 더 욕설을 내밸었다.
“하. 이거 오랜만에 제대로 빡치네. 시청자 형님들도 다 보고 계시는데 x발. 운도 없이 기습적으로 한 방 얻어맞은 게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지네. 하. 개 같은 운빨똥망게임.”
-ㅋㅋㅋㅋㅋ 맥스 새끼 제대로 뚜껑 열렸네.
-상대 누군지 몰라도 이제부터 피똥 쌀 듯
-ㅋㅋㅋ 당한 만큼 돌려 줘야지. 저 음침한 로브놈 벽에 처박으면 1천 골드 미션 간다!
“아이고 행님. 미션 감사합니다. 꼭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벽에 처박힌 건 처박힌 거고, 그러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시청자들에 대한 리액션은 챙기는 게 프로답다면 프로다웠다.
카르페도 이런 유형의 인간은 처음인지라 신기한 동물 구경하는 느낌으로 녀석을 주시했다.
‘방송 중인가 본데요. 유명한 스트리머인가?’
-많이 유명하지. 맥발놈…… 아니, 맥스라는 아이디를 쓰는 놈인데 라세 전체 유저로 따져도 손에 꼽히는 악질 놈이지. 뭐, 인성 거르고 순수하게 실력으로 봐도 손에 꼽히는 놈이기도 하고.
‘그래요?’
카르페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척 보기에는 안하무인의 경박한 인간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 정도의 실력자라니. 역시 사람은 걸모습으로만 판단할 수가 없었다.
“야.”
“응? 나?”
“그래. 이 새끼야. 여기에 너 말고 또 누가 있는데.”
“뭐, 그렁긴 하네.”
“하나만 문자. 너 템 좋냐?”
“……템?”
갑자기 그딴 걸왜 묻지?
카르페가 고개를 가웃거리는데 맥스가 음침하게 웃음을 흘렸다.
“흐. 템이 많이 좋아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너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게임 접을 때까지 죽일 거니까. 너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어.”
빠각.
맥스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팔에 착용되어 있던 팔찌 하나가 금이 가면서 부서지고 말았다.
-흠. 희생의 팔찌네. 자신의 피통 1/4 이상의 데미지를 받을 때, 데미지를 무효로 해주는 대신 부서지는 아이템이다. 가격은 대충 5천 골드쯤?
‘아하. 구명 아이템이었네요. 천마 대백과의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라세에는 소위 구명(救命) 아이템이라 불리는 장비가 있다.
세부적인 옵션은 아이템다 차이가 있긴 했으나 공통적으로 데미지를 무효화해 주는 대신 파괴되는 옵션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일컫는 말이다.
‘어쩐지…… 손맛이 꽤 괜찮은데 너무 쉽게 일어난다 했네요.’
카르페의 최초 공격은 전력으로 친 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타로 들어간 공격이었다.
너무 쉽게 회복해서 조금 의문이었는데 그 의문이 지금 해결되었다.
‘템빨이었구만.’
-그렇지. 그리고 단순히 구명 아이템뿐만이 아니다. 저놈. 템빨로만 따지면 라세에서도 손꼽히는 템귀야.
‘앵? 이것도 의외네. 그렇게 부자예요? 설마 중동 석유 재벌?’
-아니, 그런 건 전혀 아니고…… 그냥 저놈 스킬 특성이 그래.
‘스킬요?’
카르페의 물음에 천마가 대답하기 전, 맥스가 먼저 입을 열였다.
“네놈을 잡고 난 후, 떨어지는 아이템 수준을 보고 몇 번 더 죽일지 결정해 주지.”
“……뭐, 네가 날 잡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아이템이 떨어질지 확신하지? 난 선공 페널티도 없는데?”
RPG에서 플레이어가 사망할 시, 아이템을 드랍하는 건 꽤 자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템이 100% 드랍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난이도가 살벌해서야 그 게임을 할 리가 없으니까.
라세 역시 마찬가지다. PK를 너무 자주 해서 막대한 카르마가 쌀인 유저, 혹은 선공 페널티를 받은 유저가 아니라면 사망 시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은 낮았다.
하지만 맥스는 확신에 찬 어조로 카르페에게 입을 열었다.
“아니. 년 반드시 떨군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음?”
단순히 감으로 하는 말이 아닌 거 같아, 카르페가 오랜만에 ‘신안’ 기능을 발동했다. 너무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한동안 사용을 자체 봉인했던 기능이었다.
[아이템 기능 ‘신안(神眼)’이 발동됩니다.] [상대 플레이어의 스킬을 열람합니다.]그리고 녀석이 보유한 스킬 중, 배후령 스킬을 확인한 순간, 왜 그렇게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배후령 스킬 – 약탈(7성)] [플레이어가 로그아웃 시킨 플레이어가 ‘반드시’ 아이템을 드랍하게 됩니다.(하루에 5명 제한. 상대 플레이어의 카르마 수치에 영향받지 않습니다) 단, 플레이어 본인이 사망 시, 플레이어가 보유한 아이템 중 가장 높은 가치의 아이템이 드랍됩니다. ‘가치’의 책정 기준은 단순한 등급이 아닌 게임 시스템이 판단합니다.]“와. 미친?”
카르페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사기라고 불릴 만한 스킬을 여럿 가지고 있는 카르페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그런 스킬이었다.
‘아이템을 무조건 떨구게 하는 스킬이라고? 배후령이 대체 뭐길래?’
-글쎄. 그것까진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아마 약탈로 유명한 그런 배후령이겠지. 아무튼 저런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까 PK가 주력일 수밖에 없는 거고.
‘게다가 당연히 템귀일 수밖에 없겠네요.’
저 스킬로 얼마나 많은 아이템을 모았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만큼 어마어마한 페널티가 있긴 했으나…… 그건 죽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맥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쥐었다.
“흐흐. 최소한 레전더리템 하나 정도는 있길 빌마.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나름 한가락 하는 거 같다만 이제 방심은 없……케엑?!”
퍼어억!
카르페가 순간적으로 창룡보를 밟고 녀석의 복부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사실, 카르페는 맥스의 배후령 스킬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녀석의 말은 조금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플레이어 본인이 사망 시, 플레이어가 보유한 아이템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드랍됩니다.’
그 문구를 확인한 순간, 카르페는 눈앞의 맥스가 그냥 보물 고블린 1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카르페의 주먹이 자비 없이 꽃히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커, 커혁! 자, 잠깐……!”
“죽어! 죽어! 이 보물 고블린 같은 놈!”
“누가 보물 고블린이냐!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케헥!”
맥스는 지금의 사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의 공격은 분명 방심이었다. 그리고 방심과 함께 크리티컬 데미지가 티져서 운 없게 한 방 먹은 거라고 판단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이 악물고 뭔가를 하려고 해도 그 전에 먼저 주먹이 날아와 꽃힌다. 스킬을 발동하려고 해도 모션이 캔슬 되었고, 자신이 회피하려는 것을 먼저 읽어 내고 주먹이 날아온다.
‘이럴 수가 있나?’
자신 역시도 손꼽히는 랭커다. 물론, 최강자라고 할 정돈 아니었어도 그 누구랑 싸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는 자부하고 있었다. 상대가 그 군터라 할지라도 말이다.
“제, 젠장! 이 비겁한 놈! 준비 시간이라도 좀 줘야……!”
“아, 왜 이렇게 질겨.”
퍼버벅!
맥스는 자신만의 비기를 사용할 타이밍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았다.
마치, 단련된 격투기 선수 앞에 선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맥스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뿐
퍼버버벅!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받아 자력의 반지가 파괴됩니다.]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받아 구원의 목걸이가 파괴됩니다.]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받아……]자신이 장비하고 있는 무수한 구명 아이템들!
맥스가 단숨에 죽지 못하고 계속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건 전부 구명 아이템 덕분이었다.
“아, 안 돼!”
이게다 얼마짜린데!
눈앞에서 돈이 부서져 내리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마저 부서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구명 아이템이 전부 부서지면? 그다음은?
지금까지 자신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준 배후령 스킬이 비수가 되어 자신에게 날아들 게 아닌가!
지금 자존심과 방송 평판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맥스가 전력으로 목숨을 구걸했다.
“사, 살려 다오! 원하는 건 전부…… 커헉!”
“응. 필요 없어. 지금부터 신나는 사람 뽑기의 시간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뽑기에만 관련되면 눈깔이 이렇게 돌아갈까. 참 한결같네.
맥스가 계속 시끄럽게 뭐라 뭐라 떠드는 통에 카르페는 놈의 입을 위주로 계속 주먹을 날렸다.
이윽고.
“이, 이럴 수가……”
털썩.
모든 구명 아이템을 소진한 맥스가 기어코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후우.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 중 가장 질긴 놈이었다. 역시 템빨이 좋긴 좋네요.”
-마지막쯤 되니까 좀 불쌍할 정도던데
“다 자기 업보죠. 뭐. 아무튼 지금부터는…… 흐흐!”
카르페가 맥스가 사라진 자리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두 가지 아이템이 반짝이며 카르페를 반겨 주고 있었다. 카르페가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확인하는 그 순간.
띠링.
“……어?”
-앵? 이건 뭐야?
두 사람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하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