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6화(56/581)
채널 라세에는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영상이 끊임없이 업로드되었다.
그러나 살아남는 것은 극소수의 영상들뿐. 대부분의 영상은 조회 수 두 자리도 기록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범람하는 영상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기발한 영상이거나, 혹은 시청자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캐치한 핀포인트 영상이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핀포인트 영상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레이드’ 영상이었다.
-역시 RPG의 꽃은 레이드지.
└ 이 새끼는 뭐 매번 나올 때마다 꽃이라 그러네. 지난번에는 PvP가 꽃이라매?
└└ 꽃이 여러 송이일 수도 있지 왜 우리 애 기를 죽여욧!
└└└ 그런데 레이드 영상이 젤 재밌는 건 맞지. 다른 콘텐츠 영상들이랑은 박력부터가 다르다.
레이드라는 것이 워낙 고난도 콘텐츠다 보니 대부분 경험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컨트롤이 딸려서, 혹은 아이템이 딸려서, 그것도 아니라면 같이 레이드할 비슷한 급의 유저들이 없어서.
그래도 저렙 지역 레이드는 어떻게 어떻게 비벼 볼 만하지만 2차 전직 이후에 등장하는 레이드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컨트롤, 템, 팀워크 셋 중 하나라도 딸리면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대리만족을 위해서 레이드 영상을 찾았고, 실제로 10대 길드의 주력 상품 중 하나가 고난도 지역의 레이드를 생중계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라세가 출시된 지 6개월.
똑같이 반복되는 레이드 영상으로 사람들은 슬슬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오. 어째 선발대가 공략해 놓은 거 따라 하는 영상밖에 없냐? 좀 참신한 거 없어?
└ 저거 따라 하는 것도 힘든 거다. 너보고 하라고 그러면 1페이즈에서 끔살 뜸.
└└ ㅋㅋㅋ 영상 주인공임? 컨트롤이 영 부실한 게 템이 아깝네. 그 템 내가 끼면 솔로 킬 가능.
└└└ 야이, !&^%@&*
현재 라세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레이드 영상은 ‘10대 길드’에서 선공략을 마친 것들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초반에는 그것 역시 볼 만했으나……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욱 참신하고 자극적인 영상을 갈구했다.
-에혀. 갑질 기득권이라고 욕하긴 해도 10대 길드 놈들이 영상 퀄은 죽여 주긴 해.
-10대 길드 놈들이 새로운 지역 뚫어 주길 기대해야 하나? 본 거 또 보고 하려니 지겹다.
-어, 솔로 레이드 영상 떴다! 좌표 링크 남긴다.
그나마 솔로 레이드는 경우가 괜찮았다.
혼자서 4인분을 해내야 했기에 여기저기서 변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았으니까.
볼거리도 제법 풍성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솔로 레이드에 해당할 때의 이야기.
-아, 뭐야.
-또크로맨서였잖아? 아직도 네크로맨서를 솔로 레이드라고 취급해 주는 놈이 있네.
-이게 다 루칸 그 새끼 때문임. 걔가 애들 다 버려 놨어.
초창기와 달리 현 라세의 솔로 레이드 영상은 대부분이 네크로맨서다.
좀비니 해골이니 우르르 끌고 와서 몹을 일방적으로 패 버리는 물량 작전.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레이드 보스라도 별수 없이 찌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저들은 레이드 특유의 쫄깃함과 수 싸움을 보고 싶은 것이지, 개 떼 저글링이 우르르 다굴치는 것을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또크로맨서. 운빨로 히든 직업 먹은 주제에 감히 솔로 레이드를 논해?
-루칸은 그래도 자기가 직접 싸우기라도 하니까 그나마 나은데 다른 네크들은 뭐 하는 것도 없이 뒤에서 해골들 버프나 걸고 있잖아.
-노잼. 압도적 노잼.
솔로 레이드 영상이 대부분 네크로맨서다 보니 이제는 ‘또크로맨서’라는 별칭으로 조롱의 대상이 된 게 네크로맨서의 현주소였다.
-어, 야 이번엔 진짜 솔로 레이드 영상 떴는데?
└ 들어갔는데 또크로맨서 영상이면 너 블라할 거임.
└└ 진짜라고. 애초에 이번 영상은 천마 TV임.
-헐. 천마 TV 신작 뜸? 바로 보러 간다.
-천마 신작 떴다! 이번엔 솔로 레이드다!
현재 커뮤니티에서 가장 이슈인 신인의 신작 소식에 커뮤니티가 시끄러워졌다.
기존에 틀에 박힌 영상들과 달리, 매번 신선함으로 무장한 천마 TV는 달달한 감로수 그 자체.
구독자 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폭증하는 중이었다.
-근데 천마 게임한 지 얼마 안 됐지? 얼마 전에 올라온 영상이 바다 동굴이었잖아.
-그럼 이번 레이드는 엘더 트렌트겠네. 그거 솔로 킬로 잡으려면 엄청 까다로운데.
-웬만한 직업으로는 걔 방어 뚫기 힘들지. 마검사처럼 어중간한 직업으로 될까?
-뭘 여기서 떠들고 있냐? 가서 보면 되는데.
천마 TV에 네 번째로 등장한 영상.
이번에도 어김없이 짧디짧은 영상이었다.
그러나 그 강렬함은 결코 짧지 않았다.
퍼버버버벅!
-미친…….
-이번엔 검이 아니라 주먹질이네. 얘는 도대체 직업이 뭐야?
-아니, 근데 왜 고작 주먹질에 보스 몹이 정신을 못 차림? 저거 평타잖아.
-심지어 그냥 보스도 아니고 엘리트 보스였네. 판 제대로 깔았구만.
-천마 펀치! 천마 펀치!
천마 TV의 이번 영상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신선한 영상이었다.
-캬, 진짜 무빙 신들렸네.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렸나.
-내 친구가 국내 상위 길드 레이드 팀에서 프로게이머 하는데…… 걔보다 더 잘하는 거 같음.
-천마도 프로게이머인가 보지 뭐.
감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감탄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엘더 트렌트가 2페이즈로 진입하는 그 순간, 영상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퍼버버버벅! 콰과광!
지력(地力) 모드 엘더 트렌트를 상대로 쏟아지는 무차별 폭격.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천마가 엘더 트렌트의 공략법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고. 저럼 나가리인데. 스턴 안 거나?
-설마 3페이즈까지 가서 솔로 킬로 잡는다고? 그럼 레전드 영상 ㅇㅈ.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그건 지금 랭킹 탑 100안에 드는 애들도 못 했던 거야.
-헬 비스트 9초 킬은 뭐 말이 돼서 했냐. 천마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땅의 힘을 충전하고 있던 엘더 트렌트가 돌연 회색빛으로 물들어 사라져 버린 것이다.
-?
-???
-방금 뭐냐?
영상을 보고 있던 모든 유저들이 게시판에 ‘?’를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설마 저게 죽었다고? 2페이즈 트렌트를 스턴 없이?
영상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스턴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하나둘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아니, 이게 뭔…….
-지력 모드 방어력과 자힐을 뚫고 딜 박아 버린 거? 내가 이해한 게 맞냐?
-천마…… 그는 신이야!
-개 실망이다. 개 빡겜 진퉁 컨트롤 유저인 줄 알았더니, 돈 몇억 부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니크 템으로 도배한 거였네. 결국 이놈도 돈 지랄 유저였을 뿐임. 안 그러면 설명이 안 됨.
-유니크 도배해도 안 될 거 같은데…….
-합성이네.
-핵이네.
-방금 버그로 신고 넣고 옴.
-캬, 무새들 총출동했네. 니들은 어떻게 매번 레파토리가 똑같냐?
업로드 때마다 게시판을 폭발시키는 천마 TV였지만 이번 영상은 그 반향이 한층 더 뻗어 갔다.
마모니즘을 제외한 또 다른 10대 길드들이 카르페를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휘이이잉.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는 새하얀 설원.
“흐아아압!”
상체를 훤히 드러낸 채 거대한 대검을 든 남자가 예티(Yeti)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130레벨 사냥터 ‘화이트 마운틴’의 대표 격 몬스터인 예티는 특유의 흉포함과 얼음 마법 때문에 랭커들도 전투를 꺼리는 놈이었다.
“끝이다!”
그러나 대검의 남자는 그런 예티를 어린애처럼 다루고 있었다.
푸욱.
대검이 정확하게 가슴에 박히자 예티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남자의 곁으로 온몸을 털옷으로 꽁꽁 싸맨 여성이 다가왔다. 그녀가 남자 대신 예티의 사체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음…… 이번에도 빙정(氷晶)은 드랍되지 않았네요. 드랍되는 게 맞긴 하나?”
“조급해하지 마, 카이트. 산에 오른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잖아.”
“길드장님은 사냥이라도 하니까 괜찮지만 저는 심심하다고요.”
“그럼 너도 하든가.”
“제 직업이 이런 설산에서는 힘 못 쓰는 거 알잖아요.”
“그럼 도대체 왜 따라온 건데…….”
길드장이라 불린 남자.
군터 라우헬은 어이없다는 듯 여성을 바라봤다.
“랭킹 1위께서 객사하는 거 구경하러 왔죠, 뭐.”
“그거 미안하게 됐군. 평생 이뤄 줄 수 없는 소원이라. 그나저나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할 것도 없어서 채널 라세 인기 동영상 보고 있었어요.”
“……그런 게 재밌나? 그런 거 볼 시간에 몹이라도 한 마리 더 잡는 게 낫지.”
“재미도 재미지만, 인재 있으면 영입하려는 목적도 있거든요?”
“그래서 쓸 만한 놈은 있나?”
군터는 아직 전투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인지, 허공에 검을 수차례 휘두르면서 물었다.
그리고 이내 만족했다는 듯 웃으며 대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있죠. 요새 아주 핫한 인물이에요. 군터도 볼래요?”
“흠?”
카이트라 불린 여인이 군터 옆으로 다가가 인터넷 창을 활성화했다.
그렇게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었고.
“호오…….”
약 5분 정도의 영상을 감상한 군터가 약한 감탄을 터뜨렸다.
그 행동이 군터가 아주 크게 놀랐을 때 나오는 반응이란 걸 알고 있던 카이트가 웃었다.
“트렌트를 이런 식으로도 잡을 수 있을 줄은 몰랐네. 어때요? 굉장하죠?”
“확실히.”
“군터라면 저 레벨 때, 트렌트를 저렇게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흐음…….”
카이트의 물음에 군터가 턱수염을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손가락 네 개를 펴며 말했다.
“네 번 도전하면 한 번 정도는 성공할 것 같군. 저 때는 나도 약했으니까.”
“오케이. 영입해야겠다.”
“인사팀에 말해 놓을 테니 돈 필요하면 끌어다 써.”
군터는 그렇게 말한 후 다시 대검을 꺼내서 예티 사냥에 나섰다.
그의 얼굴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재밌는 놈이 나타났군.”
북미를 기반으로 하는 10대 길드 ‘The Sun’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그 시각.
“천마?”
“그래. 천검(天劍) 너랑 같은 레이씬 출신이라는 거 같던데? 한국 사람인가 봐.”
“흐음. 그렇구나. 천마라…….”
10대 길드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다고 평가되는 최고의 소수 정예 길드 ‘에덴(Eden)’에서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 언제까지 꼬리 역할만 할 거야!”
10대 길드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 남미의 ‘플루토(Pluto)’에서도 카르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초유의 영입 전쟁이 막 시작된 그 순간.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크. 경험치 끝내주네. 여기가 지상낙원이구만.”
-젠장, 원래 이 구간은 엄청 굴러야 하는 구간인데!
정작 화제의 당사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잊혀진 공간에서 행복라세를 즐기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