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8화(58/581)
그리고 다음 날.
“카르페 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혼자서 벌레잡이를 진행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 그래요?”
“네. 어제 지켜본바, 제가 없어도 충분히 잘 해내실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곁에 있어 봤자 인력을 낭비하는 것밖에 안 되겠지요.”
라세에 접속하고 약 5분 뒤쯤, 어떻게 알았는지 사이어스가 찾아와 그렇게 말했다.
“한창 바쁜 시기다 보니 일손이 늘 부족합니다. 수액 벌레가 이렇게 번식했는데 방관하고 있던 것도 그런 이유지요.”
한마디로, 벌레 작업은 믿고 맡기기에 충분하니 자신은 다른 업무를 하러 가겠다는 말이었다.
“이걸 받으십시오.”
사이어스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두루마리를 카르페에게 건넸다.
“이건?”
“귀환 스크롤입니다. 벌레잡이가 끝나시면 사용해 주시길. 여왕님의 집무 공간 근처로 좌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아하.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아, 이곳에서 너무 멀리 나가는 건 위험하실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십시오.”
“위험요?”
사이어스의 말에 카르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종달새가 쪼르릉 하고 부드럽게 지저귀며.
따스한 햇볕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숲을 감싸 안았다.
거기다 ,지금까지 출몰한 유일한 몬스터 ‘수액 벌레’는 비선공 몬스터였다.
그야말로 힐링이라는 단어가 완벽하게 부합하는 공간에서 위험이라니?
카르페가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사이어스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 인근은 저희가 오랜 세월 동안 몬스터를 토벌해서 괜찮지만, 숲의 깊은 곳 중에는 아직 저희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 곳에는 야생의 몬스터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카르페 님의 실력이라면 크게 위험할 거라 생각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주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간혹 정말 위험한 몬스터도 있으니까요.”
사이어스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충고를 한 후에 떠나갔다.
“흐음. 위험한 몬스터라.”
-쯔쯔. 위험하다는 말 들으니 또 즐겜세포가 용솟음치냐? 찾아보려고?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위험한 것만 골라 찾아다니는 변태 같잖아요.”
-오. 네가 이렇게 스스로를 잘 파악하는 인간인 줄은 처음 알았네.
“뭐…….”
확실히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수액 벌레 퀘스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꼭 찾아봐야 할 만큼 급한 사안도 아니었다.
“일단 유물이 먼저죠. 탐험이야 나중에 해도 되는 거고.”
-너…… 성장했구나.
모처럼 정상적인 발언에 천마가 감동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어서 저 벌레들부터 정리하자고.
“그 전에 일단 어제 못 깐 스킬팩부터 까고요.”
어제 접속을 끊고 난 다음에 어찌나 생각이 나던지.
“어젯밤에 조상님이 꿈에 나와서 스킬 몇 성 뜰지 알려 주고 갔다니까요? 7성 뜬다 그랬음.”
-미친. 스킬팩이 무슨 로또냐? 조상님이 왜 나와?
카르페는 인벤토리 속에 잠들어 있던 두 개의 스킬팩을 꺼내 들었다.
“크. 역시 이 게임은 뽑기할 때가 진짜라니까.”
스킬팩을 집어 드는 그 순간 요동치는 심장박동.
카르페는 오늘도 살아 있음을 느꼈다.
“자연의 기운이 충만한 곳이니 뽑기도 더 잘될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든다!”
-네가 드디어 미쳐 버렸구나.
천마의 태클은 카르페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저 쪼르릉! 지저귀는 종달새의 울음소리가 대박을 축복하는 노랫소리로 들렸을 뿐!
“갑니다!”
기운차게 첫 번째 팩을 개봉하자 5장의 카드가 허공에 떠올랐고.
“떠…… 떴냐? 7성 골드 이펙트 떴냐고!”
-떴겠냐…….
반복. 반복. 반복!
한 장 한 장 염원을 담아서 카드를 오픈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오? 생각보다 더 잘 나왔는데?
“아오. 아쉽다. 이펙트가 터졌어야 했는데.”
-응. 니 양심이 터진 건 잘 알겠다. 이펙트가 무슨 뉘 집 개 이름이냐? 팩 깔 때마다 터지게?
첫 번째 카드팩의 결과는 3성, 3성, 5성, 2성, 2성.
실버 이펙트가 터지는 6성에서 한 끗이 모자랐다.
띠링.
[5성 스킬 카드 – ‘캐슬링(Castling)’]-사용자와 아군(파티, 길드, 권속 등) 간의 위치를 서로 바꿉니다.
-스킬 레벨이 증가할수록 발동 거리가 증가합니다.
-대상과의 레벨 차이가 일정 이상 벌어질 경우 발동할 수 없습니다.
*거래 가능
“캐슬링이라.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체스 용어니까 관심 없으면 모를 수밖에.
“그래요? 아무튼 희한한 게 튀어 나왔네요.”
아군과의 위치 교환.
권속이 많은 카르페로서는 전략적으로 써먹어 볼 만한 스킬이었다.
“이리저리 계속 위치 바꿔 가면서 치고 빠지면 재밌겠네요.”
-그렇게는 안 돼. 저거 쿨타임이 꽤 길어서 그렇게 연속으로 파바박 못 써.
“……뭐야. 그럼 좀 그런데.”
변수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선뜻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끄응. 권속 없으면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테니 비싸지도 않겠네요. 5성 스킬 중에선 꽝 라인 같은 건가?”
-꽝 라인? 5성 스킬 전부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스킬이 꽝이라. 저거보다 비싼 스킬은 5성은 물론이고, 6성에도 잘 없다.
“엥?”
카르페가 ‘진짜로?’라는 시선을 보내자 천마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뭐, 네 말대로 사냥에 그리 적합한 스킬은 아냐. 쿨타임이 길다 보니까.
하지만 캐슬링이 진정 빛나는 곳은 따로 있었다.
-길드전. 그것도 공성전 같은 대규모 PvP에서 최고의 스킬이지.
“흐음. 확실히 난전 중에 상대가 바뀌면 당황하긴 하겠네.”
카르페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오히려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런 평범한 효과 때문에 사람들이 거금과 스킬 포인트를 쏟을까. 진짜 사용법은 따로 있어.
스킬 설명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캐슬링’에는 정말로 강력한 효과가 숨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캐슬링을 걸면 상대의 동의 여부는 상관없이 강제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지.
“……어?”
‘강제’라는 단어를 듣는 그 순간, 카르페의 뇌리에 한때 시대를 강타했던 고전 RPG가 떠올랐다.
“아.”
그리고 깨달았다.
캐슬링의 진정한 사용처는 바로.
“이거. 배신 특화 스킬이군요.”
-정답. 심할 경우는 캐슬링 한 방에 길드전이 끝날 때도 있어.
스킬 설명에는 ‘아군’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같은 파티원, 같은 길드원이라고 해서 정말 아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날 게임들 사건·사고 모음집 같은 거 보면 많이 있죠. 첩자로 길드 가입해서 통수치는 거.”
-그래. 한창 길드전 중에 캐슬링으로 길드장을 상대 진영 앞에 떨궈 버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많이 써먹지.
아군인 척 연기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길드장이나 간부를 다른 공간에 날려 버리는 것이다.
사전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대로 길드전이 터져 버리는 흉악한 스킬.
그것이 바로 탈5성 스킬의 선두주자 ‘캐슬링’의 정체였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캐슬링은 5성 주제에 고가로 팔리는 스킬이라는 말이지. 네가 먹었던 7성 홀리 세크리파이스보다도 더.
“……그거 그때 한화로 500만 원쯤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그거보다 더 비싸다고?
어째 라세를 시작한 이후로 계속해서 경제 관념이 붕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가 길드전을 할 일이 있을까요?”
-뭐, 사람 앞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니까. 그리고 정 필요 없다 싶으면 팔아 버려. 아, 참고로 아직 길드전이 활발하진 않아서 제값 받으려면 좀 더 묵혀야 해.
“흐음. 알겠습니다. 일단 킵.”
[5성 스킬 카드 – ‘캐슬링’을 획득하셨습니다.]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스킬 뽑기.
하지만 두 번째 팩은 방금만큼 결과가 좋진 않았다.
2성, 2성, 1성, 4성, 3성.
사실 초급팩에서 4성이 뜬 거면 나름대로 선방을 했다 할 수 있었으나.
[4성 스킬 카드 – ‘윈드 커터’]*거래 불가
“아오. 이거 중복도 뜨는구나.”
하필이면 그 4성 스킬로 이미 익히고 있는 ‘윈드 커터’가 튀어나온 것이다.
게다가 캐슬링과 달리 거래 불가까지 붙어서 팔 수도 없었다.
카르페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3성 스킬을 선택하려는 그 순간.
-아니. 윈드 커터 골라.
“응? 중복인데요?”
-그래. 중복이니까 골라야지.
“……네?”
이해 불가의 말에 천마를 쳐다봤지만, 천마는 ‘이놈은 왜 이렇게 운이 좋지?’라고 투덜거릴 뿐이었다.
-일단 골라 봐. 재밌는 게 나타날 거니까.
“바로 갑니다.”
‘재미’라는 단어 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카르페였다.
[4성 스킬 카드 – ‘윈드 커터’를 획득하셨습니다.] [해당 스킬을 이미 습득하고 있습니다.] [중복 스킬 카드를 사용해서 스킬 강화를 진행하시겠습니까?]“……강화? 설마 아이템 강화할 때 그 강화요?”
-그 강화 맞아. 레벨 업이랑 별개로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이지.
라세에서 스킬의 위력을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서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방법.
이 경우는 스킬의 % 수치나 데미지 수치가 증가하는 방식으로 위력이 올라간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이 중복되는 스킬 카드로 스킬을 강화하는 방법.
이 경우는 스킬의 데미지가 오르는 게 아니라 새로운 효과가 부여되는 식으로 스킬이 업그레이드된다.
-스킬 강화의 경우는 효과가 워낙 좋다 보니 3성 이하 스킬은 강화가 불가능하다는 페널티가 있어.
“그래요? 강화 효과가 어느 정도길래?”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겪어 보는 게 낫지. 한번 해 봐.
“……강화라는 소리 들으니까 좀 불안한데. 이거 설마 실패하면 스킬이 펑! 터지고 그러는 건 아니죠?”
-라세가 더럽긴 해도 거기까지 똥겜은 아니지. 실패하면 그냥 재료로 사용된 스킬 카드만 날아가니까 걱정 마라.
장비처럼 터지는 건 아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참고로 성공 확률은?”
-이 경우는 99%.
“엑? 확률똥망겜 라세에서 99%요?”
-다 그런 건 아니지. 스킬팩에서 직접 뽑은 거래 불가 카드로 진행할 때는 99%. 그 외에 경로로 얻은 스킬 카드로 진행하면 1%다.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경매장에서 스킬 카드를 싹쓸이 강화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제약이라는 모양이었다.
“진짜 돈 지랄은 철저하게 막아 놨구나.”
-괜히 부자들 엿 먹이는 겜이라 불리는 게 아니지. 아무튼 99%니까 편하게 강화하면 돼.
“네? 무슨 소리예요? 빡긴장하고 해야지.”
-……아 맞다. 넌 뇌에 빵꾸 난 뽑기확률겜 환자였지 참.
이제 천마도 뽑기겜 환자들의 사고방식을 파악하고 있었다.
-뽑기나 강화 확률이 1%면?
“오. 혜자겜인데? 그 정도면 할 만하다.”
-……99%면?
“아오! 1%로 망하는 거잖아. 숫자로 장난치는 더러운 똥겜같으니!”
-그래. 한결같아서 보기 좋네.
한결같은 또라이였다.
[스킬 강화를 진행하시겠습니까?]“후우. 간다!”
카르페는 정말, 진심으로 살 떨린다는 듯 침을 삼키며 강화를 진행했고.
-미친놈.
천마는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파앗!
스킬 강화를 진행하자 푸른 섬광이 잠깐 번쩍였다.
띠링.
[‘윈드 커터’ +1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1 강화 효과 : 30% 확률로 마법이 두 번 시전됩니다. 해당 기능은 MP를 소모하지 않습니다.]오늘도 카르페의 전력은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