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6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63화(63/581)
세계수 안으로 입장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창이 등장했다.
[플레이어 최초로 세계수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타이틀 ‘세계수의 축복’이 주어집니다.] [세계수의 축복]-체력 +2, 마력 +2
-체력과 마력의 회복 속도가 20% 증가합니다.
“어?”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구나. 이게 또 쏠쏠하지.
원래대로라면 엘프가 등장하는 시기는 앞으로 1년 뒤다 보니, 천마조차 기억 한구석에 치워 두고 있었던 타이틀이었다.
“크으. 들어오길 잘했네. 이런 선물도 다 주고.”
역시 스스로 움직이는 자가 쟁취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세계수 안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게 있지는 않네요.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세계수 안은 지금까지 겪어 왔던 던전들과 그렇게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굳이 차이를 하나 꼽으라면, 기본적으로 음습한 던전과는 달리 포근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
-내부 구조야 아무렴 어떠냐? 미로 탐험하러 온 것도 아닌데. 단순하면 좋은 거지.
“그거야 그런데…….”
카르페의 목소리에 실망의 기색이 묻어났다.
엘프의 세계수라는 것은 판타지 세계에서도 로망으로 꼽히는 신비 그 자체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 신비의 공간이 이렇게 수수해서야…….
“대박 맛집이라고 소문나서 찾아갔는데 음식 맛이 심심한 거죠. 지금 기분이 딱 그래요.”
-그래. 오늘도 쌉소리 시동 거는 걸 보니 컨디션 좋은 것 같구나. 훌륭하다.
“그나저나 알테어는 안 보이네요.”
그녀가 세계수로 들어간 후 거의 곧바로 따라서 들어왔는데도 알테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쪽으로 갔나 본데?
천마가 가리킨 곳에는 세 갈래의 길이 있었다.
들어왔던 입구를 제외하고는 그쪽 길이 유일한 루트였다.
“셋 중 한 곳을 찍어야 하나?”
하지만 그런 카르페의 걱정은 길 앞으로 다가가는 순간 사라졌다.
세 갈래 중, 가운데 길 앞쪽에만 희미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으니까.
나머지 두 길은 사람이 드나든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째, 잠입 액션 게임 하는 거 같아서 좀 설레는데.”
-딱히 세계수 내부가 출입 금지 장소인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요.”
첩보원이라도 된 기분이다. 카르페 가운데 길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
길을 따라 걸어가는 와중 갑자기 공기가 서늘해졌다.
아니, 서늘해지는 수준을 넘어서 몸이 떨릴 만큼 한기가 느껴졌다.
“……이거. 그거잖아요. 수액 벌레 동굴에서 그거.”
마지막 보스룸에서 서빙제의 파편을 만났을 때 느꼈던 강렬한 한기.
수액 벌레 동굴처럼 안개가 끼진 않았지만 한기 자체는 몹시 흡사했다.
“…….”
카르페는 그동안 엘프 마을에서 수많은 퀘스트를 수행했다.
마을에서 간단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자잘한 퀘스트도 많았지만, 개중에는 마을 밖에서 수행해야 하는 수집이나 토벌 퀘스트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을 밖으로 나왔을 때…… 수액 벌레의 동굴을 재방문한 적 있었다.
당연하게도 서빙제의 파편이 어떤 상황인지 정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없었죠.”
-그래. 없었지.
다시 찾은 수액 벌레의 동굴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정신 지배가 풀린 탓에 계속해서 달려드는 풍뎅이를 잡아가며 도착한 보스 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냉기도, 안개도, 그리고 서빙제의 파편도 그 자리에 없었다.
그 후, 틈나는 대로 숲을 수색했지만 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제일 있으면 안 되는 장소에 그놈의 흔적이 있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카르페가 미간을 좁혔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감도 잡히지 않았다.
“설마, 그놈이 엘프의 마을에 숨어든 건가?”
-그건 지금부터 확인해 봐야지. 서두르자. 단순히 여왕만 찾는다고 끝날 일 같지는 않으니까.
천마의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기를 뚫으며 약 10분쯤 길을 따라갔을 때.
다행스럽게도 목표로 했던 알테어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수 안쪽의 커다란 공동.
그녀는 공동 정중앙에 있는 커다란 석관 위에 다소곳이 누워 있었다.
카르페는 그녀에게 접근하는 대신 멀리서 상황을 지켜봤다.
“저 석관. 낯익은데……,”
-티나가 들어 있던 석관이랑 똑같군. 아마도 저 속에 두 번째 유물이 들어 있겠지.
“그런데 알테어는 저 위에 누워서 뭐하는 걸까요?”
멀쩡한 집 놔두고 여기서 낮잠이라도 자려는 건 아닐 테고, 아마 엘프 족의 특수한 의식 같은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었다.
“일단, 파편의 모습은 없는데…… 냉기는 저게 원인이었군요.”
놀랍게도 냉기의 출처는 알테어가 누워 있는 석관이었다.
수액 벌레 동굴에서 느꼈던 한기보다는 조금 약한 냉기가 석관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후우. 다행이네.”
처음 한기를 느꼈을 때는 정말로 서빙제의 파편이 세계수 안으로 침투한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기우인 모양이었다.
-그래. 위험한 건 없어 보이는군. 이제 어쩔 거야?
“흠. 일단 상황을 지켜보죠.”
카르페는 일단 저 의미 모를 의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설마 종일 저러고 있지는 않겠지.
* * *
“…….”
-흐암. 지겹네. 나도 향이나 티나처럼 룸이나 가꾸고 있을까? 그게 더 생산적일 거 같지 않냐?
“……좀만 더 기다려 보죠.”
예상과는 달리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차가운 석관 위에서 버티다 동상이라도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어? 형, 저거 봐요.”
그때였다.
카르페가 억지로라도 깨울까라고 생각한 그 시점에 변화가 나타났다.
우우웅.
알테어의 몸에 푸른빛이 어리기 시작하더니 석관 아래에 희미한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감싸던 푸른빛이 석관을 한번 훑고서는 마법진 속으로 스며들었고.
우웅!
마법진은 그걸 끝으로 다시 사라져 버렸다.
“……끝난 건가?”
카르페가 그녀를 향해 다가가려는 그 순간.
정말 기겁할 만한 변화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석관 위에 누워 있던 그녀가 돌연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얼음 동상이 녹아내리듯이.
“……뭐?”
-야, 일단 숨자. 뭔가 심상치 않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카르페가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고개를 내밀어 석관 위를 쳐다봤을 때.
‘……이게 무슨?’
석관 위의 알테어는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푸른 사마귀가 서 있었다.
서빙제-가이저의 파편.
돌연 사해의 조각이 등장한 것이다.
‘미치겠네. 이게 뭔 상황이에요? 알테어는 어디 가고 갑자기 저 괴물 놈이 나와?’
-……니가 몸 숨기는 동안 내가 봤는데 여왕이 사라진 게 아냐.
‘그럼?’
-여왕이 변했어. 서빙제의 파편으로. 완전히 녹은 다음에 그렇게 변했다고.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 어?’
천마의 말을 부정하려는 순간, 카르페의 뇌리에 하나의 스킬이 떠올랐다.
처음 서빙제의 파편을 만났을 때 확인했던 놈의 스킬 중에는 이런 게 있었다.
[8성 – 얼티밋 카모플라쥬]카모플라쥬(Camouflage).
‘위장’이라는 뜻이었다. 즉.
‘위장 스킬로 알테어를 흉내 내서 마을로 진입한 건가?’
-…….
세계수의 열매를 노리는 놈이 설마 세계수 뿌리에 둥지를 틀고 있었을 줄이야.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힘들었다.
‘싸, 싸워야 하나?’
-한순간에 동태 될 일 있냐? 덤빌 생각 말고 기척 최대한 죽여. 들키는 순간 짤 없이 얼음 동상행이다.
‘미쳤네. 무슨 시나리오가 이래?’
다행스럽게도 서빙제의 파편은 카르페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놈은 냉기를 계속 피워 내고 있었는데, 냉기는 생성되는 족족 석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젠장, 형. 말리지 마요! 저놈 저거 석관 깨부수려고 저러는 거였어!’
광신도 프리스트 마이나데스가 그러했듯, 마도왕 직업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이벤트 보스들은 유물을 파괴하도록 설정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서빙제의 파편은 배후령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먼 옛날 마도왕, 그리고 마도왕의 유물과 싸웠던 존재다.
그렇기에 놈은 느낀 것이다.
석관 안에 자신의 원수가 잠들어 있음을 말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마도왕의 유물을 얻기 위한 여정인데, 유물이 파손돼서야 본말전도다.
여기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싸워야…….
‘응?’
하지만 카르페가 전투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석관에 냉기를 불어넣던 서빙제의 파편이 행동을 멈추고 다시 알테어로 변한 것이다.
“후우우. 이것도 얼마 안 남았구나.”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석관을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더니 이리저리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만족했다는 듯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카르페가 숨어 있는 쪽으로 말이다.
‘윽.’
-숨 참아. 숨!
카르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척을 죽였다.
그리고 알테어는 카르페가 숨어 있는 바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쳐서 입구로 향했다.
그렇게 알테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 후.
“…….”
-야. 갔다. 숨 쉬어.
“흐아아아아.”
카르페가 참았던 숨을 깊게 토해냈다.
“와, 죽는 줄 알았네.”
RPG에서 이런 긴박감이라니. 호러 게임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
-상황을 좀 정리해야겠군. 아니, 근데 뭘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뭔 상황이야, 이거?
“그러게 말입니다.”
카르페가 자리에서 일어나 석관 쪽으로 향했다.
다가갈수록 강해지는 한기가 방금까지 서빙제가 있었음을 실감 나게 했다.
“도대체 뭐지?”
알테어가, 아니 서빙제가 석관을 부수려다 갑자기 다시 알테어로 변해서 떠났다.
“……얼마 안 남았다는 건 뭔 말인지.”
왜 부수려다가 만 것일까.
카르페는 석관을 꼼꼼하게 살펴봤으나 조금의 파손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꼼꼼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석관 정중앙에 특이한 홈이 보였다.
티나가 잠들어 있던 석관에도 있었던 일종의 열쇠 구멍.
저기에 아크람의 증표를 끼우면 석관은 열릴 것이다.
“흐음.”
티나를 얻을 때는 묘지기가 아크람의 증표를 보관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 석관의 맞는 증표는 알테어가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알테어의 허락이 없이는 석관을 열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거 열자. 열어서 확인해 보면 무슨 상황인지 보일 거 같아.
“마침 저도 딱 그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카르페는 무언가를 ‘여는 것’에 한해서는 마도왕보다도 윗줄에 있는 존재였다.
카르페가 석관 위에 오른손을 뻗었고.
“해금.”
[해금이 발동합니다.]그그그긍!
짧은 빛무리와 함께 석관의 뚜껑이 열렸다.
“……어?!”
-……헐. 이게 무슨……?
그리고 석관 속을 확인한 두 남자는 오늘 경험했던 모든 일을 통틀어 가장 놀라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