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8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82화(82/581)
“……장난이었다니까요. 제가 설마 형을 봉인하겠어요? 말도 안 되지.”
-아냐. 너 이 새키. 눈빛이 진심이었어. 다가오지 말고 안전거리 유지해라.
천마는 카르페로부터 3m쯤 떨어진 곳에서 으르렁거렸다.
……어째 덩치는 산 같은 인간이 하는 행동은 치와와 같았다.
“아니, 형도 설명 읽었잖아요. 동의가 있어야 한다니까? 제가 하고 싶어도 형이 허락 안 하면 봉인이고 자시고 아무것도 못 해요.”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한 발자국 다가갔으나 천마는 그만큼 물러났다.
-동작 그만.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너 동의 조건, 그거 해금으로 풀어 버리고 강제 봉인할 생각이잖아. 어디서 약을 팔어?
“오? 그런 방법이?”
카르페가 감탄했다. 이건 정말 생각도 못한 방법이었다.
인간이 목숨의 위기를 느끼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더니, 봉인 위기에 처한 천마의 뇌가 풀가속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건 시험해 볼 가치가 있긴 하네요. 어디 한 번만…….”
-안 한다고!
“쩝.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싫다는 사람 붙잡고 억지로 할 수도 없는 거고……. 제가 포기하겠습니다.”
천마의 리액션이 생각보다 격렬해서 좀 과하게 장난을 치긴 했지만, 카르페로서도 천마를 봉인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천마가 봉인되어 있는 동안은 천마의 미래 정보도 같이 봉인되는 것이었으니까.
만약 봉인을 하더라도 세 번째 유물 바로 앞에서 시도해야지, 지금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눈빛이 불순하다.
“착각입니다. 진짜로 봉인 안 할 거니까 그만 좀 경계해요.”
-너 솔직히 말해 봐. 몇 퍼센트 정도 진심이었냐?
“에이. 한 1%밖에 안 돼요.”
-……뽑기에서 1%는 엄청 큰 거라면서? 안전거리 1m는 유지해라. 꼭.
천마가 슬금슬금 다가오자, 이번에는 티나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안타깝습니다. 군사님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인선이라 생각합니다. 필시 먼저 떠난 린드오르도 만족하고 눈을 감겠지요.”
“맞아. 미라쥬도 동의해. 데스나이트 군사님 멋있어. 천마데스빔!”
-……정중하게 사양하마.
“그건 그렇고. 형이 말한 건 한번 시험해 볼 가치가 있긴 하네요.”
‘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을 과연 해금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가.
만약 이게 가능해진다면 퀘스트 난도는 급격하게 낮아진다.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실험이다.”
카르페는 루아나를 벗어나 잡몹들이 등장하는 해변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몬스터를 대상으로 이것저것 시험해 본 결과.
-휴우우우. 천만다행이군.
“아오. 이게 안 되네.”
안타깝게도 해금으로 동의 조건을 무효로 할 순 없었다.
천마는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로써 정공법으로 가는 수밖에 없겠군. 꼼짝없이 노가다 행인가?
“끄응…….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도 있었다.
영혼석의 설명에는 ‘매우 낮은’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생각보다 확률이 낮지 않았다.
카르페가 해변가의 몬스터를 딱 10마리를 잡은 시점에 눈앞에 알림창이 나타났던 것이다.
[대형 소라의 영혼에 영혼석이 반응합니다.] [대형 소라의 영혼을 저장하시겠습니까?]“헉. 아니오. 절대 아니오.”
[영혼이 사라집니다.]하마터면 데스나이트의 육체에 소라의 영혼이 들어갈 뻔한 사소한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 덕분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0마리째에 당첨이라. 생각보다 훨씬 할 만하네요.”
-그건 모르는 거지. 하필 그 타이밍에 천운이 터진 거일 수도 있잖아.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게 평균 확률일 겁니다.”
-아닐 거라는 거 너도 알지? 흐흐. 드디어 날먹충이 정의 구현 당하는 날이 오는구나. 이번엔 꼼짝없이 노가다…….
“저의 행복 회로를 건드리지 마십시오. 휴먼. 당신의 영혼, 영혼석에 담기고 싶습니까?”
-……아니오.
“천마 양반, 신사답게 행동해. 결국 영혼 못 구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때는 마, 내가 깡패가 되는 거야! 강제로 천마 데스나이트 탄생하는 거라고!”
-……제가 한번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이성 있는 보스 몬스터. 암. 찾아야지.
물론 방금 실험으로 동의 없이 영혼 봉인을 할 수 없단 걸 확인했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저 불가사의한 놈이 또 어떻게 방법을 찾아낼지도.
천마가 아는 카르페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 * *
실험을 끝낸 카르페는 다시 루아나로 입성했다.
아직 루아나에서의 볼일이 남아 있었다.
-루아나 근처에 40레벨부터 수행할 수 있는 히든 퀘스트가 있지. 루아나에서 다른 건 다 거르더라도 이건 꼭 해야 해. 보상이 좋거든.
“그래요? 보상이 뭐길래?”
-7성 스킬. 팩이 아니라 확정으로 7성 하나를 먹는 퀘스트지.
“헐……. 진짜요?”
카르페가 깜짝 놀라 천마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한 건 했다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했지? 지존 만들어 줄 테니 받아먹을 준비만 하라고. 이미 내 머릿속에는 성장 플랜이 다 들어 있다.
“그렇게 자기 어필 안 하셔도 봉인할 생각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농담이라니까.”
-크흠. 그런 생각 안 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천마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아까 갔던 바람 동굴 있지?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깊은 계곡이 나와.
일명 하피(Harpy)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피 무리가 대거 서식하는 장소인데 필드 보스 몬스터인 ‘하피 퀸’이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거기서 자생하는 약초를 채집해야 해. 그리고 그걸 영주 성의 집사장에게 건네주면 돼.
“집사장요? 윌리엄?”
-그래. 그 양반 손녀딸이 불치병에 걸린 상태다. 그 약초가 치료재고.
“아하. 뭔가 RPG 정석 같은 퀘스트라서 맘에 드네.”
-원래대로라면 영주 성에 들어가기 위한 퀘스트도 해야 해서 꽤 귀찮은 퀘스트인데, 넌 그럴 필요 없으니 다행이군.
“그러게요. 운이 좋네.”
루아나 영주의 인정을 받은 카르페는 원할 때마다 영주 성을 드나들 수가 있었다.
“그럼 하피 계곡으로 출발…… 하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카르페는 자신이 직접 만든 판금 방어구를 쳐다보았다.
15레벨의 방어구라 지금 카르페가 장비하기에는 급이 많이 떨어졌다.
“바람 셋 퀘스트 완료해서 방어구부터 바꿔야겠네요.”
-좋은 생각이군. 바람 셋 정도면 당분간은 쭉 쓸 거다.
KD 길드원들은 잡고 나서 얻은 방어구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5세트 옵션을 전부 받은 바람 셋보다는 효과가 떨어졌다.
그리고 마침 티나가 15레벨을 달성했으니 자신이 입고 있던 판금 장비들을 넘겨주면 됐다.
의도하지 않아도 뭔가 딱딱 맞아 들어가는 것이 징조가 좋았다.
어쩌면 보스 영혼도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가 볼까요.”
카르페가 공방 거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바로 대장장이 지크의 공방으로 들어갔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와 달리 공방에는 단 한 명의 유저도 없었다.
카르페가 다가가자 지크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 신의 사자 양반이 돌아왔구만. 그래. 내가 부탁한 물건은 구해 왔는가?”
“네. 여기 있습니다.”
카르페가 그렇게 말하며 100개가 넘는 바람의 정수를 와르르 쏟아 내자, 지크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이, 이게 다 뭔가?! 이 많은 걸 어떻게?”
“그냥 잡다 보니 어쩌다가…….”
“허어. 자네.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인물이었군.”
“이 정도면 바람 방어구 5부위 정도는 만들 수 있을까요?”
“만들고도 남지! 잠시만 기다리게. 어차피 다른 손님도 없겠다. 금방 만들어 드리지!”
카르페가 대량의 정수를 구해 온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크는 의욕이 넘쳤다.
“혹시 가죽과 판금 중에 원하는 재질이 있다면…….”
거기까지 말한 지크는 돌연 말을 멈췄다.
그리고 카르페의 양팔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잠시, 실례하겠네.”
아니, 쳐다보는 거로 끝내지 않고 다가와서 팔을 툭툭 치고 만졌다.
카르페로서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기, 제 팔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자네.”
“네?”
“동종 업계 사람이었구만. 망치 좀 쥐어 본 자의 팔이야!”
흥분한 것인지 지크의 음성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청년이었군! 요새 젊은것들은 힘든 일이라고 대장일을 무시하기 일쑤인데 말이야. 아주 훌륭해!”
지크는 카르페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껄껄 웃었다.
“마음에 들었네. 자네, 혹시 내 다른 부탁도 들어줄 수 있는가? 만약 들어준다면 바람 장비의 제작법을 알려 주도록 하지!”
띠링.
[대장장이 지크의 의뢰 (2)] [퀘스트 제한 : 대장장이 스킬을 익히고 있는 자, 한 번에 100개 이상의 정수를 건넨 자.] [지크는 당신의 실력을 높게 사서 한 가지 더 부탁을 하려 합니다. ‘바람의 깃털’을 구해서 그에게 가져다주십시오.] [바람의 깃털 (0/1)] [퀘스트 성공 시 : 지크와의 호감도 대폭 상승, 바람 장비 제작 도안 획득] [퀘스트 실패 시 : 지크와의 호감도 감소, 바람 장비 획득]“……어?”
-엥? 여기에도 히든 퀘스트가 있었어?
대장장이 스킬을 익힌 유저가 100개의 정수를 가져다주기.
천마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난해한 조건이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껄껄. 역시 훌륭한 청년이로군.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카르페는 꼭 구해 오겠다고 다짐하며 대장간에서 나왔다.
-와, 이게 이렇게 되네. 세트 템 제작 도안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데.
“흐흐.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퀘스트를 실패해도 바람 셋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직접 만드는 게 여러모로 좋았다.
NPC가 아이템을 만들어 줄 때와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제작하면 보너스 스탯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뿐인가? 카르페는 제작뿐만이 아니라 아이템 가공까지 가능했다.
룬 새김.
완성된 장비에 룬을 새겨 넣어서 추가 옵션을 생성하고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마도왕의 비술이었다.
“바람 셋이 레어 등급이니까 한 단계 오르면 히어로 등급 세트 템이 되는 거네요.”
-넌 앞으로 하는 일 전부 망해도 제작 스킬로만 먹고 살겠다. 이 레벨 때 히어로 세트 템이면 2차 전직 이후에도 한참 쓸걸.
물론, 어디까지나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했을 때의 이야기다.
천마조차 처음 보는 히든 퀘스트였으니 따로 공략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바람의 깃털. 이건 이름만 들어 봐도 딱 감이 오네.”
-뻔하지 뭐. 내가 아는 한 이 근처에 깃털 달고 다니는 몬스터는 딱 하나밖에 없다.
인간 여성의 몸에 날개와 조류의 다리를 가진 몬스터.
바로 하피뿐이었다.
“바로 가겠습니다.”
카르페가 7성 스킬 그리고 히어로 등급의 세트 템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