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8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89화(89/581)
길리안 찬스.
상위권의 유저들은 길리안의 눈에 드는 것을 그렇게 불렀다.
찬스가 터지기만 하면 곧바로 라생역전, 랭킹 상위권에 드는 것은 보장된다는 최강의 로또.
지금 그 찬스가 카르페에게 터졌다.
그런데 터져도 좀 심하게 터졌다.
-아니, 쩔을 해 준다고? 내가 알기론 길리안이 그랬다고는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천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으나 분명한 현실이었다.
-흐음…… 실력도 실력인데 마도왕의 후예라서 시너지가 터진 건가? 아무튼 잘됐군. 이 레벨대가 제일 올리기 빡센 구간 중 하나였는데. 편하게…….
‘아니, 그건 둘째치고. 라세에 버스라는 개념이 있긴 해요? 그런 건 당연히 막아 놨을 거 같은데.’
고레벨 플레이어가 저레벨 플레이어를 업어 키우는 행위.
소위 버스나 쩔로 불리는 이 행위는 RPG 장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였고,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악의 축 중 하나였다.
‘제가 게임 여러 개 해 봐서 아는데 쩔이 성행하는 게임은 결국 망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쩔로 성장한 캐릭터가 과연 고레벨 엔드 컨텐츠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차근차근 성장해 가면서 익혀야 하는 기술과 컨트롤이 있는데 그걸 스킵해서야 제대로 된 1인분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보스 레이드 파티 중에 쩔로 큰 캐릭이 포함되어 있다면?
당연히 파티는 터질 수밖에 없고, 그 원인을 제공한 유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욕은 다 먹게 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대부분 유저는 레벨에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며 게임을 접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또 쩔로 크면 아이템이 허접해도 상관없잖아요. 중간 레벨 장비들은 순식간에 똥값 되고 게임 경제도 망가지고.’
때문에 게임 개발사들은 게임에 악영향을 끼치는 쩔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마련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라세 역시 그러했다.
-당연히 라세도 조치를 취해 놨지. 일단 시스템상 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지역에 올 수 없는 것부터가 그런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그밖에도 파티의 최저 레벨 유저와 최고 레벨 유저의 레벨 차이가 10 이상 나게 되면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는 시스템이라든가.
7레벨 이상 차이가 나면 아이템 드랍률이 30% 감소하는 등의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쩔을 방지하고 있었다.
‘뭐야, 그럼 버스 못 타는 거잖아요. 길리안 레벨 200대 후반이라면서?’
-당연히 유저들끼리만 적용되는 이야기지. NPC는 상관없다. 애초에 NPC에게 쩔받는 건 게임하다 보면 종종 들리는 이야기야.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배후령 버스’였다.
일부 배후령과의 호감도가 절정에 이르면 배후령이 자신의 ‘화신체(化身體)’를 보내서 유저의 성장을 돕는다.
당연히 화신체의 레벨과 전투력이 유저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파티는 성립됐다.
‘와, 미친. 개부럽다. 저도 배후령이랑 호감도 최상이라고 표시되던데 제 배후령은 왜 그런 게 없죠?’
-……아무튼 그런 이유로 NPC랑 파티하는 건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이야기…….
‘아니, 말 돌리지 말고. 왜 우리 배후령은 그런 거 없냐고.’
카르페와 천마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길리안은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듯 껄껄 웃었다.
“으하핫! 내가 생각했지만 멋진 계획이군. 좋아, 그럼 자네…… 이런. 그러고 보니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 본인은 라마르크 왕국의 유일한 공작 길리안이라고 하네. 도패(刀覇)라는 허명으로 불리기도 하지.”
“아, 저는 카르페라고 합니다.”
“좋아! 카르페. 이름도 남자답군. 지금 레벨이 어느 정도 되지? 아냐, 잠시만. 내가 맞춰 보지. 내가 또 이런 걸 잘한다네.”
길리안은 그렇게 말한 후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흐음. 어디 보자. 보통 라마르크를 방문하는 이방인들이 2차 전직을 마치고 오니까……. 하지만 그놈들과 차이가 너무 심하지……. 그리고 속도나 파워를 고려하면…… 흐음! 그래!”
길리안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치면서 말했다.
“최소 레벨 65는 됐겠군! 그렇다면 본 장군은 67로 예상하도록 하지. 어떤가? 당연히 정답…….”
“43인데요.”
“그래! 사십삼! 조금 틀리긴 했지만 별로 차이는…… 잠깐만 뭐라고?”
길리안은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지?’라는 표정으로 카르페를 쳐다보았다.
“사십……삼?”
“네. 사십삼.”
“그럼 2차 전직을 아직 안 한 거잖아!”
“네. 아직 안 했죠. 레벨이 안 되니까.”
“허어…….”
길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카르페가 보여 준 것들은 결코 2차 전직 이전의 43레벨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말이 안 되는데……. 전투 센스 이전에 스테이터스적으로 말이 안 돼. 물 대신 엘릭서를 퍼마시지 않은 다음에야…….”
“초보자 도시에서 엘릭서 두 병 정도 마시긴 했죠.”
물론 카르페가 가진 스텟의 비밀은 엘릭서 따위가 아닌 ‘세 개의 최초’ 칭호 덕분이었다.
“아무튼 진짜로 43입니다.”
“그렇겠지. 그런 걸 거짓말할 이유는 없으니. 흐음. 아무튼 알겠네. 43이라. 마침 그 레벨에 가기 좋은 곳이 있지.”
길리안은 연무장 바닥에 박아 넣은 대검을 뽑아들고 다시 말했다.
“자, 드렉. 그럼 우리는 다녀올 테니 자네에게는 뒷정리를 부탁하지. 그리고 폐하께 좀 더 간청드려 봐! 에잉. 800년 만에 전설의 후계자가 방문했는데 대접은 못 해 줄망정 축객령이라니.”
“허허. 장군도 사정을 아시잖습니까. 마도왕과 관련된 전설은 왕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사람만 아는 극비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어서 좋을 게 없지요. 조용히 진행하겠습니다.”
“하여간 맘에 안 든다니까. 그럼 우린 이만 가 보겠네.”
한참을 투덜거린 길리안은 카르페를 이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왕성의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길리안의 개인 집무실이었다.
“쓰읍.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걸 어디다 뒀더라.”
길리안은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집무실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뭘 찾으시는 건데요?”
“사냥터로 이동하기 위한 스크롤이지. 걸어가기에는 좀 먼 곳이라. 흠. 분명 이 근처에다 뒀던 거 같은데 오랜만에 와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구만.”
“평소에는 딴 곳에 계신가 봐요?”
“그렇다네. 바로 인근 나라가 전쟁광인 길리안트 제국이니 말이야. 평소에는 최전선에서 전선을 지키고 있지. 아, 찾았다.”
길리안은 자그마한 두루마리를 발견하고는 핫핫! 웃었다. 그리고 카르페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린 후 말했다.
“자, 그럼 가 볼까?”
길리안은 그대로 스크롤을 찢어 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카르페의 눈앞에는 푸른 언덕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옛날 옛적 PC 윈도우 바탕화면에서나 볼 법한 그런 언덕이었다.
그리고 그 언덕 위를 눈으로 다 세기도 힘들 만큼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다.
키에엑! 끼엑!
몬스터의 숫자는 많았지만 종류는 단 하나뿐이었다.
성인 남자보다 조금 더 작은 덩치의 흡사 공룡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흉포하게 울어대고 있었다.
-사우스크로군. 과연. 확실히 경험치 많이 주기로 유명한 몬스터긴 하지. 그런데 그만큼 개체 수가 많지 않은 놈인데…….
개체 수가 별로 많지 않다는 천마의 말과 달리 눈앞에 언덕에는 끝도 없이 사우스크들의 무리로 가득 차 있었다.
“후우. 이거 오랜만에 왔더니 엄청 늘어나 있군. 씨를 많이 뿌린 모양이야.”
껄껄 웃는 길리안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왕궁이 보유한 왕가의 사유지라는 모양이었다.
“과거에 마도왕께서 사우스크를 사육하는 실험을 했다는 곳인데……. 그 여파인지 몰라도 이곳의 사우스크들은 번식력이 뛰어나지. 주기적으로 숫자를 줄여 놓지 않으면 흘러 넘칠 만큼 말이야.”
“그러고 보니 저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주군. 분명 마도왕께서 사우스크 고기에 맛을 들이셔서 벌인 일이라고…….”
“맞아. 맞아. 그러곤 어느 순간 질려 버려서 그대로 방치했다고 들었던 것 같아. 마스터.”
“흐음. 그런 비사가 있었구먼. 으하핫! 마도왕의 식성 때문에 우리가 매 번 그 고생을 한단 말이지? 재밌구만!”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도대체 이 민폐왕은…….
엘프의 숲 때도 그렇고, 여기저기 일을 벌이는 데 도가 튼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벌인 일의 여파는 고스란히 후대가 감당하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기상천외한 깽판을 쳐 놨을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려울 지경이었다.
“자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그리고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네. 왕국의 병사를 단련시키기에 딱 좋은 장소라서 애용하고 있다네. 그리고…….”
길리안은 대검을 쥐어 들었다.
어느새 사우스크의 무리들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렇게 지금 그대를 위한 양분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나!”
후우웅-!
길리안의 거대한 대검이 눈으로 쫒기 힘든 속도로 휘둘러졌다.
“키엑?!”
“케르륵!”
“카아악!”
단 일검.
횡으로 휘둘러진 한 번의 베기가 그대로 사우스크 세 마리의 목을 날려 버렸다.
“으하핫! 이 짓도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구만. 자, 그럼 빠르게 다녀올 테니 자네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있게나!”
길리안은 그렇게 말한 후 사우스크 무리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사우스크의 비명이 따라왔다.
“……진짜 마이웨이네.”
-원래 저런 인간이니까 신경 꺼라. 저 인간 이해하려고 하면 머리 아프니까.
“으음. 그런데 경험치 제대로 올라가고 있는 거 맞나? 현재 경험치를 알 수 없으니 이런 부분은 좀 답답하네요.”
하지만 그런 카르페의 의문은 곧바로 해결되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부여됩니다.]“……잘되고 있구나.”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한 마리의 사우스크가 침을 질질 흘리며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좋아. 가만히 구경만 하는 것도 심심하니까.”
팍!
카르페가 빠른 속도로 사우스크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우스크의 목을 향해 전력으로 정권을 내질렀고.
“키에엑!”
“어? 안 죽네?”
-말했잖아. 루아나 벗어나면 몬스터들이 급격하게 강해진다고.
사우스크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지만, 한 방에 쓰러지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일반 몬스터들은 죄다 원 킬로 보내 버렸던 카르페로서는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 이거 오기 생기네. 그래. 몇 방 까지 버티나 보자.”
퍽-! 퍽-! 퍽-!
키에엑! 키엑!
반복되는 구타음과 울려 퍼지는 비명.
그렇게 카르페는 십여 마리의 사우스크를 잡은 후 혀를 내둘렀다.
“와, 이놈들 진짜 튼튼하네요. 적어도 10방은 버티네.”
-……열 번도 진짜 미친 듯이 적은 숫자야 인마. 2차 전직을 한 다른 유저가 이놈 잡으려면 최소 15분이다.
카르페가 전력을 다해서 덤볐음에도 불구하고 사우스크는 너무나 튼튼했다.
최소 열 방. 많게는 스무 방.
유일하게 9성 스킬 영구동토로는 원킬이 가능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는 9성스킬이기에 가능한 업적이었다.
“……길리안이 진짜 세군요. 저랑 싸울 땐 많이 봐준 거였네.”
카르페는 고개를 돌려 길리안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꽤 멀리 떨어진 것인지 길리안 특유의 ‘흐홧홧!’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떠 오른 알림창.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분배됩니다.] [45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초급 스킬팩이 주어집니다.]“……엥? 레벨 업? 방금 했었잖아.”
-미친. 이거 속도 왜이래? 보통 이 구간에는 이틀은 꼬박 사냥해야 1업을 할까 말까 하는데…….
“와, 미쳤다. 진짜. 버스 승차감 미쳤어!”
카르페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승차감에 감탄을 터뜨리는 그 순간.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알림창이 등장했다.
[45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지금부터 2차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실 수 있습니다.] [신화 등급의 특수 직업군입니다. 전직 퀘스트의 난이도가 급증합니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