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9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93화(93/581)
“후우.”
왕성 밖으로 나온 카르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길리안이 상급 스킬팩을 스윽 하고 내밀 때는 어찌나 놀랐던지, 그 자리에서 영감님을 껴안을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거 참. 50레벨 이전에 상급 스킬팩 얻는 루트는 처음 보네.
보통은 2차 전직 후반, 혹은 3차 전직을 완료해야만 볼 수 있는 물건이었다.
“크으. 역시 갓겜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용하시네요? 평소엔 이런 거 뜨면 이게 게임이냐? 라세 이 새끼들아 운영 똑바로 안 해?! 소리치시더니.”
-뭐…… 결국 스킬팩이잖냐. 까 봤자 어차피 44444, 운 좋으면 5성 하나 껴 있을 텐데 굳이 흥분할 이유는 없지.
“쯔쯔. 10년을 넘게 하시고도 아직 게임을 잘 모르시네. 이건 최하 7성입니다. 제 느낌상 이건 8성도 가능함.”
-응. 아니야. 4성 따리야~
“두고 보시죠. 곧 알게 되겠지~”
-내기할래? 상급팩에서 제일 잘 떠 봤자 5성이라는 거에 소원 하나 건다.
“그러고 보니 소원 하나 킵해 둔 게 있었죠.”
과거 카르페가 광신도 프리스트를 상대할 때도 비슷한 내기를 했었다.
그리고 내기의 결과 카르페가 승리했고 천마의 소원 하나를 킵한 상태.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이렇게 한 치 앞도 못 보고 소원 거는 걸 보니 조만간 천마가 아니라 지니로 전직하실 듯. 전 최소 7성에 걸겠습니다.”
쓸데없는 일로 경쟁이 붙은 두 남자는 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쓰읍. 이럴 줄 알았으면 풍수지리 같은 것 좀 배워 두는 건데.”
-……그냥 대충 까 인마. 터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어쩔 수 없죠. 대충 배산임수 같은 곳 찾아야겠…… 아, 저기다!”
카르페가 가리킨 곳은 라마르크 왕성 근처의 분수대였다.
배산까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물을 바라보면서 하면 더 잘 뜨겠지’라는 철저한 과학적 근거에서 비롯한 믿음이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딱 좋네요.”
라마르크 왕국 자체가 유저가 적은 동네다 보니 도시 자체가 한산했다.
유저들에게 적대적인 NPC들이야, 카드팩을 까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니, 부담 없이 카드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자, 그럼 갑니다.”
일단 시작은 45레벨을 달성하고 받은 ‘초급 스킬팩’부터!
카르페는 맛있는 음식을 가장 마지막에 먹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파앗!
스킬팩을 뜯자 5장의 카드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 설레는 광경이었다.
카르페는 제일 왼쪽 카드부터 조심스럽게 오픈했다.
“제발. 여기서 7성 하나. 다음 팩에서 8성 하나만.”
-……어째 점점 바라는 수준이 노양심이 되는 거 같지 않냐? 둘 다 최고 성으로 뜨는 걸 바라는 놈이 어디 있냐?!
“양심 같은 거 없어도 되니까 제발!”
대망의 첫 번째 카드는 3성 공격 스킬이었다. 그것도 궁수 스킬이라서 볼 것도 없이 걸러 버렸다.
촥! 촥!
반복 스킬을 통해 한 장, 두 장 넘어가는 카드들.
5번째까지 전부 오픈했으나 아쉽게도 카드 이펙트가 터지진 않았다. 가장 잘 뜬 것이 4성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소득이 없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4성 스킬 카드 – ‘윈드 커터’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미 동일 스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화를 진행하시겠습니까?]“와, 이게 또 뜨네.”
-허. 확실히 네 운이 보통이 아니긴 한가 보다. 그 많고 많은 4성 스킬 중에 이게 또?
“그러게 말이에요. 스킬 강화 진행.”
[축하합니다! 윈드 커터를 +2 강화하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2 강화 효과로 ‘출혈 면역’ 몬스터에 대해서도 상태 이상 ‘출혈’이 발동할 수 있게 됩니다.]“오? 출혈 면역 무시? 그럼 이제 고렘이나 언데드한테도 출혈 데미지가 들어가는 건가요? 강화 보너스 옵션이 상당히 좋네.”
-그야 그렇지. 동일한 스킬이 나올 확률이 워낙 낮으니까 그 정도 보상은 주어질 수밖에.
“이 정도면 초급팩에서는 충분히 선방했네요. 이 여세를 몰아서 바로 다음 팩 간다!”
카르페는 곧바로 상급팩을 오픈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5장의 카드가 떠올랐다.
“후우. 좋아.”
초급팩이 아닌, 진정한 본게임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5배는 증폭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넌 세상 참 재밌겠다. 모든 게 다 긴장되고 쫄깃해서.
“무슨 소리예요? 여기서 긴장 안 할 사람이 어딨다고.”
-수능 날 시험 치러 들어가는 학생도 그렇게는 긴장 안 할 걸?
“아, 생각해 보니까 초급팩에서 완전히 꽝을 뽑아야 했었는데.”
완벽한 과학 근거의 산물.
‘액땜’을 해야 했었다!
“쩝. 액땜을 못 했으니 8성은 힘들겠네요. 적당히 타협해서 7성으로 간다.”
-수학만 못 하는 줄 알았더니 국어도 못 하는구나. 타협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야, 미친놈아!
“그럼 타협 없이 간다! 와라, 8성!”
그렇게 상급팩의 첫 카드를 오픈했고.
처음부터 예상치 못한 이변이 등장했다.
[4성 스킬 카드 – ‘윈드 커터’]“……뭐야. 이거. 주작인가?”
여기서 또 윈드 커터라니? 카르페가 아닌 그 누구라도 주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3강화 가라는 신의 뜻인가…….”
-스킬 3강화라. 나도 10년 동안 딱 두 번밖에 못 해본 건데.
“그래요? 3강화하면 강력한 뭔가가 있나?”
-그야 있기는 한데…… 4성 스킬이라서 애매하네. 5성 스킬만 됐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강화 가는 건데.
태생이 4성이다 보니 3강화를 하더라도 강화가 없는 6성 스킬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모양이었다.
“흐음. 그럼 일단 나머지 네 장부터 확인하고 생각해 보죠.”
카르페는 곧바로 네 장의 카드를 순차적으로 오픈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카드. 4성.
세 번째 4성.
네 번째 4성…….
“이런 미친? 진짜 주작이잖아!”
-아니지. 주작은 지금까지 네가 뽑았던 게 주작이고 이게 정상이라니까?
“아냐. 그럴 리 없어. 나의 라세가 이럴 리 없어…….”
-허허허. 천하의 카르페가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빨리 다음 장 안 까냐?
“제발…… 제발…….”
카르페는 자신의 모든 염원을 담아 마지막 장을 오픈했고.
파앗!
스킬 이펙트가 터져 나왔다!
“으아! 떴다!”
-……뜨긴 떴네. 우리 둘 다 틀리긴 했지만 말이다.
떠오르는 이펙트는 선명한 은빛!
6성 스킬을 알리는 이펙트였다.
“후우. 이게 어디냐.”
처음 8성을 뽑겠다는 호기로운 장담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44444로 끝나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카르페가 카드를 터치하자 곧 은색 카드가 제 정체를 드러냈고.
“헉.”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티나가 크게 숨을 삼켰다.
[6성 스킬 카드 – ‘기승’]드디어 염원하던 그분이 오시고야 만 것이다.
“주, 주, 주군……!”
“티나. 알았으니까 진정 좀 해. 혀 씹겠다.”
“저는 침착한 상태입니다. 기사란 어느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미덕…….”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해 봤자 설득력이 하나도 없었다.
“흐음.”
카르페는 아주 잠깐 고민한 후.
[축하합니다. 상급 스킬팩에서 6성 스킬 카드 – ‘기승’을 획득하셨습니다!]윈드 커터를 3강화 한다는 선택지도 있긴 했지만 카르페는 결국 기승을 선택했다.
……카르페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저 윈드 커터는 앞으로도 끝도 없이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타, 탁월하신 결정이십니다.”
늘 냉정하던 티나는 몇 번이고 말을 더듬고 있었다.
도대체 그녀에게 기승이란 어떤 의미를 지는 것이기에…….
[권속 광휘의 티스타니아가 습득 조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6성 스킬 – ‘기승’을 습득시키겠습니까?]“진행한다.”
[광휘의 티스타니아가 스킬 포인트 1을 소모하여 ‘기승’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주군께서 내리신 은혜, 전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맡겨만 주십시오. 주군의 가로막는 적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흥분해서 검을 치켜드는 인형 모드의 티나는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이미 호감도가 최고 수치라 더 올라갈 호감도가 없었지만, 아마 호감도에 한계선이 없었다면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끝도 없이 떴을 게 틀림없었다.
-그럼 스킬도 다 정리했으니 퀘스트나 진행하자.
“그래야죠. 하얀 악몽이랑 검은 역병이었죠?”
-그래. 정확히는 백호랑 엘더 스네이크지만.
“그런데 형도 마도왕 퀘스트는 이번이 처음이면서 어떻게 그 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거예요?”
-그놈들은 꼭 마도왕 퀘스트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지난번에 말했었지? 나도 과거에 라마르크에 오래 머문 적 있었다고.
과거 천마는 대륙 제일의 약소국에 숨어 있는 히든 퀘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리고 오랜 연구와 노력 끝에 라마르크에 내려오는 전설을 발견했고, 단서를 추적한 끝에 ‘하얀 악몽’과 ‘검은 역병’의 정체 역시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다.
-뭐, 그때도 잡긴 했었는데 히든 보스치고는 보상이 그저 그랬던 기억이 있군. 설마하니 마도왕과 관련된 몬스터일 줄은 몰랐다만.
“크으. 제가 해야 할 일은 전부 미리 경험하셨네요.”
-그래. 넌 주워 먹기만 하면 되는 거지.
“천마혈세! 만마앙복!”
“뀨웃뀨뀨! 뀨웃뀨뀨!”
“자, 찬양도 했으니 바로 출발하죠. 그럼 우선 어디부터 가면 되나요?”
-일단 검은 악몽 쪽부터 해결하는 게 좋지. 엘더 스네이크를 잡으면 백호를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거든. 퀘스트가 다 연계되어 있어.
“아하. 그렇군요.”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였고 천마는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12시련이라고 할 때부터 느낀 건데, 아마 이 퀘스트들은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이 모티브인 거 같다.
백호는 네메아의 사자로 치환되고, 엘더 스네이크는 히드라랑 맞아떨어졌다.
-아마 다른 시련들도 비슷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3개로 줄어서 다행이군. 헤라클레스 12시련 중에는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것도 몇 개 있으니까.
“……형이 이렇게 박식할 때마다 적응 안 되네.”
-구르고 구르다 보면 다 익히게 되는 거지. 그럼 출발하자. 아, 맞다. 그 전에 잡화점부터 들르고.
“잡화점요? 뭘 사려고?”
-엘더 스네이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선행 몬스터를 잡아야 해. 그런데 그 선행 몬스터도 히든 보스란 말이지.
잡화점에서 사야 할 물건은 그 선행 몬스터를 소환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잡화점에 들른 카르페는 천마가 사라고 한 물품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히든 보스를 소환하는 아이템이라고요?”
-그래. 지금은 영 아니다 싶지?
“솔직히 말하면 그렇죠. 이건 그냥 평범한…….”
-다 지켜보면 알게 된다. 출발하자고.
* * *
라마르크 인근에는 묘림(猫林)이라는 사냥터가 있었다.
이름 그대로 ‘고양이가 등장하는 숲’인데, 등장하는 고양이 몬스터가 실제 고양이와 별 차이가 없어서 인기가 아주 많았다.
“와, 진짜 너무 귀엽다.”
“아…… 진짜 이걸 어떻게 사냥하라고 만든 거야!”
고양이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필수적으로 한 번은 들르게 만드는 라마르크의 명물!
하지만 겉보기에 달리 이 고양이 몬스터들은 아주 강력했다.
자그마하고 잽싸서 공격은 잘 맞지도 않는데, 공격력은 어마무시해서 외모에 방심했다간 그대로 회색 화면을 보게 만드는 흉악한 놈들이었다.
고양이들로 유명한 묘림에는 보스 몬스터가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상식이었지만.
-사실 히든 보스가 숨어 있지. 라세 첫날에 기억나냐? 도토리 던졌더니 나무에서 대왕 다람쥐 내려왔던 거.
“아, 당연히 기억나죠.”
-그거랑 비슷해. 특정 사물에만 반응하는 히든 보스가 있거든. 잡화점에서 사 왔던 거 꺼내 봐.
그리고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거대한 3미터 크기의 빈 상자를 꺼냈다.
-윗부분만 열어서 대충 아무 데나 던져 놔.
“알겠습니다.”
카르페가 그렇게 상자를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크허헝!”
[묘림의 히든 몬스터 ‘대호’가 출현합니다!]숲 어딘가에서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고.
휙!
그대로 상자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웅크렸다.
“……헐.”
-고양잇과는 빈 상자 트랩에 걸려들기 마련이지! 자, 잡아라!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