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9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94화(94/581)
“……황당하네.”
이런 식으로 히든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처음 숲속에서 걸어 나올 때의 위풍당당함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컨테이너보다도 거대한 대호가 좁은 박스 안에 억지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는 모습은……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귀여웠다.
“아니, 저런 황당한 히든 피스를 어떻게 찾았어요?”
-거기엔 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이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해 주는 거로 하고. 일단 저 덩치 큰 고양이부터 처리하자.
“주군. 제가 선봉을 맡겠습니다.”
티나가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다.
이미 그녀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거대화를 마친 묵향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주군께 받은 새로운 힘을 사용해 볼 기회입니다. 향. 준비되었습니까?”
“뀨뀨!”
“걱정하지 마시길. 이번 전투가 끝나면 약속대로 도토리를 지급하겠습니다.”
“뀨우웃!”
“그럼…… 가겠습니다!”
두두두!
묵향이 질주했다.
티나의 ‘기승’ 스킬 효과로 묵향의 속도가 증가해서, 이제는 동물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아득히 넘어서고야 말았다.
“크헝?!”
박스 속에서 노곤한 표정으로 그르렁거리고 있던 대호는 깜짝 놀라 상자에서 벌떡 일어났으나.
“느리다!”
기승 버프를 받은 묵향이 조금 더 빨리 도착했다.
티나는 묵향을 탄 상태에서도 아주 능숙하게 검을 휘둘렀다.
티나의 검이 대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가자 붉은 핏방울이 허공에 튀어 올랐다.
“커헝!”
하지만 대호 역시 이 사냥터의 고고한 보스였다.
티나의 기습적인 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해서 스치는 것에 그쳤다.
분노한 대호가 거센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티나를 향해 앞발을 휘둘러 왔다.
“어림없다!”
하지만 티나는 대호의 공격을 너무나 쉽게 피해냈다.
티나가 왼 다리로 묵향의 옆구리를 툭! 하고 치자 묵향이 부드럽게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었다.
“크헝?”
자신의 공격이 이렇게 쉽게 빗나갈 줄 몰랐던 것인지, 대호는 당황하면서 계속해서 발톱을 휘둘러 왔지만.
툭. 툭.
휙! 휙!
티나의 신호에 따라 묵향은 손쉽게 공격을 피했다.
그 합이 너무나 절묘해서, 보고 있자니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천마와 카르페가 동시에 감탄을 터뜨렸다.
-허. 생각보다 더 훌륭한 마상 전투네. 기승 기승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있었구나.
“허어. 실로 놀랍구나. 마음이 일어나는 즉시 말이 움직이니 이는 인마일체(人馬一體)의 경지로다! 실로 삼국 시대의 무신인 여포를 방불케 하는 기마술이구나!”
-……요새 안 하던 컨셉질이 부쩍 늘었네. 이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나 봐.
“……마스터. 향이는 말이 아니라 다람쥐인데? 말이었으면 더 잘 싸웠을 거야. 과거엔 그랬어.”
“그래?”
“응. 티나의 단짝. 전설 등급의 전마(戰馬). 있었어. 지금은 없지만.”
“그랬구나. 과연 그래서…….”
기마술에 능숙한 것도 기승에 목을 매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구나.
카르페가 감탄을 토해내는 동안 티나와 대호의 싸움은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크허어엉!”
“큭?! 제법!”
티나의 검과 대호의 발톱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첫 격돌에서는 티나와 묵향의 현란한 움직임에 당황한 대호였지만, 이내 적응한 것인지 대호의 공격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티나는 이제 회피하지 못해 검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 공격을 받아낼 때마다 밑에서 묵향이 뀩! 뀩! 짧은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대호의 발에 실린 힘이 그만큼 무겁다는 의미였다.
-슬슬 참전해야겠군. 티나랑 묵향이 아무리 에픽급이라 하더라도 지금 레벨로선 저놈 못 이긴다.
“그렇게 보이네요.”
루아나 지역에서는 악마조차도 홀로 쓰러뜨린 티나였지만 지금은 버거워 보였다.
초보 지역인 루아나를 벗어나면 난이도가 폭증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카르페가 빠르게 둘 사이로 다가갔다.
“수고했어. 가세할게.”
“큿. 면목 없습니다. 주군. 못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아니, 충분히 잘 싸워 줬어. 꼭 혼자서 해결할 필요는 없잖아. 헤이스트 앤드 스트라이킹!”
띠링.
[헤이스트가 발동합니다.] [플레이어를 포함한 권속 두 체의 속도가 상승합니다.] [스트라이킹이 발동합니다.] [플레이어를 포함한 권속 두 체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상승합니다.]카르페가 가세하자 전력의 추는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향아! 지금!”
“뀨!”
카르페의 신호에 묵향이 짧은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그러자 대호의 발밑에서 회오리가 발생해 대호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묵향이 새롭게 익힌 7성 스킬, 윈드 블래스트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촤라락!
“커헝?!”
강력한 마법 데미지와 더불어 생긴 풍압에 의해 대호의 균형이 무너졌고.
“하압!”
“지금!”
그 빈틈을 카르페와 티나는 놓치지 않았다.
순식간에 품속으로 파고들어 대호의 급소를 노렸다.
퍼버버벅-!
[권마-카르페에 내장된 마법이 발동합니다.]건틀릿의 ‘히트 스펠’이 발동하며 카르페의 등 뒤로 마법진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고.
“크허어엉!!!”
마법진에서 윈드 커터가 발사되어 대호의 배를 난도질했다.
[대호가 상태 이상 ‘출혈’에 빠집니다.]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티나의 검이 정확하게 대호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갔다.
[치명적인 일격이 적중하였습니다! 대호가 3초간 스턴 상태에 돌입합니다.]“좋았어! 티나. 지금이야!”
“알겠습니다. 진격하라-!”
[광휘의 티스타니아가 전용 스킬 ‘광휘의 호령’을 발동합니다!] [30초 동안 아군의 공격력, 방어력이 대폭 증가합니다!]버프가 적용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카르페가 최종 스킬을 발동했다.
“영구동토!”
스킬 발동과 함께 얼음의 파도가 대호를 덮어 버렸다. 스턴에 빠진 대호로서는 짓쳐들어오는 영구동토를 피할 수단이 없었다.
쩌저적.
“커……헝…….”
대호의 거대한 신체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쨍그랑!
폭딜을 이겨내지 못한 대호는 그대로 깨져 나갔다.
[묘림의 보스 ‘대호(大虎)’를 처치하셨습니다.]빈 박스를 좋아했을 뿐인 커다란 고양이는 그렇게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휴우. 간단…… 어?”
그리고 보스를 쓰린 카르페의 눈앞에 아이템 자동 루팅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대호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대호의 가죽? 아!”
-룸 업그레이드 재료네. 역시 이놈이 드랍하는 거였구만. 이제 남은 건 숲 고양이의 털인가?
“분명 그랬었죠.”
룸을 4단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두 가지.
숲 고양이의 털 40개와 대호의 가죽이었다.
“숲 고양이 털도 뻔하네요. 여기 있는 고양이들 좀 잡으면 되겠네.”
-그렇겠지. 이번 룸 업그레이드 퀘스트는 친절하구만. 재료들이 한 지역에서 전부 드랍되는 거 보니.
“크으. 역시 편하게 갈 때도 있어야지. 밸런스 갓겜.”
카르페는 양심을 분실한 발언을 한마디 뱉은 후, 대호가 사라진 자리를 살폈다.
거기에는 두 가지의 아이템이 드랍되어 있었다.
[대호의 고기] [등급 : 히어로] [분류 : 요리 소재, 특수 소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고기도 남깁니다. 고급 요리 소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몬스터가 아주 좋아하는 소재입니다.]-다행히 한 방에 드랍됐네. 두 번 고생할 필요는 없겠어.
“아, 검은 역병을 소환하는 아이템이 이거예요?”
-그래. 엘더 스네이크 놈이 그 호랑이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
“거 참. 퀘스트 한번 희한하게도 만들어 놨네요.”
엘더 스네이크를 불러내기 위해서는 대호의 고기가 필요하고, 대호를 불러내기 위해서는 빈 상자가 필요하다니.
이렇게 꽁꽁 숨겨 놓은 걸 찾아낸 천마가 새삼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드랍템 역시 재료템이었다.
[대호의 뼈] [등급 : 레어+] [분류 : 특수 소재] [예로부터 호랑이의 뼈는 귀한 약재로 쓰였습니다. 특수한 가공을 통해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쓰읍. 장비템이 없는 게 아쉽네.”
-묘림의 몬스터는 딱히 득템이랄 게 없어서 재료 두 개 나온 것도 제법 잘 나온 거야.
“어쩔 수 없죠. 매번 득템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자신이 온 목적은 득템이 아니라 퀘스트였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과를 달성한 셈이었다.
목표로 했던 대호의 고기를 확보했으니 이제 바로 엘더 스네이크를 잡으러…….
“가기 전에 룸 업그레이드 재료만 모으고 바로 출발하죠.”
숲 고양이 사냥에 나섰다.
퍽!
“냐앙?!”
[숲 고양이를 쓰러뜨리셨습니다.] [숲 고양이의 털을 획득하셨습니다.] [묘안석을 획득하셨습니다.]“미안해. 인간이 미안해.”
-……말은 그러면서 손은 쉬지를 않는구나. 무섭다.
숲 고양이는 현실의 고양이와 거의 흡사한 모습이었다.
굳이 차이점을 꼽으라면 송곳니가 조금 더 날카롭다는 정도.
한마디로 몹시 귀여운 외양이었기에, 고양이 애호파인 카르페로서는 쓰러뜨릴 때마다 가슴이 저려 왔다.
“하지만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아이템은 아이템이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수확이 있다면, 이곳 숲 고양이가 ‘묘안석’을 드랍한다는 점이었다.
“이거 분명 ‘드래곤의 눈’ 업그레이드 재료였죠?”
광신도 프리스트를 쓰러뜨리고 획득한 레전더리 등급의 액세서리 ‘드래곤의 눈’.
드물게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장비 아이템이었는데 그 재료가 이곳에서 드랍되었던 것이다.
“크. 고양이 숲이 효자네, 효자야. 한 번 온 김에 전부 해결하고 가야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묘안석을 획득하셨습니다.]“됐다!”
카르페는 기어코 묘안석 99개를 전부 모았다.
루아나 지역과 달리 원 킬이 안 돼서 조금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저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빠른 속도였다.
-고생했다. 조금만 더 힘내서 엘더 스네이크까지 마무리 짓자. 어차피 여기서 별로 멀지도 않으니까.
카르페는 천마의 안내를 따라 묘림의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묘림의 첫 부근이 평범한 숲이었다면 묘림의 깊은 내부는 흡사 정글을 연상케 하는 환경이었다.
울창한 숲의 나무가 햇빛을 거의 가려서 어둑어둑한 길이 계속되었다.
“……그 엘더 스네이크라는 놈. 혹시 뭐 아나콘다라거나 그런 거예요?”
-눈치 빠르네. 정확하다. 초대형 뱀이지. 히드라처럼 머리가 여러 개는 아니지만 말이야. 아, 다 왔군. 저기다.
천마가 가리킨 곳은 인근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는 장소였다.
-저 나무 밑에 고기 내버려 두면 돼. 그 이후는 말 안 해도 알지?
“엘더 스네이크가 등장하고 잡으면 되겠죠. 혹시 따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흐음. 사실 엄청 까다로운 몬스터긴 한데…… 너한테는 예외다. 오히려 대호보다도 훨씬 쉬울걸.
“엥? 왜요?”
-흐흐. 조금 뒤면 알 수 있겠지.
카르페가 천마가 가리킨 나무 밑에 고기를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
나무 위에서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와 함께.
띠링.
[검은 역병 – 엘더 스네이크가 출현합니다!]나무를 타고 대형 뱀이 등장했다.
“샤아악!”
놈은 고기를 향해 다가가다가 카르페를 발견하고는 흉포한 울음소리를 뱉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엘더 스네이크가 ‘역병의 저주’를 발동합니다.] [신체의 마법, 독 내성이 크게 감소합니다.] [엘더 스네이크가 ‘석화의 마안’을 발동합니다.] [신체가 석화됩니다!]“……아.”
-어때. 내 말 맞지?
“그러게요.”
검은 역병. 엘더 스네이크.
까다롭기로 소문난 상태 이상 ‘석화’와 ‘독’을 사용하는 보스 몬스터.
마법 내성마저 감소시키기에 거의 100% 확률로 상태 이상을 거는 까다로운 몬스터였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다.
[해금이 발동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이건 뭐. 그냥 날로 먹는 거지.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