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1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13화
113. 60레벨
플레이어들이 예상대로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 시작할 때쯤.
‘슬슬 움직일 때가 됐군.’
류민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투명화를 사용한 뒤 아무도 모르게 모습을 바꿨다.
로스트야크의 모습으로.
‘검은 낫의 모습으로 드워프를 도와주면 배신자들을 배신했다는 게 들통날 테니까.’
그렇게 투명화를 한 채로 류민은 상황을 지켜봤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배신자들이 드워프를 공격하는 순간을.
‘아마 색출 작업이 시작되면 조급한 마음이 들겠지. 그럼 배신자들이 정체를 들킬까 두려워 먼저 드워프를 죽이려 들 테고.’
다른 상단은 몰라도 드워프 상단은 참가인원도 적어서 색출 작업이 굉장히 쉽다.
과거를 반복한 류민이었기에 이런 작업이 일어날 줄 미리 알고 있었고.
‘보통 4~6웨이브 때 색출하자고 하더니만 이번엔 좀 늦어졌군.’
그 정도 변수야 감안할 정도는 되니 상관없고, 류민이야 이렇게 투명화로 숨어서 기다리면 된다.
먹잇감이 미끼를 물기를.
‘드디어 움직이는군.’
류민의 눈에 배신자들이 움직이는 것이 포착됐다.
미리 배신자들의 얼굴을 알고서 생각을 읽다 보니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드워프들의 대장, 하이머를 노리고 있어.’
하이머를 노리려는 배신자는 넷.
류민은 미리 준비한 환두대도를 들었다.
당연히 낫은 정체가 발각될 우려가 있어 꺼내지 않았다.
주 무기가 아닌 탓에 실력이 이전만 못 하겠지만.
‘30레벨도 안 되는 녀석들 넷 정도야 식후 운동 거리도 안 되지.’
배신자들의 습격을 막는 데 문제 될 건 없었다.
탁탁탁-
녀석들이 움직였다.
미리 투명화 상태로 하이머의 곁에서 기다린 류민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야. 극적인 타이밍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하이머의 우호도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으니까.’
배신자들이 하이머를 노리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이계의 전사들이여!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오?”
하이머는 자신이 타깃이 된 줄도 모른 채 열심히 떠들고 있다.
그러다가 뒤늦게 자신을 노리는 칼날이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니,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챙-!
류민이 검을 쳐내자 투명화가 풀렸다.
“괜찮으십니까?”
“어, 어어. 당신은…….”
“제 뒤에 숨어 계십시오. 이 녀석들, 하이머 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하이머에게 적절한 대사를 쳐준 뒤 앞뒤를 힐끔거렸다.
앞에 둘, 뒤에 둘.
배신자 넷이 류민과 하이머를 에워싸고 있다.
나름 그럴듯한 살기를 풍기며.
“저 새끼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방해하지 말고 꺼져라. 뒤지기 싫으면.”
검은 낫의 얼굴이었다면 진즉에 꼬리를 말았을 하룻강아지들이 류민을 보며 으르렁거린다.
“아니다, 시간 없으니 너도 그냥 뒤져라.”
“드워프를 구하려는 네가 자초한 일이니 원망 마라.”
불식 간에 넷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달려들었다.
검이 네 개가 아니라면 막을 수 없는 각도였다.
그러나.
챙챙챙챙-
어떻게 움직였는지 검날을 모조리 튕겨낸 류민이 배신자의 가슴을 찔렀다.
푹-
“커허헉!”
“나는 말이야.”
환두대도를 뽑은 뒤 곧장 뒤쪽의 녀석의 검을 쳐내고 어깨를 베었다.
서걱-
“크아악!”
“진심으로 칼을 겨누는 놈들한텐 자비가 없거든?”
순식간에 둘이 당하자 남은 배신자들이 당황했다.
그러나 더욱 당황스러운 건 어느 순간 보이는 자신의 몸이었다.
그것도 목이 잘린 채로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는 몸뚱이 말이다.
툭- 툭-
두 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진 뒤에야 류민이 말을 마쳤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니 원망 마라.”
이미 죽은 자에게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류민의 솜씨를 본 주변 플레이어들이 감탄했다.
“와, 뭐야? 저 사람?”
“실력이 장난 아닌데?”
로스트야크의 얼굴이었기에 검은 낫이라곤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심지어 도검에다가 갑옷도 다른 걸 입고 있었으니.
“대단한데? 드워프를 구해내다니.”
“저런 실력자가 어째서 눈에 안 띈 거지?”
“어? 듣고 보니 그러네?”
의아함이 수긍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명이 넘는 대인원이었기에 처음 봤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 와중에 고개를 내려보니 드워프 하이머가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자신이 몬스터도 아닌 호위에게 공격당할 거라곤 생각지 못한 모양.
“이, 이게 무슨 일이오?”
“저희 팀 중에 배신자가 끼어 있습니다.”
“배, 배신자?”
“조금 전의 서로를 공격해 보던 광경도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야 이해되는지 하이머가 끄덕거리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이계의 전사 중에 배신자가 있었다니. 이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려.”
“하이머 님! 당장 신전에 항의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호위해야 할 그들이 도리어 적으로 돌변하다니요!”
“이래 가지곤 목적지까지 가기가…….”
“그마아안!!!”
하이머의 호통에 항의하던 드워프들이 동시에 합죽이가 됐다.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서로를 찔러보던 플레이어들마저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볼 정도.
“지금 그런 것들을 따질 때요? 이 순간 가장 혼란스러운 건 배신자가 숨어 있는 걸 안 이계의 전사들이 아니겠소?”
“…….”
“…….”
하이머가 류민을 올려다봤다.
“그대 덕분에 비루한 이 몸의 목숨을 건졌소. 부디 은인의 존함을 알려줬으면 하오.”
하이머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정체를 숨겨야 하는 류민으로선 검은 낫이라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
특히나 주변에서 이렇게 주목하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고 거짓으로 닉네임을 말하면 드워프로부터 혜택을 받기도 힘들 거야.’
난감한 상황.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남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럴 때를 위한 시스템이 있었다.
칭호다.
류민이 여태 획득한 여러 가지 칭호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숨김 해제’를 눌렀다.
[앞서가는 자]머리 위에 닉네임 대신 칭호가 떠올랐다.
닉네임은 숨길 수 있어도 칭호는 숨기지 못했다.
그 모습에 플레이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야? 저게?”
“왜 저 사람만 닉네임이 보이지?”
“우리는 없는데?”
칭호라는 걸 모르는 플레이어들이 닉네임인 줄 알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긴 얻어본 적이 없으니까 모를 만도 하지.’
룬보다 얻기 힘든 게 칭호였기에 류민은 주변 반응이 이해됐다.
그때 하이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다, 당신은? 앞서가는 자?”
칭호를 공개한 것이 그에게도 보이는 모양.
‘하지만 이계인들에게는 의미가 다르지.’
플레이어들에겐 단순히 닉네임을 대신할 문자일 뿐이었지만.
‘이 녀석들에겐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마치 내부적으로 정해진 스토리가 있는지, 칭호를 공개하면 그에 대해 반응하곤 한다.
“당신이 바로 앞서가는 자셨군요.”
“오오, 어쩐지!”
“앞서가는 자여. 당신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칭호를 공개하자 뭔가 우대하는 분위기.
류민으로선 손해 볼 게 없었기에 장단에 맞춰줄 뿐이다.
“그렇습니까? 제가 그리 유명하진 않을 텐데요.”
“허허, 앞서가는 자께서 겸손은.”
하이머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서가는 자시여.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대로 꼬챙이가 되어 돌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졌을 겁니다.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하군요.”
몸서리치는 하이머를 보며 류민이 혹시 몰라 물었다.
“내 이름은 말하지 않아도 됩니까?”
“이름이 무슨 의미겠습니까? 이미 앞서가는 자라는 명성이 있으신데.”
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닉네임 대신 칭호로 대체할 수 있겠군.’
이제 하이머가 아닌 다른 드워프를 만나더라도 이 칭호만 공개하면 드워프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때마침 메시지가 떠올랐다.
바라던 대로 드워프의 호감을 끌어냈다.
‘이것이 칭호의 순기능이지.’
류민이 메시지를 보며 웃는 와중에도 배신자 색출 작업은 계속됐다.
하지만.
“취익- 취익!”
“취이익!!”
갑자기 들이닥친 오크의 습격으로 색출 작업은 잠시 중단됐다.
류민도 이번에는 검은 낫이 아닌, 로스트야크의 모습으로 오크들로부터 드워프들을 지켰다.
우호도를 더욱 견고히 다지기 위해 액션을 취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앞서가는 자가 있으니 정말로 든든하군.
-실력도 다른 전사들에 비해 출중하고 말이야.
-내가 만든 무기를 저분께서 사용해 주신다면 정말이지 영광이겠어.
류민의 무위를 지켜보던 드워프들이 속으로 감탄을 이어가고 있었다.
류민은 평소보다 떨어지는 사냥 속도에 한숨을 쉴 따름이었지만.
‘이거 드워프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변신을 풀지도 못하겠고. 어쩔 수 없이 이번 웨이브만 환두대도로 사냥해야겠군.’
솔직히 사냥 속도가 불만이라곤 하지만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낫이었다면 네 마리를 한 방에 죽였을 텐데 환두대도로는 네 번을 찔러야 하는 귀찮음이 있을 뿐.
‘그래도 드워프들에게서 우호도를 쌓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야.’
아마 호위가 끝나면 류민이 노리는 보상을 줄 테지만 혹시 몰라서 평판을 더 쌓아뒀다.
확실하게 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그때 오크를 잡던 류민의 눈앞에 반가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등급이 ‘익스퍼트’에서 ‘마스터’로 상승하였습니다.] [이제부터 결투 신청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레벨이 60을 찍으며 마스터로 등급이 올랐다.
그러면서 결투 신청이라는 기능이 생겼는데, 나름 쓸모가 많은 기능이었다.
‘서로의 아이템을 걸고서 싸우거나 뭔가의 약속을 받고서 싸울 수도 있지.’
쉽게 말해 각자 담보를 걸고서 일대일 결투를 해서 이긴 사람이 차지하는 건데, 이계보단 현실에서 주로 쓸 일이 많은 기능이었다.
[등급 상승 기념으로 죽음의 인장 스킬이 강화됩니다!] [죽음의 인장 스킬의 추가 대미지가 140%->160%로 상향됩니다.] [등급 상승 기념으로 죽음의 밤 스킬이 강화됩니다!] [죽음의 밤 스킬의 범위가 1,000m->1,500m로 상향됩니다.] [등급 상승 기념으로 월광섬 스킬이 강화됩니다!] [월광섬 스킬의 범위 대미지가 1,200%->1,800%로 상향됩니다.]기존의 스킬들이 차례대로 강화됐다.
기꺼운 일이었지만 류민은 이보다 새로운 스킬에 눈길이 갔다.
[추가로 사신 전용 스킬 ‘적월(赤月)’을 배웠습니다!] [다음 스킬은 99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전용 스킬 – 적월(赤月)]-효과 : 10초간 월광섬의 쿨타임이 1초로 줄어든다. 24시간의 쿨타임이 지나야 다시 적월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