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19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19화
119. 마지막 시간 역행자
일반 그룹 퀘스트는 목적지까지 호위하기.
배신자 그룹 퀘스트는 목적지까지 호위 방해하기.
둘은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퀘스트였기에 한 그룹만 살아남을 수 있다.
‘1,201명이 죽느냐, 내가 죽느냐의 싸움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류민은 두 그룹 모두 생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모두 퀘스트에 성공해서 누구도 소멸당하지 않는 방법을.
‘어려운 방법은 아니야.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면 간단해.’
그렇기에 류민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같은 방법으로 공략해 봤었기에.
‘나 하나 살자고 1,201명 모두를 죽일 순 없지.’
1,201명 중엔 무엇보다 조용호가 있다.
안상철이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조용호는 차후 용병왕으로서 자신의 힘이 되어야 한다.
‘죽이긴 아까운 인재지.’
그래서 모두가 생존하는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다.
‘소멸당하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문제는 미래시의 룬을 얻을 수 있느냐지.’
계획대로만 되면 룬을 얻는 건 예정된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는 법.
‘만에 하나 대주교가 날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대주교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을 연출하지 못하면 호감을 살 수 없다.
호감을 얻지 못하면 그와의 단독 대면이 불가능해지고 그러면 보상은 물 건너간다.
‘일단은 보스가 뜰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곧이어 상단이 움직였고 본격적인 호위 퀘스트가 시작됐다.
1,202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플레이어들이 마차를 지키며 걸었다.
류민은 대주교가 탄 마차 옆에 자리 잡았다.
‘가능하면 지금이라도 눈에 띄는 편이 좋으니.’
아무래도 대주교 옆에서 싸워야 눈에 익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걷는 와중, 몬스터가 나타났다.
수많은 가고일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하, 하늘을 나는 몬스터라고?”
“X발. 저걸 어떻게 잡아?”
시작부터 당황한 플레이어들이지만 이내 검은 낫의 전투를 보고서 알 수 있었다.
날개 달렸다고 잡지 못하는 건 아니었음을.
“저기 검은 낫이 하는 것처럼 내려올 때 죽이면 돼!”
“죽여! 새새끼들!”
새라기엔 악마의 생김새였지만 플레이어들은 그만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치고빠지는 가고일의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으니까.
“이, 이 새끼들 생각보다 단단해!”
“일격에 안 죽잖아!”
일격에 안 죽으니 공격해도 금세 도망가버리곤 했다.
“날개가 있으니 쫓아갈 수도 없고 미치겠네!”
생각보다 전투가 길어졌지만, 한쪽은 아니었다.
서걱-!
일격에 머리통이 떨어지고 연이은 공격에 옆에 있던 가고일이 반으로 쪼개진다.
‘죽음의 밤.’
공간을 어둡게 만든 류민이 더욱 빨라진 공격 속도로 가고일의 머리를 떨어뜨리고 다녔다.
어쩌다가 도망치는 놈이 보이면 고민도 하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월광섬.’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가고일 세 마리가 조각났다.
스탯 디버프가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 검은 낫을 보며 플레이어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검은 낫 좀 봐.”
“미친, 졸라 세네.”
“뭔 썰기만 하면 한 방이야?”
이 와중에 넋을 잃고 보는 사람도 생길 정도.
류민의 활약을 지켜보는 건 비단 플레이어뿐만이 아니었다.
힐끔 고개를 돌리니 대주교가 마차 창문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생각은 읽지 못했지만, 눈을 떼지 못하는 게 관심은 끈 모양이다.
‘모르긴 몰라도 강한 첫인상은 심어줬겠지.’
가고일을 모두 학살하고 난 뒤, 짧은 휴식이 이어지고 곧바로 2 웨이브가 시작됐다.
“이것들은 또 뭐야?”
“생긴 게 판타지에서 나오는 트롤 같은데?”
‘맞다, 그 트롤.’
류민이 동조하며 낫을 들었다.
트롤의 키는 2.5m로 몬스터치고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빠른 재생력이 특징이다.
‘하지만 가벼운 상처만 재생할 뿐, 일격에 베어버리면 문제없지.’
물론 다른 플레이어가 일격에 베기엔 트롤의 피부는 너무 두꺼웠다.
류민에겐 순두부나 마찬가지였지만.
서걱- 서걱-!
트롤마저 토막 내버리는 류민을 보자, 플레이어들은 아예 혀를 내둘렀다.
“미쳤네, 미쳤어.”
“대미지가 어쩜 저리도 세지?”
“괜히 랭킹 1위가 아니야.”
트롤을 어찌어찌 잡아내고 몇 걸음 걸었더니 이번엔 미노타우로스가 나왔다.
“미노타우로스라고? 이거 실화냐?”
“저 괴물을 어떻게 잡으라고?”
“진짜 쉴 틈이 없네.”
플레이어들은 6라운드 때 미노타우로스가 얼마나 강한지 체험해 봤다.
싸우기도 전에 겁먹은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류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겁먹을 필요가 없는데. 오히려 반겨야 하는 거 아니야? 적어도 상대해 봤던 몬스터가 나온 거니까.’
더구나 그때와 지금은 레벨이 10 이상 차이 난다.
힘들긴 해도 몇 명이 합심하면 잡을 만하다.
플레이어들이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나이스! 잡았다!”
“전보다 더 쉬워졌는데?”
“할 만한데, 이 정도면?”
자신감을 가진 플레이어들을 보며 류민도 황소를 썰어댔다.
“크음머어어어!”
수십 마리를 도축했지만, 아이템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6라운드에서는 보스라서 아이템 드롭률이 높았던 거지 여기서는 잡몹 취급당할 뿐이었다.
그렇게 처절한 사냥 끝에 4시간이 흐르고, 25 웨이브가 다가왔다.
‘드디어 나타날 차례다.’
류민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기다리던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다.
쿵- 쿵- 쿵-
“뭐야?”
“이게 무슨 소리지?”
“땅이 진동하는데……?”
진동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크워어어어!”
6m가 넘는 신장의 지상 최강의 몬스터, 오우거.
8라운드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체구에 맞지 않게 날렵하게 달려간 녀석이 파리 잡듯 손을 휘둘렀다.
콰직-!
미처 대처하지 못한 플레이어가 곤죽이 된 채 죽었다.
“주, 죽여!”
플레이어 여럿이 오우거를 에워쌌다.
아니, 오우거가 그들에게 둘러싸여 줬다.
한 마리씩 잡는 것보단 한꺼번에 잡는 편이 오우거의 입장에선 더 좋았으니까.
퍼퍼퍼퍽-!
사람 두께의 곤봉을 휘두르자 플레이어들이 피하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쾅-! 콰직-! 콰작-!
발로 밟고 곤봉으로 묵사발을 내고 손바닥으로 머리통을 날려 버리고.
오우거가 공격할 때마다 플레이어들이 허무하게 죽어 나간다.
“X발! 저거 뭐야!”
“오우거가 저렇게 세다고?”
“이거 완전 설정 오류 아니냐?”
오우거 한 마리에 벌써 30구의 시체가 생겼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천 명이서 달려든다면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피해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때, 어둠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누구야?”
“검은 낫?”
두리번거리던 플레이어들의 눈에 데스 사이드를 길게 내뺀 류민이 보인다.
이 상황만을 기다렸다는 듯 침착한 모습.
새로 배운 스킬을 써볼 차례다.
‘적월.’
류민의 눈이 붉어졌다고 느낀 찰나, 섬광이 번뜩였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당황하던 오우거가 한 줄기의 빛을 발견했다.
서걱-!
“크워어어억!”
곤봉이 통째로 잘리면서 오우거의 가슴팍에 길게 상흔이 생겼다.
이어진 두 번째 빛이 가슴팍을 더욱 깊게 베고 지나갔다.
“크와아아아아악!”
오우거가 고통스러워 손을 들었지만 세 번째 빛이 그대로 팔뚝을 잘라버렸다.
네 번째 섬광은 목을 베었고, 다섯 번째 섬광은 쓰러지는 몸뚱이를 한 번 더 베었다.
촤아아악- 쿵!
“…….”
“…….”
불과 10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지만 플레이어들은 똑똑히 확인했다.
검은 낫은 플레이어 수천 명이 달려들어도 못 이길 상대라는 것을.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류민이 고개를 돌렸다.
대주교가 반쯤 벌린 입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계산대로군.’
대주교가 지켜보는 걸 확인하고서 오우거를 도륙 냈다.
모르긴 몰라도 확실한 인상은 심어줬을 터.
‘쇼를 봤으니 감상이라도 말해줘야지?’
은근히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뜨겁다.
-저 말도 안 되는 스킬을 다섯 번이나 연속으로 쓴다고?
-미친.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직업인 거야?
-검은 낫은 진짜 전설이다.
생각을 읽어보니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제대로 시선을 끈 모양.
그중에는 안상철도 보였다.
-내가 미쳤지. 저런 괴물을 따라잡을 생각을 하다니…….
‘그걸 이제야 깨달았냐?’
이번 일로 늦게나마 자신의 분수를 깨달은 안상철이다.
류민이 한쪽에 떠오른 메시지를 쳐다봤다.
[오우거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3배 버프가 적용 중입니다.] [칭호 효과로 경험치가 1.5배 증가합니다.] [경험치+16.37%] [골드+12,000] [추가 골드+6,000] [‘오우거의 건틀릿’을 획득하였습니다.] [‘오우거의 심장’을 획득하였습니다.]보스로 지정된 녀석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나오지 않을 아이템이 나왔다.
[오우거의 건틀릿]-분류 : 장갑
-등급 : 유니크
-방어력 : 180
-효과 : 힘+30, 지상 몬스터 상대 시 추가로 힘+30
-내구력 : 3,000/3,000
-사용 제한 : 익스퍼트 등급 이상
-설명 : 지상 몬스터의 포식자라 불리는 오우거의 건틀릿. 힘이 무식하게 오른다.
건틀릿을 본 류민이 실소를 지었다.
‘유니크 아이템이 나오다니.’
유니크지만 지상 몬스터를 상대로는 레전더리급 옵션을 발휘하는 미친 아이템이다.
현재 끼고 있는 그림자 장갑보다 좋았기에 즉시 착용했다.
기존에 박아뒀던 최상급 마정석도 오우거의 건틀릿에 새로 박았다.
[오우거의 심장]-분류 : 소지품
-설명 : 검붉은색의 단단한 돌. 겉모습은 이래도 진짜 심장은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오우거의 심장은 레전더리 등급 재료 아이템이야.’
이 역시 류민에게 필요한 아이템.
인벤토리에 모셔놨다.
‘다음에 레전더리 좀 조합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호위대장이 이쪽으로 접근했다.
“안녕하십니까. 이계의 전사님. 조금 전의 전투는 잘 봤습니다. 그 무서운 오우거를 순식간에 죽이다니. 이래서 사람들이 호위로 이계의 전사들을 고용하는가 봅니다. 하하!”
‘지금 그런 쓸데없는 말이나 하려고 온 건 아닐 텐데?’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말했다.
“용건이 뭐지?”
“아, 내 정신 좀 봐. 다름이 아니라 대주교님이 전사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나를?”
“예. 아무래도 전사님의 전투를 인상 깊게 보셨나 봅니다.”
“알았다. 어디로 가면 되지?”
“이쪽으로.”
호위대장을 따라간 류민이 대주교가 탄 마차 앞에서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문을 열자 대주교가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앉게.”
맞은편에 앉아 쳐다보자 마차의 문이 닫혔다.
잠시 침묵이 흐르던 중 대주교가 먼저 용건을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를 부른 건 제안을 하기 위해서네.”
“제안이요?”
“내가 높은 자리에 있다 보니 이런저런 위협에 시달리는지라 곁에 오래 둘 호위 무사를 구하고 있거든.”
대주교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가? 내 호위가 되지 않겠는가? 이만한 기회는 어디에도 없다네.”
‘확실히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지.’
이 세계에서 대주교는 교황과 동급의 인물.
신성 제국이란 곳에서도 대주교의 영향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 인물의 제안을 거절할 기회는 정말이지 흔치 않지.’
류민이 빠르게 대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그래, 당연히 그럴 줄 알았…… 뭐라고?”
당연히 수락할 줄 알았던 대주교의 눈에 황당함이 번졌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누군가를 지키는 데엔 자신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
대주교와 친분을 쌓아도 모자랄 판국에 거절하다니.
평소의 류민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이번만큼은 거절해야 한다.
미래시의 룬을 얻기 위해서는 대주교의 밑이라는 인식을 깔아둬선 안 되니까.
“후후, 자네는 다른 이들과 다르군. 다들 내 발끝이라도 핥아보려고 애쓰는데 말이야.”
“…….”
“그러고 보니 자네 이름을 듣지 못했군?”
류민은 이름 대신 칭호를 공개로 바꿔놓았다.
[마지막 시간 역행자]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칭호를 대주교에게 보여줬다.
미래시의 룬을 얻기 위해서.
‘어차피 대주교는 죽은 목숨이니까.’
대주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