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2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20화
120. 8라운드 결과 집계
시간 역행자라는 칭호가 머리 위에 뜨자마자 대주교의 눈빛이 달라졌다.
시선이 위로 향하진 않았으니 칭호를 본 게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느낀 거지.
‘역시 반응이 있군.’
정말 NPC라서 그런 걸까?
칭호를 바꿀 때면 이계인들은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명성을 가졌는지.
마치 그에 대한 설정이 세계관에 적용되는 느낌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불리냐가 중요하지요.”
“정말로 시간을…… 역행하신 겁니까?”
류민이 끄덕였다.
더 말해야 무엇하랴.
‘이미 대주교는 내가 시간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
생각을 읽을 필요도 없다.
말투부터 달라진 걸 보면 확실하다.
“허허, 시간 역행자가 정말로 존재하다니. 역시 사람이란 오래 살고 볼 일이군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던 대주교가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당신은 크로노스의 대리자이신 겁니까?”
류민이 끄덕였다.
알아서 신의 대리자라고 판단하는데 부정할 이유가 없었다.
대주교는 류민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이미 시간 역행자라는 칭호가 초월자임을 증명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아아. 크로노스의 대리자시여. 그대를 만난 것은 제 일생일대의 행운입니다.”
“그렇겠지요.”
류민은 그리 말하며 다소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대주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신을 모시는 대주교로서 신의 대리자를 본다면 어찌해야 할까?
당연히 잘 보여야 하지 않을까?
거기까지 계산이 서자 대주교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대리자께 드릴 진상품이 있습니다.”
대주교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류민이 받자마자 메시지가 떠오른다.
[신성 제국 대주교 라베르의 보상으로 ‘미래시의 룬조각’을 받았습니다.] [‘미래시의 룬조각’을 사용합니다.] [획득한 룬이 플레이어의 신체에 자동으로 각인됩니다!]원하는 걸 얻자 류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떻습니까? 신의 대리자께 어울릴 만한 물건 아닙니까?”
“과연. 만족스럽군요.”
씨익 웃은 류민의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미래시의 룬]-효과 : 7초 뒤의 대상의 미래를 본다. 때에 따라 미래가 시시각각 바뀐다.
류민은 즉시 대주교의 미래를 봤다.
7초 뒤의 대주교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류민이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습니까?”
“만족스럽습니다. 하여 보답으로 너를 신께 돌려보내고자 합니다.”
“정말입니까?”
반색하는 대주교에게 끄덕여준 류민이 손을 움직였다.
대주교의 머리를 잡고 틀었다.
뿌득-
목뼈가 부러져 죽었다.
‘악감정은 없다.’
실존하는 이계인인지 만들어진 NPC인지 알 수는 없지만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소멸한다.
평온한 얼굴로 죽은 대주교를 마차에 앉혀둔 채로 류민이 밖으로 나왔다.
“대화는 잘하셨습니까?”
호위대장의 물음에 류민이 마차의 문을 닫으며 끄덕였다.
“예. 대주교님께선 생각할 게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하시는군요.”
“대주교님께서요?”
끄덕이자 호위대장은 알겠다고 대답하며 별다른 의심 없이 돌아섰다.
그렇게 원하는 걸 얻고 나서 26 웨이브가 시작됐다.
류민은 괴수들을 처치하면서 이따금 대주교의 마차를 쳐다봤다.
누가 들어가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30 웨이브까지는 대주교를 죽인 걸 들키지 않아야 해.’
류민의 목적은 마차의 모든 이계인들을 암살하는 것.
마차당 한 명의 마부가 타고 있었으니 총 50명을 죽여야 했다.
‘거기에 호위대장이랑 대주교까지 해서 52명이지.’
대주교는 이미 죽였으니 나머지를 죽여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마지막 30 웨이브를 치를 때, 그때 움직인다.’
기다리고 있는데 30 웨이브가 시작됐다.
“미노타우로스다! 막아요!”
“질긴 새끼들! 지치지도 않고 또 쳐들어왔네.”
“10분 남았어요! 조금 더 힘내요!”
서로 격려하며 플레이어들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냈다.
처음 1,202명이었던 그들도 지금은 1,000명대가 될 정도로 많이 줄었다.
난이도가 있다 보니 사망자가 나와서 이상할 건 없었다.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그들을 뒤로하고 류민은 마부들을 암살했다.
뿌드득-
‘다섯.’
뿌드득-
‘스물.’
뿌드득-
‘마흔둘.’
마차를 연이어 넘어 다니며 소리소문없이 마부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워낙 은밀하게 움직인 것도 있지만 몬스터와의 혈투에 정신없는지라 다른 플레이어가 알아차리는 일은 없었다.
뿌드득-
‘이걸로 쉰.’
그리고 마지막 남은 호위대장.
그의 뒤로 은밀하게 접근한 류민이 목을 돌렸다.
뿌득-!
이계인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그 순간.
[마지막 시간 역행자에 대한 신성 제국의 평판이 ‘중립적’→‘적대적’으로 하락하였습니다.]신전의 평판이 적대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반대로 기꺼운 일도 있었다.
[인간 상단의 이계인을 모두 처치했습니다.] [목적지까지 못 가게 상단 방해하기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결과 집계 시 퀘스트 성공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탯 하락 디버프가 해제됩니다.] [잠시 후 대기 장소로 귀환합니다.]원했던 대로 배신자 퀘스트를 완료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일반 그룹의 플레이어들은?
시선을 돌리니 여전히 미노타우로스와 혈전을 치르고 있다.
‘예상대로군.’
일반 그룹의 퀘스트는 목적지까지 상단 호위하기.
즉, 제한 시간을 모두 소진했을 때 목적지에 마차가 있으면 성공한다.
반대로 배신자 그룹의 퀘스트는 목적지까지 상단 방해하기.
즉, 제한 시간을 모두 소진했을 때 목적지에 마차가 없어야 성공한다.
‘하지만 배신자 그룹에는 또 다른 성공 조건이 있지.’
바로 이계인들을 모두 처치했을 때다.
지금처럼.
‘상단의 이계인들을 모두 죽이면 마차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 시스템은 배신자 그룹이 퀘스트에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조금 전에 성공 메시지가 떠오른 게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일반 그룹은 실패로 떴느냐?
‘아직 실패하지 않았어.’
제한 시간이 5분 남짓 남아있었기에 실패했다고 보지 않았다.
그 말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뜻.
‘마차를 목적지까지만 도착하게끔 수를 쓰면 일반 그룹도 퀘스트에 성공할 수 있어.’
즉, NPC가 없더라도 마차만 목적지에 가져다 놓으면 성공 조건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지.’
류민이 분신을 만들어 선두에 있는 마차에 앉혔다.
그리고 마차를 목적지까지 끌게 했다.
‘선두의 마차가 움직이면 마부가 없더라도 다른 마차들이 알아서 따라붙겠지.’
이미 지난 회차에서 실험해 봤기에 의심할 나위는 없다.
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결과가 바로 이거다.
‘이러면 나도 이기고 일반 그룹도 이기게 되지.’
자신의 분신이 목적지까지 마차를 이끌게 한다면?
류민이 없더라도 일반 그룹도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으리라.
잠시 후.
[대기 장소로 이동합니다.]메시지와 함께 류민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을 한 번 깜박이고 도착한 곳은 배신자들이 모였었던 회색의 공간.
[오오, 검은 낫? 여기 오신 걸 보니 퀘스트를 성공하셨군요?]천사 아리엘의 입꼬리가 기분 나쁘게 올라갔다.
[킥킥, 결국엔 1,201명의 목숨을 버리고 자신 혼자 살기로 선택한 건가요? 하긴 자기 목숨만큼 중요한 것이 없죠. 당연한 선택이에요.]아무래도 천사는 이계의 상황을 모르는 눈치였다.
[죄책감은 느끼지 마세요. 어차피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퀘스트였어요.]“…….”
[그리고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편이 더 재미있잖아요? 당신은 충분히 재미를 줬…….]그때 별안간 아리엘이 말하다 말고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뭐지? 오류인가?]“무슨 일입니까?”
[인간 상단의 일반 그룹이 퀘스트에 성공했다고 전달받았어요. 뭔가 잘못된 모양이에요.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 봐야겠어요.]그리 말한 아리엘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는 듯 허공을 응시하면서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천사가 침묵을 깬 것은 몇 분이 흐르고 나서였다.
[말도 안 돼. 검은 낫. 당신 무슨 짓을 저지른 거죠?]“무슨 말이신지?”
[기록된 영상을 보니 당신의 분신이 마차를 움직였어요. 이계인들이 모두 죽었는데 말이에요. 그 때문에 목적지에 마차가 도착했고 일반 그룹이 퀘스트에 성공했어요.]“그래요? 다행이네요.”
[다행? 그 말은 일부러 분신을 이용해서 마차를 목적지에 닿게 했다는 말인가요? 일반 그룹을 구하기 위해서?]“예. 저 혼자 살아남는 것보단 다 같이 살아남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더 재미있기도 할 테고.”
[…….]아리엘은 할 말을 잃었다.
‘두 그룹을 모두 생존시켰다고? 그게 가능해?’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은 안내자인 자신조차 몰랐다.
시스템의 성공 조건과 실패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 될 건 없겠죠? 시스템이 성공이라고 했으니까요.”
어이가 없었지만, 아리엘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검은 낫은 두 그룹의 퀘스트를 모두 성공시켰다.
[퀘스트는 성공입니다. 원래 자리로 보내드리죠.]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류민은 처음 시작 장소인 무채색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플레이어가 눈을 깜빡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엔 조용호 일행도 있었고 안상철도 있었다.
민주리와 서아린, 허태석, 엄준석도 보였다.
‘모두 살았군.’
극소수만이 죽었을 뿐, 시작할 때 봤던 수천 명이 그대로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 중 절반은 사라졌을 것이다.
어차피 잠시 후 집계 결과 시 절반은 소멸하겠지만.
‘기여도에 의해 소멸하는 건 나도 막을 수 없지.’
이윽고 천사 아리엘이 좌중 앞에 나타났다.
[호위하기 퀘스트는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의외로 죽은 인간이 얼마 없군요. 누구 덕분에.]아리엘의 시선이 잠시지만 류민에게 향했다.
[참고로 배신자가 남았으므로 서브 퀘스트 완료자는 없습니다. 그럼 결과부터 볼까요?]★ 8라운드 결과 집계 ★
[전 구역]└1위. 검은 낫 (Lv80 사신) 기여도 281,283점
└2위. 크리시 (Lv40 프리스트) 기여도 86,331점
└3위. 민주주의 (Lv38 버퍼) 기여도 82,113점
[해당 구역 C2-ESKA003]└1위. 검은 낫 (Lv80 사신) 기여도 281,283점
└2위. 민주주의 (Lv38 버퍼) 기여도 82,113점
└3위. 조용호 (Lv39 용병왕) 기여도 74,213점
기여도를 수치로 환산한 결과.
이번에도 역시 검은 낫이 압도적인 기여도를 가져갔다.
다른 플레이어와 달리 혼자서 세 상단을 돌면서 몬스터를 쓸어 담았으니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1위를 찍자 플레이어들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80레벨이라는 압도적인 숫자가 플레이어들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미친. 어떻게 벌써 80레벨을 만든 거지?’
‘난 아직 40레벨도 못 찍었는데.’
‘와, 5시간 동안 개고생을 했는데도 검은 낫의 발끝도 못 따라가겠네.’
‘진짜 레벨 업 비법 좀 알고 싶다.’
부러움과 시기와 경외감이 혼재된 시선들이 류민에게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민은 자신 앞에 떠오른 보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물음표로 가려진 배신자 퀘스트 성공 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