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35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35화
135. 99층
[시련의 탑 99층에 진입하였습니다.] [마지막 시련에 맞서면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99층 공략 성공 시 ▶ ????]메시지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류민은 앞으로 걸어갔다.
단층이 있는 지름 150m의 넓은 투기장이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 중앙으로 걸어가자 메시지가 떠오른다.
[99층 진입자의 정보를 스캔합니다.] [플레이어 : 검은 낫 (Lv89 사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플레이어의 정보를 스캔 및 복사 중입니다.]………………
…………
[스캔 및 복사 완료. 10초 후 마지막 시련이 시작됩니다.]정확히 10초가 지나자.
파츠으으읏-
류민의 눈앞에 흑마갑을 입은 사내가 낫을 들고서 나타났다.
[눈앞의 적을 상대하십시오.]눈앞의 적.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 그게 99층의 마지막 시련이지.’
이미 알고 있던 류민은 당황하지 않고 낫을 들었다.
상대방, 검은 낫을 꼭 빼닮은 녀석 역시 데스 사이드를 들고서 다가온다.
전 구역 랭킹 1위의 최강자들이 한 지점에서 격돌했다.
카앙-! 캉!
허공에서 낫이 부딪치며 맑은 쇳소리를 낸다.
카가각- 카각-!
때론 낫끼리 긁히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끼끼기기긱-
낫을 맞대며 힘 싸움을 할 때는 비명 같은 쇳소리가 정신을 깨우기도 한다.
짧은 사이에 수십 번의 공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뒤로 물러섰다.
‘단순한 허상이 아니야. 정말로 나와 똑같이 복제된 클론이다.’
힘도, 순발력도, 스피드도, 뭐하나 자신과 닮지 않은 구석이 없다.
완벽한 자신.
거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똑 닮았다.
류민의 눈빛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최강의 플레이어가 눈앞에 있었으니 그도 당연했다.
그때 녀석이 뒤로 한 발을 빼며 낫을 휘두르려는 자세를 취했다.
키이이이잉-
‘월광섬?’
류민이 즉시 점프를 뛰었다.
하지만.
1초 후, 예상했다는 듯 점프를 뛴 방향으로 월광섬이 날아왔다.
피할 수 없는 각도.
그러나 류민도 공중에서 이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월광섬.’
달빛을 머금은 두 개의 칼날이 부딪쳤다.
콰콰콰콰콰쾅-!
거대한 에너지끼리 부딪치자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류민이 풍압에 밀려 날아갔다.
둘의 거리가 벌어지고 그사이를 흙먼지가 가득 채웠다.
클론이 류민을 죽이기 위해 달리다가 멈칫거렸다.
기척 감지로 느껴지던 류민의 기척이 사라진 탓이다.
잠행의 룬 덕분에 완벽한 투명화가 가능했기에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윽고.
퍼억-!
먼지를 뚫고 나타난 류민의 낫이 클론의 머리를 찍어버렸다.
기습을 성공시켰지만 류민은 웃을 수 없었다.
시체가 흐물거리며 사라졌기 때문이다.
‘분신……!’
짧은 순간 분신을 쓴 클론이 류민의 뒤에서 나타났다.
살기를 머금은 낫이 허리를 노렸다.
서걱-!
류민의 허리가 두 동강 났지만, 이 또한 분신이었다.
역으로 클론의 뒤를 점한 류민이 낫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를 예상했다는 듯 간발의 차이로 피한 클론이 낫으로 대응한다.
카앙-! 카앙-! 캉!
짧은 순간 세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뒤 클론이 사라졌다.
스르륵-
류민 역시 투명화를 시전했다.
둘의 모습이 사라졌다.
고요한 적막이 주변을 잠식했다.
‘역시 만만치 않군.’
자기 자신이 상대라 그런지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분신의 룬, 투명화, 월광섬 등.
활용 능력이 꽤 높다.
이미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어서 전부 공격을 막아낸다.
‘그럴 수밖에 없지. 미래시의 룬이 있으니까.’
류민도 상대의 7초 뒤의 미래를 보고 움직이는데 클론이라고 안 그럴까?
‘월광섬을 쓸 때 뛰어오른 것도 이 때문이지. 풍압으로 인해 거리가 벌어지면 미래시의 룬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류민이 괜히 공중으로 뛰어오른 게 아니다.
월광섬끼리 부딪치면 풍압에 의해 날아갈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거리를 벌리고 흙먼지로 시야를 가린 상태라면 더 이상 미래시의 룬으로 읽지는 못할 테니까.
‘하지만 이 작전도 실패야. 놈의 두뇌와 순발력을 감당할 수가 없어.’
칭호, 룬, 스탯은 물론, 착용한 아이템, 가지고 있는 아이템, 전투 센스 등 모든 것이 똑같다.
그야말로 거울을 상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류민이 고전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지.’
99층 보상이 걸렸는데 포기할 리 있겠는가?
류민의 낫이 상대가 있을 만한 곳을 향해 움직였다.
* * *
콰콰콰콰쾅-!
쿠콰콰콰쾅-!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연달아 터진다.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섬광이 어둠을 밝힌다.
죽음의 밤, 적월, 월광섬 콤보가 상대를 향해 펼쳐졌다.
‘이거 한 번만 스쳐도 사망하겠는데?’
월광섬을 월광섬으로 막아내던 류민이 상대를 향해 씩 웃었다.
“다섯 번. 다 썼지?”
“…….”
“나도 마찬가지야.”
녀석은 자신의 클론이었지만 말까진 하지 않았다.
표정에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저 기계 같은 얼굴로 묵묵히 낫을 휘두르러 달려올 뿐.
카앙-! 카앙-!
서로 7초 뒤의 움직임을 알고 있어서인지 합을 맞춘 듯 공방이 이어진다.
스탯까지도 완벽하게 일치하니 힘으로 찍어누를 수도 없다.
‘1시간이 지났는데 서로 상처 하나 없다니.’
죽음의 표식으로 상대의 체력 바가 보이기에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전혀 지치지도, 상처를 입지도 않았다.
그건 류민도 마찬가지지만.
스르륵-
스르륵-
둘이 동시에 투명화를 쓰자 다시금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투명화를 쓰면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지만, 이때가 그나마 류민에게 주어진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작전을 구상할 시간이기도 하고.
‘후우, 이제 나 자신을 어떻게 공격해 볼까?’
웬만한 공격 패턴을 전부 써봤지만 통하지 않는다.
미래시의 룬으로 예지해 버리니 그도 당연했다.
예측하지 못하게 흙먼지라도 일으키면 이미 방법을 생각해뒀다는 듯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하여 기습은 먹히지도 않고 오히려 역습의 기회를 주곤 한다.
물론 류민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고 다음 카드를 꺼내 들지만.
‘이래 가지곤 진전이 없군.’
서로 같은 스탯에 같은 실력에 같은 능력을 갖췄다.
그런 거울 같은 존재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99층을 공략해 본 류민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이기지 못한다면 버틴다. 그것밖에 없어.’
이 싸움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보이진 않지만 제한 시간이 걸려 있으므로.
‘무려 24시간이나 걸려 있지.’
99층의 진짜 공략법은 바로 자기 자신을 상대로 24시간을 버텨내는 것.
시스템도 눈앞의 적을 상대하라고만 했지 죽이라는 말은 안 했다.
‘즉, 99층은 자신과 싸우면서 정신력을 테스트하는 게 주목적이라는 말씀.’
자기 자신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여태 수십 번을 공략해 봤지만 자기 자신을 이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버티는 게 한계야.’
이길 수 없다면 버틴다.
그렇다고 지면 곤란하다.
정신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순간이라도 빈틈을 보이는 순간, 자기 자신이 류민을 죽일 거다.
그럼 가차 없이 탈락이다.
99층 보상은 영원히 물 건너 가버린다.
‘천사에게 대항할 수단이 사라진다? 그것만은 절대로 안 돼.’
류민이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힘들지 않다.
‘이제 고작 1시간 지났을 뿐이야.’
시간이 적혀 있진 않지만, 체감상으로 보면 23시간이나 남아 있다.
길고 긴 마라톤이나 마찬가지.
시간이 보이지 않기에 힘들 수 있지만 류민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시간이 보이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어. 차라리 안 보이는 게 마음 편해.’
지금까지는 시간을 체크했지만 이제는 시간을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남은 23시간을 마라톤 경주하듯 눈앞의 클론과 합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시간은 종료되고 99층도 클리어할 수 있겠지.’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낫을 들었다.
오직 99층의 최종 보상을 위하여.
* * *
카앙- 카앙-!
콰콰콰콰쾅-!
카가가가각! 카가가각!
날과 날이 부딪치는 소리를 음악 삼아 류민은 버텼다.
99층 완료 메시지가 떠오를 때까지 버티고 버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른다.
처음 1시간 이후로 세보지 않았기에.
무념무상인 상태로, 오직 눈앞의 적만 상대했기에.
‘최고의 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하던가?’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
현재 최고의 상대는 저 녀석이다.
거울처럼 똑같은 모습을 한 낫을 든 미친놈.
‘아, 욕해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인가? 뭐 상관없지. 미친 건 사실이니까.’
저 미친놈의 머릿속엔 오직 자신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미친 듯이 낫을 휘둘렀고 매번 다른 패턴의 공격을 해대곤 했다.
‘나 자신이 적으로 나타난다면 저런 모습이겠지.’
89레벨의 스탯도 똑같아서인지 도통 지치질 않는다.
5분 이상을 쉬는 법이 없다.
‘정말로 거울과 싸우는 거 같아.’
지친다.
이런 싸움을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던가?
이제는 모르겠다.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을 뿐.
‘간단해. 그냥 녀석의 공격을 단 한 번만 허용하면 그만이야.’
포기하는 건 쉽다.
검은 낫의 대미지는 평타라 해도 치명적이었으니.
‘운 스탯이 높아서 크리티컬이 뜨겠지. 아, 어쩌면 흑마갑 효과로 방어할 수 있을지도.’
67%의 확률로 공격을 흘려내니 운 좋으면 한 번은 안 죽을지 모른다.
‘그럼 딱 한 번만 맞아줄까? 안 죽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다가 죽으면?
‘그냥 현실로 귀환하는 거지 뭐.’
모든 걸 내려놓고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 버릴까?
그런 안일한 생각이 들 때마다, 류민은 자신이 겪은 기억을 떠올렸다.
죽어가는 사람들.
지키지 못한 사람들.
현실에 두고 와야 하는 유일한 동생까지.
번쩍-!
눈앞에 적의 월광섬이 드리운다.
본능적으로 이미 준비하고 있던 류민이 같은 스킬로 대응했다.
쿠콰콰콰쾅-!
폭발음과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켜야 한다. 또다시 세상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여기서 죽으면 99층 보상은 물 건너간다.
천사에 대항할 수단을 잃으면 20라운드를 공략하더라도 희망은 없다.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군.’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류민의 정신이 돌아왔다.
카가가각-!
머리를 쪼개러 들어온 낫을 막아내며 힘겨루기를 했다.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그 누구도 밀리지 않는 힘 싸움을 하고 있는데.
류민의 몸이 앞으로 휘청였다.
샤라라락-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을 겨루던 클론이 별안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제한 시간 24시간을 버텨냈습니다.] [시련의 탑 99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최초로 시련의 탑 99층을 클리어한 플레이어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시련의 탑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신의 업적이 아카식 레코드에 등재됩니다.]그토록 원하던 99층을 공략하고 말았다.
이제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털썩-
모든 힘을 소진한 듯 류민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후욱.”
메시지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숨을 몰아쉬던 그때.
[플레이어의 경이적인 정신력에 시련의 탑이 감탄합니다.] [체력과 정신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칭호 ‘지고의 존재’를 획득합니다.]체력과 정신력이 회복되자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얻었구나. 천사에 대항할 칭호를.’
류민이 칭호의 정보창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