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47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47화
147. 보코 하람
“흐흐, 오늘은 어떤 싱싱한 년들이 들어왔으려나?”
조직원 몬타이는 물건을 받으러 갈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다.
매일 뉴페이스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겁탈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내가 이래서 조직 일을 못 끊지. 완전 내 적성에 맞는다니까?”
매일같이 새로운 여성들을 골라서 할 수 있는 기쁨은 자신이 괴물이라는 것도 잊게 했다.
“그나저나 어지간히 급했나 봐. 깐깐한 그 양반이 20%나 깎은 가격으로 물건들을 넘기겠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나 봅니다.”
뭐, 아무래도 좋다.
자신은 물건을 이송하기 전, 원하는 년을 골라서 겁탈한 다음 조직으로 데려가면 그만이니까.
“형님, 다 왔습니다. 내리죠.”
“어, 그래.”
보조로 같이 온 부하 사미르가 웃으며 물었다.
“오늘도 한 발 빼실 겁니까?”
“당연하지. 내가 언제 쉬는 거 봤냐?”
“물건이 여자 셋, 남자 하나라고 했나요?”
“어. 남자 놈은 꽁꽁 묶어버리고 여자들은 우리가 한 명씩 초이스하자고. 당연히 나 먼저인 거 알지?”
“그럼요. 제가 언제 형님한테 양보 안 한 적 있나요?”
“그래, 고맙다, 이 새끼야. 큭큭.”
실실 웃음 지은 두 사람이 자동소총을 메고서 인신매매단으로 들어섰다.
“응? 다들 어디 간 거야? 손님이 왔는데 마중 나오지도 않아?”
“흔한 문지기 하나 없네요?”
어디 화장실이라도 갔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터벅터벅 걸어가던 그때.
“응? 저건 뭐야?”
구역 한가운데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구릿빛 피부의 동양인이었다.
“저 새끼 뭐야?”
뭐냐고 묻기도 전에 류민이 낫을 소환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곧바로 자동소총을 겨누며 경계한다.
“저, 저 원숭이 새끼 플레이어다!”
“X발,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설마 저놈한테 당한 거야?”
조직원 중에 동양인이 있을 리가 없다.
인신매매단이 당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죽여 버려!”
투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탕!
귀청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총알 세례를 맡기만 하던 류민이 픽 쓰러졌다.
“X발, 어떻게 된 거야?”
“처치했나?”
그때 두 사람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쯧쯧, 부활 주문을 외우면 어떡해.”
“……!”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순간 두 사람은 보았다.
조금 전까지 총알을 퍼부었던 동양인이 귀신처럼 서 있음을.
그리고 웬 동양인 여성이 쳐다보고 있음을.
당장 총구를 겨눌 것 같던 조직원이 이내 팔을 늘어뜨렸다.
“지배했나?”
“예, 주인님.”
“좋아. 시선을 끈 보람이 있군.”
총알받이 역할을 하던 분신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이윽고 류민이 눈짓하자 얌띠가 조직원들에게 물었다.
“너희 조직이 하는 일들을 불어.”
“남자는 장기 적출 후 장기매매를 하고 남은 껍데기는 인육으로 사용합니다. 여자는 조직원 여덟 명이 돌아가면서 강간, 강제로 임신하게 하여 아기를 팔아넘기는…….”
“그, 그만 말해!”
얌띠의 지시에 조직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지?”
“더, 더는 못 듣겠어요.”
얌띠가 듣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난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잠시 진정할 시간을 준 류민이 얌띠에게 명령했다.
“일단 이 녀석들을 앞세워 조직에 들어가 보지.”
“네, 알겠어요. 멋대로 말을 끊어서 죄송해요, 주인님.”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한다.”
“가, 감사해요. 정말 바다같이 너그러운 주인님을 만나 다행이에요. 평생 복종할게요.”
“당연한 소릴.”
류민은 믿었다.
이렇게 조직들을 찾으러 올라가다 보면 IS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어차피 이놈들이 IS에서 파생된 조직들이었으니까.
* * *
나이지리아 북부의 의료시설은 열악하다.
의사가 많이 없는 게 현실.
주마다 제대로 된 의사는 2~3명밖에 없었으니 말 다 했다.
그래서일지 모른다.
나이지리아 남부의 라고스 출신인 자신이 머나먼 북부로 잡혀 와 의무관 행세를 하는 이유는.
“다 됐습니다.”
응급치료 스킬로 자상을 치료한 빅터 자파일레가 상대를 쳐다봤다.
평범하게 소총으로 무장한 조직원이다.
플레이어인 자신이라면 녀석을 죽이고 도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야.’
IS에 충성을 맹세한 조직, 보코 하람.
나뭇가지처럼 갈래갈래 퍼져 있는 이 조직의 본거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기엔 자신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잡혀 와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많았는데 모두 잠파라주 카야의 외딴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아이들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납치했는지는 모르지만, 의료인으로서 이들을 차마 버리고 도망치기가 힘들었다.
이미 같이 지내며 정이 든 것이다.
그러면 조직원들을 모두 죽이고 같이 도망가면 되지 않냐고?
‘나도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
하지만 보코 하람엔 일반인만 있는 게 아니다.
일반인만큼 많은 게 플레이어라고 알고 있다.
당장 여기 있는 세력만 하더라도 30명의 플레이어가 사방을 지키고 있다고.
그것이 빅터가 여태껏 도망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였다.
“이봐, 빅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예? 아, 아닙니다.”
“멍 때리는 걸 보니 요새 생활이 편안한가 봐? 응? 꼴에 의사라고 우리가 대우해 주니까 만만하게 보여? 그런 거야?”
“그, 그럴 리가요.”
난처한 얼굴로 손사래 친 빅터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켰다.
‘한 주먹도 안 되는 개새끼가…….’
참을 수밖에 없다.
당장 기척 감지로 확인되는 플레이어만 하더라도 다섯 명이 있었고, 주변 탐색 스킬을 써도 수십의 점들이 찍혀 나온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 함께 납치된 아이들과 사람들을 버리고 혼자만 도망칠 순 없다.
“처신 잘해, 의사 양반. 이제 너 따위가 아니어도 플레이어에게 누구나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
“…….”
“그럼 이런 궁금증이 남겠지. 치료가 가능하다면 굳이 자신을 살려두는 이유가 뭔지. 뭐일 거 같아?”
“그, 글쎄요……?”
“뭐긴. 그간의 정이 있어서 살려두는 거지.”
빅터는 하마터면 코웃음을 흘릴 뻔했다.
‘정? 웃기고 있네.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이.’
장장 1년 동안 IS에 잡혀 있던 빅터는 알고 있다.
이 녀석들이 납치한 사람들을 상대로 어떤 개짓거리를 일삼는지.
‘그간의 정이 있어서 살려두는 거라고? 지랄하고 있네. 내 능력 때문에 살려두는 거겠지.’
놈들은 자신의 클래스가 연금술사라는 걸 알고 있다.
일부러 털어놓은 게 아니라 죽어가던 여인을 살리기 위해 힐링 포션을 썼다가 들킨 것이었다.
그 이후로 자신의 룬과 스킬, 능력 등을 꼬치꼬치 캐묻던 녀석들은 매일매일 포션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 포션들을 가지고 뭘 했는지는 모른다.
아마 암시장에 거래해서 배를 불리던가 자기들이 쓰려고 비축해 두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하루에 한 번만 만들 수 있고 종류도 랜덤으로 만들어진다고 거짓말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시중에 대량의 포션이 풀렸을지도…….’
그렇기에 정 때문이라는 건 개소리다.
연금술사라는 이유가 자신을 죽이지 않는 이유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순 없지 않은가?
“하여간에 처신 잘하라고. 뒤지기 싫으면.”
“예에…… 명심하겠습니다.”
조직원이 피식 비웃음을 흘리며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플레이어면서 일반인 조직원에게 무시당하는 처지라니.
빅터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아, 리키. 언제부터 보고 있었니?”
“처음부터요.”
빅터가 아이들을 예뻐하는 만큼 아이들도 빅터를 좋아했다.
리키는 그중 빅터를 가장 잘 따르는 아이였다.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고 장난칠 정도로.
‘이제는 리키가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할 지경이었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빅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키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게 좋니?”
“그럴 리가요. 여긴 너무 더럽고 재미없어요. 총 든 아저씨들도 무섭고요.”
그 말을 듣다가 빅터가 조심스레 주변 눈치를 봤다.
기척 감지에도 없고 시야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만약에, 정말 만약에 하는 말인데, 아저씨가 리키랑 같이 나가자고 하면 따라갈 거니?”
“웅! 난 아저씨가 조아. 아저씨 따라갈 거야!”
“쉬잇, 조용히 말해야 한다. 누가 들으면 아까처럼 아저씨 혼나거든.”
“아, 알았엉. 쉬이잇…….”
조그만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 리키의 행동이 빅터의 얼굴에 웃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진 리키의 질문에 빅터가 표정을 굳혔다.
“아저씨, 여기서 나갈 거야?”
“응? 꼭 그런 건 아니고…….”
“갈 거면 나 말고 다른 애들도 같이 가면 안 돼? 다들 여기 있기 싫어한단 말이야.”
“…….”
“응? 왜 대답이 없어? 같이 가면 안 될까?”
빅터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 마음 같아선…….’
하지만 이곳에 있는 10명의 아이를 데리고 들키지 않고 탈출할 자신이 없었다.
‘후우, 탈출이라니. 꿈같은 얘기지.’
당장 다음 라운드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현실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
‘현실도, 이계도 지옥이 따로 없구나.’
그냥 집으로 가고 싶었다.
고향인 라고스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모님과 여동생을 떠올리곤 한다.
‘나이를 보면 여동생도 분명 플레이어가 됐을 텐데…… 어떻게 되었을까? 나처럼 9라운드까지 잘 살아남았을까?’
각성하기 전에 납치당해 온 터라 소식을 알 수가 없다.
‘닉네임이라도 알면 이계에서 찾아보기라도 할 텐데…….’
그럼 자신을 구해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빅터가 이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데 도움 요청은 무슨…….’
지금 상황에서 구원은 사치다.
1년간 수족으로 부려지다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땡- 땡- 땡-!
별안간 공터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납치당한 사람들을 소집하는 소리였다.
“가자꾸나.”
“웅!”
빅터와 리키가 걸음을 뗐다.
공터엔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10명의 아이와 성인 15명, 그리고 나머지 보코 하람 조직원 50명.
저 50명 중에 플레이어가 30명이나 된다.
성인 측의 플레이어는 빅터 혼자였고.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일찌감치 탈출을 접은 빅터는 그저 소집한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다들 모였나?”
보코 하람의 지도자인 아부바카르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좌중을 훑다가 빅터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빅터.”
“예에…….”
“그동안 날 속이느라 고생 많았지?”
“예?”
내심 뜨끔한 빅터였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만드는 포션들. 랜덤으로 나오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게다가 쿨타임도 24시간보다 짧고.”
“…….”
침묵은 곧 긍정이다.
상대를 속이려면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잊어먹을 정도로 빅터는 당황하고 있었다.
“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을 말했…….”
“이 세상에 연금술사가 너 한 명뿐인 줄 알았나?”
“…….”
“포션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다른 연금술사가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그 녀석을 심문한 결과 네가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
“…….”
“어때? 제대로 걸려들었지? 말 못 하는 걸 보니 사실인가 보군.”
빅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자신 말고 다른 연금술사가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가 오만했어. 거짓말로 때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하지만 빅터는 몰랐다.
모든 것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떠보기 위한 테스트였음을.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빅터 스스로 인정했을 때였다.
“왜 거짓말을 했지?”
“죄, 죄송합니다…….”
“큭큭큭, 죄송해? 큭큭큭큭!”
보스는 물론이고 조직원들이 하하 호호 웃어 재꼈다.
왜 웃는지 몰랐던 빅터는 보스의 말에 비로소 알게 됐다.
자신이 바보같이 속아 넘어갔음을.
“의사라고 해서 좀 똘똘한 줄 알았더니 이거 순 멍청이 아니야? 큭큭큭큭큭, 이런 간단한 낚시에 걸려들다니 말이야. 큭큭큭!”
“…….”
박장대소를 터뜨리던 아부바카르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쳤다.
조직원들도 따라서 입을 닫고 정색했다.
무서운 정적이 흘렀다.
“빅터.”
“…….”
“감히 날 속였다 이거지? 후후, 그동안 즐거웠겠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멍청한 보스 새끼라고 실컷 비웃었겠지? 큭큭, 좋아. 인정하지. 내가 멍청했다. 그런데 말이야.”
아부바카르의 부리부리한 눈빛이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내가 당하고는 못 사는 놈이거든.”
보스의 눈짓에 조직원 한 명이 리키를 붙잡아 끌고 왔다.
“왜, 왜 이래요! 놔요, 이거 놔!”
“리키!”
“저 꼬맹이가 너랑 굉장히 친하다지?”
비릿하게 웃는 아부바카르를 보며 빅터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후회했다.
둘만이라도 도망치지 않은 것을.
“애새끼랑 친하게 지내서 뭐 하려고? 여기가 무슨 보육원이야?”
“이, 이러지 맙시다. 내가 거짓말해서 미안합니다.”
“아니지, 내가 사과나 받자고 이러는 게 아니지.”
츠으으읏-
아부바카르의 손에서 단검이 나타났다.
40레벨의 암살자 플레이어인 그가 단검을 던질 듯 자세를 잡았다.
“나는 네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는 거야. 저 꼬마가 죽는 건 네 잘못이라고.”
“아, 아저씨!”
“그, 그만하…….!”
단검은 순식간에 주인의 손을 떠났다.
막을 새는 없었다.
빅터가 아무리 플레이어라도 20m 떨어진 거리의 리키를 구할 방도는 없었다.
구하지 못할 줄 알았다.
팅-!
누군가 단검을 쳐내며 나타나기 전까지는.
스르륵-
아부바카르가 놀란 눈을 뜨는 사이, 리키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흰색 가면에 낫을 든 누군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