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4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48화
148. 아부바카르
보코 하람의 수장 아부바카르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지금 귀신을 보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저 새끼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기척 감지에도 걸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타난 걸로 봐선 투명화 같은데 기척 감지로 읽지 못했다.
“너 이 새끼, 뭐 하는 새…….”
소리치려던 아부바카르는 금세 입을 다물었다.
상대가 예고도 없이 리키라는 아이를 붙잡은 조직원의 목을 베었다.
피가 튈 새도 없이 깔끔하게.
그런 뒤 아이를 빅터에게 인계하는 여유마저 보였다.
그와 달리 아부바카르는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이마에 땀방울마저 맺혔다.
다름 아니라 흰색 가면을 쓴 남자의 무기가 낫이라는 걸 뒤늦게 봤기 때문이었다.
‘낫을 무기로 쓰는 플레이어라면…….’
거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존재가 한 명 있었다.
‘검은 낫?’
국적은 모르지만 전 세계 랭킹 1위에 항상 오르는 존재.
나라를 불문하고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괴물로 통했다.
‘설마 그 검은 낫은 아니겠지?’
닉네임이 낫이라고, 사신이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꼭 낫을 쓴다는 보장은 없다.
직접 본 것도 아니고 검은 낫이 낫을 쓰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냥 추측일 뿐.
‘아니, 그렇다 해도 저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평범한 실력이 아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다.
시체가 생기자 아이들의 눈을 가리려고 애쓰는 빅터를 쳐다본 아부바카르가 손을 들었다.
츠으으읏-
손에서 떠났던 단검이 주인의 손아귀로 돌아왔다.
암살자의 스킬인 [단검 투척]이 일발 장전됐다.
휙-!
거의 총알에 버금가는 속도로 날아간 단검은 정확히 아이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흰색 가면의 낫이 다시 한번 단검을 막아냈다.
팅-!
이번엔 확실히 보았다.
‘우연이 아니었어?’
날아가는 단검의 궤적을 꿰뚫어 보고 정확히 낫을 들어서 막아낸다?
예상했지만 보통 실력자가 아니다.
“내 공격을 두 번이나 막다니. 보통 놈이 아니구나? 하지만 어디서 나타난 놈인지 몰라도 넌 상대를 잘못 골랐어.”
아이들을 향해 던진 단검을 두 번 다 막아냈다.
그것으로 확실해졌다.
저놈은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영화에서처럼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우는 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니까.
‘정의의 사자 흉내를 내고 싶었나 본데…… 현실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자신의 명령 한 번이면 이곳에 있는 부하들 전부가 인질들을 향해 총질해댈 거다.
빗발치는 총알 세례를 혼자서 어떻게 막겠는가?
‘어디 아이들을 지킬 수 있으면 지켜보라지.’
악마처럼 미소 지은 그가 부하들을 향해 명령하려고 입을 떼려던 그때.
아부바카르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스르륵-
상대가 보란 듯이 모습을 감췄다.
‘뭐지? 투명화는 조금 전에 사용하지 않았나?’
쿨타임이 있을 텐데 그걸 다시 쓴다고?
더구나 놀라운 점은 투명화를 썼더니 기척 감지에서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놀랍네. 하지만 그렇다고 명령을 막을 순 없…….’
아부바카르는 더는 생각을 잇지 못했다.
콰직-!
뒤통수에서 가해진 엄청난 힘이 그의 얼굴을 바닥으로 처박았으므로.
“크으으윽…….”
아무래도 앞니와 코뼈가 아작 난 것 같다.
“보, 보스!”
투명화를 쓰고 뒤에서 나타난 흰색 가면이 아부바카르의 뒤통수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으긔긔기이익…….”
입이 흙을 파먹고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명령을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상태.
하지만 조직의 보스가 당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부하들이 아니었다.
“저 개새끼가!”
“보스를 구해라!”
30명의 플레이어가 저마다 병장기를 들고 흰색 가면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나머지 일반 조직원들은 총구를 겨누려다가 말았다.
잘못하면 보스까지 바람구멍이 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보스를 누르고 있는 남자가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줄은.
* * *
‘이, 이게 어찌 된…….’
빅터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노려진다는 걸 알게 됐을 땐 가슴이 철렁였다.
리키를 향해 단검이 날아왔을 땐 그저 눈앞이 깜깜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별안간 기적처럼 나타난 구세주, 하얀 가면.
그가 단검을 막아낸 순간 놀랍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목숨을 건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더 놀라웠다.
‘호, 혼자서 저 많은 수를 상대하다니…….’
아니, 상대한다고는 볼 수 없었다.
서로 겨룬다기엔 너무도 일방적이었으니까.
마치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플레이어들이 낫질에 갈려 나가고 있었다.
서른 명이란 숫자가 부족해 보일 정도로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광경.
그건 납치된 사람들도, 소총을 든 조직원도 마찬가지였는지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은 얼굴로 학살을 지켜봤다.
빅터를 제외하고는.
“너희들! 빨리 고개 돌려! 저런 거 보는 거 아니다!”
“아, 왜요! 저도 보고 싶다구요.”
“빨리 가기나 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조금만 더 볼게요.”
“쓰읍! 아저씨 말 안 들을 거야?”
혹시라도 아이들이 피해를 볼까 봐 전전긍긍하던 빅터는 녀석들이 자꾸만 발길을 주저하자 끝내 근처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마커스 씨! 멍하니 뭐 하고 있어요? 얼른 애들 피신시키세요!”
“에? 아, 알았어. 어, 어서 가자, 얘들아!”
빅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걸까?
멍하니 학살 현장을 보던 다른 성인들도 뒤늦게 아이들과 함께 피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럿이 움직인 탓일까?
일반 조직원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총구가 겨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새끼들이 어딜 도망가려고! 이리 안 와? 벌집 되고 싶지 않으면 돌아와라, 노예 새끼들아!”
“아…….”
도망치던 사람들이 움찔 걸음을 멈췄다.
빅터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되도록 아이들만이라도 조용히 피신시키고 싶었는데 다 틀렸다.
투타타타타탕-!
그때 별안간 총격과 함께 소리치던 조직원이 픽 쓰러졌다.
투타타타- 투타타타타!
한 명이 아니라 수십의 조직원이 픽픽 피를 튀기며 갈대처럼 엎어졌다.
무슨 상황인가 보니 조직원 셋이 합심해서 나머지 조직원들에게 총질해대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갑자기 조직원끼리 배신을 한다고?’
자기들끼리 쏴대는 걸 보고 의아해하던 빅터는 순간 불쑥 나타난 여성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지금이에요. 얼른 사람들 피신시키세요.”
난데없이 나타난 동양인 여성이 뭐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무슨 말인지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스처를 통해 의미만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빨리 도망가라는 거구나.’
동양인 여성을 향해 끄덕거린 빅터가 고맙다는 말을 남기곤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되도록 현장에서 멀리.
* * *
“크아악!”
“커억!”
“크으엇!”
여기저기 피가 튀어 오르는 학살의 현장.
그 지옥을 지켜보던 아부바카르는 냉큼 줄행랑부터 쳤다.
‘X발, 끝났어. 저놈은 내 상대가 아니야.’
이미 안면이 바닥에 처박히던 순간부터 망했다는 느낌이 세게 왔다.
뒤통수를 누르고 있던 힘의 크기를 깨달은 순간 범접할 수 없는 존재임을 진즉에 눈치챘다.
‘검은 낫이야. 저 녀석은 정말로 검은 낫이라고.’
사신이라는 클래스답게 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서른 명의 플레이어를 도륙 내고 있었다.
나름대로 조직 내에서 고르고 고른 녀석들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뒤질 줄은 몰랐다.
‘오늘 진짜 운수 조진 날이네. X이발.’
일단은 놈이 싸우고 있는 틈을 타서 도망쳐야 한다.
부하들의 목숨이고 나발이고 그딴 건 알 바 아니다.
누구보다 내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
‘알라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오늘따라 신이 원망스러웠지만 모두 부덕한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아서 알라를 믿지 않는 더욱 많은 이교도를 납치하고 죽여 버리는 것만이 현생의 죄를 씻어낼 수 있는 길이리라 여겼다.
‘아, 도망가는 것도 문제지만 일단은…….’
쉴 틈 없이 달리다가 건물 벽에 숨어든 아부바카르가 핸드폰을 들었다.
타탁타탁-
빠르게 문자 하나를 보낸 뒤 다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마더 퍼커!’
기척 감지 레이더에 걸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
보나 마나 사신, 그 녀석일 거다.
‘젠장, 안 걸릴 수도 있으니 일단은 투명화를…….’
스르륵 몸을 숨긴 뒤 냅다 뛰었다.
하지만 어느새 거리를 좁혔는지 뒷덜미가 잡혀 버렸다.
콰직-!
“커어억!”
건물 벽에 머리를 처박히며 투명화가 풀렸다.
이마 아래로 벽돌 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휙-
공중으로 던져진 그가 여섯 바퀴를 회전하더니 바닥에 둔탁하게 떨어졌다.
“어딜 도망가려고.”
빠드득-
“커커컥!”
류민에게 발목이 짓밟힌 아부바카르는 압도적인 힘 앞에 반격할 마음도 먹지 못했다.
“이쪽도.”
빠드득-
“아아으으!”
발목이 박살 나 움직이지도 못하던 그가 멱살이 잡혀 걸레짝처럼 들렸다.
“따라와. 뒤지기 싫으면.”
류민은 반쯤 정신이 나간 녀석을 얌띠에게 데려갔다.
“얌띠. 이 새끼 지배해. 여태 했던 것처럼 유인 좀 해야 하니까.”
“네, 주인님.”
류민이 아이들과 함께 피신해 있는 빅터를 바라봤다.
유일한 연금술사인 빅터 자파일레.
수많은 조직을 깨부수면서 올라오다 보니 이틀 만에 그를 구해준다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아직 할 일은 남아있었다.
지금 얌띠에게 지배당한 이놈이 IS 수장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까.
‘놈은 말하자면 중간 보스에 불과해. 진짜를 끌어내야지.’
류민이 가면 속에서 히죽 미소 지었다.
* * *
이슬람을 추종하는 반국가단체 IS는 2017년 이후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거의 잔존 세력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
그렇기에 IS의 2대 칼리프이자 현존하는 최고지도자, 아부 이브라힘 아시샤미 알바그다디는 조직의 부흥에 목말라 있었다.
‘다시금 예전처럼, IS라는 이름만 들어도 온 국가가 벌벌 떨 정도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지금보다 테러를 강행하고 더 많은 어린아이를 납치해야 한다.
그리고 세뇌 교육을 통해 오직 알라만을 위한 전사들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그것이 아이들을 납치하는 이유다.
영광을 재건하기 위해,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반면 플레이어들은 현재를 위한 투자였다.
‘매달 하향 곡선을 그리는 투자지만.’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IS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플레이어 수는 800여 명.
원래는 더 많았지만 매달 절반씩 깎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몇 달만 더 지났다간 남는 플레이어가 없겠다.
그것이 플레이어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일반인인 알바그다디가 플레이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했고.
‘시한부나 다름없는 소모품인 데다가 그렇다고 총알을 피할 정도로 강한 것도 아니니…….’
장점이라면 총기 없이도 다른 나라에 입국해 쉽게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인데…….
‘요즘 플레이어가 무섭다고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단 말이지.’
테러할 환경마저도 마땅치 않다.
‘쓸모없는 플레이어들 같으니. 쯧.’
혀를 찼지만 그나마 인정하는 건 빅터라는 연금술사가 만드는 포션 정도.
‘포션은 도움이 되지. 암시장에 팔 수도 있고 훗날을 위해 쟁여둘 수도 있고.’
지금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쟁여두고 있다.
자금이 모자랄 때만 플플이란 마켓에 조금씩 팔고 있을 뿐.
물론 일반인은 포션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플레이어가 대신 먹여준다면 혜택을 누릴 순 있다.
포션 셔틀.
플레이어의 존재가치는 그 정도였다.
적어도 알바그다디에게는.
‘플레이어들이 더 줄어들기 전에 테러에 박차를 가해야겠어.’
안 그래도 슬슬 준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일반 조직원과 플레이어 조직원이 합심하여 걸작을 만들어볼 심산이다.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테러를 저지른다면 IS의 명성도 되찾을 수 있겠지.’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 그때, 알바그다디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날아왔다.
[아부바카르 : 비상사태입니다. 검은 낫으로 추정되는 놈에게 조직이 습격당하고 있습니다.]‘검은 낫?’
플레이어가 아닌 알바그다디도 검은 낫이란 이름은 들어봤다.
플레이어인 부하들이 하도 대단하다고 말했기에.
‘랭킹 1위를 놓치지 않은 89레벨의 플레이어라지?’
플레이어 대부분이 40레벨이라는 점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강한지 대략 짐작이 간다.
‘만약 이 녀석을 우리 IS로 끌어들인다면?’
IS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백악관 테러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드디어 쓸만한 플레이어를 찾았군.”
알바그다디의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