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6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62화
162. 번개의 룬 테스트
└7인의 대천사 처치하기
└현재 처치한 대천사 수 (1/7)
└성공 시 ▶ ?????
‘영혼 결속 퀘스트? 이런 퀘스트가 있었어?’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만 봤지, 이런 퀘스트가 있다는 건 처음 본다.
‘딱 보니 대천사를 죽여서 생긴 퀘스트 같은데…….’
보상도 비밀이고 난이도도 높다.
무려 7인의 대천사를 모두 죽여야 성공하는 퀘스트였으니.
‘영혼 결속이라는 말을 유추해 보면 라운드가 끝나도 지속되는 퀘스트인 걸까?’
보통 퀘스트의 기한은 라운드 종료 시점까지다.
다음 라운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데 영혼 결속이라는 말과 한 라운드에 끝내기에 불가능한 난이도를 보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퀘스트인가 보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20라운드 전까지 7인의 대천사를 모두 죽여야 하는 건가? 이제는 6인이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난이도였다.
헛웃음을 흘리고 있을 때 얌띠가 다가왔다.
“주인님.”
마침 류민의 사신화가 끝나며 맨얼굴이 드러났다.
“다 끝난 건가요?”
“그래. 볼일은 끝났다.”
“마지막에 잡은 천사는 좀 강해 보였는데…….”
“7인의 대천사라고, 천사 중 최고위직에 있는 놈이지.”
“헉, 그런 대단한 존재를 주인님께서 죽이신 거예요?”
“대단하긴. 막상 상대해 보니 별거 아니더라고.”
피식 웃은 류민이 시체들을 흔적 지우기로 정리한 뒤 말했다.
“가자. 서브 퀘스트 하러.”
* * *
류민은 신전을 나오면서 마지막 시간 역행자 칭호를 숨겼다.
[마지막 시간 역행자에 대한 신성 제국의 평판이 ‘적대적’->‘철천지원수’로 하락하였습니다.]천사들은 물론 성황까지 죽인 탓에 신전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성황은 다른 천사가 죽인 거지만.’
칭호를 숨겼기에 귀찮은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씁쓸함은 감출 수 없었다.
‘오래간만에 좋은 일 좀 했더니 같은 인간에게 미움이나 사고 말이야.’
뭐, 마음에도 없는 투덜거림뿐이었고, 실은 안중도 없었다.
원수로 보든 말든 NPC인지 실제 이계인일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딴 걸 신경이나 쓰겠는가?
‘남의 평판이 어떻든 보상이나 받으면 그만이지.’
어차피 칭호는 많으니까 대체할 거리는 많다.
“주인님. 이제 저희 헤어져야 하나요?”
“어. 내가 말한 대로 여기서부터 공략 시작하면 제한 시간까지 4개는 채울 수 있을 거다. 그럼 무난하게 달성자에 들겠지.”
“히잉, 헤어지기 싫은데…….”
“귀여운 척 그만하고 얼른 가라. 꾸물거리다가 퀘스트 못해서 소멸하기만 해봐. 지옥 끝까지 찾아가서 혼내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반드시 살아남을게요!”
얌띠는 살아야 한다.
그녀의 능력은 앞으로도 이용하기 좋으니까.
얌띠와 헤어진 류민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서브 퀘 1개는 이미 끝냈고, 남은 9시간 동안 9개를 완료해야 하네.’
어떤 퀘스트부터 할지는 이미 생각해뒀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시간과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만들어둔 뒤였다.
‘우선 여기부터.’
광장 옆 노점상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 류민이 NPC에게 말을 걸었다.
“물건 좀 사러 왔습니다만.”
“어서 오십쇼! 어떤 걸 드릴까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시죠.”
“예?”
두 번째로 할 서브 퀘스트는 ‘노점에서 플렉스 하기’였다.
* * *
10라운드에서 서브 퀘스트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데 종류도 많다.
물건 배달, 잔심부름, 부탁 들어주기, 몬스터 퇴치해 주기, 호위 임무 등등.
심지어 알바처럼 몇 시간 대타로 가게를 봐주는 일도 있다.
‘그건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서 비효율적이지만.’
서브 퀘스트는 뭐니 뭐니 해도 빠르게 완료할 수 있는 게 좋다.
현재 가장 빠른 건 신전에 헌금하기와 노점 물건 싹쓸이하기였다.
‘이 두 개 외에는 최소 30분은 걸리는 퀘스트들이지.’
물건들을 구매한 류민은 다음으로 빠른 퀘스트인 용병단을 찾아갔다.
“어서 오세요. 저희 황금독수리 용병단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토벌 임무 좀 받고 싶어서요.”
몬스터 토벌은 시간이 꽤 걸리는 퀘스트지만 실력만 된다면 30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빠른 퀘스트이기도 하다.
데스크의 안내원이 류민을 보더니 밝게 말했다.
“어머, 확인해 보니 숙련 등급 용병이시네요. 마침 적당한 토벌 임무가 있는데 소개해 드릴게요.”
[토벌하고 싶은 몬스터를 터치해 주세요.]└ 1. 리자드맨
└ 2. 웨어 울프
└ 3. 스켈레톤
└ 4. 샌드웜
[취소하려면 거절 의사를 표해 주세요.]류민은 넷 중에서 가장 강한 샌드웜을 골랐다.
‘토벌 시간은 다 비슷하니 이왕이면 강한 놈을 잡아서 경험치 좀 챙기는 게 좋겠지.’
잠시 기다리라는 말에 1분 정도 서 있었을까?
용병단의 문이 열리며 류민에게 일단의 무리가 말을 걸어왔다.
“자네가 검은 낫인가? 반갑네.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3 토벌대장 하크 베르만일세. 바로 출발해도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토벌대장을 따라간 곳은 미래지향적으로 생긴 거대한 기계 앞이었다.
이른바 ‘워프기’라는 것인데, 이곳저곳으로 단숨에 텔레포트 시켜주는 기계다.
“여기로 오시게.”
류민은 토벌대장과 그 휘하의 용병들과 함께 워프기에 섰다.
츠츠츠츳-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 곳은 샌드웜이 주기적으로 나오는 사막이었다.
“여기서부턴 걸어가야 한다네. 그럼 가볼까?”
└조건 ▶ 샌드웜 100마리 토벌하기
└현재 처치한 샌드웜 (0/100)
메시지를 본 류민은 피식 웃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2시간은 걸리는 퀘스트겠지만.’
류민에겐 30분도 걸리지 않는 퀘스트였다.
몬스터만 많으면 그 이하로도 단축할 수 있지만 샌드웜의 출현 빈도를 생각하면 30분이 한계였다.
류민은 열 명으로 구성된 토벌대를 따라 움직였다.
전부 NPC였는데 류민에겐 관심도 없는지 말도 걸지 않았다.
설정상 파티가 아니라 서로 경쟁해야 하는, 비즈니스로 뭉친 용병들이었기에 그런 모양이다.
‘그렇다고 내 몫이 빼앗길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지.’
여기 있는 용병들의 실력은 별 볼 일 없다.
플레이어로 치면 30레벨이라 샌드웜도 셋이서 겨우 잡는 수준이다.
‘말하자면 NPC들은 몬스터의 주의를 끄는 역할을 할 뿐, 실질적으로 처치해야 하는 건 도전자인 플레이어의 몫이지.’
뭐, 류민에겐 주의를 끌어줄 필요도 없다.
그러기도 전에 샌드웜은 시체가 되어 있을 테니까.
“나타났다!”
용병의 외침에 시선을 던지니 모래 밑에서 꿀렁이는 뭔가가 보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기척 감지로 파악됐다.
샌드웜이었다.
낫을 꺼내려던 류민이 도로 인벤토리로 집어넣었다.
‘이번에 얻은 룬을 시험해 볼까?’
번개의 룬은 한 번도 써보지 못했기에 효과가 궁금했다.
나중에 활용하려면 미리 느낌을 익혀둘 필요도 있었고.
파직파직-
류민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이런 느낌이군. 전격 마법은 샌드웜을 상대로 상성이 좋지 않은데 괜찮을까?’
마법은 강력한 공격 수단이긴 하지만 속성별로 상성이 존재한다.
저렇게 모래 밑에서 이동하는 지(地)속성의 샌드웜에겐 전(電)속성의 마법이 반감된다.
쉽게 말해 절반으로 대미지가 줄어든다는 소리.
‘뭐, 그래도 대미지는 박힐 테니까.’
지능 스탯이 높으니 잡는 데 문제는 없을 거다.
“그워어어어!”
“나왔다!”
모래 밑에서 튀어나오며 모습을 드러낸 샌드웜은 고목 같은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사출.’
류민의 손가락 끝에서 나간 전격이 그대로 샌드웜에게 직격했고.
파지지지지직-
녀석은 등장이 무색하게 지렁이 통구이가 되고 말았다.
털썩-
새카맣게 타버린 채로 한 방에 죽어버린 샌드웜을 보며 용병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네 마법사였나?”
“저 무시무시한 샌드웜을 한 방에 죽이다니, 대단하군그래!”
“정말 엄청난 대마법사가 우리 토벌대에 들어왔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찬사에도 류민은 대꾸 한번 하지 않았다.
자신도 조금 얼떨떨했기에.
‘지능이 높아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진짜로 한 방에 죽을 줄이야.’
상성 따윈 무시할 만큼 압도적인 대미지였다.
어디 가서 대마도사 클래스라고 속여도 믿겠다.
‘예언자는 어떻게 싸우냐고 의심하면 이걸 보여주면 되겠군.’
파직파직-
손아귀에서 터지는 스파크를 보며 웃음 지은 류민이 다시금 이동했다.
토벌은 생각보다 더 쉬웠다.
* * *
용병단에서 수행할 수 있는 토벌은 세 번까지만이다.
류민은 세 번 다 30분이라는 최단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었다.
번개의 룬을 이용한 결과였다.
‘아니지. 낫을 들었어도 30분 내로 완료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류민은 토벌 내내 번개의 룬만 사용했다.
낫이라곤 꺼내지도 않았다.
룬의 능력을 손에 익히기 위함이었지만…….
‘무엇보다 편하거든.’
낫을 들고 뛰어다니는 것보다 가만히 서서 마법을 날리는 게 확실히 더 편했다.
맞는 족족 한 방에 죽어버리니 잡기도 쉬웠다.
손재주라는 공용 스킬이 있어서인지 맞히는 데 그리 어렵진 않았다.
‘사출, 차징, 광역 방출, 증폭까지. 웬만한 건 다 써봤나?’
물론 자폭은 사용할 엄두도 못 냈다.
대미지도 높아서 잘못했다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자폭은 정말 최후의 최후에만 사용해야겠어. 쓸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마법사가 광역 스킬도 많고 싸우는 데 편하긴 했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쿨타임이 전부 돌고 있을 땐 할 게 없어지더라고.’
번개의 룬을 써본 결과, 능력마다 쿨타임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사출이 6초로 가장 짧았지만…….’
몇 초 사이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서 6초의 텀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큰 페널티였다.
‘마법을 쓰는 직업들이 이래서 스킬을 아껴 쓰며 쿨타임 관리를 하는 거구만?’
물론 하이브리드인 류민으로선 그리 걱정할 건 안 된다.
마법을 전부 쓰고 할 게 없어지면 낫질을 하면 그만이니까.
[토벌이 종료되었습니다.] [용병단에 당신의 활약이 기록됩니다.] [당신의 용병단 등급이 ‘숙련’에서 ‘전문’으로 상승하였습니다.]토벌을 연속으로 성공시켰더니 용병단의 등급이 올랐다.
‘다음엔 더 어려운 임무를 받을 수 있겠어.’
그래봤자 아직 드래곤을 잡기엔 멀었지만 말이다.
‘자, 다음으로 향할 곳은…….’
용병단에서 나온 류민이 시간을 확인하며 움직였다.
10개는 여유롭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 * *
10시간.
꽤 긴 시간이었지만 퀘스트를 하다 보니 언제 흘렀는지 모르게 훌쩍 지나갔다.
“아, 안 돼. 시간이 얼마 없어!”
“하, 하나라도 더해야…….”
소리치던 플레이어들은 변화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시작 장소였던 무채색의 공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벌써 10시간이 다 된 거야?”
“아악! 퀘스트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순위 집계 방식이 퀘스트 수라는 게 공개된 만큼, 사람들은 쉴 틈 없이 퀘스트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중도에 온 사람이 많았는데 안타깝게도 진행 중이던 미션은 포기한 것으로 처리된다.
[인간 여러분? 넬이에요. 퀘스트는 잘들 하고 오셨나요? 그럼 이제…….]“천사님! 저 조금 전까지 깨던 미션이 있었거든요? 진짜 10초만 더하면 완료였는데 성공한 걸로 처리해 주심…….”
[이런 벼락 맞을 인간 놈이!]넬의 눈빛이 섬뜩하게 변하자 플레이어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열등한 인간 주제에 감히 천사의 말을 끊어? 그리고 제가 언제 질문해도 좋다고 했죠? 죽여달라고 시위하는 거예요?]“죄, 죄송합…….”
[대답도 하지 마세요. 듣기 싫으니까.]천사가 평소보다 화나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집계 결과를 보여줘야 하지만 그 전에 여러분에게 하나만 물어볼게요.]넬의 기분이 나쁜 이유는 하나.
[이 중에 신탁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7인의 대천사 레미엘의 죽음으로 천계가 발칵 뒤집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