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69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69화
169. 게임 친구
류민은 황용민의 얼굴로 주성탁을 찾았다.
추적하기 스킬이 있기에 어렵지 않게 쫓을 수 있었다.
“또 보네?”
“너, 너 이 개새…… 컥!”
류민의 발차기에 집안으로 굴러 들어간 주성탁이 황급히 자세를 잡았다.
‘공포의 저주!’
눈을 부릅뜨며 공포를 걸었지만.
[상대방이 공포에 저항하였습니다.] [공포의 저주를 거는 데 실패하였습니다.]전처럼 소용없는 짓이었다.
“너무 쫄지 마. 대화만 하러 온 거니까.”
쿵-
현관문을 닫은 류민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 비웃음과 조롱으로 느껴지던 주성탁은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지랄하고 있네! 대화? 한 번 더 만나면 죽여버린다던 새끼가 뭔 대화!”
“아이고, 내가 한 말에 마음의 상처가 컸구나? 미안. 하지만 교단에서는 다짜고짜 네가 먼저 공격한 거잖아. 인정하지?”
“그건 X발, 네가 날 이렇게…… 컥!”
다시 한번 발길질하니 주성탁이 거실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까부터 남 탓, 남 탓. 교단에서 그렇게 당해놓고도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주성탁은 개과천선하긴 글렀다.
이미 플레이어가 되기 전부터 수십 명을 죽인 살인마에게 뭘 더 바라리.
‘특성이 좋아서 살려뒀더니 안 되겠네. 혹시 모를 변수는 제거해 둬야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주성탁을 보니 역시 따라와 보길 잘했다.
“좋아. 너한테 복수할 기회를 주지.”
“뭐?”
더는 대답하지 않은 류민이 허공의 시스템창을 조작했다.
이윽고 주성탁의 눈에 처음 보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눈앞의 상대가 닉네임 ‘똥 멍청이들’에게 결투 신청을 걸었습니다.] [결투 유형 ▶ 죽지 않는 단순 대련] [상대방 승리 조건 ▶ 100번 건드리기] [똥 멍청이들 승리 조건 ▶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 [승리 시 ▶ 진 사람이 노예가 되어 이긴 사람을 평생 주인으로 모시고 명령 복종하기] [상대방 페널티 ▶ 모든 장비, 스킬 사용 금지] [똥 멍청이들 페널티 ▶ 없음] [위의 조건하에 결투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N]“이게 뭐야?”
결투 신청을 처음 받아본 그가 어리둥절해 하자 류민이 친절히 설명했다.
놈이 신청을 받아들여야 행동을 강제할 수 있으니까.
“결투하는 기능인데 간단해. 네가 날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네 승리. 반대로 내가 네 몸을 100번 터치하면 내 승리.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노예처럼 복종하고. 어때? 간단하지?”
“한 번이라도 건드리면 내가 이긴다고?”
“그래. 대신 난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스킬도 쓰지 않을게.”
다시 한번 시스템창을 살핀 주성탁은 고민했다.
‘머리카락이든 뭐든 건들기만 하면 저 새끼를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고?’
완전히 거저먹는 내기였다.
문제는 내기의 실행 여부.
“정말 이 조건으로 나랑 결투한다고?”
“보면 모르냐?”
“어떻게 믿지? 네가 약속을 어길 수도 있잖아.”
“어떻게 어겨, 병신아. 지배권처럼 시스템이 행동을 강제하는데.”
“…….”
주성탁은 침묵했다.
시스템창까지 뜬 걸 보면 믿을만한 것 같다.
승산도 있어 보이고.
‘내가 아무리 마법사 타입이라고 해도 놈이 100번 건드릴 동안 한 번을 못 건드릴까.’
공포 한 번만 걸리면 게임은 끝이다.
물론 어떻게 저항하는지 한 번도 걸어본 적은 없지만.
‘여차하면 시체 폭발을 이용할 수도 있고 방법은 많아.’
마법을 쓰는 직업이라고 해서 지능만 올린 건 아니다.
근접전을 펼치거나 도망가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힘과 민첩도 어느 정도 찍어놨다.
놈이 아무리 빨라도 한 번이라면 건들 자신이 있었다.
“어때? 할 거야, 말 거야?”
“갑자기 나한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뭐지?”
“뭐겠냐?”
류민이 픽 실소를 터트렸다.
“불쌍하니까.”
“뭐?”
“자꾸 실력도 안 되면서 발버둥 치는 꼴이 불쌍하니까 기회를 주는 거 아니야. 스스로 페널티까지 줘가면서. 몰랐냐?”
“…….”
“지능 좀 찍었다는 놈이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서야. 대가리는 장식이 아니에요. 쯧쯧.”
‘저 개의 새끼가…….”
전 구역 랭킹 2, 3위에 오르는 자신이 이렇게 비웃음을 당하다니.
굴욕적이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해보자, X발럼아.”
[결투가 성사되었습니다.] [10초 후 두 사람의 결투가 시작됩니다.]열받은 주성탁이 넙죽 미끼를 물었다.
이길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싸움인 줄도 모르고.
‘이걸로 노예 하나가 더 늘었군.’
류민의 입꼬리가 잔인하게 올라갔다.
* * *
전 세계 인구의 22%가 줄어들면서 경제가 흔들렸다.
플레이어 때문에 바깥 외출하기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거리는 한산해졌고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줄었다며 죽는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은 건 다름 아닌 게임 산업이었다.
게임 콘텐츠의 주 이용자가 15~29세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기 게임은 망하진 않나 봐. 계속 서비스하는 걸 보면.’
유저가 절반 이상 줄어 다른 게임들이 줄초상이 나도, 유명한 AOS 게임은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집에서 할 게 없던 류원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게임을 이참에 실컷 하게 됐으니.
‘그런데 게임도 몇 개월간 하다 보니 질리네.’
9개월 이상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폐인처럼 게임만 하다 보니 이제는 지겹다 못해 싫증이 난다.
‘예전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인 거 알아. 하지만 진짜로 힘든걸…….’
삼시세끼 배달 음식을 먹는 것도 처음에만 좋았지 할 짓이 못 되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형의 존재와 게임 친구 덕분.
‘현실에서 친구를 못 사귀니 게임에서라도 사귀어야지.’
게임 친구와는 죽이 잘 만났다.
뭘 해도 호응해 주며 화 한 번 낸 적 없고 게임 실력도 있었다.
갑갑한 마음에 괜히 우울해지는 날에도 그 친구와 게임 할 때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자신을 왕따시키고 괴롭히던 반 친구들과는 달랐다.
온라인상이지만 진정한 친구라고, 류원은 생각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네가 류원이냐?”
“응, 네가 태완이?”
“드디어 만났네. 반갑다. 이 X발 새끼야.”
뜬금없는 욕설에 놀라기도 전에, 태완이 어깨동무를 둘렀다.
전형적인 양아치의 냄새가 풍겼다.
“왜, 왜 이래 태완…….”
“X새끼야. 반말하지 마라. 내가 너보다 두 살 많아, X발아.”
“뭐? 게임상에서는 분명 동갑이라고…….”
“그거야 너랑 친해지려고 구라 친 거지. 일단 따라와. 조용한 데로 좀 가자.”
비릿한 웃음을 지은 태완이 그대로 류원을 이끌었다.
뿌리치려고도 했지만 불가능했다.
힘이 장난 아닌 게 무슨 어깨에 돌덩이를 얹은 것만 같다.
‘그, 그러고 보니 나보다 두 살 많다면…… 플레이어?’
플레이어다.
그것도 10라운드까지 살아남은 베테랑.
꿀꺽-
당황한 마음보다 긴장감이 더 컸다.
일반 범죄자보다 위험한 게 플레이어다.
하는 행동으로 봐선 자신에게 좋지 못한 감정이 있는 듯하다.
‘아…… 형 말대로 집에나 있을걸.’
후회해봤자 늦었다.
류원은 친구라고 믿었던 녀석에게 어딘가로 끌려갔다.
그 와중에 거리를 둘러봤지만, 대낮이었음에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 새끼야.”
등 떠밀린 류원의 앞에는 피시방이 아닌 막다른 골목이 있었다.
양아치들이 담배나 피울 법한 이곳에서 뭘 할 작정일까?
생각하기도 싫었다.
“왜, 왜 이래 태, 태완아.”
“새끼가, 내가 두 살 형이라니까 아직도 반말이네. 그리고 X발아,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라. X같으니까.”
“대, 대체 왜 이러는 거…….”
짝-!
눈앞이 번쩍하며 고개가 돌아갔다.
뺨이 부풀어 올랐고 코피가 주르륵 흘렀다.
“이 X새끼가 뒤질라고. 내가 비위 맞춰주면서 설설 기었다고 아직도 친구인 줄 아네?”
“…….”
“내가 왜 이러냐고? 몰라서 물어? 하긴 모를 만도 하겠다. 내가 졸라게 연기를 잘했으니까. 네놈이랑 네 형 새끼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 참아가면서.”
“내…… 형?”
게임에서 형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었지만, 자세한 건 말한 적이 없다.
당연히 형에게 소개해 준 적도 없다.
접점이 없으니 원한 살 만한 일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형이 뭘 어쨌다고…….”
“큭큭, 이 새끼가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했네.”
태완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만큼은 무섭게 뜨고 있었다.
정말로 죽이고 싶다는 눈으로.
“야, 너 태규 알지.”
“태규? 그게 누구…….”
“방태규 말이야, X발 새끼야. 기억 안 나? 너랑 같은 반이었던, 9개월 전에 네놈 형한테 맞아서 병원 신세 진 내 동생, X발아!”
“아.”
기억난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는데도 잊고 있었다.
자신의 학창 시절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던 일진 놈.
그놈 이름이 방태규였다.
“눈빛을 보니 기억 나나 보네. 내가 방태규 형, 방태완이야.”
“…….”
“너 찾으려고 얼마나 개고생한 줄 알아? 흥신소도 알아보고 별 지랄을 다 떨었는데 찾을 수가 없더라. 얼굴이라도 알면 추적하기 스킬을 쓸 텐데 그 흔한 사진도 없어서 X발,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나마 게임 아이디를 알아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 결국엔 이렇게 만나게 됐으니까.”
“그, 그러면 나한테 친하게 굴던 게 전부…….”
“다 연기였지, 새끼야. 너랑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위해서. 그런데 남자 새끼가 졸라게 튕기데? 졸보인지 매번 만나자고 하면 위험해서 집 밖으로 못 나간다고 그러고. X이발.”
이제야 알겠다.
녀석은 게임 친구도 뭐도 아니다.
형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양아치일 뿐.
“너희 형 이름이 류민이랬나? 그 새끼는 잘살고 있냐? 내 동생 손가락이랑 팔까지 부러뜨려놓고 잘살고 있냐고.”
“…….”
“설마 벌써 뒤진 건 아니겠지? 내가 복수할 날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어? 대답해 봐, X발아.”
“…….”
류원은 지퍼라도 채운 듯 입을 꾹 다물었다.
‘형에 대한 건 절대로 말할 수 없…….’
짝-!
턱이 돌아가며 피가 튀기 전까지는.
“야.”
방태완이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봤다.
“말 안 해? 내가 만만하지? 장난인 것 같지?”
짝-!
반대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악문 입술 밖으로 피가 흘러나왔다.
“대답해라. 너희 형 살아 있냐고. 말 안 하면 또 때린다?”
“주, 죽었어…….”
“죽었다고?”
류원은 심통한 표정을 연기하며 끄덕거렸다.
형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죽었다고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하긴 나처럼 재능충이 아니고서야 10라운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럴 만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던 방태완이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널 이용해서 형 새끼를 유인하고 죽여 버릴 생각이었는데 이미 죽었다고 하니……. 복수는 물 건너갔네?”
복수를 포기한 듯 보이자 류원은 내심 안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쩔 수 없다. 형이 없으니까 너라도 죽여야겠다.”
“어, 어어?”
“뭘 놀래? 원래 형이 잘못했으면 동생이 대신 벌을 받아야 하는 거야. 연좌제 몰라?”
도리어 자신에게 타깃을 돌리자 당황하는 류원이었다.
“혹시라도 거짓말이라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 너희 형 살아 있지? 형 감싸주려고 죽었다고 구라 친 거지? 응?”
“…….”
“말 안 하네? 그럼 형 대신 죽어야지 뭐. 못할 거 같아? 내 동생이 당한 것처럼 똑같이 손가락이랑 팔을 부러트리고 마지막엔 모가지를 꺾어버릴 거야. 알아들어?”
“…….”
“그러니까 말해. 어디 있어, 류민이라는 새끼.”
“우, 우리 형은…….”
가늘게 떨던 류원의 입에서 나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이미 죽었어…….”
“새끼가 끝까지 거짓말하네.”
방태완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아직 말할 생각이 안 드나 본데, 좋아. 손가락부터 꺾고 다시 한번 대답을 들어보지.”
“아, 안 돼……!”
류원의 손가락을 잡고 꺾으려던 찰나.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미성의 목소리에 방태완은 고개를 돌렸다.
웬 여자가 재수 없는 눈웃음을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썅X아. 상관 말고 가던 길 가라.”
“너한테 물은 거 아니거든? X발아?”
“뭐?”
황당해진 방태완이 화를 내려던 순간.
여자의 눈동자에 핑크빛이 감돌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영혼 없는 인형처럼 방태완이 팔을 늘어뜨렸다.
‘어떻게 된 거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류원은 잠시 후 여성의 물음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세요, 도련님?”
‘도, 도련님?’
마치 자신을 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