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99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99화
199. 첫 번째 시련
‘빌어먹을.’
솔직히 말해 존 델가도는 기대하고 있었다.
양취웬의 조직원들이 검은 낫의 목을 베었기를.
그 빌어먹을 개새끼의 복수를 대신해 주기를.
하지만.
[대상 ‘검은 낫’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현재 501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대상을 추적하려면 앞에 보이는 화살표를 따라가십시오.]이계에 들어와서 추적하기를 써봤더니 검은 낫이 검색된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뿐이었다.
‘검은 낫, 그 개새끼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거잖아!’
검은 낫이 살아 있다는 건 양취웬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대체 어째서? 마지막까지 검은 낫이 거주하는 걸 확인했고 계획대로 했잖아. 그런데 왜 죽이지 못한 거지?’
자정이 넘으면 빌라에 침입해 목을 찌르면 되는 간단한 작전이다.
계획대로라면 검은 낫은 이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죽었어야 한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 있잖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귀환해야 알 수 있다.
당장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작전을 실행해야 하나?’
검은 낫과 화해하고 친해지라는 스윙맨의 작전이 떠올랐다.
‘X발, 그것만은 못해. 내가 미쳤다고 그 새끼랑…….’
자신의 사지를 자른 철천지원수에게 머리를 굽히고 아부를 떨어라?
그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스윙맨, 이 악마 같은 새끼…….’
망할 작전을 떠올린 그 인도인을 죽이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획대로 검은 낫을 찾아가야 한다.
‘하아. 진짜 싫은데.’
양취웬의 작전이 성공하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다시 한번 스윙맨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천사가 나타나 12라운드에 관해 설명했다.
‘다섯 시련 공략하기? 5인 파티를 맺으라고?’
파티를 맺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당장 모은 절망교 신도만 해도 200명 가까이 된다.
그중 쓸 만한 인재만 추려서 파티를 맺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시련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는 거지.’
마냥 아무나 골라선 안 된다.
어떤 시련이 나올지 모르는 이상 최대한 다양한 직업군으로 골라야 한다.
하지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자니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천사도 말하지 않았는가?
도태된 2명은 소멸시키겠다고.
‘이렇게 머뭇거릴 때가 아니야. 빨리 파티를 구해야 하는데…….’
주어진 임무 때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X발, 진짜로 검은 낫한테 고개 숙이고 들어가라고?’
마침 파티를 구해야 하는 실정이었으니 지금이 기회다.
검은 낫을 찾아가 저번 일은 미안하다고 굽신거린 뒤 파티 좀 해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아, 안 돼. 때려죽여도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아무리 품 안에 비수를 숨겼다 할지라도 그딴 짓은 할 용기가 안 난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죽이고 싶은 상대 앞에서 철판을 깔 자신은 없었다.
“하…… 씨, 응?”
한숨을 쉬던 존 델가도가 습관처럼 추적하기를 썼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이거?’
검은 낫과의 거리가 아까보다 줄어들었다.
아니, 어째서인지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다.
마치 이쪽으로 오는 것처럼.
[현재 363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현재 222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현재 113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
[현재 31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기어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들어오자 존 델가도가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 놀란 듯 입을 서서히 벌렸다.
정말로 검은 낫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어, 존 델가도. 잘 있었나?”
“…….”
마치 친한 친구처럼 손을 흔든 검은 낫이 뻔뻔한 얼굴로 말을 건다.
“팔다리는 괜찮지?”
“…….”
“잘 붙어 있다고? 다행이야.”
존 델가도는 침묵을 지켰다.
너무 황당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을 새도 없었다.
‘녀석이 날 직접 찾아오다니…….’
이유가 궁금했지만, 물어보기가 겁났다.
저번에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꼬투리 잡히고 사지가 잘리지 않았는가?
‘이 개새끼가 또 뭔 지랄을 하려고…….’
당장 저 주둥이를 걷어차고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존은 당황을 감춘 채 말했다.
전보다 예의를 갖춰서.
“저, 절 찾아온 용건이 뭡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존 델가도. 나랑 파티하자.”
존의 눈이 큼지막하게 벌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기 때문.
“파, 파티라니, 무슨…….”
“우리 팀에 한 자리가 빈다. 넣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말이지.”
이제 보니 검은 낫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와 있었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였다.
그런데 남자 중 한 명이 눈에 익은 닉네임이었다.
“응? 제피?”
제피라면 검은 낫의 거처를 찾기 위해 스윙맨이 고용했던 그 암살자가 아닌가?
“제피, 당신이 왜 여기에?”
“저를 아십니까?”
제프리는 사령술사를 보고도 애써 모른 체했다.
모르는 사람처럼 굴라는 류민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존도 긴가민가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은 나를 못 알아본다고?’
반대로 제피는 닉네임은 같지만 커스터마이징을 했는지 이계의 모습이 다르다.
‘설마 거짓으로 닉네임을 말한 건가?’
현실에서 만난 제피가 이 제피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피랑 아는 사이인가?”
“아, 아니요. 사람 잘못 봤나 봅니다.”
존 델가도가 뻘쭘하게 뒷머리를 매만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검은 낫이 자신을 미행한 자와 함께 다닐 리가 없지 않은가?
녀석도 자신을 처음 본다는 눈치고.
지금은 제피 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나만 들어가면 딱 다섯이다.’
지금 바로 제안을 수락하면 5인 팀을 결성하고 마지막 2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침 팀이 없던 존이었기에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게다가 자연스럽게 검은 낫과 가까이 있을 수 있어.’
지금 저 손을 잡고 동료가 되면 훗날 검은 낫을 배신해 죽인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놈한테 자존심을 굽히고 접근하기가 막막했었는데 잘됐어.’
이렇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면 존으로선 편하다.
하지만 그는 쉽사리 검은 낫의 손을 잡지 않았다.
왠지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이유가 뭐지? 대체 왜 나 같은 놈이랑……?’
말 한 번 잘못하면 또 처맞을지 모르지만, 물어봐야 한다.
녀석의 의중을 파악해야 하니까.
“왜…… 왜 저랑 파티하려는 겁니까? 대체할 사람은 많을 텐데…….”
“질문은 받지 않는다. 할 거냐 말 거냐, 그것만 정해라.”
“…….”
검은 낫은 막무가내였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오로지 팀이 될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한다.
‘날 죽이려는 목적은 아닐 거다. 파티원이 되면 검은 낫이라도 날 죽일 수는 없어.’
그렇다면 어째서?
곰곰이 이유를 생각하던 존이었지만 류민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10초 준다. 얼른 결정해.”
“예?”
“결정 안 하면 거절한 걸로 알고 다른 사람을 구해보지. 10, 9…….”
“자, 잠깐만요.”
“8, 7…….”
시간이 줄어들자 존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검은 낫에게 접근할 기회가 없을 것처럼.
그리 생각하니 복잡했던 머리가 가볍게 정리됐다.
‘그, 그래. 일단은 작전을 위해서 검은 낫과…….’
3초가 남았을 무렵, 존의 입이 열렸다.
“하, 하겠습니다. 팀.”
“알았다. 그럼 손을 잡고 시동어 외워라.”
다섯 명이 손을 잡고 동시에 파티 결성 시동어를 외웠다.
그러자 황금빛 문자로 이루어진 고리가 손목에 체결됐다.
[방금 7,389번째 파티가 결정되었군요. 분발하세요. 남은 자리가 얼마 없다고요.]천사의 부채질에 사람들은 더욱 다급해졌다.
마지막 두 명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으나 패자는 나오기 마련이었다.
[쿠후후후! 드디어 7,880개의 팀이 만들어지고 재수 없는 두 명이 남았네요!]“아, 안 돼!”
“살려주세요, 천사님! 제발…….”
[저한테 빌 게 아니라 사람들한테 빌어서라도 파티를 했어야죠, 쯧쯧. 그럼 아디오스!]“안 돼에에에!”
가차 없는 소멸과 함께 두 플레이어의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자아, 그럼 팀도 정해졌으니 퀘스트를 시작해 볼까요?]천사의 말을 끝으로 배경이 바뀌었다.
* * *
“어?”
무채색의 공간에 있던 류민 팀은 어느새 어두컴컴한 동굴에 있었다.
순식간에 동굴 안에 들어오자 당황한 파티원들이지만 류민만큼은 침착했다.
‘드디어 시작이군.’
아마 팀마다 같은 풍경을 보고 있을 거다.
모두 시련의 동굴이 있는 이곳에 떨어졌을 테니 말이다.
“검은 낫님, 여긴……?”
“시작됐나 보군. 동굴이 보이는 걸 보니.”
류민은 얼어 있는 파티원들을 뒤로하고 침착하게 앞으로 나섰다.
“꾸물거릴 시간 없다. 빨리 공략하는 팀이 살아남는다고 했으니. 내가 앞장설 테니 잘 따라와라.”
그리 말한 류민은 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걸어갔다.
“자, 잠깐만요. 버프 걸어드릴게요!”
그 뒤를 민주리가 따르며 다급히 버프를 걸었다.
제프리와 주성탁도 주인을 따라 움직였다.
존 델가도만이 홀로 남아 파티원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봤다.
‘X발, 진짜 이렇게 파티 된 거야?’
얼떨결에 파티를 맺었지만 검은 낫은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저 따라오라며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미친 새낀가?’
적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파티원으로 삼다니.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마음 같아선 바로 뒤통수에다 칼을 꽂고 싶지만…….’
파티가 된 이상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걸 안다.
오히려 한배를 탔기에 함께 생존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후우, 무슨 의도인진 몰라도 일단 맞장구는 쳐주자. 어쨌든 계획대로 검은 낫에게 접근은 했잖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아도 됐다는 걸 위안 삼으며 일행을 뒤따랐다.
그 와중에 유일한 여성인 민주주의가 돌아보더니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존 델가도 님. 여기 버프 받으세요.”
“버프?”
블레스와 스위프트, 세이프티 배리어까지.
3종 버프를 받은 존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졌다.
‘미친! 스탯을 이렇게나 올려준다고?’
올 스탯 70% 상향에 공속과 이속 70%, 그리고 기습을 막아주는 보호막까지.
존은 그저 놀란 눈으로 인사하고 다시 앞으로 뛰어가는 버퍼를 볼 따름이었다.
* * *
류민은 동료들이 잘 따라오는지 기척 감지로 느끼며 앞으로 걸었다.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시련까지.
공략법을 아는 이상 어려울 건 없었다.
‘첫 번째 시련은 탱커가 필요한 시험이지.’
이윽고 막다른 벽이 나오자 걸음을 멈췄다.
동료들이 잇따라 도착했고 류민처럼 벽 앞에 서게 됐다.
“길이…… 막혔네요?”
민주리와 존 델가도를 마지막으로 다섯 명이 모이자 이내 조건이 발동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련의 동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럼 바로 첫 번째 시련을 시작하겠습니다.]└10분간 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버티기
└성공 시 ▶ 다음 시련 개방
└실패 시 ▶ 투표를 통해 파티원 한 명 소멸
“몬스터의 공격을 버티라고?”
무슨 뜻이냐는 듯 존이 중얼거렸지만 메시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잠시 후 동굴 안으로 몬스터들이 들이닥칩니다.] [몬스터들은 무적 효과가 걸려 있어 어떤 피해도 입힐 수 없습니다.] [10분간 파티원들이 큰 피해 없이 버틴다면 시련은 종료될 것입니다.] [반대로 파티원들이 입은 피해가 설정된 기준치를 넘어갈 경우, 10분을 버티더라도 실패로 간주합니다.] [시련을 극복하지 못할 시, 내부 투표를 통해 파티원 한 명이 소멸합니다.]“여기로 몬스터가 들이닥친다고 하네요.”
“잠깐, 아군이 피해를 입으면 버텨도 실패라는 거잖아?”
당황하는 존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침착했다.
이미 예언을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첫 번째는 탱커가 필요한 시련이다. 직접 몸빵함으로써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몬스터로부터 버텨내야 하지.’
그야말로 탱커의 자질을 시험하는 미션.
하지만 류민 팀엔 탱커가 없었다.
그런데도 민주리가 검은 낫을 따라온 것은 예언으로 미리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검은 낫을 믿으라고.
“다들 내 뒤로 와라.”
류민이 앞으로 나서자 파티원들이 막다른 벽으로 붙었다.
존도 시키는 대로 검은 낫을 방패 삼아 섰다.
‘뭘 어쩔 셈이지? 혼자서 몬스터를 막겠다는 건가? 무적이 걸려서 죽이지도 못할 텐데?’
검은 낫이 뭘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10초 뒤에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다 함께 몬스터의 출몰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