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07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07화
207. 다음 타깃
크리스틴과 통화하기 전, 류민은 제프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래? 오고 있다고?”
안 그래도 크리스틴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유는?”
-예언자 님의 다음 라운드 예언을 듣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화로 요청해도 될 걸 직접 찾아오다니.’
하긴 매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예언을 해주는데 전화로 듣겠다고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제프리. 크리스틴을 미행해라. 때가 되면 내가 연락할 것이다. 원하는 장소로 그녀를 유인하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원래는 다음 라운드 예언을 핑계로 부를 생각이었지만…….’
크리스틴이 알아서 오고 있다면 굳이 통화할 필요가 없다.
‘최대한 내가 개입됐다는 걸 모르게 하는 편이 좋겠지.’
마경록의 귀에 자신이 크리스틴을 불렀다는 말이 들어간다면?
애꿎은 화살은 자신을 향할지 모른다.
그러면 타깃은 자연스레 동생인 류원이 될지도 모르고.
‘그렇기에 주식도 함부로 빼지 않고 있는 거지.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야 하니까.’
예언자가 주식을 하다 망했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미래를 못 봤다고 하면 그만이다.
‘때가 되면 서아린도 불러야겠어. 물론 내가 아닌 검은 낫의 전화번호로.’
그렇게 둘을 한 장소로 유인해 마경록의 민낯을 보게 만들 작정이다.
어디까지나 마경록이 범행을 저지른다는 가정하에 얘기지만.
‘우선 주성탁에게 마경록의 미행을 맡겨야겠어. 나는 따로 볼일이 있으니까.’
류민에게 마경록을 미행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당장 메시아의 움직임부터 파악해야 하니까.
‘그리고 존 델가도도 만나봐야 하고.’
존을 만나면 시험해 볼 것이 있다.
소환수로 만든 사리엘을 이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오두막에서 모이겠지.’
메시아가 그 안에서 무슨 대화를 주고받을지는 눈에 선하다.
‘아마 스윙맨인 나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겠지.’
그런 마당에 스윙맨의 모습으로 갈 수는 없다.
놈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들어봐야 했기에 투명화를 써서 감시할 작정이다.
“형, 또 어디 가?”
“응. 외국에 좀 다녀올게.”
“설마 그 일본인 여자친구 만나러?”
‘일본인 여자친구?’
일본으로 온천여행 좀 갔다 왔더니 이런 오해를 산 모양이다.
“어, 음, 그런 셈이지.”
“하하, 그러면 인정이지. 잘 다녀와, 형!”
“그래. 다녀올게.”
본의 아니게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핑계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류민이었다.
* * *
콰앙-!
한 번의 주먹질에 오두막의 탁자가 쩌억 갈라졌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조직원들이 당하다니!”
시뻘게진 얼굴로 분노하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양취웬이었다.
그는 검은 낫 암살 작전이 실패했음을 12라운드 집계 결과창으로 확인했다.
검은 낫이라는 이름이 떡하니 1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작전이 실패했다고 실망하지는 않았다.
여기 있는 다른 사도들도 마찬가지였다.
차선책으로 스윙맨이 제시한 작전이 남아 있었으니까.
그랬는데…….
“X발, 어떤 개새끼가 우리 조직원들을…….”
현실로 돌아오니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양취웬의 직속으로 움직이던 흑사회 조직원 28명이 모조리 숨져 있었다.
플레이어였던 양취웬은 보안이 철저한 벙커형 주택 안에 있었기에 사달을 면할 수 있었지만…….
콰앙-!
“빌어먹을! X발!”
이제 그에게 남은 일반인 직속 부하는 없었다.
있다면 자신의 오른팔이자 플레이어인 장소위뿐.
“진정하세요. 그러다 탁자 부서지겠습니다.”
메시아 설립자인 스패냐드가 말리자 양취웬이 도끼눈을 뜨고 노려본다.
“지금 이깟 탁자가 문제야? 내 직속 조직원이 전부 죽었다고!”
“조직원이야 다시 모으면 될 일 아닙니까. 중국 랭킹 1위인 양취웬 님 밑으로 들어올 양아치라면 수두룩할 텐데요.”
“X발, 누굴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로 아나! 가족 같은 식구들이 죽었다고! 같이 한솥밥 먹으며 고난을 헤쳐온 내 부하들이!”
“…….”
저렇게 흥분하여 소리치니 스패냐드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양취웬의 인생에서 조직은 꽤 중요한 부분이었나 보다.
오두막에는 한동안 씩씩거리는 숨소리와 분을 못 이긴 고함만이 들려왔다.
“죽여 버릴 거야. 어떤 새끼인진 몰라도 뱃가죽을 가르고 창자를 끄집어내서 목 졸라 죽여 버릴 거야.”
그때, 보다 못한 다크소울이 말했다.
“범인은 이미 나오지 않았습니까?”
“범인이 나오다니. 무슨 개소리야?”
“생각해 보세요. 범행 시각에는 우리 모두 이계에 있었잖아요. 그러니 범인은 일반인이라는 건데 작전을 알고 있던 사람은 흑사회 조직원뿐이었잖아요? 그럼 답이 나오죠. 조직 내부의 소행이라는걸.”
“그러니까 X발, 너는 우리 조직원이 배신했다? 이 말이냐? 지금?”
“그것밖에 없잖아요. 아니면 우리 메시아에서 배신한 거겠어요? 그쪽 조직원이 미쳐버려서 배신한 거겠지.”
“말 다 했냐?”
양취웬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다크소울은 태연했다.
“그럼 이거 하나만 물어봅시다. 검은 낫을 습격하기 전, 빌라 앞에서 시체를 발견했다고 했죠? 그중에 빠진 조직원 없었어요?”
“……한 명 있었다. 장첸이라고.”
“아아, 그럼 그 새끼가 범인이겠네요. 일 치르기 직전, 동료들을 찔러 죽이고 귀국해서 나머지 조직원까지 깔끔하게 처리한 거죠.”
“하지만 장첸은 조직에서 다른 조직원과 같이 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그럼 누군가 입막음을 했거나 일 치르고 자살했겠네요.”
“……X발,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장첸은 배신할 놈이…….”
“배신자가 어디 자기 얼굴에 배신자라고 써 붙이고 다닌 답니까? 아니면 배신할 거라고 사전에 힌트를 주고 다녀요?”
“…….”
“원래 사람 잘 죽이는 놈일수록 연기도 잘하는 법이에요. 평소에는 가면을 쓰다가 때가 되면 본색을 드러내죠.”
쾅-!
“왜놈 새끼가 뭘 안다고 지껄여!”
양취웬이 부정했지만, 다크소울은 자기 말이 맞지 않냐는 듯 동료들을 돌아봤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제 생각이 틀려요?”
다크소울의 질문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침묵은 무언의 긍정.
다크소울이 히죽 웃었다.
“제 생각엔 그 장첸이라는 놈이 경쟁조직에서 심어놓은 배신자 같아요. 그동안 적당히 기회를 노리다가 때가 되자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
“아니, 생각해 보니까 경쟁조직은 관계없는 거 같아. 어쩌면 검은 낫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검은 낫이요?”
조금 흥분을 가라앉힌 양취웬이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조직원이 당한 걸 보고 확인차 한국에 갔었거든? 그때 검은 낫의 빌라도 한번 들어가 봤는데 아무도 없더라.”
“그야 어디 외출한 거겠…….”
“사람의 흔적이라고 할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집을 비운 사람처럼 텅 비어 있었다고.”
“예? 그럼 검은 낫이 사전에 우리 작전을 간파했다는 말이에요?”
“그렇겠지. 작전 실행하기 전에는 분명 그 빌라 안에 있다고 보고받았으니까.”
그때 다크소울이 손가락을 딱 부딪쳤다.
“아, 이제야 알겠네! 검은 낫이 사전에 우리 작전을 파악하고 그 장첸이란 조직원을 매수한 거네요. 그리고 다른 킬러를 고용해서 일이 끝나자 입막음시킨 거고.”
그럴듯한 가정이었지만 한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문제는 우리 작전을 어떻게 눈치챘냐는 건데…….”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중에……?”
양취웬의 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모두 날이 선 눈동자로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 델가도는 서로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배신자가 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누가 배신자인지도 알 거 같고요.”
“누구죠?”
“당연히 이 자리에 없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모두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오두막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사도는 스윙맨뿐이었다.
“왜 스윙맨이 배신자라는 거죠? 존 델가도 님?”
침착한 어조로 묻는 스패냐드였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모집한 멤버들이다.
그중에 배신자가 나왔다면 자신의 책임도 없다고 볼 수 없었다.
“확신하는 건 아닙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뿐이지.”
“그러니까 이유가 뭐냐고요.”
“사실 12라운드에서 저는 검은 낫과 파티를 했습니다.”
“그렇겠죠. 작전이 실패하면 대안으로 검은 낫에게 접근하기로 했으니까.”
“그때 검은 낫의 곁에는 제피라는 플레이어가 있었습니다.”
“잠깐, 제피라면 검은 낫의 거처를 제공했던 그 암살자가 아닙니까?”
“예. 저도 처음 봤을 때 닉네임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얼굴이 현실과 달라서 다른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저를 아는 눈치도 아니었고요. 그저 우리가 고용한 그 암살자가 거짓으로 닉네임을 불렀다고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존 델가도의 눈이 번뜩였다.
“만약 그 제피가 정말 우리가 만난 제피가 맞고, 검은 낫과 한패였다면? 그럼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사전에 가짜 정보를 뿌려서 우리를 속이고 검은 낫을 도운 거죠.”
“하지만 우리는 미행만 해달라고 했지,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주지 않았는데요?”
“그러니까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거죠. 제피라는 정보원을 부른 사람이 누구입니까? 다름 아닌 스윙맨입니다. 검은 낫이 사전에 막을 수 있던 것도 스윙맨의 도움 때문이겠죠.”
스윙맨, 제피, 검은 낫, 장첸.
이 네 사람이 한통속이었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퍼즐이 들어맞는다.
“X발! 내 이럴 줄 알았어. 카레맨 새끼!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더라니만!”
오직 양취웬만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다른 사람의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두 배신감에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 뿐이었다.
“스윙맨은 어디 있죠? 왜 안 온 거죠?”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추적하기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고요.”
“추적하기가 안 돼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아.”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죽었나 보네요. 12라운드에서.”
“허, 병신 새끼. 고작 12라운드에서 뒤지다니.”
“이러면 복수도 못 하잖아?”
배신자를 처단할 생각이었는데 죽어버린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장첸도 죽었고 검은 낫은 복수하기 힘들다면 딱 한 사람만 남네요.”
“제피. 그 녀석을 추적해야겠습니다.”
“그런데 본명도 모르는데 어떻게 추적하지?”
“현실에선 어쩔 수 없지요. 작업하려거든 이계에서 해야죠. 제가 얼굴과 닉네임을 아니까 찾을 수 있습니다.”
존 델가도가 자신감 있게 말하자 스패냐드가 결론을 내렸다.
“그럼 13라운드에서 존 델가도 님과 함께 제피라는 놈을 추적하기로 하죠. 그 새끼를 고문하면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추가로 검은 낫의 정보도 알 수 있을 거고요.”
“X발 암살자 새끼. 부하들의 복수를 해주마.”
“13라운드가 무슨 미션인진 몰라도 그 새낀 뒤진 목숨이네요. 주제도 모르고 우릴 건드렸으니.”
그렇게 네 명의 사도가 이를 갈면서 회의는 끝났다.
그들의 새로운 타깃은 검은 낫의 동료로 추정되는 제피였다.
* * *
“후우.”
회의를 마친 존 델가도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찌어찌 검은 낫과 파티하여 이번 라운드도 살아남았지만.
‘다음에도 살 수 있을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두려움이 커졌다.
검은 낫에게 복수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괜찮아. 나한텐 천사가 있잖아.’
12라운드에서 검은 낫과 싸우던 천사를 영체 언데드화시켰다.
비록 들켰지만 검은 낫은 어째서인지 자신을 놔줬다.
더 이상 기어오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그래. 이런 상황에서 무슨 복수야. 일단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존 델가도가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러나 어김없이 낙인처럼 메시지가 적혀 있다.
[페널티가 적용 중입니다.] [영구적으로 모든 스탯 50%가 하락합니다.] [영구적으로 소환수의 스탯 50%가 하락합니다.]“쉣 더 퍽!”
절반으로 하락한 스탯들만 보면 분통이 터진다.
왜 하필 검은 낫과 파티가 되어서 이 지경이 됐단 말인가?
욕이 절로 나왔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도 있었다.
‘나한테는 천사 소환수가 있어.’
이름 모를 천사지만 분명 엄청나게 강해 보였다.
그래봤자 검은 낫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였지만 이게 어디인가?
‘웬만한 플레이어나 몬스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소환수다. 단언컨대 여태 얻은 소환수 중에서 가장 강해.’
죽은 대상을 소환수로 삼으면 생전 능력치의 50%인 채로 부려 먹을 수 있다.
그마저도 페널티 때문에 다시 절반으로 하락하게 생겼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강할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내가 믿을 건 이 이름 모를 천사 소환수뿐이야.’
강해져야 한다.
검은 낫에 대한 복수는 차치하더라도 일단은 20라운드까지 생존해야 한다.
‘그리고 소원으로 말하는 거지. 검은 낫을 죽여달라고.’
물론 망상일 뿐이었다.
그깟 소원보다는 그냥 검은 낫보다 1,000배는 강해지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럼 세상을 지배할뿐더러 원하는 건 모두 할 수 있어. 큭큭큭.”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혼자 있는 집에서 약쟁이처럼 킬킬킬 웃어버렸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잖아? 킥킥킥.”
“여기 있는데?”
제삼자의 목소리에 존 델가도가 화들짝 놀랐다.
정색하며 쳐다본 곳엔 웬 가면을 쓴 괴한이 있었다.
‘흰색 가면?’
순간 빌라의 입구를 찍었던 영상이 떠올랐다.
거기서 검은 낫이라고 불리던 사내가 저것과 똑같은 가면을 썼다.
“너, 너는 설마…….”
“맞아. 네가 생각하는 사람.”
그 말과 함께 괴한의 손에 대형 낫이 잡혔다.
자신의 사지를 자르던, 익숙한 생김새의 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