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2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23화
223. 만반의 준비
자신을 죽이러 온 대천사들을 봤을 때, 류민은 내심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악마의 축복을 걸기도 전에 대천사들이 나타나다니.’
천사를 잡기 전에 악마의 축복을 걸어야 스탯에 비례한 막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악마의 축복은 천사 100명을 잡아야 걸 수 있는 버프.
‘현재 카운트된 수는 저번에 잡은 사리엘 1명뿐이야.’
99명의 천사를 더 잡아야 축복을 쓸 수 있다.
‘축복이 없으면 대천사를 잡아봤자 개미 손톱만큼의 보상도 들어오지 않아.’
대천사를 죽이기 전에 제물로 쓸 천사가 필요한 상황.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짧은 고민 끝에 생각해낸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천사들이 지원 병력을 불러오게 만들면 된다.
실력이 비등하게 느껴지도록 조절하면서.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면 지원군을 부를 생각도 못 하겠지. 아니면 반대로 또 다른 대천사를 부를 수도 있고.’
다른 대천사가 오면 곤란하다.
류민에게 필요한 건 스택을 쌓을 제물들이었기에.
‘최대한 비슷한 수준으로 실력을 맞춰줘야 해. 병력이 조금만 더 있으면 이길 수 있도록.’
잘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유도하는 게 중요했다.
마치 미끼를 흔들며 물고기를 유인하듯.
‘표정 연기 좀 해야겠어. 피할 수 있는 것도 일부러 좀 맞아주고.’
폭발 비수에 닿으면 터진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건드렸다.
단번에 부술 수 있었던 빛의 감옥도 여러 번 때리며 꼼짝없이 갇힌 것처럼 연기했다.
‘다행히 잘 속아 넘어갔어. 이걸로 둘이 협력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으면 병력을 지원하지 않을 터.
일시적으로 강해진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 이용한 수단이 사신화였다.
‘처음엔 밀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신화를 쓰고 보란 듯이 압도한다. 그러다가 사신화가 끝나면? 당황하는 척 연기하면서 곧장 내빼는 거지.’
그리하면 천사들이 병력을 지원할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고, 도망칠 구실도 마련할 수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천사들도 납득하겠지. 모습이 검게 변하고 나서 강해졌으니까.’
천사들로선 아쉬울 것이다.
승산 있는 상대를 눈앞에서 놓쳐버렸으니.
‘날개를 망가뜨렸으니 쫓아오진 못하고 지원군을 부르겠지. 그렇다고 대천사를 부를 수도 없고. 이번 임무에 자신들의 명예가 달린 것 같으니.’
더구나 자존심도 센 녀석들이다.
가능하면 대천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들이 처리하려 들 터.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는 전투 천사들을 부를 공산이 컸다.
‘되도록 많은 전투 천사들을 불렀으면 하는데…… 아니, 딱 99명만이라도.’
놈들이 얼마나 지원 요청할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사신화의 쿨타임이 돌아올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천사들을 잡고 악마의 축복을 쓸 걸 대비해서 최대한 스탯을 높여놔야 해.’
남은 44분 동안 할 일이 꽤 많다.
포션도 먹고 이런저런 버프도 받아야 한다.
‘세 사람을 찾아가야겠어.’
날개를 편 류민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 * *
첫 번째로 찾아간 사람은 민주리였다.
라운드 시작할 때 받았던 블레스 버프가 끝나고 말았으니까.
“검은 낫님?”
난데없는 류민의 등장에 민주리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뭐 하고 있었지?”
“아, 조금 전에 막 심부름 퀘스트를 끝낸 참이에요.”
민주리는 자신이 일러준 대로 신성 제국에서 퀘스트를 하고 있었다.
1. 신전에 헌금하기
2. 신관의 심부름하기
3. 근처의 몬스터를 토벌하고 성수 얻기
4. 신전에 기부하기
이렇게 네 개의 연계 퀘스트를 하면 평판을 매우 우호까지 올릴 수 있다.
인간의 우호도를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최적의 루트였다.
간단해 보여도 최소 6시간은 걸리는 작업이지만.
“잘하고 있군. 이제 몬스터를 토벌하러 갈 차례인가?”
“네. 저 혼자서 잡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요…….”
“너한텐 블레스라는 사기적인 스킬이 있으니 충분할 거다. 걱정 마라.”
“고마워요. 그나저나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방금 말한 사기적인 스킬의 효력이 떨어져서 말이지.”
한마디로 버프를 받으러 왔다는 소리.
버퍼에게 버프를 요청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민주리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그동안 검은 낫이 직접 버프를 요구한 적은 손에 꼽았으니까.
‘거, 검은 낫님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시다니…….’
그깟 버프 하나 받으러 온 게 뭐가 감동이라고 민주리의 입이 귀까지 걸려 있다.
“줄 거냐, 말 거냐.”
“아,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당연히 드려야죠!”
[스킬 블레스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80% 증가합니다.] [스킬 스위프트의 효과로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80% 증가합니다.] [스킬 세이프티 배리어가 걸렸습니다.] [물리적인 공격에 한하여 2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3종 세트 걸어드렸어요. 히힛.”
“고맙군.”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유용한 버프들을 걸어주는 민주리다.
펄럭-
류민이 등 뒤로 어둠의 날개를 펴자 민주리가 놀랐다.
“못 보던 스킬이네요?”
“최근에 생길 일이 있었지. 그럼 바빠서 먼저 가겠다. 퀘스트 열심히 하도록.”
“응원 고마워요. 검은 낫님. 살펴 가세요!”
류민의 몸이 저 멀리 날아올랐다.
* * *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드워프들의 도시 아이언그레이였다.
다름 아닌 러셀을 만나기 위해서다.
약속했던 3시간이 지났는지 대장간 앞에서 기다리는 러셀이 보인다.
“앗! 검은 낫님!”
지상으로 내려온 류민이 담담하게 물었다.
“많이 기다렸나?”
“아닙니다!”
“보상은?”
“물론 받았죠!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끄덕거리자 러셀이 다가와 장비에 손을 얹었다.
‘20%씩이나?’
10%였던 게 두 배로 오르다니.
류민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버프를 받으러 온 보람이 있었다.
“내친김에 다른 장비에도 해드리겠습니다. 무기도요.”
“고맙군.”
러셀은 여기저기에 손을 얹어 버프를 걸어줬다.
액세서리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한층 강화됐다.
[스킬 ‘무기 연마’의 효과로 무기 공격력이 200% 증가합니다.] [버프는 해당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지속됩니다.]장비 연마뿐만 아니라 무기 연마도 증가했다.
3시간짜리 퀘스트 하나로 전체적인 스킬이 강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드워프에 대한 평판까지도.
“평판은?”
“중립이었는데 단숨에 매우 우호로 상승했습니다. 이게 다 검은 낫님 덕분입니다. 아, 관계를 주선해 준 예언자님도요.”
싱글벙글 웃는 러셀을 보니 스킬이 강화돼서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다.
“좋아하니 다행이군. 이제 레벨만 열심히 올리면 되겠어.”
“감사합니다. 검은 낫님. 열심히 해서 앞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마음 잊지 말라고. 그럼 바빠서 먼저 가지.”
날개를 펼친 류민이 천천히 날아올랐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 더 찾아간 뒤에 천사들에게 갈 생각이다.
‘부디 99명 이상 불러왔기를.’
류민의 몸이 빠르게 도시를 벗어났다.
* * *
마수의 숲은 때아닌 천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엘과 라구엘의 부름을 받고 나타난 5품 천사들이었다.
[우리엘 님. 상처는 어떠십니까?] [거의 다 나았어. 넌?]라구엘이 어깨를 돌리며 날개가 뜯겼던 부위를 보여줬다.
[이계라 그런지 회복 속도가 더디지만,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다행이구나.] [천마 대전에 비하면 이까짓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죠. 당장 날갯짓은 힘들지만, 천계로 돌아가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천사들은 ‘천상의 샘’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사지가 잘리더라도 숨만 붙어 있으면 새로 창조하는 수준으로 육신을 복원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검은 낫이라는 인간이 예상외로 강했어. 너도 인정하지?] [이제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녀석이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입니다. 이만한 병력이라면 놈도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요.]라구엘의 시선이 마수의 숲을 꽉 채운 전투 천사들을 돌아봤다.
도합 200의 천사들이 저마다 무기를 쥐며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긴. 여기 있는 병력과 합세하면 검은 낫을 제압하기란 식은 죽 먹기겠지.] [그 벌레가 검게 변해도요?]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기에 우리엘은 잠시 대답을 미뤘다.
곰곰이 이쪽과 검은 낫의 전투력을 저울질할 뿐.
[확실히 놈이 검게 변하면 쉽진 않을 거야. 우리 둘만으로는 역부족이겠지. 하지만…….]우리엘의 시선이 병사들에게 향했다.
‘방패막이가 200개나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지.’
속말을 감춘 채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 정도의 병력과 함께한다면 무서울 게 뭐가 있겠나?] [그렇겠죠? 이만하면 이길 수 있겠죠?] [물론이지. 그래도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검은 낫이 검게 변한다면 즉결처분하기로 하자고. 제압만으로는 힘들 것 같으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립니다. 히히.]라구엘은 검은 낫이 제발 검게 변하기를 바랐다.
벌레에게 당한 모욕을 죽음으로 갚아줄 심산이었으니까.
[그럼 병력도 다 모였으니 검은 낫을 죽이러, 아니. 벌레를 제압하러 가볼까요?] [그래야겠네. 슬슬 추적할 준비 하고 있어.] [예.]라구엘이 추적 기능이 있는 아티팩트를 쓰는 사이, 우리엘은 목석처럼 서 있는 병사들 앞에 나섰다.
[들어라. 내가 누군진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지원 요청을 받은 병사들은 내 이름부터 봤을 테니까.]천사들은 대답하지도, 고개를 끄덕거리지도 않았다.
5품인 그들에게 있어서 대천사는 까마득한 상관이었으니까.
군대로 비유하자면 일병 앞에 투스타가 나선 꼴이었다.
[기대와 달리 생각보다 많이 지원해 줘서 고맙다. 너희들의 임무는 간단해. 나와 여기 있는 라구엘을 도와 천계를 어지럽히는 인간 범죄자 한 명을 처리하는 일이다.]‘인간 범죄자?’
‘고작 한 명을 잡는데 이렇게 많이 불렀다고?’
인간이 약하다는 건 천계에 익히 알려진 상식.
투스타의 지원 요청에 발 벗고 나서긴 했지만 설마 인간을 잡는 임무인 줄은 상상도 못 한 천사들이었다.
[한 명이라고 얕잡아보면 안 된다. 인간 중에서는 그나마 강한 축에 속하는 놈이니.]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천사는 없었다.
대천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면 된다.
천사들의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공을 세우고 대천사의 눈에 잘 보이는 것뿐이었으니.
마침 우리엘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 지으면 내 특별히 너희들을 4품으로 한 단계 진급시켜줄 것이다. 그러니 임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알겠나?] [예!!!]목소리엔 기합이 잔뜩 들어갔고 표정엔 하루빨리 인간을 찢어 죽이고 싶다는 욕망이 엿보였다.
사기 충만한 병사들을 보고 만족스레 웃던 우리엘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우, 우리엘 님.]당황한 얼굴의 라구엘을 보니 더는 웃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추적 아티팩트에 이상이라도 생겼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검은 낫 말입니다.] [그 인간이 왜?] [거리가 좁혀지는 게 이쪽으로 오고 있는 듯한데요?] [뭐?]도망가던 녀석이 제 발로 오고 있다고?
[확실해?] [확실합니다. 방향도 거리도 전부 이곳을 향해 있습니다.] [마침 잘됐네. 이거 찾으러 갈 필요도 없었잖아?]미소 짓던 우리엘의 머릿속에 순간 한가지 작전이 떠올랐다.
[이럴 게 아니라 함정을 파고 기다리자. 그래야 확실히 끝낼 수 있지. 도착 예상 시간은?] [3분입니다.] [충분하네. 병사들에게 나무를 엄폐 삼아 숨으라고 해. 곧 있으면 표적이 올 테니 신호하면 동시에 기습하라고.] [흐흐, 알겠습니다.]라구엘이 즉시 명령을 내렸고 천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던 우리엘의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 한번 와봐라, 인간.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