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29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29화
229. 사절단
[CPF 부대장 검은 낫, 전 세계 플레이어들에게 경고! 나쁜 짓 하지 마라.] [범죄자를 싫어한다는 검은 낫, 걸리면 죽는다! 선전포고!] [검은 낫의 말처럼 플레이어의 범죄가 횡행하는 나라는 어디?] [윤 대통령 曰, 플레이어에게 핍박받고 있는 나라는 한국에 도움 청할 것.] [검은 낫 연설 후 네티즌 반응, 오만하다. vs 정의감 넘친다. 다른 나라의 반응은?]청와대 연설 후 온갖 기사가 올라왔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어이가 없네. 지가 뭔데 구해주느니 마느니 참견인지?
└그러게 말이야. 오지랖도 정도껏 하지 ㅋㅋㅋ 하다 하다 다른 나라 구해주겠다고?
└ㅂㅅ들. 좋은 일 하겠다고 해도 ㅈㄹ들이네.
└아니, 좋은 일이고 말고를 떠나서 웃기잖아. 지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심판하냐고. 판사야? 여기가 무슨 무법지대야?
└야 이, 또X이들아! 너희가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게 누구 때문인지 몰라서 그래? CPF 아니었으면 거리의 상점들 다 털리고도 남았다고!
└ㅈㄹ하네. 플레이어는 어차피 놔둬도 자연사야. 매달 절반씩 뒤지는 놈들인데 무슨.
└그럼 하루살이 떼가 너희 집에 들어와도 하루만 지나면 죽으니까 그냥 방치하고 있을 거냐? 헛소리하고 자빠졌네.
└맞음. 검은 낫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적은 거임. 해외 기사 보면 범죄 저지르는 플레이어들 때문에 아직도 골치 썩고 있는 나라 많음.
└다른 나라고 나발이고 우리만 잘살면 되지 왜 남의 나라를 돕는다고 저 ㅈㄹ이냐고 ㅋㅋㅋㅋㅋ
└하루살이 범죄자들이 싫다잖아.
└내가 볼 땐 그냥 살인 욕구 채우고 싶어서 저러는 거임.
└얘들아. 좋은 일 하겠다는데 좀 응원해 줘라. 칭찬해 주지는 못할망정 졸라게 까고 있네.
└그러게요. 남의 일이라고 막말하는 사람이 많네요. 피해자 입장에선 검은 낫의 발언이 한 줄기 희망일 텐데…….
└아니, 구해달라고 하는 나라가 있긴 하냐고. 플레이어가 정권 먹고 시민들 괴롭히는 나라가 어디 있어? 완전 음모론 아니야?
└그거야 제보가 들어오는지 지켜보면 알겠지.
└충분히 있을 거 같은데? 나 같아도 초인적인 힘이랑 능력 생기면 수뇌부 암살하고 정권부터 장악함. 그리고 내 맘대로 통치하고 왕처럼 살 거임.
└윗댓 이거 잠재적 범죄자네. 저런 놈을 조심해야 함.
└내 생각도 검은 낫이랑 같음. 우린 이렇게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반대로 플레이어 때문에 고통받는 나라가 있을 수 있음. 그런 나라 입장에선 도움 청할 데도 없으니 검은 낫의 제안이 구원의 빛이나 다름없겠지.
└그러니까 증거도 없고 전부 추정일 뿐이잖아~ 이 ㅂㅅ아.
└왜 일반인 ㅈ밥들끼리 여기서 싸우고들 계세요? 저어기 나가서 싸워요.
└저기 님들, 진짜로 몰라서 그러는데 검은 낫이 뭔가요? 새로 나온 낫인가요?
댓글창은 싸움판이나 다름없었다.
민감한 주제이니만큼 사람들의 의견이 갈렸다.
‘상관없다. 어차피 결과로 보여주면 그만이니.’
오히려 이렇게 불탈수록 더 좋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을 때 일을 벌여야 파급효과도 더욱 커질 테니.
‘슬슬 가봐야겠군.’
류민은 핸드폰을 집어넣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검은 낫님? 반갑습니다. 기장 서태석입니다. 저번에 나이지리아에 갈 때 뵀었는데…….”
“예. 기억합니다.”
당시에 전세기에서 내릴 때 나이지리아는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조언했던 그였다.
“이제야 말하지만, 그때 주제넘은 소릴 해서 죄송합니다. 그 유명한 검은 낫님이신 줄도 모르고…….”
“아닙니다. 덕분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좋은 일 하러 가시는 건가요?”
류민이 빙긋 웃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보이진 않았지만.
“그런 셈이죠.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걱정 마십시오. 목적지까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기장과 악수한 뒤 일등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털썩-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류민의 옆으로 누군가 따라서 앉았다.
노예 1호, 얌띠였다.
“다른 사람들은?”
“6명 모두 뒤에 앉아 계세요.”
비행기 안엔 두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노예 2호 주성탁을 비롯해 허태석, 엄준석, 민주리, 서아린, 조용호까지.
사신교의 주요 멤버들이 함께했다.
다름 아니라 외국에 사신교를 홍보하고자 류민이 부른 일종의 사절단이었다.
‘국내 플레이어들은 모두 흡수했으니 이제 외국으로 진출할 차례지.’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을 통제하려면 우선 조직에 가입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비록 종교라는 프레임을 씌우긴 했지만 사신교도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뭉친 조직이니.’
플세바라는 작은 카페보다는 사신교라는 종교에 가입시키는 게 더 소속감이 들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갑작스러운 연락이었을 텐데 다들 흔쾌히 나와줘서 고맙군.’
허태석과 엄준석은 교주와 추기경이니 그러려니 해도, 다른 사람들은 굳이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부탁에 기꺼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줬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출발해도 된다고 승무원에게 얘기할까요?”
“아니, 잠깐. 가기 전에 통화할 사람이 있다.”
류민은 곧장 크리스틴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 검은 낫님이세요?
저번에 제프리를 통해 번호를 넘겨받은 크리스틴이 반갑게 받았다.
“그래. 나다. 그쪽은 밤이겠지? 늦게 전화해서 미안하군.”
-아니에요. 11시면 엄청 늦은 시간도 아닌걸요. 얼마든지 전화하셔도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로…….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려고 한다.”
-네? 정말요?
“내가 속한 종교인 사신교를 홍보하고자 하거든. 미국에 가는 김에 너도 함께하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좋은 생각이에요. 제가 가이드해 드릴게요. 제가 어디로 가야 플레이어가 많은지 잘 알거든요.
“흔쾌히 수락해 줘서 고맙군. 그럼 14시간 뒤에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에서 만나도록 하지. 제프리와 함께 오면 되겠군.”
-제프리…… 도요?
혼자서만 갈 생각이었는지 아쉬움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
“함께 할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아, 알겠어요. 그럼 공항에서 뵐게요.
이걸로 크리스틴까지 끌어들였다.
“이제 출발하지.”
“예. 검은 낫님.”
비행기가 서서히 이륙했다.
* * *
아무도 없는 고요한 예배당.
통화를 마친 크리스틴이 핸드폰을 내려놨다.
마침 기도를 드리는 와중에 생명의 은인의 전화가 걸려오다니.
‘주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인데 그렇게 밝은 목소리로 전화 받는 게냐?”
고개를 돌려보니 아버지다.
“뭐, 뭐예요? 설마 들으셨어요?”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들을 수밖에 없지. 누구 전환데 그래?”
“……검은 낫님이요.”
그 말에 무심하던 네이선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검은 낫이 누군지는 익히 들어서 안다.
11라운드에서 자신의 딸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
아버지로서 절대 안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이 밤중에 그 사람이랑 통화했다고?”
“네.”
“검은 낫이랑 사귄다는 말은 없지 않았느냐?”
“예에? 사, 사귀긴 누가요?”
크리스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사귀는 게 아니었나? 사귀었으면 좋겠다만.”
“아, 안지 얼마나 됐다고 사, 사귀어요.”
“그 마경록인가 하는 쓰레기랑은 잘만 사귀지 않았느냐?”
“그거야 아버지가 억지로 이어주신 거잖아요.”
“크흠, 그 점은 미안하다. 내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었구나.”
오성 그룹 후계자 살인사건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도 알만큼 세계적인 이슈였다.
당연히 혼사를 잡아놨던 네이선으로서야 모를 수가 없었고.
“멀쩡한 인간인 줄 알았더니 속내를 숨긴 사이코패스 살인광이었다니. 그 자식이랑 혼사가 이어졌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선 모른다니까. 쯧쯧.”
혀를 찬 네이선은 마경록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기도 싫었다.
후계자 경쟁 때문에 형제들을 죽이고 목격자인 자기 딸까지 죽여서 비밀을 감추려던 쓰레기.
생각만으로도 분노가 치밀 지경이었다.
그에 반해, 검은 낫은 어떠한가?
딸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임은 물론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에 확인한 뉴스에 의하면 도움이 필요한 나라를 플레이어로부터 구제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성자가 있다면 검은 낫을 두고서 하는 말일 거다.
“허허, 두 달 전에 검은 낫의 위치를 알아보겠다고 한국에 갔다가 별다른 수확 없이 돌아오더니, 이제는 연락도 하는 사이가 됐어? 이거 잘하면 가능성이…….”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참에 검은 낫에게 들이대라는 말을 하는 게다. 기회는 아무 때나 오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서 네 것으로 만들어!”
“아버지!”
“왜? 싫으냐? 싫으면 그 예언자는 어떠냐? 난 그 사람도 나쁘지 않다만…….”
“아빠!”
“하하, 농담이다, 농담. 그나저나 검은 낫이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했다냐?”
화를 삭인 크리스틴이 검은 낫과의 통화 내용을 설명해 줬다.
“사신교라는 종교를 만들었는데 홍보차 미국에 왔다고 해서요. 제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그래서…….”
크리스틴은 네이선의 눈치를 살폈다.
정식 종교는 아니어도 엄연히 다른 종교를 도와달라는 부탁이었으니 내심 마음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네이선은 의외로 생각이 열려 있는 성직자였다.
“홍보 정도는 도와줘도 나쁠 것 없지. 그게 설령 타 종교여도.”
“정말요?”
“그래. 다만 상대가 검은 낫이니까 허락해 준 게다. 다른 종교였으면 얄짤없었어!”
“그런 말도 쓸 줄 아세요?”
“크흠, 요새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들을 찾아보다 보니…….”
“젊은 사람도 그런 말 잘 안 쓰는데…….”
크리스틴은 몰랐지만, 네이선은 나름대로 변화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대화가 어색한 딸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데 귀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하나뿐인 딸을 약혼자에게 잃을 뻔한 것이 기폭제가 된 걸까?
네이선은 크리스틴 앞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왜 그렇게 웃으세요?”
“아니다. 어쨌거나 검은 낫을 잘 도와주고 오려무나. 혹시 위험하니까 제프리는 데려가도록 하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래. 늦었는데 얼른 자거라.”
“네. 아버지.”
크리스틴은 뭔가 달라진 분위기의 네이선을 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로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자신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 *
[기장 서태석입니다. 잠시 후 저희 비행기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14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류민을 비롯한 사신교 사절단이 미국 땅을 밟았다.
“얼굴을 보여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입국심사관이 가면을 쓴 류민을 가로막았다.
심사에 통과한 동료들이 뒤돌아봤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됐습니까?”
얼굴이야 다른 사람 안 보이게 심사관한테만 보여주면 그만이었기에.
뭐, 얼굴이 보이더라도 걱정은 없다.
만일을 대비해 류민이 아닌 로스트야크의 모습을 유지 중이었으니.
‘일종의 이중 보안이랄까?’
그렇게 심사관의 확인 끝에 입국심사대를 지날 수 있었다.
“됐다. 이만 가지.”
다시 가면을 쓴 류민이 기다리던 동료들과 함께 공항 문을 나서는 그때.
“검은 낫님!”
미리 마중 나온 크리스틴이 멀리서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옆에 얌띠의 부하가 된 제프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고.
“늦지 않게 마중 나왔군.”
“그럼요. 제가 가이드해 드린다고 했잖아요.”
크리스틴은 이번 기회에 마음의 빚을 조금 갚을 생각이었다.
물론 사적인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혼자서 오신 줄 알았는데…… 눈에 익은 분들이 몇몇 보이네요?”
“혼자서는 홍보할 자신이 없어서 말이지.”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는지 아쉬운 한숨을 쉬는 크리스틴이었다.
“사신교에 모집할 플레이어를 모은다고 하셨죠? 가요! 제가 잘 아는 곳이 있어요.”
“미안한데 이거 어쩌지?”
“네?”
“사실 홍보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일 때문에 미국에 온 거거든. 미안하지만 여기 있는 멤버들과 먼저 가주지 않겠나? 볼일이 끝나면 바로 합류하지.”
“아…… 그럴게요.”
함께하지 못해 실망한 크리스틴이지만 실망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낫님, 어디 가세요?”
영어를 알아들은 서아린이 물었고, 그 뒤로 민주리와 사신교 멤버들의 이목이 쏠렸다.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빨리 가서 메시아 놈들을 처리해야 하거든.’
속말을 감춘 류민이 가면 속에서 미소 지었다.
“그럼 이만 가보지. 얌띠. 가자.”
“검은 낫님. 얌띠 님은 왜…….”
“녀석이 필요한 일이거든.”
그 말만 남기고 떠나자 크리스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서아린과 민주리도 마찬가지였다.
‘어째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불편한 기운을 느낀 얌띠가 서둘러 검은 낫을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