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4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48화
248. 두 번째 미션
화아악-
어둠뿐이던 공간이 확 밝아졌다.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은 2천 명을 수용할만한 커다란 공동이었다.
“어휴, 이제 좀 보이네.”
“이제 스킬도 제대로 써지네요.”
“그나저나 두 번째 미션은 뭘까?”
“검은 낫이 알지 않을까? 말하는 거 보니 공략법을 아는 것 같던데.”
“네가 한번 물어봐.”
“시, 싫어. 난 별로 안 궁금해. 궁금하면 네가 물어보던가.”
“나, 나도 사실 안 궁금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람들은 곁눈질로 류민을 훔쳐봤다.
두 번째 미션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굳어 있는 류민의 표정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표정이 안 좋은데?”
“왜 저러지?”
“두 번째 미션은 좀 어려운 건가?”
사람들이 쑥덕거렸지만 굳어 있는 건 류민만이 아니었다.
사신교 신도들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음 미션을 기다리고 있었다.
류민에게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션은 서로 죽고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잠시 후,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두 번째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지금부터 서로를 죽여라.
└제한 시간 30분 동안, 한 사람이라도 죽이면 통과
[통과자는 참가자의 절반인 1,152명입니다.] [제한 시간이 지나면 통과하지 못한 참가자는 모두 소멸합니다.] [성공 시 세 번째 미션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생존자수 : 2,303] [다음 미션까지 남은 시간 : 00:29:59]미션을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 서로 죽이라고?”
“4라운드 때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서로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던 죽음의 4라운드가.
꿀꺽-
침을 삼키며 서로가 옆 사람을 쳐다봤다.
벌써부터 눈에 살기가 번들거리는 사람이 보인다.
서로가 경계하는 눈으로 슬금슬금 거리를 뒀다.
‘30분 동안 서로를 죽이라니…….’
‘검은 낫의 표정이 왜 굳었는지 이제야 알겠어.’
솔직히 미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닌 이상 살인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을 죽여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분명한 이득이 있었다.
생존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면 생존권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행동에 옮기는 이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남에게 칼을 대기가 꺼림칙한 것이다.
‘이제 와서 서로를 죽이라니…….’
‘뭐 이런 개 같은 미션이…….’
14개월을 버텨온 동료가 한순간에 적이 되었다.
윤리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어긋난다고 망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눈 딱 감고 죽이는 거야.’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남을 밟고 올라가는 세상이야. 이것도 일종의 경쟁이라고.’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한다고 합리화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동상이몽 속에서 사람들이 눈치만 보는 가운데, 사신교 신도들은 서로에게 좀 더 가까이 붙었다.
일전에 말했던 검은 낫의 지령 때문이었다.
-두 번째 미션은 서로를 죽이는 미션이다. 모르긴 몰라도 4라운드 때처럼 처참한 살육이 벌어지겠지. 그렇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살인에 동참하지 마라. 서로를 향해 칼도 겨누지 마라. 그저 같은 사신교끼리 뭉쳐서 상황을 관망해라. 누군가 먼저 공격한다면 죽여도 상관없다. 다만 그전까진 나와 함께 상황을 지켜본다. 내가 신호할 때까진 절대로 나서지 마라.
살육이 벌어져도 나서지 마라.
먼저 공격하는 상대는 죽여도 좋다.
서로를 동료로서 믿고 지켜줘라.
신호할 때까진 가만히 있어라.
검은 낫에게 들은 네 가지 지령을 이행하고자, 신도들은 서로를 믿고 뭉쳤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일단 지켜보라는 검은 낫의 명령은 합리적이었다.
검은 낫을 향한 믿음도 있었고.
반대로 사신교를 제외한 사람들은 애가 타는 실정이었지만.
“다, 다들 이대로 눈치만 볼 거예요?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누군가의 외침에 날이 선 외침이 튀어나왔다.
“뭘 하라는 겁니까? 서로 죽이라고요?”
“죽이지 않으면 전부 소멸한다잖아요. 죽일 수밖에 없어요.”
“한 명당 한 사람씩만 죽이면 딱 맞게 통과하겠네요.”
“수학 박사 납셨네.”
“비꼬지 말고요. 그쪽은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요?”
“나? 아무 생각 없는데?”
“저기, 이러지 말고 토너먼트를 하는 게 어떨까요?”
“토너먼트? 염병하고 있네.”
“이봐요. 이계라고 너무 심하게 말하는 거 아니에요?”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대진은 그럼 누가 정하는데? 검은 낫이랑은 누가 붙을 거고?”
“토너먼트 하자고 한 멍청한 새끼가 붙으면 되겠네.”
“아, 미안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제가 멍청했어요. 그럼 똑똑한 여러분들이 말 좀 해줄래요? 다른 좋은 생각 있는지?”
“검은 낫 님은 알겠지. 첫 번째 미션의 공략법을 알고 계셨으니.”
“검은 낫 님? 이번 미션 공략법도 아시나요?”
“아시면 말씀 좀 해주세요.”
좌중의 시선이 류민에게 모였지만 딱히 해줄 답은 없었다.
죽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으니까.
류민이 침묵하다가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죽여야지. 별수 있나.”
“…….”
기대한 대답이 아닌지 플레이어들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고민하면 할수록 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정말로 죽일 수밖에 없는 건가……?’
시스템상 서로 죽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10분이 흘렀다.
“시간이 부족해요. 벌써 10분이 지났다고요.”
“이대로 가다간 전부 소멸이에요. 절반이라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그쪽이 먼저 죽이던가!”
“그, 그건 좀…….”
교착상태가 이어졌다.
4라운드에서 이미 살인을 경험했음에도, 사람들은 쉽사리 서로를 찌르지 못했다.
오히려 그 지옥을 경험했기에 망설이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1년이 넘도록 생사를 헤쳐온, 한낱 경쟁자가 아닌 동료였으니까.
‘역시 다들 주저하고 있어.’
류민은 이렇게 대치하리라 이미 예상했다.
4라운드에서도 이랬으니까.
‘물꼬를 틀 필요가 있겠군.’
서로 죽이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류민은 절망교를 이용하기로 했다.
류민의 시선이 먼발치에 있는 존 델가도에게 닿았다.
‘실행해라.’
눈짓을 주자 존 델가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욱-!
“커어억!”
살갗을 파고드는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털퍼덕-!
바닥에 쓰러진 한 남자에게로 주변의 시선이 모였다.
첫 희생자가 발생했다.
다름 아닌 절망교 신도다.
그를 죽인 사람 역시도.
“사, 살인이다!”
“저 녀석 봐! 닉네임이 붉어졌어!”
“같은 신도끼리 뭐 하는 거야?”
근처에 있던 같은 절망교 신도들이 당황했다.
신도가 신도를 죽인 상황이 어처구니없었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 배후에 자신들의 교주인 존 델가도가 있을 줄은.
먼발치에 있던 류민이 살인 현장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신도들이 생각보다 사령술사의 말을 잘 듣는군.’
사전에 존 델가도는 따로 신도를 만나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이 신호하면 가까이에 있던 신도 한 명을 죽이라고.
그러면 다음 라운드 공략법은 물론 추기경급의 지위를 주겠다고.
‘그 꼬드김에 넘어갈까 싶었는데 정말로 다 넘어갔단 말이지?’
웃긴 건 그런 제안에 수락한 신도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푹-! 푸욱-!
“컥!”
“어억!”
절망교 신도들이 같은 편을 향해 날붙이를 휘둘렀다.
오직 교주의 제안만 믿고서 스스럼없이 신도를 죽였다.
“푸흐흐, 커어얽!”
신도를 죽이며 웃고 있던 신도가 다른 신도의 칼에 찔려 죽었다.
그 신도 역시 또 다른 신도에 의해 시체로 전락해 버렸고.
그런 피 튀기는 살육이 절망교 신도들에게서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 존 델가도의 약속에 현혹된 광신도들이다.
푹-! 푹!
“아악!”
“죽여!”
신도들이 갑자기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자, 베르베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는 거냐! 갑자기 왜!?”
뒷공작이 있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야 이, 미친놈들아! 같은 편을 공격하면 어쩌자는 거야!”
차기 교주가 될 그에게 절망교 신도들은 소중한 자원이고 병력이다.
이렇게 아깝게 죽어선 안 된다.
하지만 말려봐도 녀석들은 칼질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
존 델가도를 죽이고 세력을 불릴 생각이었던 그로선 어처구니없을 따름.
그러나 살인은 비단 절망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죽여라!”
“X발, 너 이리 와!”
“죽어! 죽어!”
물꼬를 터서인지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칼질해 댔다.
절망교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얼른 동참해야겠다 여긴 것이다.
그 와중에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건 덤이었고.
‘흠.’
혼란한 와중에 류민은 가만히 상황을 주시했다.
사신교 신도들도 살인에 가담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했다.
명령이 있기까진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류민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류민은 퀘스트 진행창을 보며 때를 기다렸다.
[현재 생존자수 : 2,102] [현재 통과자 수 : 201/1,152]……………
[현재 생존자수 : 2,050] [현재 통과자 수 : 253/1,152]……………
[현재 생존자수 : 1,991] [현재 통과자 수 : 312/1,152]……………
생존자가 줄어들수록 통과자도 늘어갔지만 류민은 기다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 더 죽어야 해.’
여유가 있는 류민이었지만 통과자가 빠르게 늘수록 사신교 신도들은 초조해졌다.
자신들도 빨리 살인에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자리가 모자라진 않을지.
하지만 사신교 신도들은 검은 낫을 믿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길 애타게 기다렸고, 결국.
‘때가 됐다.’
통과자가 400을 넘어간 순간 류민이 눈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존 델가도에게.
‘소환해라.’
마침 쳐다보고 있던 존이 끄덕이며 시체 부활 스킬을 시전했다.
“일어나라.”
지팡이 끝에서 나온 빛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에게로 옮겨붙었다.
이윽고.
“그어어어어…….”
수백의 시체들이 좀비처럼 일어섰다.
정신없이 싸우던 사람들도 그 장관에 놀라며 칼질을 멈췄다.
척척척-
군대처럼 열을 맞춰 움직이던 언데드들이 향한 곳은.
“저, 저것들 뭐야?”
“여기로 오잖아?”
다름 아닌 사신교 무리였다.
수백의 대군이 뭉쳐 있는 사신교를 공격하려는 모양새다.
‘사실은 목숨을 바치려고 온 거지만.’
보기와 달리 언데드들은 사신교를 공격할 마음이 없다.
그저 죽어주러 왔을 뿐이다.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보단 이미 죽었던 시체를 죽이는 게 죄책감이 덜할 테니.’
실체 언데드를 죽이면 숫자가 카운트되는 걸 노린 류민의 전략이었다.
척척-
존 델가도의 소환수들이 가까이 오자 이때라는 듯 류민이 소리쳤다.
“사신교 전원! 저 언데드들을 죽여라! 한 사람당 하나씩!”
명령을 이행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실제 사람이 아니라 소환수였기에.
푹-! 푹-!
게다가 전혀 저항하지 않고 죽어줬기에.
“어? 왜 저항하지 않지?”
의아했지만 그것도 잠시.
사신교 신도들이 하나같이 놀란 눈을 떴다.
‘어라? 이 메시지는……?’
‘언데드를 죽였는데 이게 뜬다고?’
류민도 가까이에 있는 언데드 하나를 죽이자 신도들과 같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당신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두 번째 미션에 통과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