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5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53화
253. 통합
류민은 자신이 구해준 외국인 플레이어들이 가입을 희망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목숨을 구해준 것이 호의적으로 작용한 듯싶지만 류민의 생각은 달랐다.
‘뒤늦게 깨달은 거겠지. 나한테 붙어야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15라운드에서 사신교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으니 더더욱 가입을 희망하는 것이리라.
다음 라운드 공략법을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입하려는 것도 있을 테고.
‘어쨌거나 잘된 일이다. 플레이어들을 모두 사신교로 통합시키면 이보다 좋을 수 없지.’
앞으로는 협력하는 퀘스트가 많기에 플레이어들을 하나로 묶는 게 중요하다.
사신교는 그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수단이 될 것이다.
‘어디 얼마나 왔나 볼까?’
류민이 사신교의 앞마당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에서 흰색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은 흔치 않았으니까.
“거, 검은 낫 님이다!”
“검은 낫 님!”
대중 매체에 많이 노출된 탓에 가면만 봐도 사람들이 알아봤다.
“허 교주.”
“오셨습니까? 검은 낫 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전화로 말했을 땐 열 명이라 하지 않았나?”
“그새 또 늘어났지 뭡니까. 하하…….”
마당에 있는 사람은 어림잡아도 스물.
모두 국적도 제각각인 플레이어들이었다.
“좋아. 면접을 진행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허태석이 빠르게 돌아섰기에 류민은 그의 생각을 읽을 틈이 없었다.
그저 마당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면접을 진행할 뿐이다.
“가입을 희망하는 분은 한 줄로 서주십시오.”
엄준석의 말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추기경 엄준석입니다. 여기 가입 서류를 드릴 테니 하나하나 읽어보시고 동의서에 체크해 주십시오. 간단한 신상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심히 서류를 작성한 사람들이 줄지어 가면 쓴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류민이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말한다.
“사신교에 가입하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이유는?”
“지난 라운드에서 검은 낫 님이 보여주신 희생에 감명받았습니다. 이분이라면 믿고 따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체 없이 지원할 마음을…….”
남자가 장황하게 이유를 늘어놓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검은 낫에게 기생해야 생존할 수 있어.
속마음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류민은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강한 자에게 붙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이니까.
“가입을 허락한다.”
“가, 감사합니다!”
인성도 나쁘지 않아 보였기에 쿨하게 허락했다.
“다음.”
그렇게 하나둘 면접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찾아왔다.
눈 뜨자마자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왔는지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타난다.
‘15라운드를 겪고 어지간히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군.’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었기에 불만 없이 면접을 진행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류민은 동생에게 외박한다고 말하고 아예 사신교에서 생활했다.
조금 쉴만하면 가입자가 나타났기에 아예 숙박하면서 면접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사흘째에는 새로운 가입자만 150명이 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25명만 더 왔으면 좋겠군.’
25명만 더 오면 전 세계 플레이어가 가입하는 셈이 된다.
무엇보다도 그중에는 대마도사 알렉스와 신궁 도로시가 있다.
‘적어도 두 사람은 데리고 가고 싶은데…….’
어쩌면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금세 지워 버렸다.
‘아니, 올 수밖에 없을 거야. 다음 라운드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류민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해가 중천을 넘어서야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여기가 사신교인가요?”
“맞습니다. 가입하러 오셨나요?”
“예. 혹시 검은 낫 님을 뵐 수 있을지…….”
“물론입니다. 여기 가입서 작성하시고 검은 낫 님과 일대일로 면접 보시면 됩니다.”
가입서를 쓴 남자가 류민에게 서류를 건네줬다.
신상 정보를 읽던 류민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이름 : 알렉스 피어슨] [닉네임 : 알렉스] [국적 : 독일] [레벨 : 69] [이계의 직업 : 대마도사] [나이 : 만 25세] [생년월일 : 1997년 9월 24일] [가입 의도 : 생존을 위해서.]‘이 사람이 대마도사 알렉스라고?’
뚱뚱한 체형에 안경을 쓴 모습.
날렵해 보이던 이계와는 꽤나 다른 모습이라 내심 놀랐다.
“닉네임이 알렉스라고?”
“그렇습니다.”
“사신교에 가입하려는 이유가 뭐지?”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검은 낫 님과 함께하면 살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아서요.”
사람은 겉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더니.
외모와 풍채는 한없이 게으를 것처럼 보였지만 눈빛으로 보여주는 의지만큼은 또렷했다.
알렉스의 재능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고.
“알았다. 합격이다.”
“…….”
생각보다 빠르게 합격 처리한 것에 놀랐는지 알렉스가 한동안 멍한 얼굴로 바라본다.
“뭐 하고 있나. 뒷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키지 않고.”
“아, 그, 그전에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눈빛이 간절한 걸 보니 줄곧 궁금했던 질문인 모양.
“해봐라.”
“15라운드에서 저를 호명하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야 네가 18라운드까지 살아남는 인재니까.’
차마 속의 말을 있는 그대로 꺼낼 순 없었다.
자신은 지금 예언자가 아니라 검은 낫이었으니까.
“그냥.”
“예?”
“그냥 눈에 띄었을 뿐이다. 그뿐이다.”
“아…….”
놀란 기색이었지만 속마음을 읽어보니 실망한 건 아니었다.
-조금 허탈하네. 뭔가 이유가 있나 싶었지만, 별거 아니었잖아?
자신이 착각했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성적으로 문제없는 알렉스였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러지.”
알렉스가 떠난 뒤 몇 사람을 더 면접 봤다.
그러다 기대하던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이름 : 도로시 클레이튼] [닉네임 : 도로시] [국적 : 네덜란드] [레벨 : 69] [이계의 직업 : 궁수] [나이 : 만 22세] [생년월일 : 2000년 12월 24일] [가입 의도 : 검은 낫 님을 존경해서.]‘역시 찾아왔군. 18라운드까지 살아남는 궁수, 도로시.’
궁수 클래스는 대마도사와 달리 흔한 직업이다.
유일 클래스도 아닐뿐더러 전사나 암살자처럼 비율적으로도 많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 대단하다고 봐야지. 흔한 직업으로 최고의 재능을 보였으니.’
평범한 사람에게 활이라는 무기는 다루기 어렵다.
일평생 접한 적도 없을 거고.
하지만 궁수로 전직하면 걱정할 일은 없다.
전직 기념으로 가장 먼저 받는 게 [명사수의 룬]이었으니까.
‘명사수의 룬은 활을 다룰 시 명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룬. 궁수 클래스가 되면 누구나 명사수가 되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명중률이 오를 뿐, 100%는 아니다.
단숨에 양궁 선수처럼 실력이 늘어나지만, 명중률은 개개인의 몫이라는 뜻.
그렇기에 궁수라는 클래스는 대중적이면서도 어려웠다.
그런 직업으로 18라운드까지 살아남았다?
평범한 재능이 아니다.
괜히 신궁이라는 이명이 붙었겠는가?
“합격.”
“예? 아,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는데요?”
“안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속마음의 룬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뜯어볼 수 있으니까.
“첫인상은 합격이다, 도로시. 기뻐해도 좋다.”
“가, 감사합니다.”
그저 얼떨떨한 도로시였다.
이후 면접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흘 만에 류민이 살렸던 175명 모두가 사신교에 가입했다.
말하자면 전 세계 플레이어 모두 사신교 소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잘됐어. 아주 잘됐어.’
이제부터는 중요하다.
최대한 내 사람들을 살리면서 라운드를 공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입한 사람이 사신교를 떠나자마자, 허태석과 엄준석이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검은 낫 님.”
“그래. 허 교주도 수고했다. 엄준석 추기경도.”
“감사합니다, 검은 낫 님.”
순간 허태석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지만 류민은 이미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난 이만 돌아가겠다. 연락을 취하기 전까지 너희도 당분간 휴식을 취해라.”
“알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그래.”
등 뒤에 날개를 펼친 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던 류민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근처 빌딩 옥상에 잠시 내려섰다.
‘민주리 좀 만나야겠군. 언제까지 어색하게 지낼 순 없으니.’
되도록 빨리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전처럼 서먹함이 없는 친구 사이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공략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테니.
탁탁탁-
손가락으로 빠르게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돌아왔다.
[민주리 : 응, 만나자.]짧은 답장을 보자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다.
‘어색함도 풀 겸 아이템이나 만들어갈까?’
인벤토리를 뒤적였다.
안 그래도 무한의 재료 주머니를 사용해야 했으니.
‘갓 등급은 에테르가 없으니 힘들고, 레전더리 아이템이라도 만들어주면 좋아하겠지.’
운 스탯이야 과할 정도로 높은 상태니 분명 좋은 재료들이 나올 것이다.
[무한의 재료 주머니를 사용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5개의 재료 아이템이 나왔습니다!] [인벤토리로 아이템이 지급됩니다!]이내 재료를 확인한 류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레전더리 등급은커녕 모르는 재료만 잔뜩 나왔잖아?’
심지어 갓 등급 재료도 나오지 않았다.
이러면 당장 레전더리 아이템을 만들어 줄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을 뒤로한 류민은 일단 약속장소로 날아올랐다.
* * *
쿠르르릉-
초차원의 정보집합체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미카엘 님.] [루브아히.]오랜만에 아카식 레코드를 찾은 미카엘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문제가 생겼다.] [악마의 부활서 때문이십니까?] [잘 아는군.] [신들의 노여움을 사신 게 마음에 걸리시는가 보군요.] [아니.]미카엘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신들의 노여움이야 다시 풀어주면 그만이다.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신들이 18라운드 전까지 검은 낫을 데려오길 바란다는 거지.] [악마 대공 플루닉토스가 개입할 명분을 주니 당연한 반응이로군요. 신들 입장에선 그가 나서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방법이 없겠나?] […….] [방법을 강구한답시고 15라운드를 건너뛰었다. 더 이상 핑곗거리도 없어. 계속해서 미루다간 가브리엘과 라파엘이 의심할 거야.] [어쩔 수 없지요. 16라운드에서 검은 낫을 습격하는 수밖에는.] [나까지 포함해서 말인가?] [미카엘 님이 나서서 어떡하시게요? 검은 낫에게 당한 척 다시 돌아오실 겁니까?] […….] [미카엘 님까지 실패했다간 신들이 의심할 겁니다. 일단은 가브리엘과 라파엘을 보내십시오.]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보내라고?] [라파엘은 전투 천사가 아니니 둘이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그 둘이라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조합일 텐데?] [걱정 마십시오. 검은 낫의 실력이라면 둘이라 해도 막을 수 있을 겁니다.]미카엘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지금의 검은 낫이?] [예. 그동안 수많은 천사를 죽였는데 이제는 믿을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가브리엘과 라파엘은 다른 대천사와는 격이 다른 실력자들이다. 자칫하면 검은 낫이 죽을 수도…….]루브아히가 소리 없이 웃었다.
[검은 낫을 믿어보십시오. 미카엘 님이 염려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