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6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62화
262. 여기가 인간계인가?
그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신화의 지속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그와 동시에 서브 퀘스트 메시지도 올라왔다.
[숨겨진 서브 퀘스트가 있습니다!]└16라운드 최초로 일반인 목숨 구하기
└성공 시 ▶ 음양의 룬 지급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서브 퀘스트 보상으로 ‘음양의 룬’이 지급됩니다!] [획득한 룬이 플레이어의 신체에 자동으로 각인됩니다!]천사로부터 동생을 구한 게 조건에 부합했던 모양.
‘원래는 리틀 드레이크를 도시로 유인할 작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서브 퀘스트 보상을 가져왔군.’
사슬의 룬, 기사회생의 룬에 이어 음양의 룬 보상까지.
전부 이 자리에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외딴섬으로 돌아가 1시간 후에 나타날 전투 천사들을 막아야 한다.
‘대천사들의 시체는 숨겨야겠군. 존 델가도를 불러올 시간이 없으니.’
류민이 가브리엘과 라파엘의 시체를 옮겼다.
비록 구멍이 송송 뚫려 있지만 나름대로 손속에 사정을 둔 시체들이었다.
언데드로 부활시켜 보상을 한 번 더 받기 위해.
사정을 두지 않았다면 월광섬 콤보에 형체도 남지 않고 먼지처럼 사라졌으리라.
푸욱- 푹-
낫으로 바닥을 파내 대천사의 시체를 매장한 류민은 자신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식을 한 뒤 동생에게 걸어갔다.
“원아.”
“형…….”
“할 말이 많겠지만 나중에 하자. 지금 섬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하거든.”
“섬?”
“자세한 건 끝나서 나서 얘기할게. 일단 이거 받아.”
류민이 내민 건 카드였다.
“위험하니까 집으로 가지 말고 근처 모텔 찾아서 쉬고 있어. 먹을 것도 그걸로 다 계산하고.”
“아, 알았어. 근데 핸드폰도 안 가지고 왔는데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려주지?”
“알려줄 필요 없어. 추적하기가 있잖아. 상황이 끝나면 내가 찾아갈게.”
그리 말한 류민이 암살자의 가면으로 바꿔썼다.
울렁울렁-
구릿빛의 로스트야크로 모습을 변형하자 동생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눈앞에서 보는데도 믿기지 않네. 형이 검은 낫이라는 게…….”
“속여서 미안. 나랑 엮이면 네가 위험해질까 봐 알리지 못했어. 그런데 이제는 의미가 없다는 게 드러났네.”
천사들은 류민의 가족관계를 다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동생을 아끼는 것 또한.
그렇지 않다면 이런 교활한 수법을 쓸 생각을 했겠는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은 류민이 등 뒤에 날개를 펼쳤다.
“일단은 내가 검은 낫이라는 건 다른 사람에겐 비밀이야. 지켜줄 수 있지?”
“물론이지.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류민이 노려보자 류원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노, 농담이야.”
“바빠서 빨리 가봐야겠어. 일단 잠이라도 자둬.”
그 말을 끝으로 밤하늘을 날아올라 땅을 박차듯 달려갔다.
콰아아앙-!
굉음이 지나간 자리엔 여전히 신기하다는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류원이 있을 따름이었다.
* * *
우주는 다섯 개의 차원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신계, 천계, 마계, 인간계, 그리고 명계.
그중 가장 약한 종족은 뭐니 뭐니 해도 인간계의 인간이었다.
가장 강한 건 신족이었고.
[날개도 없는 퇴화 종족 같으니라고.]하지만 인간을 미워하는 종족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천사라고 떠받드는 천족이었다.
아름다운 외형과는 달리, 그들의 속은 질투와 이기심으로 가득했으니까.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 이번 기회에 싹 다 쓸어버려야지.] [왜 이렇게 화났어. 바루엘.] [왜 화났냐고?]동료의 물음에 1품 천사 바루엘은 당연한 걸 묻느냐는 얼굴로 씩씩거렸다.
[원래는 6품 찌끄래기들이 나서야 할 일을 우리가 떠맡게 됐잖아. 안 그래도 훈련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 [가브리엘 님께서 특별히 내리신 지시잖아. 까라면 까라지 뭐 어쩌겠어.] [인간 새끼들이 16라운드까지 버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시간 뺏기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데미엘이 피식거렸다.
[야, 바루엘. 솔직히 말해봐. 너 나랑 했던 내기에서 져서 그러는 거지?] [뭐? 내, 내가 무슨!] [내기? 둘이 무슨 내기 했었어?]궁금하다는 동료의 시선에 데미엘이 쿡쿡 웃으며 지난 일을 떠들었다.
[15라운드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살아남을지 내기했었거든. 나는 100명 이상 남을 거라고 했고, 바루엘은 그 이하만 살아남을 거라고 했고. 결과야 뭐, 너도 들어서 알지? 큭큭.] [500명 이상 살아남았잖아. 역대급으로 많이.] [그래서 데미엘 네가 이긴 거야? 내기로는 뭘 걸었는데?] [한 달간 내가 서야 할 불침번까지 전부 서주기로 했지.] [정말? 푸하핫!] [바루엘이 화낼 만하네. 흐흐흐.] [우, 웃지 마, 새끼들아!]바루엘의 얼굴이 벌게졌다.
내기에서 진 것도 분해 죽겠는데 동료들에게 놀림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이게 다 인간 새끼들 때문이야.’
인간들이 의외로 많이 살아남은 탓에 자신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다.
[……죽여 버릴 거야. 하찮은 인간 새끼들.] [워어, 바루엘 눈빛 좀 봐.] [진짜 제대로 열 받았는데?] [이번 기회에 내려가서 분풀이 좀 제대로 해보라고.] [그래, 지금이 아니면 언제 기회가 있겠어?]천계의 존재가 인간계로 넘어가면 가지고 있는 힘의 9할이 소진된다.
다른 종족의 침범을 막기 위해 처져 있는 특별한 방벽 때문.
선천적으로 뒤떨어지는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한 창조신의 조치였다.
그 때문에 인간들은 좀처럼 이계의 종족을 볼 기회가 없었다.
벌레들이 득시글한 행성에 방문하겠다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는 천사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힘의 손실을 감당하지 않아도 인간계에 내려갈 방법은 있었다.
바로 시스템이 허락할 경우였다.
시스템의 설정상 라운드가 진행될 때는 인간계를 넘어갈 때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죽여 보겠어? 안 그래?] [내 몫까지 너한테 몰아줄 테니까 열심히 죽여보라고.] [나도 줄게.] [내 몫도.] [혼자서 쇼타임 좀 벌여보라고. 큭큭.] [거 참 고맙다, 이 새끼들아.]동료들의 놀림에 분노가 더욱 커진 바루엘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곧 있으면 인간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힘의 제약 없이 내려갈 수 있으리라.
[아 참, 시살은 통하지 않는다는 거 알지?] [알아.]어차피 시살로 죽일 생각도 없다.
‘벌레처럼 혐오스러운 새끼들. 산 채로 팔다리를 뜯어버려 주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이겠노라 다짐하는 바루엘이었으니까.
* * *
때아닌 외딴섬엔 시체들이 즐비했다.
다름 아닌 몬스터의 사체였다.
“다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주변에 다친 사람 없어요? 치료해드릴게요!”
“다친 사람은커녕 죽은 사람도 없어요!”
다행히 몬스터의 시체 더미에 인간은 없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크리스틴에게 민주리가 다가왔다.
“크리시 님. 검은 낫 님 못 보셨어요?”
“검은 낫 님이요?”
“어느 순간 안 보이시던데…….”
크리스틴도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며 검은 낫을 찾았다.
정신없이 힐하느라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딱히 신경 써야 할 정도의 위인도 아니고.
“모르겠어요.”
“어디 간다는 말 못 들으셨어요?”
“전혀요.”
고개를 갸웃하며 민주리는 다시 사람들의 머릿수를 세어봤다.
자신을 포함해 575명이다.
아무리 세어봐도 한 명이 빈다.
‘어디 가셨지?’
민주리가 의문을 가질 시간은 많지 않았다.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1:10:27]10분만 있으면 5차 소환이 시작된다.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닫고 사람들에게 버프를 걸어줬다.
이제는 익숙한 버프지만 사람들은 민주리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네. 그럼…….”
“저기요. 닉네임이 민주주의라고 했죠?”
대마도사 알렉스의 부름에 민주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아봤다.
“네, 왜요?”
“실례가 안 된다면 옆에 있어도 되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소리…….”
“제가 봤을 때 섬에 있는 플레이어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은 두 사람이거든요.”
알렉스가 지팡이로 크리스틴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프리스트와…….”
그리고 곧장 민주리를 가리켰다.
“버퍼인 당신.”
“…….”
“두 사람이 무너지면 승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러니 지켜야죠.”
“저를 지키겠다고요?”
“예. 서포터를 지키는 건 파티 플레이에 있어서 당연한 일 아닙니까?”
민주리는 조금 당황했다.
누군가 자신을 지키겠다고 나서주는 건 처음이었기에.
“저, 저는 괜찮으니 저기 크리시를 지켜주세요.”
“저쪽은 이미 자리가 차서 말이죠.”
크리스틴의 곁에는 어느새 활을 든 여성 플레이어가 호위처럼 붙어 있었다.
“제가 당신을 지켜 드려도 될까요?”
“그, 그래요. 그래 주시면 고맙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알렉스가 끄덕이며 민주리 옆에 붙었다.
경호원처럼 따라다니는 게 조금 불편했지만 민주리로선 손해 볼 것 없는 제안이었다.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5차 소환] [플레이어 576명 vs 리틀 드레이크 1,152마리] [30분 뒤에 6차 소환이 시작됩니다.]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59:59]5차 소환이 시작되자 하늘에서 무수한 새끼 용이 나타났다.
새끼 용이라곤 하지만 한 마리 한 마리의 크기는 자동차에 버금갔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시작됐어요!”
“다들 집중하세요!”
“공략대로 하면 됩니다!”
“키야아아오!”
“캬아아악!”
하늘을 수놓은 드레이크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이빨을 들이댔다.
“원거리 공격 먼저 퍼부으세요!”
“가까이 오는 놈부터 죽여요!”
공중 몬스터의 등장에도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검은 낫으로부터 공략법을 들었기 때문이다.
쐐애액-!
파지지지직-!
화르르르!
푹- 푹-!
온갖 마법과 화살이 난무했다.
원거리 공격으로 날개를 노려 떨어트리면, 지상에 있는 근접 딜러들이 달라붙어 마무리했다.
“화염 공격입니다!”
“피하세요!”
드레이크의 입에서 불꽃이 이글거리자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스위프트 덕분에 이동속도는 충분했기에 피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고 피해가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앗, 뜨뜨뜨!”
“이쪽으로 오세요!”
크리스틴이 펼친 광범위 힐이 피부의 화상을 말끔하게 치료해 줬다.
플레이어들은 힘을 얻고 다시금 용 사냥에 나섰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걸까?
“캬오오오!”
한 드레이크가 크리스틴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암살은 실패로 돌아갔다.
푹- 푹-!
“캬아악!”
동시에 날린 도로시의 화살이 드레이크의 두 눈을 멀게 만들었기에.
“어림도 없지.”
도로시가 비웃으며 드레이크의 눈알에 다시금 화살을 명중시켰다.
마법적 처리가 된 화살촉은 뇌를 뚫고 들어가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사람들의 일사불란한 연계로 천 마리가 넘는 드레이크가 죽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아,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이번엔 좀 빡셌어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이번에도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얼굴에 근심을 지우지 못했다.
마지막 소환에는 누가 나타나는지 검은 낫에게 들었기에.
“전투 천사가 나타난다고 했죠?”
“맞아요. 10명이 나타날 거라고 하던데.”
“이제는 하다못해 천사들을 상대해야 한다니…….”
“우리 실력으로 이길 수 있을까요?”
“가능할 거예요. 검은 낫 님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류민이 상대할 수 있다고 말한 건 6품 천사라는 것을.
[여기가 인간계인가?]막 6차 소환이 시작됐을 때, 1품 천사 바루엘이 이를 갈며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