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3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30화
330. 천계의 문
마왕성으로 워프한 류민은 한숨부터 쉬었다.
[당신은 라운드 진행 중 자리를 이탈하였습니다.] [1시간 내로 진행 장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플레이어 자격을 박탈합니다.] [자격 박탈까지 남은 시간 : 00:59:59]‘이 빌어먹을 생존게임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니.’
메시지가 뜬다는 건 아직도 생존게임에 얽매여 있다는 증거.
물론 1시간 동안 돌아가지 않으면 류민은 자유의 몸이 된다.
플레이어의 자격이 박탈된다는 건 일반인으로 돌아간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그만둘 수야 없지.’
미쳤다고 고작 한 라운드를 남겨두고 포기하겠는가?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염원석을 코앞에 두고 말이다.
‘무엇보다 나에겐 염원석을 구해야 할 이유가 있어.’
이제는 일반인으로 만들어준다 해도 싫다.
기꺼이 천마 대전의 용병으로 참전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그전에 할 일이 있지만.’
류민은 눈을 감고 남아 있는 악마 귀족을 호출했다.
그러자 유일하게 살아남은 악마 귀족인 시트리가 워프를 타고 나타났다.
[부, 부르셨습니까, 왕이시여.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어. 잘 있었냐?”
[더, 덕분에 잘 있었습니다만…….]시트리는 무엇이 두려운지 바들거리고 있었다.
누가 보면 죽이려는 줄 알겠다.
‘혼자 보스룸을 떠난 게 죄송해서 그런가? 의외로 충성심은 있군.’
죄책감 때문이라는 걸 간파한 류민이 지긋이 쳐다보자, 오해한 시트리가 넙죽 엎드렸다.
[죄, 죄송합니다! 버, 벌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뭐가 죄송한데?”
[라운드 중에 먼저 가버린 것 말입니다.]“내가 가라고 했잖아.”
[그, 그래도 가면 안 됐습니다. 미천한 종복 주제에 왕을 놔두고 가버리다니. 저 같은 버러지는 살아 있을 자격이 없…….]“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됐고, 뭐 하나 물어보자.”
[예? 뭐, 뭐를……?]“천계로 가는 방법, 알고 있지?”
류민의 물음에 시트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계에 가시게요?]“어. 내가 마계는 왔다 갔다 할 수 있는데 천계에 가는 법을 몰라. 혹시 알고 있어?”
[알고는 있습니다만…… 정상적인 루트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비정상적인 루트로는 가능하다는 소리군?”
[예. 천계의 문 앞까지 가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다만 문지기가 들여보내 주진 않을 겁니다.]“괜찮아. 협박하면 되니까.”
[…….]“입구까지만 안내해.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하지.”
[아닙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빙그레 미소 짓는 시트리의 생각을 읽은 류민이 따라서 웃었다.
“좋아. 안내해.”
* * *
천계와 마계는 서로 다른 차원에 있다.
영역이 다른 만큼 왕래하거나 침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차원 이동에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니까.
하지만 파이널 라운드가 되면 굳이 에너지라는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서로가 만날 수 있다.
이계의 시스템이 두 차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꼭 그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어딜 가나 비공식 루트는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저거냐? 천계로 들어가는 문이?”
[예. 맞습니다. 저 문을 통하면 이계가 아니더라도 천계로 들어갈 수 있죠.]구름 위에 지어진 수백 미터 높이의 거대한 문을 앞에 두고, 류민이 시트리를 돌아봤다.
“정말 할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제 능력을 못 믿으시는 겁니까?]“보여준 적이 있어야지.”
[걱정 말고 맡겨만 주십시오. 천족에게 써본 경험은 많으니까요.]“그럼 해봐.”
명령이 떨어지자 시트리가 끄덕이더니 모습을 바꿨다.
날개 달린 표범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으로.
시트리가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바꾸는 능력이었다.
“아주 감쪽같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싱긋 웃은 시트리는 당당하게 천계의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두 명의 문지기가 시트리를 보더니,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
[멈춰라.] [누구인지 정체를 밝혀라.]동족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문지기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곧장 신호를 보내고 누구도 열 수 없도록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호호호, 문지기 여러분. 고생 많으시네요.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시고 여기 좀 보세요.]천사 특유의 웃음을 흉내 내며 화사한 미소를 짓던 시트리가 눈을 반짝였다.
보라색으로 빛나던 동공이 문지기들의 정신을 단번에 앗아갔다.
[아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원하는 게 무엇이오? 내 뭐든 들어주겠소.]두 명의 문지기가 홀린 눈으로 바라봤지만 시트리는 관심 없다는 듯 주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됐습니다, 왕이시여!]“얌띠와 비슷한 능력인가? 효과 좋네.”
시트리의 또 다른 능력은 유혹.
그냥도 쓸 수 있지만 이렇게 모습을 바꾼 채로 유혹하면 더 높은 확률로 걸린다고 한다.
간이고 쓸개고 전부 내어줄 정도가 된다고.
류민이 다가오자 시트리가 방긋 웃었다.
[이제 뭐든 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무엇을 명령할까요?]“문부터 열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저기요, 문지기님들?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앗! 내 정신 좀 봐. 당연히 열어줘야죠.] [아름다운 숙녀분을 서 있게 할 순 없죠.]두 눈엔 오직 시트리만 보이는지 류민은 신경도 쓰지 않는 문지기들이었다.
그그그그그긍-
거대한 문이 스스로 열리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천계로 진입한 류민이 망막에 떠오른 시간을 봤다.
[자격 박탈까지 남은 시간 : 00:39:42]‘시간이 얼마 없군.’
남은 시간 내에 빨리 볼일을 끝내고 돌아가야 한다.
[천계로 들어왔는데 이제 뭐 하실 거예요?]“찾아야 할 녀석이 있어.”
[찾아야 할 녀석?]“전에 천계에서 봤던 신족인데 아마 여기 있을 거야. 천계의 전당에 종종 나타난다고 플루닉토스에게 들었으니까.”
설마 신을 찾으러 왔을 줄은 몰랐는지 시트리가 눈동자를 키웠다.
“넌 이만 마계로 돌아가라. 이제부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제가 도울 일은…….]“없어. 그러니 그런 죄스러운 표정 짓지 말고 돌아가. 신은 나 혼자서 찾으면 되니까.”
[이 넓은 천계에서 어떻게 찾으시려고…….]“다 방법이 있지.”
류민이 스킬을 쓰자 기꺼운 알림이 떠오른다.
[얼굴과 이름이 일치합니다. 대상의 위치를 추적합니다.] [대상 ‘네메시스’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현재 4,431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대상을 추적하려면 앞에 보이는 화살표를 따라가십시오.]“다행히 천계에 있었군.”
류민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말려 올라갔다.
* * *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전당에 앉아 있던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지금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미카엘이 검은 낫을 놓쳤을 때도, 검은 낫에게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들은 소식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카오스 님이 직접 나섰는데도 살아남다니.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인간이야?’
혼돈과 파괴의 신, 카오스가 직접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검은 낫이 드디어 죽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생존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검은 낫은 유일한 생존자로 지정되어 파이널 라운드까지 앞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인 건가? 이대로 검은 낫이 나서준다면 천족의 승리는 확실해지니.’
예정대로 플루닉토스가 전쟁을 앞당겼더라면 천족은 패배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18라운드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고, 검은 낫을 넘기지 않아도 전쟁은 당겨지지 않았다.
‘그때야 플루닉토스에게 검은 낫을 넘기지 않으면 패배가 확정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오히려 검은 낫을 살려두는 게 천족이 내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었다.
‘문제는 카오스 님께서 검은 낫이 죽길 바라고 있다는 거지만.’
100년에 한 번씩 치르는 천마 대전에서 천족은 고작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1차 때도 지고 2차 때도 졌다.
그러자 한쪽만 이기면 재미없다고 여긴 신들이 인간들을 용병으로 쓰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3차 때, 천족이 패배하자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도입, 인간들을 용병으로서 길러냈다.
하지만 난이도가 워낙 높아서인지 파이널 라운드까지 도달한 인간은 없었고, 4차 천마 대전도 어김없이 천족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1차부터 4차까지 연전연패를 당한 천족은 5차 때 기적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인간의 도움 때문이 아니었다.
20라운드까지 키우지도 못했으니까.
오로지 자력으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그래 봐야 6차 때 다시 패배하고 말았지만.’
그리고 7차 천마 대전이 진행되려는 현재.
신들은 당연하게도 천족이 패배하리라 예상했다.
인간 용병 따위는 변수가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동안 천족의 진행하에 파이널 라운드까지 올라온 인간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올라왔지. 모든 신들의 예상을 깨고서.’
그것도 천족, 마족을 쳐죽일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며 전장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그런 검은 낫이 함께 싸워준다면 천족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
‘그리되면 내기를 통해 어마어마한 [테라]를 획득할 수 있을 거야. 패배가 예상되는 만큼 마족에게 배당이 몰려 있으니까.’
하지만 네메시스는 이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면 천족의 승리는 자명했지만, 문제는 카오스가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내기고 나발이고 검은 낫을 죽이기로.
‘천족의 편에 서주기로 하셨으면서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거지?’
카오스의 에너지도 걸려 있는 판이었기에 그도 천족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을 터.
그런데 왜 승리 카드나 다름없는 검은 낫을 죽이고 싶어 하냔 말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
“찾았다.”
[힉!]별안간 뒤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네메시스가 기겁하며 돌아봤다.
그러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거, 검은 낫?]“우리 구면이지?”
[네놈이 여기에 어떻게!]스릉-
류민은 다짜고짜 네메시스의 목에 낫을 걸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지.”
[네이노오오옴!]목에 닿은 낫이 두렵지 않은지 네메시스가 불같이 화를 냈다.
[감히 허락도 없이 천계에 들어와 신을 협박하다니! 정신이 나갔구나!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잖아.”
[알면서 이런단 말이냐!]“그러는 너도 알고 있지? 아르타로스를 굴복시키고 플루닉토스까지 죽여 없앤 인간이 바로 나라는걸.”
[뭐, 뭣? 누가 죽어?]“아르타로스랑 플루닉토스.”
기가 막힌 두 이름이 나오자 네메시스는 한숨부터 쉬었다.
[인간 주제에 감히 나를 농락하려 들다니!]“그럴 의도 없는데?”
[헛소리도 정도껏 하거라!]“설마 몰랐어? 의외네. 천리안을 가진 신들이라면 정보 획득엔 발 빠를 줄 알았는데…… 카오스가 개입해서 그런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구나! 인간 따위가 어찌 신을 죽인단 말이냐!]“내가 플레이어이긴 해도 인간은 아니거든.”
[뭐라?]“한 번 보여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따끔한 통증이 목에서 느껴졌다.
시선을 내리니 주홍빛 핏물이 네메시스의 목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봤지? 인간이라면 신의 목에 이렇게 상처를 낼 수 있겠어?”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내 말 잘 들어. 까딱했다간 이 자리에서 죽는 거야.”
빈말이 아니라는 듯 낫을 바짝 당기자 네메시스가 긴장한 얼굴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카오스를 상대할 때나 보였던 두려움이 떠올라 있었다.
[워, 원하는 게 무엇이냐?]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류민이 히죽 미소 지었다.
“카오스에 대해 아는 걸 다 털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