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45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45화
345. 101회차(9)
카오스는 기겁했다.
설마 자신이 던진 창이 되돌아올 줄은 몰랐다.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공간을 여러 경로로 꼬아 피해냈다.
유도 공격이라 하더라도 공간을 접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한 번 당한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지? 인간 주제에 테라를 쓰질 않나, 공격을 반사하질 않나.’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자신이 보지 못한 능력들이다.
전반적으로 가이아에게 맡긴 터라 꼼꼼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그 안일함이 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되어 되돌아올 줄이야…….’
가이아가 키워낸 괴물이 신이 되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한다. 반드시!’
조금 전까진 테라를 이용한 공격을 피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갈 땐 가더라도 죽이겠다는 각오로 다시 즉사의 창을 만들어 날렸다.
그러나 류민은 피하지도 않고 스킬 하나만을 사용했다.
‘임시 스킬, 무적.’
찬란한 황금빛이 창을 튕겨내자 카오스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1분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 상황에 놓였으니까.
류민이 당황하는 카오스를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속 좀 쓰릴 거다. 나를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가 무적에 걸렸으니.’
아무것도 못 하게 된 녀석이 할 일은 이제 하나뿐이다.
무적이 끝나는 타이밍에 즉사의 창을 날리는 것.
전에는 운 없게도 그 마지막 일격에 민주리, 크리스틴, 소피아가 죽어버렸다.
‘이제는 당하지 않는다.’
대책이 있으니까.
[남은 무적 시간 : 00:00:05]류민의 무적 시간이 5초가 남았을 무렵.
일찍이 사용했던 동료들의 무적이 먼저 풀렸다.
그 타이밍만을 기다렸는지 카오스가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대기시켜놓았던 즉사의 창을 내질렀다.
[모두 죽어 사라져라!]“지금이야, 크리스틴!”
류민의 목소리에 반응한 크리스틴이 스킬을 사용했다.
전체 무적, 프로텍트 셀.
무적에 걸리는 시간은 5초에 불과했지만 아군 모두를 지켜내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티팅팅팅팅팅-!
마지막 일격마저 막히는 꼴을 본 카오스가 분노했지만, 그는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시스템이 외부인인 그를 내보낸 것이다.
[20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결과를 집계합니다.]“살았다!”
“모두 살았어!”
“종료 메시지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모두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류민도 그에 동참하듯 만면에 미소를 만들었다.
‘한 명도 죽지 않았다.’
[20라운드 달성자는 97명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파이널 라운드의 미션을 완료해야 소원을 이루는 ‘염원석’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혼자 남았던 이전과 달리 전원 생존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으니까.
* * *
류민을 비롯한 97명의 플레이어가 생존했지만 자축할 시간은 없었다.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가 남아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오스가 나타나겠지.’
이대로 포기할 녀석이 아니다.
복수의 칼을 갈며 파이널 라운드가 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거다.
“다들 겪어봤겠지만 카오스는 신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는 존재다. 레벨이 600을 넘어선 나조차도 버거운 상대야. 어쩌면 파이널 라운드가 우리의 무덤이 될지도 모르지.”
류민의 연설에 사신교 신도들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레 겁먹으라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아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긴장하라는 뜻에서 하는 소리지. 그러나, 걱정할 건 없다. 이미 겪어본 상대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거든.”
씨익 웃어 보인 류민이 본론을 꺼냈다.
“그럼 이제부터 카오스에 대비한 파이널 라운드 공략법을 알려주겠다.”
“예!”
우렁차게 외친 96명의 플레이어가 류민의 공략법을 귀담아들었다.
* * *
2023년 9월 1일.
97명의 플레이어가 초원을 밟았다.
드디어 7차 천마 대전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 천족 100,921명(+플레이어 97명) VS 마족 283,078명의 전쟁이 시작됩니다.]‘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승산이 있어.’
고작 96명의 용병이 추가됐을 뿐이지만 만렙 플레이어의 가치는 평범한 전투 천사를 넘어선다.
‘신체적인 능력은 일반 전투 천사에 불과하겠지만 플레이어에겐 스킬이라는 게 있지.’
애당초 전쟁에서 변수로 작용하기를 바라고 설계된 게 플레이어라는 존재.
천사 측으로선 든든한 아군이 아닐 수 없다.
정작 천사들은 인간들을 경멸하고 있지만.
“모두 들어라.”
대천사로 격상된 류민의 말에 천족과 플레이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주목했다.
“우리의 목표는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 전투가 시작되면 상대를 최대한 빠르게 제거한다. 다른 데는 신경 쓸 겨를 없이 말이다. 알겠나?”
[예에! 알겠습니다!]우렁찬 함성과 함께 전쟁이 시작됐다.
뿌우우우우-
상대편 마족들이 기세 좋게 달려왔다.
지상으로도, 하늘로도.
빼곡하게 메운 숫자에 질려버릴 법했지만, 플레이어들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자신들에겐 마족을 컨트롤하는 마왕이 있었기에.
“멈춰라.”
선두에 있던 류민의 명령에 흉흉하던 마족들의 기세가 일시에 사라졌다.
“저항하지 마라. 빨리 죽어주는 게 나를 위한 길이니.”
마음 같아선 마족끼리 죽이게끔 만들어 속도를 올리고 싶었지만, 파티로 설정된 지라 팀킬은 불가능했다.
‘직접 처리하는 수밖에.’
서걱- 서걱-!
[컥!] [크헉!]저항하지 않는 마족들이 천족과 플레이어의 손에 우후죽순 쓰러졌다.
마족의 애처로운 비명이 전장을 가득 메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선.
‘곧 있으면 카오스가 나타날 거야.’
양반은 못 되는지 류민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하늘 위의 공간이 열렸다.
그리고 거대한 눈알이 무시무시한 시선으로 전장을 내려다봤다.
[하찮은 피조물들이 병정놀이나 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다.]단단히 벼르고 있었는지 카오스는 곧바로 공격을 준비했다.
수백 개의 공간이 열리며 검붉은 창이 모습을 드리우는 그때.
류민이 달려들어 낫을 휘둘렀다.
카오스의 위상 변화가 자동으로 반응했지만 소용없었다.
테라를 머금은 대미지가 끝내 카오스의 위치를 추적했으니까.
[크아아아아악!]대처가 늦었는지 카오스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른다.
동시에 고개를 내밀었던 필멸의 창들이 등껍질에 숨는 거북이처럼 모습을 감췄다.
[이, 이 빌어먹을 가이아의 장난감이 또!]마냥 당하고 있진 않겠다는 듯 카오스는 위상 변화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즉사의 창을 꺼냈다.
97개의 붉은색 창이 하늘을 수놓는다.
단번에 플레이어만 죽일 심산이었지만 류민도 당해줄 생각은 없다.
“크리스틴!”
“네!”
창을 내지르는 타이밍에 맞춰서 프로텍트 셀이 발동되었다.
플레이어들의 몸에 둘린 황금빛이 창을 튕겨냈다.
“무적은 무시하고 다들 전투에 집중해!”
안 그래도 알고 있다는 듯 플레이어들은 마족의 수를 줄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공격이 오든 안 오든 최대한 빨리 라운드를 끝내는 게 생존의 지름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들이……!]무적으로 한 번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시금 즉사의 창을 만들어내자, 류민이 소리쳤다.
“모여!”
명령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죽어라!]카오스가 만든 두 번째 즉사의 창이 플레이어들에게 쇄도했다.
그러나 사전에 계획한 대로 플레이어들은 이미 소환수의 벽에 숨은 뒤였다.
“공명의 울림!”
서아린이 외침과 동시에 소환수 전원에게 무적이 걸렸다.
그와 함께 플레이어를 노리던 창들이 소환수에 가로막혀 떨어졌다.
소환수를 무적으로 만듦으로써 두 번째 창도 막아낸 것이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나 보겠…… 크아아악!]말하다 말고 카오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기사회생의 룬으로 반사된 즉사의 창을 맞았기 때문이다.
류민이 그 모습을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단순히 스치기만 했는지 죽진 않았군.’
하긴 자신의 공격에 자신이 죽을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으리라.
“어때, 카오스. 내 공격을 피하랴, 반사 대미지를 피하랴, 즉사의 창도 만들어내랴, 아주 정신없지?”
[이이이익!]류민은 여태까지 계속 테라를 소모하여 카오스를 공격했다.
가장 베스트는 이 자리에서 카오스를 죽이는 것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쳇, 벌써 테라가 거의 소진됐나?’
100억 테라가 필요하다는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었는지 힘이 다하고 말았다.
더 이상 카오스를 괴롭힐 수 없음을 깨달은 류민은 지상으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된 이상 카오스를 죽이는 건 포기하고 빠르게 염원석을 차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둘 것 같으냐!]세 번째 즉사의 창이 97명의 인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제는 정말 막을 방법이 없다.
멤버가 예전대로였다면 말이다.
“마경록! 지금이다!”
류민의 명령하에 마경록이 만렙 스킬인 [공간 도약]을 사용했다.
마경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다크 오러가 자신과 파티원 모두를 휘감았다.
심지어 류민까지도.
스르륵-
몸이 반투명해짐과 동시에 즉사의 창이 통과해 땅에 박혔다.
파파팍!
그 가운데 피해를 본 사람은 없었다.
그저 유령처럼 투명해진 채로 그 상황을 지켜볼 뿐.
‘공간 도약은 파티원 전원을 차원의 틈새로 보내버리는 회피기. 놈의 공격을 피하기엔 이만한 스킬이 없지.’
어떻게 보면 카오스가 사용하던 위상 변화와 같은 스킬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지속시간이 5분인데다 이 상태에선 공격도 이동도 할 수 없다는 점이지만.
물론 대상이 원하면 틈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스르륵-
차원의 공간에서 돌아왔는지 본래의 색을 되찾은 류민이 혼자서 움직였다.
‘공간 도약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5분 동안 동료들은 안전해. 그사이에 나는…….’
류민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마족을 쓸어버린다.’
서걱- 서걱-!
류민 혼자 전쟁에 가담했을 뿐인데도 마족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카오스가 분노하듯 소리쳤다.
[버러지 같은 새끼! 이제 그만 사라져라!]하나의 즉사의 창이 류민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류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껴뒀던 스킬을 사용했다.
[임시 스킬 ‘무적’이 발동됩니다.] [60초간 모든 피해로부터 면역이 됩니다.] [일회용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스킬이 스킬창에서 소멸합니다.]팅-!
힘없이 튕겨 나간 즉사의 창을 보며 카오스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무적이 또 있어?]‘이제 1분간은 내 시간이다.’
씩 웃은 류민은 눈을 붉게 빛냈다.
그리고 낫을 뒤로 빼며 에너지를 모았다.
‘테라까지 담아서 날린다.’
얼마 남지 않은 테라를 쏟아부은 적월, 월광섬 콤보가 마족을 휩쓸었다.
쿠콰콰콰콰콰콰쾅-!
쿠쿠콰콰콰콰콰쾅-!
쿠콰콰콰콰콰쾅-!
기존보다 더 넓어진 범위로 수만의 마족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카오스는 멀뚱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마족의 수가 10%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
[마족의 병력이 10%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7차 천마 대전은 천족 진영의 승리로 마무리됩니다.]메시지가 떠오르기 무섭게, 97명의 플레이어는 번뜩이는 빛을 마주했다.
오색빛깔의 염원석이 각자의 눈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