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5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52화
352. 초월자
초월자로 거듭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시술대 위에 누운 뒤 학살의 신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끝이다.
[외부로부터 흡수한 에너지를 고유한 성분으로 변화하여 덮어씌우고 있습니다.] [진척도 1%…….] [진척도 2%…….] [영혼에 완전히 융화되기까지 남은 시간 : 97분 31초]메시지를 본 류민이 민도준에게 물었다.
“뭐라고 메시지가 나왔어요.”
[초월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야. 100분 정도가 소요되지.]“초월자가 정확히 뭐죠?”
[너희 차원에는 신이 있지? 우리 쪽에는 초월자가 있어. 엄밀히 말하면 엘시스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를 말하지만.]“엘시스?”
[태초의 신인 ‘엘’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말해. 여러 가지 기능을 쓸 수 있는데, 디바인 포스라는 에너지가 필요하지. 너희 기준으론 ‘테라’가 여기에 속한다고나 할까?]엘시스며 디바인 포스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대충 개념만 이해할 뿐.
사실 류민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어쨌거나 초월자가 되면 삭제된 룬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 룬뿐만이 아니라 레벨, 스킬, 아이템, 스탯까지도 전부 불러올 수 있어. 초월자가 돼서 엘시스의 기능을 이용한다면.]말하자면 류민은 초월자이면서 신족으로 재탄생하는 셈이었다.
[100분 동안 편하게 쉬고 있어. 그동안 난 옆에서 들끓는 에너지를 바로잡아줄 테니까.]“…….”
까마득한 존재가 뜬눈으로 자신을 돌보고 있는데 어떻게 편히 쉴 수 있단 말인가?
“저기, 민도준 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내가 왜 돕는지 궁금한 거지?]생각을 읽었는지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별거 없어. 같은 인간이잖아. 내 과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씨익 웃어 보이는 민도준을 보며 류민은 의아함이 들었다.
이렇게 친절한 존재가 학살의 신이라는 무서운 이명을 가지고 있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편히 쉬라고. 난 괜찮으니까.]“감사합니다.”
류민은 안심하며 간만에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고 있던 자신을 깨운 건 다름 아닌 시스템 목소리였다.
[진척도 98%…….] [진척도 99%…….] [영혼에 완전히 융화되기까지 남은 시간 : 10초] [진척도 100%] [변화된 성분이 영혼의 격을 상승시킵니다.] [초월자의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엘시스에 대한 접근 권한이 허용되었습니다.] [영혼의 50.1%가 디바인 포스로 채워집니다.] [새로운 사용자님. 엘시스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디바인 포스를 소모하여 엘시스의 모든 혜택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천상의 빛보다 밝은 엘의 가호가 사용자님의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 *
[검은 낫 님? 검은 낫 님.] [네?] [뭘 그렇게 넋 놓고 계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시스템 좀 보고 있었어요.] [엘시스의 시스템이요? 아니면…….] [본래의 시스템이요.]류민은 떠오른 시스템 창을 닫았다.
33개의 룬과 스킬, 타나토스 장비 세트, 마지막으로 찍었던 635레벨과 수천만의 스탯까지.
모든 것이 원상복구 되었다.
‘이 정도면 카오스를 이길 수 있어. 가이아까지도.’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던 류민이 크로노스를 돌아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작전을 검토하던 중이었죠?] [예.]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볼까요?]류민과 크로노스는 카오스와 가이아를 상대할 작전을 구상 중이었다.
아무리 이전의 힘을 되찾았어도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혼자서는 무리다.
크로노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크로노스도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민도준 님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번 작전에서 학살의 신, 민도준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차원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었으니까.
[우선 검은 낫 님께선 드라카니아에 묻혀 있는 테라를 확보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카오스와 결탁한 가이아가 반드시 나타날 텐데, 그때 제가 시공간을 열어 모두를 시공의 틈새로 집어넣겠습니다.] [그럼 그 틈새에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 된다는 말이죠?] [그렇죠. 제가 만든 시공간이라 저를 죽이기 전까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한마디로 누구도 도망갈 수 없는 옥타곤을 만들어 강제로 싸움을 걸겠다는 소리였다.
[일이 생각대로 잘 될까요?] [걱정 마세요, 검은 낫 님. 제가 짠 작전대로만 하면 문제없습니다. 일단 전투를 대비해서 호흡부터 맞춰볼까요?]끄덕인 류민이 낫을 꺼냈다.
크로노스와 약간의 연습을 주고받자 준비가 끝났다.
[언제 출발할까요?] [가능한 한 빨리 가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죠. 테라를 얻고 나면 유인 바랍니다.] [그럼요. 천리안으로 항상 지켜보고 있을 테니 염려 마세요.]끄덕인 류민이 파라다이스에 설치된 워프 게이트로 발을 옮겼다.
[좌표 설정 끝났습니다.] [이따가 만나죠.]치지직- 흩어지던 류민의 몸이 남김없이 사라졌다.
* * *
죽음의 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척박한 땅, 드라카니아.
그곳을 류민이 다시 밟았다.
[시간이 없다.]탓!
도착하자마자 달린 류민은 테라가 묻혀 있다는 산맥으로 향했다.
위치는 이미 파악해 뒀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최대한 빨리 테라를 확보해야 해.]크로노스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서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파라다이스를 벗어나는 즉시 위치가 발각될 우려가 있으니 늦더라도 그것이 맞았다.
[아마 파라다이스에서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겠지.]자신은 테라를 얻고 가이아와 카오스를 유인해내면 된다.
그런 뒤 크로노스와 합류하여 2대 2 싸움을 벌인다는 게 두 사람이 짠 계획이었다.
[여기군.]제단 뒤, 용들의 산맥 너머에 커다란 구덩이가 보인다.
이곳에 가이아가 저장해놓았다는 막대한 양의 테라가 잠들어 있다.
타앗-!
망설임 없이 구덩이로 몸을 던지자 류민에게 환한 빛이 쇄도했다.
반짝이며 반응하던 빛은 별안간 폭풍처럼 변해 류민을 집어삼켰다.
[끄으으으으으으으!]어마어마한 양의 테라가 혈관을 비집고 전신으로 밀려 들어온다.
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자신은 신족이자 테라를 담는 그릇.
허용할 수 있는 양에 한계는 없다.
파아아아앗-!
쿠콰콰콰콰콰쾅-!
별안간 구덩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화산 폭발이라도 난 듯 산이 흔들렸지만 정작 당사자는 멀쩡했다.
탓-!
폭탄 터진 것처럼 엉망이 된 구덩이 밖으로 류민이 뛰어나왔다.
[소리 한번 요란하군.]확실히 이 정도 폭발이면 대지의 모든 움직임을 꿰뚫는다던 가이아도 모를 수 없으리라.
[저쪽이다! 저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 저기 웬 인간이 있다!] [크르르! 저 녀석인가? 용제를 시해한 가이아의 배신자가?] [죽여라! 당장 죽여어어어!]소란을 들은 용족 수백 명이 산을 타며 올라왔다.
[마주한 상대가 용족입니다.] [드래곤 슬레이어 칭호 효과로 모든 스탯이 2배 증가합니다.]스탯이 2배로 오르는 것을 느끼며, 류민이 낫을 소환했다.
[날 죽이려면.]키이이잉-
달빛과 테라를 머금은 힘이 낫을 진동시켰다.
[용제 수십 트럭을 준비해 와도 모자랄 거다.]이윽고 한 바퀴를 회전하자 360도로 범위가 늘어난 월광섬이 산 전체를 훑듯이 휘감고 내려갔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모든 나무와 바위, 지형들을 깎아 내려가던 죽음의 달빛이 수백의 용족들마저 베어버렸다.
[경험치+413,920,293] [경험치+309,528,901] [경험치+598,230,138]………………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74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고작 한 번의 월광섬으로 사방이 초토화가 되자, 류민이 중얼거렸다.
[날 상대하려면 가이아를 불러와야 할 거다.] [날 찾고 있나요?]생존자가 없을 텐데도 들리는 목소리.
마치 땅을 통해 울리는 듯한 그 소리를 류민은 잊을 수 없었다.
[나타났군, 가이아.]류민이 바라보는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츠으으읏-
중년 여성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가이아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전에 봤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군요.] [카오스는 어디 있지?]류민의 말에 가이아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의외네요. 제가 카오스와 손잡은 줄 알고 있었나요?] [알고 있지. 너와 카오스가 크로노스를 노린다는 것까지도.] [알면서도 대놓고 테라를 노리러 나타나다니. 정신이 나갔군요?] [테라만 있으면 너희 둘을 씹어먹는 것쯤은 일도 아니니까.]당찬 발언에 가이아의 눈이 치켜 올라갔다.
[건방진…… 장난감 주제에 우리 일을 망치려 들다니.] [다시 묻는다. 카오스는 어디 있지?] [여기 있다, 미천한 인간이여.]류민이 찾자 기다렸다는 듯 공간이 열리며 익숙한 눈알이 나타났다.
[보자 보자 했더니 기가 막혀서 더는 못 봐주겠군.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는 못할망정 가이아와 협력했다는 걸 알면서도 이리 나타나다니. 어지간히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받은 빚은 갚아야 하지 않겠어?] [흥, 테라 좀 얻었다고 아주 기고만장해 있구나.] [그 테라가 100억인데 아무렴 기고만장할만하지.]류민이 말한 대로 조금 전 흡수한 테라는 100억에 달했다.
카오스를 죽이기에 가장 이상적인 양.
그런데도 카오스는 놀라는 기색 없이 그저 코웃음만 칠 따름이었다.
[멍청한 인간이 주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구나. 네 눈앞에 있는 존재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창조의 여신이라 불리는 가이아다. 그리고 난 파괴의 신이라 불리는 카오스. 우리 둘이 합쳤는데 그깟 100억 테라가 대수겠느냐? 1,000억을 가지고 있어봐라. 우리의 상대나 될 수 있을지.] [글쎄.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아니겠어?] [대보지 않아도 아는 것을 너만 모르는구나.] [모르는 건 너지.] [뭘 모른다는…….]그 순간 카오스와 가이아, 류민이 칠흑 같은 차원의 틈새로 빠졌다.
기습적으로 나타난 크로노스가 계획대로 시공간을 열어 모두를 밀어 넣은 것이다.
[이게 무슨!]정신을 차렸을 땐 세 사람 모두 미지의 아공간에 들어와 있었다.
이른바 시공의 틈새라는 곳이었다.
[여, 여긴…… 크로노스만 열 수 있다는 시공의 틈새?] [젠장, 당했군. 크로노스가 와 있을 줄이야.]시간이 흐르지 않는, 사차원의 공간으로 모두가 갇힌 것이다.
[빨리 무슨 수를 써봐요! 여보!] [불가능해. 여긴 무저갱과 같은 무한한 공간이야. 공간 도약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갇혀버린 두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시공의 틈새를 열었다면 크로노스도 이곳에 들어와 있을 거예요.] [그래! 그 새끼를 죽인다면 나갈 수 있어!]가이아와 카오스가 눈에 불을 켜고 크로노스를 찾았다.
그러기 무색하게 크로노스는 바로 앞에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채로.
[아버지, 어머니. 그렇게 찾으시던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반가우시죠?] [크로노스! 이 멍청한 녀석!] [드디어 만났구나, 이 후레자식!]오랜만에 본 아들을 보자마자 하는 말이 욕지거리라니.
크로노스는 자조적인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왜 그렇게 자신의 힘을 원하는지 이유나 들어볼까 했지만 이젠 됐다.
아무래도 좋다.
다 필요 없다.
크로노스의 시선이 류민을 향했다.
[시작하죠.] [예.]끄덕인 류민이 낫을 들고 먼저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