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66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외전 11화
11. 101회차의 마경록(上)
사람은 태어날 때 두 부류로 나뉜다.
금수저로 태어났느냐, 흙수저로 태어났느냐.
거기서부터 스타트 지점이 달라진다.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 수저로 태어난 마경록은 자신의 출발선이 한참이나 앞에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삶에 불만이 많았다.
아니, 정확히는 가족들에게.
“뭘 봐? 설마 동생 밥그릇 탐내는 건 아니지?”
“웬만하면 엮이지 말자, 형. 앞길 막는 건 지금도 충분하잖아?”
동생인 마경상과 마경수.
어릴 적엔 자신을 잘 따랐던 귀여운 동생들이었지만 머리가 커가자 현실을 알게 됐다.
자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오성 그룹을 물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장남인 마경록이 있는 한 절대로 위치가 뒤바뀌지 않으리란 사실을.
그래서인지 나를 볼 때마다 멸시하며 밀어냈다.
인생의 장애물이라 생각하는지 극도의 분노를 드러냈다.
형이라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하는 예의도 밥 말아 먹은 자식들.
“저런 놈들이 동생이라고. 후우…….”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중얼거려봤자 스트레스가 풀릴 리는 없다.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내 마음에 조금씩 악의가 들어찬 것은.
* * *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가족이라 부르기도 뭐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나는 23살이 되었다.
경영수업도 착실히 받으며 회사를 물려받을 후계자가 되기 위한 코스를 밟아나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악착같이 해냈다.
‘너희가 날 경쟁자라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게 성장해 주마. 악착같이 배우고 익혀서 이 회사를 먹어주마.’
정당한 자격을 보여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겠다.
그것이 동생들에게 먹히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었으니.
하지만 동생들은 다른 식으로 나를 노릴 방법을 찾았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경상이와 경수가 뭘 해요?”
“이의를 제기했다. 능력도 없는 장남에게 회사가 돌아가는 건 불공평하다면서 말이지.”
아버지인 회장의 말에, 나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발악이군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적어도 회사의 대표가 되기 위해선 능력을 증명해야 하지 않겠느냐? 오성 그룹이라는 거대 공룡 기업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선.”
“그 말은 제게 아직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아직까지는.”
자격.
그것은 장남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었던가?
‘후계자가 회사를 차지한다는 그동안의 관습을 버리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다니. 내가 탐탁지 않은 건가?’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속마음을 그 누가 알 수 있으리.
마경록은 그보다는 자격을 검증하는 편이 더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검증이 필요하다면 하죠. 뭘 하면 됩니까?”
“너희 형제 셋에게 똑같은 자금을 주겠다. 그 자금으로 기업을 만들어 키워보거라. 그리하여 가장 높은 성과를 일궈낸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도록 하마.”
각자 회사를 차려 직접적인 성과를 내면 그룹의 주인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
“예. 그렇게 해드리죠.”
마경록은 군말 없이 수락했다.
거절이란 항목은 선택지에 없었으니까.
* * *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던 끝에 전부터 생각해 뒀던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다름 아닌 컨설팅이다.
‘지금 받은 사업 자금으로는 이 정도의 일이 적당하겠지.’
특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프로세스를 컨설팅이라 한다.
경영 컨설팅, 기술 컨설팅, 인적 자원 관리 컨설팅, 재무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뻗을 수 있기에 사업성과 진취적인 면에서 크다고 봤다.
‘사명은…… 천마 컨설팅으로 하자.’
큰 의미는 없었다.
과거에 잠깐 읽은 본 무협지 소설 속 인물을 차용했을 뿐.
‘그리고 하늘 위에 내가 있다는, 중의적인 의미로도 괜찮고.’
사명까지 짓고 회사를 만들었다.
여태 경영수업만 하다가 본격적인 실전에 들어가는 셈.
하지만 그리 떨리진 않았다.
어려울 것도 없었고.
‘별거 아니잖아. 이런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쯤은.’
마경록의 그런 생각은 재능의 덕이 컸다.
그룹 회장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그 유전자가 어디로 갔겠나?
기업가의 자질이 마경록에게도 있었던 것.
물론 처음엔 생각대로 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소규모로 시작했던 사업이 덩치를 부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름 좀 날릴 정도의 시가총액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는 누구의 도움도 아닌, 순전히 마경록 자신의 재능으로 일궈낸 일이었다.
그걸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여기는지는 모르겠다만.
‘확실한 건 형제들보다는 낫다는 거지.’
둘째인 마경상은 작은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출은 저조했으며 미래도 딱히 기대되지 않았다.
셋째인 마경수는 그보다는 좀 낫다.
스타트업을 차렸는데 나름대로 매출을 뽑아내다가 지금은 풀이 꺾여 죽 쑤는 중이라 들었다.
‘놈들보다는 천마 컨설팅이 더 낫지. 꾸준하게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후계자의 자격은 검증된 게 아닐까?
물어보고 싶었으나 아버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으셨다.
좀 더 지켜보고 싶으신 모양.
‘그렇다면 일을 더 키워주지.’
컨설팅으로 인해 상당한 자금을 긁어모은 마경록은 호기롭게 호텔 사업에 발을 들였다.
자금을 더 불리겠다는 심보.
하지만 이것이 오만이었음을, 그는 몰랐다.
재수 없게도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터지며 여행 사업에 불황이 찾아왔다.
운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마경록의 호텔도 그 영향을 받아 죽 쓰기 시작했다.
‘진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게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천마 컨설팅도 같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반대로 마경상과 마경수의 사업은 호황기에 이른다.
완전히 역전된 상황.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건 이대로면 안 된다는 거다.
‘아버지가 좀 더 일찍 자격을 인정하셨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오래전에 숨어 있던 악의가 꿈틀거리며 태동했다.
“월! 월!”
“X발, 시끄러워.”
“월월월!”
“시끄럽다고 이 개새끼가!”
“월월월월!”
천마 컨설팅에서 키우던 개가 오늘따라 유난히 짖는다.
소리칠수록 더욱 짖어대는 꼴에 눈이 돌아갔다.
근처에 있던 목재를 집어 든 걸 보면.
퍼억!
“이 개새끼가.”
퍼억!
“주인도 몰라보고.”
퍼억!
“왜 자꾸 짖어? 시끄럽게?”
죽일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퍽퍽퍽퍽!
개가 축 처져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두들겨 팼다.
개의 죽음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헉헉…….”
처참한 개의 사체를 본 소감은 공포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솔직한 말로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X발.’
개한테 미안한 감정도 없이 그저 소각장에 가져다 버렸다.
핏물은 콜라를 부어 지워냈기에 다음날 회사 직원들이 흔적을 발견할 일은 결단코 없었다.
그저 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다가 말았을 뿐.
“대표님. 우리 회사에서 키우던 개 있잖습니까?”
“예. 그게 왜요?”
“어젯밤부터 보이지 않더랍니다.”
“목줄이 풀렸나 보네요.”
개를 죽인 장본인의 말치곤 자연스러운 대답이었다.
* * *
‘으음…….’
요새 통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을 감아도 회사의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
‘원인이 뭘까. 대체 원인이…….’
나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세상은 내 노력을 몰라주는 느낌.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연애라도 해야 하나?’
원체 연애 세포라곤 없던 마경록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여자의 살냄새가 그리웠다.
“도련님. 어디로 가십니까?”
“집, 아니. 홍대로.”
수행 기사에게 그리 말한 뒤 나이트클럽에 들어갔다.
여자를 끼면 좋고, 그게 아니면 술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서 오십쇼!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애초에 나이트클럽을 자주 드나들지도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업장에선 자신을 VVIP처럼 극진히 대우해 줬다.
재벌계의 인사는 어딜 가도 티가 나긴 나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재미가 없군.’
자신에게 아양 떨며 달라붙는 여자들이 마경록은 시시하고 같잖았다.
‘내 겉모습이 아닌, 돈만 보고 어떻게든 달라붙으려는 기생충 같은 것들.’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클럽을 통해 이미 박혀버렸고, 그걸 지워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원래 사람의 가치관이라는 게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려운 법 아니던가?
“오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뎅?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잠깐 쉬어야겠는데? 나랑 같이 저쪽 호텔에 가서 쉴까? 어때?”
“야. 늦게 온 주제에 순서를 지켜야지. 가더라도 내가 먼저지.”
“하, 기가 막혀서 정말. 번호표 뽑고 대기라도 하셨나 봐요?”
정작 당사자는 마음에도 없는데 지지고 볶고 기 싸움을 벌이는 여자들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들 나가라.”
“응? 오빠, 뭐라고 했어?”
“술맛 떨어지니까 다들 나가라고.”
마경록의 서늘한 눈빛을 받은 여성들이 서둘러 방을 나섰다.
더 이상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일갈한 뒤 혼자서 술을 마셨다.
담당 웨이터가 밖에서 실장에게 쓴소리를 듣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지만 내 일은 아니니 상관없다.
‘국내는 관심 없어. 해외로 가든가 해야지.’
마경록은 국내의 여성들에게 관심을 껐다.
여자를 만난다면 반드시 해외에서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자신의 재력이나 편견들을 지니지 않은 채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늦은 시각에 미안한데 일주일 정도 회사 스케줄을 빼야겠습니다. 별일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기분 전환이 필요해서요.”
충동적으로 해외 스케줄을 잡은 것은.
* * *
원래 일주일이 예정이었지만, 2주가 걸렸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기까지는.
돌아온 마경록은 그 즉시 아버지를 찾았다.
“회장님.”
“무슨 일이냐.”
여느 때와 같이 딱딱하기 그지없는 대답.
그러나 이어진 마경록의 말은 아버지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략결혼을 하려 합니다.”
“뭐?”
“결혼 상대는 크리스틴 크레이그. 나이는 20대 초반이고 미국에서 유명한 성직자의 딸입니다. 이미 뒷조사도 모두 했기에 걸리는 것 없이 깨끗한 여자입니다.”
“국내도 아니고 외국인을 정략결혼 상대로 삼겠다고?”
눈에 띄게 놀라는 회장의 모습.
마경록으로선 처음 보는 모습이다.
“허락해 주십시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