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46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46화
46. 죽음의 4라운드
‘거, 걸어 다니는…… 표적?’
황용민이 주위를 둘러봤다.
플레이어의 이목이 온통 이곳으로 집중되어 있다.
이빨 빠진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 황용민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본 류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말이 표적일 뿐, 실제로 널 노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예? 절 안 노린다고요?”
“구역 대표가 된 플레이어의 말로가 어떤지는 네가 잘 알 텐데?”
조중식은 믿었던 황용민에게 배신당해 죽었다.
황용민은 스탯 감소 페널티를 받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됐다.
구역 대표라는 자리가 무색하게 좋지 않은 결과만 얻었다.
“사람들도 이제 깨달은 거지. 구역 대표가 마냥 좋은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아…….”
“게다가 전직한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면서 통솔권을 사용할 범위가 확 줄어들었잖아? 대표라는 리스크에 비해 메리트가 없는 게 사실이지.”
류민의 말대로였다.
이제 구역 대표는 줘도 가지지 않는 자리가 됐다.
당장 황용민도 가능하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권한을 넘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권한이랄 것도 없지만…….’
황용민이 다시 한번 주변을 봤다.
플레이어들이 흥미를 잃었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단순히 검은 낫이랑 얘기하니까 쳐다본 거였나?’
자신을 노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오히려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피하기까지 한다.
정말로 대표 자리에 관심이 없는 모양.
‘이거 왠지 억울한데…….’
황용민이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서아린과 안상철이었다.
‘저 녀석들이 왜?’
놀라는 것도 잠시, 황용민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혹시라도 대표 자리를 노리나 싶어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황용민을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애초에 볼일은 류민에게 있었으니까.
“아, 안녕하세요, 검은 낫님.”
서아린과 안상철이 꾸벅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기억하시죠?”
“물론. 근데 무슨 일이지?”
안상철이 힐끔 황용민의 눈치를 봤다.
“다름 아니라 전에 저 양아치로부터 저희를 구해주셨잖아요?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서요.”
“뭐? 양아치?”
황용민이 발끈했지만 나서진 못했다.
둘 사이에 검은 낫이 벽처럼 서 있었기 때문.
“감사 인사는 한 번만 해도 돼. 굳이 또 인사할 것까지야.”
“감사한 건 감사한걸요. 우리 회사의 대표님도 구해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아차! 저희 대표님을 말하자면…….”
“거기까지 해라. 관심 없다.”
류민이 등을 돌리려 하자.
“저기!”
서아린이 황급히 나섰다.
“거, 검은 낫님. 이, 이건 구해준 데에 대한 제 성의입니다. 바, 받아주세요.”
서아린이 내민 아이템은 최하급 보라색 마정석이었다.
‘이건 뜻밖의 수확이군.’
류민의 눈빛이 반짝였다.
“말로만 감사를 전하는 것보단 이런 거라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좋은 마음가짐이군. 잘 받겠다.”
류민이 냉큼 마정석을 인벤토리에 챙겼다.
‘이런 좋은 아이템을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지.’
게다가 같은 등급에 같은 색깔의 마정석 두 개를 조합하면 상위 등급 마정석을 만들 수 있다.
‘나중에 귀환하면 하급 마정석을 만들어서 박아봐야겠어. 여기는 보는 사람이 많으니.’
괜한 정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마정석을 박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기에 급할 건 없다.
‘어쨌든 이런 걸 주다니, 고맙군.’
그런 생각으로 서아린을 쳐다보니 어김없이 생각이 전해져 온다.
-마,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건가? 잘 모르겠어. 쓸모없어 보이는 돌멩이 줬다고 기분 나빠하시는 건 아니겠지?
생각을 들어보니 마정석의 가치를 모르고 준 모양.
‘알면 줄 리가 없지.’
류민이 시선을 옮기다가 우연히 황용민의 생각을 읽게 됐다.
-나도 저거랑 비슷한 거 있는데.
‘응?’
류민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녀석에게도 마정석이 있나?’
황용민을 주시하며 좀 더 깊은 속마음을 읽었다.
그러나 녀석은 마정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흑금강석]을 가지고 있다고?’
흑금강석.
몬스터를 잡으면 극히 낮은 확률로 드롭되는 재료 아이템으로 생김새는 마정석과 비슷하다.
‘오히려 마정석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지.’
10라운드 이후에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지금 라운드에서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나 할까?
‘이런 귀한 아이템이 있는 걸 나한테 들키다니.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류민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억제했다.
흑금강석이 있다면 다음 5라운드에 유니크 아이템을 만들 수 있으리라.
“저기…… 검은 낫님? 혹시 보호막이 필요하시진 않나요?”
서아린의 말에 류민이 되물었다.
“보호막이라니?”
“제가 이번에 소환술사로 전직했거든요.”
‘소환술사? 서아린이?’
다크 나이트처럼 유니크 직업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직업이다.
‘초반에 키우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소환술사로 이름을 날린 플레이어가 있었지.’
물론 그 플레이어가 서아린은 아니었지만.
“제가 페어리를 소환해서 보호막을 걸어줄 수 있는데 혹시 필요하시다면…….”
“의도는 고맙지만 사양하지. 나한테는 필요 없을 것 같군.”
“아…… 알겠습니다.”
어쩐지 실망하는 표정의 서아린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번 라운드도 파이팅하시길…….”
“행운을 빌지.”
꾸벅 인사한 서아린과 안상철이 자리를 떠났다.
더는 볼일이 없던 황용민도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고 하는 찰나.
“잠깐.”
“예?”
“이대로 가면 후회할 거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말했지? 넌 걸어 다니는 표적이라고.”
“하지만 절 노리는 사람은 이제 없지 않나요?”
“별로 없다고 했지 아예 없다곤 하지 않았다. 아직 구역 대표의 장점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
“예?”
“대부분이 10레벨을 찍고 직업을 가졌을 테지만 비 전직자도 분명 있다. 통솔권을 쓸 대상은 존재한다는 거지.”
“아…….”
확실히 그랬다.
당장 황용민만 하더라도 레벨은 10이지만 직업을 얻지 못했다.
아직 전직 아이템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생각해 봐라. 천 명이 넘는 사람 중에 널 노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나? 아무리 대표직의 리스크가 크다고 해도?”
“…….”
“오히려 비 전직자들이 필사적으로 널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지. 자신들을 위협할 무기인 통솔권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질 바에야 너를 죽이고 차지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
일리 있는 말에 황용민의 표정이 다시금 불안해졌다.
“그, 그럼 어떡하죠?”
“네가 더 이상 표적으로 몰리지 않게 내가 도와주지.”
“저, 정말입니까? 감사…….”
“공짜라는 말은 안 했다. 내가 도와주는 대신 조금 전에 서아린이 주던 돌 봤지? 그런 돌이 있다면 나한테 넘겨라.”
“아…… 그런 돌이라면 있습니다.”
황용민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흑금강석]-분류 : 소지품
-설명 : 흑색의 단단한 돌.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난다.
설명만 보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씨익-
그 가치를 아는 류민으로선 마정석을 받았을 때보다 기분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 다른 아이템은 없나?”
“어, 없습니다. 드, 드릴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행여나 입고 있는 장비라도 뺏길까 봐 몸을 가리는 황용민을 보니 웃음만 나온다.
“걱정하지 마. 그런 건 줘도 안 가져.”
상점에서 산 장비였으면 되팔아서 골드라도 챙겼겠지만, 아니었기에 팔 수도 없다.
“아이템을 드렸으니 이제부터 절 도와주시는 겁니까?”
“그래. 약속은 지키지.”
무게감 있는 류민의 말에 황용민의 얼굴이 밝아졌다.
-설마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겠지?
속으론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때 하늘에서 빛과 함께 천사, 올리브가 나타났다.
[키흐흐흣! 인간들, 오늘도 어김없이 모이셨군요? 인원은 또 줄었지만 말이에요.]“인원이 줄어?”
“또 현실에서 다툰 거야?”
[현재 소집된 인원은 1,042명이에요. 3라운드 생존자는 1,225명이었는데 말이죠.]플레이어들이 당황했지만 류민에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에서 머무는 한 달 동안 플레이어들이 사고를 안 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라운드마다 생존자가 그대로 집합하는 꼴을 못 봤기에 그리 놀랄 것도 없었다.
[자, 그럼 인원도 다 모인 것 같으니 4라운드 퀘스트를 발표해 볼까요?]펄럭-!
천사의 날갯짓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ROUND 4 ▶
└3시간 동안 서로를 죽여라
[전 구역]└참가자 : 181,906,418
└달성자 : 0/90,953,209
[해당 구역 ESKS45-5]└참가자 : 1,042
└달성자 : 0/521
퀘스트를 본 플레이어들이 당황했다.
“이게 뭐야?”
“서로를 죽이라니?”
[키흐흣, 인간들이 당황하기는. 말 그대로예요, 여러분.]천사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옆에 있는 플레이어를 찔러 죽이면 돼요. 아주 간단하죠?]“주, 죽이라고?”
“플레이어……를?”
플레이어들이 서로 힐끔거리며 눈치를 봤다.
갑작스레 PK라니.
여느 때처럼 몬스터나 잡을 줄 알았기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설명을 보태자면 이번 라운드는 플레이어끼리 죽여서 수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에요. 지난 라운드와 달리 몬스터는 일절 나오지 않죠.]“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니…….”
“빨리 레벨 올리고 강해져야 하는데…….”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는 아쉬울 거예요. 성장하려면 다음 라운드를 기약해야 하니까요.]“천사님! 그럼 절반만 생존할 수 있으니 한 사람당 한 명만 죽이면 됩니까?”
[그건 비밀이에요. 말하면 재미가 없거든요.]그 말에 류민이 속으로 비웃었다.
‘재미는 무슨. 위에서 언급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겠지.’
천사들은 그저 안내역일 뿐, 주최자는 따로 있다.
특정 룰을 숨긴다면 주최자의 오더가 들어갔기 때문일 거다.
NPC인 천사에게 마음대로 룰을 밝힐 권한 따위는 없을 테니까.
‘사람들은 이 모든 게 천사들이 주동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
비밀이란 말에 플레이어들이 당황하는 사이, 천사가 이어서 설명했다.
[단순히 플레이어를 죽인다고 해서 달성자가 될 순 없어요. 순위권에 진입한 521명만이 생존할 수 있죠. 어떤 순서로 순위를 매기는지는 비밀. 참고로 빨리 살인한다고 해서 1위가 되는 건 아니에요. 키흐흣.]“…….”
[자! 설명은 이걸로 끝.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저는 갑니다! 그럼 지금부터 서로를 죽이세요!]천사가 사라지고 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2:59:59]플레이어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이, 이제 어쩌지?
-그, 그냥 죽이면 되는 건가?
-주, 죽이라고? 같은 사람을……?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이번 라운드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주위를 보니 머뭇거리는 플레이어들의 생각이 전해져온다.
고개를 돌려 황용민의 생각도 읽어봤다.
-플레이어를 죽이라고? 흐흐흐, 안 그래도 잘됐네. 죽이고 싶은 새끼 있었는데.
황용민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역시 일진 친구들을 죽일 생각이군.’
류민이 씩 웃으며 황용민에게 다가갔다.
황용민은 류민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상념에 잠겨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플레이어들이 날 죽이기 꺼린다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무적이라는 소리잖아?’
킥킥 웃음까지 흘린다.
‘개새끼들, 어디 있는지 몰라도 전부 죽여주…….’
뒤늦게 류민의 접근을 알아챈 황용민이 흠칫 놀라며 물러섰다.
“아, 깜짝이야! 거, 검은 낫님이셨군요.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내가 아까 표적으로 몰리지 않게 도와준다고 했지?”
“그랬죠.”
류민이 천천히 낫을 들었다.
“그 약속을 지키러 왔다.”
“예?”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황용민의 시야가 기울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툭- 데굴-
황용민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생전의 어리둥절한 표정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