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49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49화
49. 4라운드 결과 집계
“하악, 하악.”
서아린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린 씨, 힘드세요?”
“하아, 괘, 괜찮아요. 사실 몸이 힘든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안상철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피를 튀기며 칼부림하는 장면은 가관이다 못해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지옥이 있으면 이런 곳일까 싶을 정도.
가뜩이나 새하얀 공간이라 더욱 자극적으로 보였다.
B급 고어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었다.
뭐, 자신은 어느 정도 버틸 만했지만, 문제는 서아린이다.
‘아직 끝나려면 1시간이나 남았는데 버틸 수 있을는지.’
안상철은 서아린의 정신상태가 걱정됐다.
그녀는 마경록의 사업 아이템이자 재산.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사업에 지장이 생긴다면 대표님을 뵐 낯이 없다.
“죽어어어어!”
“어딜.”
안상철은 서아린을 노린 괴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채앵-!
놈의 무기를 쳐낸 뒤 어깨를 베었다.
녀석의 상체가 완전히 노출됐다.
“아린 씨!”
다급히 외치자 서아린이 입술을 꽉 깨물며 검을 내질렀다.
푸욱-!
검이 심장을 정확히 뚫고 들어갔다.
부르르 떨던 괴한이 축 늘어졌다.
안상철이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그래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하는군.’
자신이 상대를 무력화시키면 서아린이 직접 마무리하게 시켰었다.
‘전투 능력이 없는 서아린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그야말로 밥숟가락을 떠먹여 주는 셈.
그래도 그녀의 소환수가 보호막을 걸어주니 무상으로 도와주는 건 아니다.
“으으.”
서아린이 질겁한 얼굴로 검을 빼내고 있을 때.
“이야아아아아!”
옆에서 또 다른 괴한이 나타났다.
챙챙-!
안상철이 몇 번 합을 주고받은 뒤 검을 빼내면서 손목을 베었다.
“아악!”
이때다 싶어 팔뚝을 벤 뒤 상대의 목을 쳐버렸다.
‘퍼주기만 해선 안 되지. 살려면 나도 기록을 세워야 하니.’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
기사로 전직하면서 받은 검술의 룬이 안상철을 숙련된 검사로 만들었다.
낑낑거리다가 검을 빼낸 서아린이 핼쑥해진 얼굴로 물었다.
“경호원님……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야 할까요……?”
“아직 1시간은 더 싸워야겠지요.”
“저는 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들 왜 이렇게 죽고 죽이는지 모르겠어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서아린이었지만 동정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약하다, 나약해. 온실 속 화초라 이건가?’
그저 한심하게만 느껴질 뿐.
안상철이 속내를 감추며 말했다.
“피곤하면 이제 쉬세요. 50명은 죽이지 않았습니까?”
“아마도요…….”
“그 정도면 순위권에 들기엔 충분할 겁니다. 나머진 저한테 맡기세요.”
“고마워요…… 정말로.”
‘고맙긴.’
오히려 자신이 더 고마웠다.
떠먹여 주느라 못다 한 기록을 세울 기회였으니.
안상철이 검을 든 채로 사주경계를 했다.
가만히만 있어도 광기에 젖은 사람들이 알아서 덤빈다.
“와라.”
안상철의 검이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 * *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10:21]‘슬슬 끝날 때가 됐군.’
진행창을 보던 류민이 낫을 크게 휘둘렀다.
서걱-!
등 뒤에서 접근하던 플레이어의 몸이 여지없이 반 토막 난다.
‘10분밖에 안 남았지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지.’
최대한 기록을 쌓아야 전 구역 랭킹 1위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무턱대고 죽여선 곤란하다.
‘단순히 많이 죽인 순서로 순위가 매겨지는 게 아니니까.’
아니, 많이 죽여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되도록 다양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
한 사람을 중복해서 죽여봤자 1로 카운트될 뿐이니까.
그것이 이번 라운드의 숨겨진 순위 측정 방식이었다.
‘저 녀석처럼 죽이면 안 된다는 소리지.’
류민의 시선은 다름 아닌 황용민에게 향해 있었다.
“죽어! 죽어, 이 개새끼들아!”
한때 친구였던 일진들을 맨주먹으로 패 죽이고 있다.
그것도 부활하자마자 바로.
‘라운드가 거의 끝나가는데 아직도 저 자리에서 저러고 있다니. 같은 사람을 대체 몇 번을 죽인 건지 모르겠군.’
영악하게도 황용민은 일진 친구들을 한 자리로 유인해서 죽였다.
죽은 자리에서 부활한다는 점을 이용해 아예 묫자리를 정해 버린 것이다.
‘다섯 명의 일진 친구들을 저 자리에서만 돌아가면서 쳐 죽이다니.’
모르긴 몰라도 일진 녀석들은 이번 라운드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다.
저렇게 부활하자마자 죽으면 기록을 세울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
‘똑같은 사람만 죽인 황용민도 기록이 낮아서 탈락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황용민의 닉네임 색깔이 진했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여럿 죽였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부활을 기다리는 시간에 다른 플레이어들을 죽인 모양이군.’
전직도 못 한데다 페널티까지 있는 몸으로 저 정도의 저력이라니.
‘하긴 지난 회차에서도 5라운드까지는 살아남았었지.’
보아하니 30명은 죽인 것 같으니 이번 라운드는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이다.
‘나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류민이 낫을 든 채로 걸어갔다.
먹잇감을 찾는 듯한 눈으로 플레이어들을 훑어봤다.
닉네임이 죄다 붉다.
아무리 봐도 형광색은 찾아볼 수 없다.
천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가 빠짐없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살인이라기엔 어폐가 있나? 10분 후면 누구나 예외 없이 부활하니.’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 놓고 죽일 수 있던 것도 부활한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광기에 젖은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류민도 분위기에 합류해 사람들을 베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렇기에 벨 수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내가 죽으니까.’
기록을 세우지 않으면 내가 소멸한다.
그렇다고 1등 보상을 놓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어떻게든 성장해서 20라운드에 다다라야 하니까.
‘마지막 보스가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어. 그러니 최대한 강해져야 한다.’
살인하는 이유는 단순히 부활 때문이 아니었다.
생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이번 라운드를 기점으로 플레이어들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겠지.’
가상이긴 해도 이미 수십 번의 살인을 경험한 플레이어들이다.
현실에서 진짜로 살인한다고 거부감이 들겠는가?
‘앞으로 더욱 거리낌 없이 행동할 거야. 무법지대가 가속화되는 거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일반인을 죽이며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한다.
그것이 플레이어의 미래다.
‘전부 다 그렇다고 볼 순 없겠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은 플레이어라면 살인에 죄책감을 느끼고 미안한 감정을 느낄 거다.
류민도 그런 감정이 없진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최대한 고통 없이 죽여주고 있는 거지.’
하지만 먼저 덤비는 플레이어는 배려고 뭐고 가차 없이 죽였다.
‘먼저 덤비는 놈에게 자비는 없으니까.’
그리고 한 번 죽인 플레이어는 다시는 죽이지 않았다.
두 번 이상 죽여봤자 카운트되지도 않으니.
‘말하자면 내가 죽인 플레이어들의 닉네임을 일일이 기억했다는 뜻이지.’
수백 명의 플레이어의 닉네임을 기억한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닉네임의 핵심 키워드만 간단명료하게 기억하면 외울 수 있어.’
지능 스탯이 높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저 녀석은 죽였고, 저 녀석도.’
플레이어들을 지나치며 바쁘게 눈을 굴렸다.
류민의 타깃은 한 번도 죽이지 않은 플레이어.
하지만 대부분이 류민에게 죽은 놈들이었다.
‘저 녀석은 기억에 없어. 처음이군.’
처음인 플레이어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낫을 휘둘렀다.
머리를 두 동강 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음 타깃을 찾으러 떠났다.
‘시간이 얼마 없다. 최대한 기록을 쌓아야 해.’
전 구역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사냥감을 찾아 학살하던 그때.
하늘로부터 빛의 기둥이 내려오더니 움직임을 봉쇄당했다.
시간이 다 됐다.
[키흐흐흐! 다들 즐겁게 살인하셨나요?]각자 기둥에 갇힌 플레이어들이 천사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같은 사람을 죽였는데 즐거울 리가.
이런 구역질 나는 퀘스트를 내려준 천사를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천사는 그저 안내역일 뿐인데 말이다.
[어휴, 저 더러운 피 좀 봐. 깔끔하던 공간이 완전 난장판이 됐군요?]“…….”
[어쨌거나 서로 죽이느라 수고하셨어요. 집계 결과를 보기 전에 죽은 인간 좀 살릴게요.]천사가 말하기도 전에 시스템은 이미 죽은 자들을 살리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살리는 것처럼 말하고 있네.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류민이 천사를 비웃고 있을 때 플레이어들이 부활하더니 예외 없이 기둥에 갇혔다.
3시간 내내 죽임을 당하던 황용민의 친구들도 이때만큼은 살아 숨 쉴 수 있었다.
“황용민, 개새끼야!”
“X발 새끼! 쳐죽일 새끼!”
“조중식보다 못한 벌레 새끼!”
빛의 기둥 안에서 황용민에게 욕설을 퍼붓느라 바빴지만 말이다.
[조용조용! 지금부터 떠드는 인간은 머리통을 터트려주겠어요.]“…….”
[이제 좀 조용하군요. 자, 전부 부활했으니 결과를 살펴볼까요? 아! 그 전에 이번 라운드의 서브 퀘스트가 뭐였는지부터 봐야겠죠?]“서브 퀘스트?”
“이번에도 있었어?”
[당연히 있었죠. 그럼 없는 줄 알았어요? 바보예요? 킥킥.]“…….”
인간을 골려준 천사가 보란 듯이 퀘스트창을 띄웠다.
└제한 시간 내에 구역 대표 처치하기
└성공 시 ▶ 최하급 마정석 뽑기권 지급
“구, 구역 대표 처치하기라고?”
“이게 서브 퀘스트였어?”
[맞아요. 바보 같은 인간 여러분. 참고로 우리 구역에서 서브 퀘스트를 달성한 인간은 한 명이에요. 바로 검은 낫이죠.]“거, 검은 낫이?”
“그러고 보니…….”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황용민을 죽이고 구역 대표를 차지했잖아?”
“아, 그러네.”
황용민을 죽인 걸로 검은 낫을 비난했던 사람들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황용민을 죽일걸…….’
‘젠장. 이번 라운드는 구역 대표가 되는 게 오히려 이득이었을 줄이야.’
그러나 정작 죽었던 황용민은 이 소식이 금시초문이었다.
‘내, 내가 죽었었다고? 검은 낫에게?’
설마 초반에 필름이 끊긴 이유가 이 때문이었나?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것을 깨달은 황용민이 다급히 스킬창을 살펴봤다.
‘없다. 임시 스킬로 있던 통솔권이 없어.’
비록 기회는 다 썼지만 스킬창에 분명 통솔권 스킬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감쪽같이 없다니.
‘정말로 구역 대표 권한이 넘어간 거야? 검은 낫에게?’
표적으로 몰리지 않게 도와준다는 의미가 이런 거였나?
대표 딱지를 자신이 가져가 주겠다는?
황용민이 황당하다는 듯 류민을 쳐다봤다.
류민은 관심 없는지 시선 한 번 주지 않았지만.
[자, 이제 집계 결과를 살펴볼까요? 아, 그 전에 어떤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는지 궁금하시죠?]천사가 그동안 숨겼던 규칙을 털어놓았다.
[순위 매김 방식은 다양한 인간들을 죽인 순서예요. 같은 인간을 여러 번 죽이더라도 카운트는 1로 기록되죠.]“다양한 인간이었다고?”
“그냥 많이 죽이면 되는 거 아니었어?”
[그렇게 단순할 리가 있겠어요? 키흐흣, 바로 결과를 보시죠.]천사의 날갯짓에 결과창이 떠올랐다.
★ 4라운드 결과 집계 ★
[전 구역]└1위. 검은 낫 (Lv30 사신) 722명 처치
└2위. 똥 멍청이들 (Lv13 샤먼) 521명 처치
└3위. 천마 (Lv13 다크 나이트) 433명 처치
[해당 구역 ESKS45-5]└1위. 검은 낫 (Lv30 사신) 722명 처치
└2위. 귀여운 아기새 (Lv11 전사) 211명 처치
└3위. 안상철 (Lv11 기사) 209명 처치
[검은 낫이 이번에도 1위를 차지했군요?]‘다행이군.’
비교적 여유로운 1위에 류민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플레이어들은 그런 류민을 다소 질색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700명 이상을 죽이다니…….”
“대체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하지?”
“우리 천 명 정도 되지 않았어?”
“그럼 혼자서 70%를 죽인 거야?”
“미쳤군, 미쳤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천사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혼자서 722명이나 죽였어요? 대단하네요? 참고로 우리 구역 521위 기록이 30명이에요. 그 밑으로는 소멸행이라는 거죠.]“아…….”
“아……!”
절반에 달하는 플레이어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30명도 죽이지 못한 플레이어들이었다.
“아, 안 돼. 소멸당하기 싫어!”
“이번엔 진짜로 죽는 거야?”
“하아…… 좀 더 열심히 죽일걸.”
절반의 플레이어들이 후회의 탄식을 흘리는 한편.
류민은 보상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