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6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60화
60. 구역 통합
“준비한 거?”
[바로 구역 통합이에요.]천사의 말에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만 지었다.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와닿지 않았다.
한 용기 있는 사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천사님! 구역 통합이 뭔지 자세히 설명 좀…….”
[한번 말하면 척하고 알아들어야지 귀찮게 하네요.]“죄, 죄송함다…….”
[말 그대로 구역을 통합시키겠다는 거예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속한 나라의 구역만 수백 개가 있거든요? 정확히는 875개네요.]“헉! 875개?”
“우리나라에만 그렇게 많은 구역이 있었다고?”
[키흐흣, 별것도 아닌 걸로 놀라기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적은 편이에요. 중국이라는 나라의 구역은 2만 6천 개가 넘는다고 알고 있거든요.]“헐…….”
입을 쩍 벌리면서도 플레이어들은 금세 납득했다.
세계 인구 1위인 중국이라면 그럴만했다.
“구역당 1만 명씩 배정된다고 보면 확실히 인구수 많은 나라가 구역도 많겠어.”
“그러네. 어? 잠깐, 그럼 구역마다 천사님들이 배정되어 있다면…….”
“최소 몇만 명이 있다는 소리잖아……?”
천사의 수가 그렇게나 많다니?
지금껏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실에 사람들이 놀랐다.
중얼거림을 들은 천사가 인정한다는 듯 웃었다.
[여러분의 추측대로예요. 저희 천사들은 구역마다 한 명씩 배정되어 있죠. 설마 이제야 눈치챈 거예요? 멍청하긴.]천사의 비아냥에도 사람들은 그저 들을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도 없거니와 갑 중의 갑인 천사에게 대들 순 없었으니까.
대신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처, 천사님. 그럼 이 생존게임을 만든 건 천사님이 아닌 겁니까?”
[…….]천사의 얼굴에 처음으로 곤란한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포커페이스를 되찾은 천사가 무표정을 유지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생존게임 하나를 수만 명이나 되는 천사님들이 협력해서 만들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협력해서 만들었다면 어쩔 거죠? 칭찬이라도 해주시게요?]“…….”
[쓸데없는 의문은 갖지 마시길. 오지랖 부리다가 머리통이 터지는 수가 있습니다, 인간.]“죄, 죄송합니다…….”
살벌한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오직 류민을 제외하고는.
‘말 돌리는 걸 보니 정곡을 찔렸나 보군. 하긴 설계자에 대한 정보는 함구하라는 방침이 있을 테니까.’
플레이어에게도 죽는 천사 따위가 이런 거대한 생존게임을 만들었을 리가 없다.
애당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천사들이 협력할 리도 없고.
[이제부터 벌레들의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벌레는 벌레답게 살아남는 데만 신경 쓰세요.]보라.
저렇게 화를 내는 것부터가 설계자가 아님을 인정한다는 증거다.
[짜증 나게 괜히 시간만 버렸네요. 어쨌거나 예고한 대로 구역 통합을 시작하겠습니다. 인원이 적어서 하는 조치라고만 알아두세요. 다른 쓸데없는 억측은 하지 말고.]천사가 날개를 펄럭이며 신호하자, 별안간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
“뭐, 뭐야!”
“지, 지진이야?”
사람들이 당황했지만 류민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구역을 통합할 때마다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땅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거지만.’
귀청을 찢는 소리와 함께 공간에 금이 갔다.
쩌저저저저저적-!
땅은 물론 하늘까지도 검은색의 실선이 생겼다.
열 조각으로 나뉜 공간이 큐브처럼 뒤집혔다.
쿠그그그그긍-
공간이 뒤집히자 대략 500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다른 구역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쿵-! 쿵-! 쿵-!
이어서 공간이 합쳐지는 소리와 함께 실선도 사라졌다.
다소 허전했던 초원이 어느새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끄…… 끝난 건가?”
“저 사람들은……?”
서로가 눈치만 보며 서 있을 뿐 누구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자, 구역 통합이 끝났습니다. 응? 왜 그래요? 같은 인간끼리 인사도 좀 하고 그래요. 언제까지 그렇게 서먹하게 있을 거예요?]처음 보는 얼굴의 천사가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날아올랐다.
한 명이 아니었다.
총 열 명의 천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올리브, 안녕?] [프리실라, 안녕?] [엘렌, 안녕?]천사들이 돌아가면서 서로에게 인사했다.
입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무뚝뚝하기 그지없었다.
[올리브, 너희 구역은 몇 명이야?] [442명.] [우리랑 비슷하네?] [다 비슷할걸?] [그나저나 누가 대표로 말해볼까? 여기 있는 인간들에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게임에 대해서도 그렇고.] [내가 말할게.]류민과 같은 구역이었던 올리브가 손을 들고 자처했다.
[잠깐. 너 천사장님께 점수 따려고 그러는 거지?] [점수? 내가?] [순순히 나서겠다고 하는 게 수상하잖아.] [그럼 네가 하던가. 왜 시비야?] [그래, 프리실라 네가 하던가.] [뭐? 내가 왜 해야 하는데? 귀찮게 정말.] [얘들아, 싸우지 말고 그냥 아무나 해.] [맞아. 천사장님이 이딴 일에 신경 쓰실 것 같아?] [끄응.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냥 올리브, 네가 해. 우리 중에서 네 목소리가 제일 예쁘잖아.] [후우, 짜증 나네. 알았어.]그냥 나서서 설명하는 것뿐인데도 귀찮다고 싫어하는 천사들이었다.
올리브가 날개를 펄럭이며 초원의 중앙으로 날아갔다.
[안녕하세요, 인간 여러분? 각자 담당 천사들에게 들어서 아시죠? 인원이 적은 관계로 구역을 통합했다는 걸.]플레이어들이 말없이 끄덕거렸다.
[현재 열 개의 구역이 하나로 합쳐진 상태고요, 이곳에 있는 인원은 총 4,844명입니다.]“열 개의 구역이 합쳐져?”
“거의 5천 명이네?”
“어쩐지 많아 보이더라.”
중얼거린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들과 함께 라운드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다들 우리나라 사람이었어?”
“그나마 말이 통해서 다행이네.”
“으음, 어쩌면 나중에 다른 나라랑 섞일 수도…….”
구역 통합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인원이 500명 이하로 줄어들 때마다 계속해서 다른 구역과 합쳐진다.
그러다가 결국엔 누군가의 중얼거림처럼 타국의 플레이어와 만나게 된다.
‘한국의 플레이어가 500명 이하로 줄어들게 되면 말이지.’
류민은 그 순간이 언제인지 알고 있다.
‘11라운드가 되면 네 번째 구역 통합이 이뤄지고 타국의 플레이어와 경쟁하게 될 거야.’
류민이 알고 있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잠시 후면 천사가 번외 게임을 벌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인 퀘스트를 발표하기 전에, 구역이 통합된 기념으로 간단한 번외 게임을 해볼 거예요.]“번외 게임?”
천사가 예상한 대로 입을 열었다.
[모두 각자의 구역에서 대표가 한 명씩 있었잖아요? 그런데 통합됐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새로운 구역 대표를 뽑아야겠죠?]“새로운…… 구역 대표?”
구역 대표는 한 명만 존재해야 하기에 벌이는 게임이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해요. 기존의 구역 대표 열 명이 나와서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웁니다. 그중 살아남은 승자 한 명만 이번 통합 구역의 대표로 승격시키겠어요.]말하자면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데스매치였다.
“통합 구역 대표가 되기 위해 서로 죽여야 하는 거야?”
“와…… 잔인하다.”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지만 걱정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남의 일이라고 즐거워할 뿐.
“재밌겠는데? 큭큭.”
“누가 대표가 될지 볼만하겠어?”
“이럴 때 팝콘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과는 상관없는 구역 대표끼리의 결투였기에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었다.
당사자인 구역 대표들은 빼고 말이다.
‘X발, 한 명 뽑자고 서로 죽여야 한다고?’
‘하아…… 괜히 구역 대표가 되가지곤…….’
‘혹시 이번에도 죽으면 살아나는 거 아니야?’
‘다 필요 없고 그냥 대표 권한 포기하면 안 되나?’
9인의 구역 대표들이 모두 똥 밟은 표정을 지었지만, 나머지 한 명인 류민만큼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오히려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통합 구역 대표가 얼마나 좋은 자리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구역 대표 여러분? 키흐흣,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지을 거 없어요. 데스매치라고 해서 정말로 죽는 건 아니랍니다. 게임이 끝나면 죽은 대표들은 모두 부활할 테니까요.]“아! 이번에도 부활이 되는구나.”
“으음…….”
부활이 있다는 말에도 대표들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득이라곤 없는 게임이었으니까.
하지만 천사의 말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이거 표정들을 보아하니 통합 대표가 된다 해도 별로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나 본데, 설마 아무런 혜택도 없겠어요?]“통합 대표만의 혜택이 있어요?”
[물론이죠. 통합 대표는 통솔권 대신 지배권을 쓸 수 있어요.]“지배권?”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를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이에요. 전직의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구역 내의 플레이어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통솔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죠.]“레벨만 낮으면…….”
“누구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전직과 관계없이……?”
각 구역 대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부분이 전직을 마친 상태라 쓸모없어진 통솔권이었는데 그 제한이 사라져버렸다.
사실상 단점이 없는 막강한 권한이었다.
[물론 10회의 사용 제한과 통합 대표를 죽이면 권한이 넘어간다는 규칙은 그대로예요. 그래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같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게.]확실히 그랬다.
통솔권의 제약이 사라진 상위호환의 스킬이었으니 대표만 된다면 정말 왕처럼 군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때요? 이 정도면 동기부여가 됐나요?]됐다.
그것도 확실하게.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대표들의 살기 어린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죽기 살기로 싸워서 반드시 통합 대표를 차지하겠노라고.
그 생각은 류민도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은 구역 대표의 메리트가 없었지만, 이번 라운드부턴 다르다. 반드시 데스매치에서 이기고 통합 대표가 되어야 한다.’
지난 라운드에 황용민을 죽이고 구역 대표를 차지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5라운드부터 대표의 권한이 막강해질 것을 알았기에.
‘서브 퀘스트 때문에 죽인 것도 있지만.’
어쨌거나 자신은 있다.
9대1로 싸워도 이길 만큼 레벨도 경험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통합 대표 자리는 매번 놓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다중 회차를 살아온 류민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통합 대표 자리를 두고 천사들이 내기를 걸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