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8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88화
88. 6라운드 종료
헤르메스의 깃털 모엔 투명화라는 옵션이 있다.
말 그대로 시전자의 모습이 투명해지는 능력.
‘암살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술이지.’
암살자들은 20레벨이 되면 투명화 스킬을 배운다.
하지만 이 아이템은 암살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성능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라도 투명화 스킬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게 이 아이템의 장점이지.’
당장은 대미지를 올리기보다는 이런 유틸기가 류민에게 필요했다.
‘투명화를 활용하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
CCTV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적을 기습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여기까지 들으면 투명화가 굉장히 사기적인 스킬로 비치겠지만…….
‘단점이라면 기척 감지에 걸린다는 점이야. 몸만 투명해질 뿐, 소리까진 죽일 수 없으니까.’
기척 감지는 공용 스킬.
결국 누구든 기척 감지를 배우기만 하면 투명화를 간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투명화는 공격하거나 공격을 받을 시 해제되는 스킬.
쿨타임도 길어서 전투에 활용하기엔 단점이 명확하다.
그런데도 류민이 투명화를 고평가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기척을 감추는 룬을 얻으면 투명화는 거의 무적이 된다.’
9라운드에서 얻을 수 있는 룬 중에 [잠행의 룬]이라고 있다.
기척 감지에도 걸리지 않으며 기습에 성공 시 투명화의 쿨타임을 없애 주는 사기적인 룬이다.
필수로 얻어야 하는 룬 리스트에 들어가기도 한다.
‘잠행의 룬을 얻은 뒤 투명화 능력이 있는 아이템을 구매할 작정이었는데…….’
일단 둘 중 하나는 확보했다.
이후 9라운드가 됐을 때 잠행의 룬을 얻기만 하면…….
‘만렙도 눈치채지 못하는 완벽한 투명화를 쓸 수 있다.’
인벤토리에 들어온 깃털 모를 착용하자 메시지가 떠오른다.
[헤르메스의 깃털 모를 착용하였습니다.] [옵션으로 ‘투명화’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시 스킬 – 투명화]-효과 : 상대로부터 완벽하게 모습을 감출 수 있다. 단, 모습만 감춰질 뿐 소리는 어쩔 수 없다.
지속시간은 30분. 공격하거나 공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풀린다. 원할 때 해제할 수 있으며 30분의 쿨타임을 가진다.
스킬 항목에 [투명화]라는 임시 스킬이 생겼다.
깃털 모의 착용을 해제하면 바로 다시 사라질 거다.
‘나중에 더 좋은 장비가 생기더라도 깃털 모는 갖고 있어야겠어. 투명화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스킬이니까.’
계속 착용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마다 착용한 뒤 스킬만 쓰면 그만.
혹시라도 팔 일이 생기면 비싼 값에 팔 수도 있다.
‘스킬이 옵션으로 붙은 아이템은 등급을 막론하고 인기가 많으니까.’
류민이 이번엔 특별 보상 선택 상자를 사용했다.
[다음 특별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보상을 터치해 주세요.]└ 1. 재료 아이템 선택권
└ 2. 14,000 골드
└ 3. 7라운드에 대한 정보
원래 1번 보기는 경험치 버프 아니면 스탯 버프였다.
그런데 둘 다 아니라는 건…….
‘7라운드에 둘 다 필요 없는 퀘스트가 나온다는 거지.’
만약 다른 플레이어가 고른다고 한다면 두말하지 않고 3번을 추천했을 거다.
여태까지의 라운드 중 7라운드 정보만큼 중요한 게 없었으니까.
‘누구는 평소보다 높은 골드량에 혹해서 2번을 고를지도 모르지. 하지만.’
3번을 이길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만큼 정보가 중요했다.
‘이번 7라운드만큼은 말이지.’
하지만 류민에게 가장 큰 무기는 99회차의 경험과 정보.
‘당연히 3번은 버리고 1번을 고른다.’
수중에 재료 아이템 선택권이 들어왔다.
고민도 안 하고 즉시 사용했다.
[다음 재료 중 하나를 고르세요.]└ 1. 부러진 철나무 가지
└ 2. 부글거리는 용액
└ 3. 단단한 마력 껍질
………………
…………
└ 10. 천사의 금빛 가루
총 10개의 보기가 있다.
재료 아이템의 쓰임새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뭘 고르든 의미가 없겠지만.
‘각각의 쓰임새를 모조리 알고 있는 나에게는…….’
뭘 선택해야 할지 정해져 있었다.
‘10번 가루를 고른다.’
아이템을 받자 정보가 나타났다.
[천사의 금빛 가루]-분류 : 소지품
-설명 : 천사의 머리칼에서 흩날리는 가루. 비듬은 아니다.
10개의 보기 중 유일하게 갓 등급 재료로 쓰이는 아이템이었다.
‘이제 재료 하나만 더 모으면 갓 등급을 만들 수 있어.’
남은 재료는 8라운드 이후에서나 발견되기에 당분간은 기대할 필요가 없다.
◀ ROUND 6 종료 ▶
[전 구역]└생존자 : 8,060,295
[해당 구역 C-ESKS007]└생존자 : 505
[잠시 후 기존 차원의 신체로 영혼이 전이됩니다.] [2022년 7월 1일 자정에 7라운드가 시작됩니다. 그럼 다음 라운드에서 뵙겠습니다. 생존을 축하합니다.]* * *
탁탁탁탁-
눈을 뜨자마자 안상철은 뛰었다.
그가 찾아간 곳은 대표님이 계시는 호텔방.
철컥- 철컥- 쿵쿵쿵!
“마 대표님!”
다른 사람이라면 야심한 밤에 웬 소란이냐며 핀잔을 줬겠지만…….
철커덕- 끼익-
문을 연 마경록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안 실장님? 무슨 일인데 귀환하자마자 찾아온 거죠?”
“이,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안으로 들어선 마경록이 마시고 있던 위스키 잔을 들었다.
이윽고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기도 전에, 안상철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저 레벨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마경록이 위스키 잔을 흔들었다.
“검은 낫과 파티해서 오른 겁니까? 6시간 동안 사냥해서?”
똑같이 예언을 들었기에 마경록 또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나 올리셨길래 이렇게 흥분해서 달려오신 겁니까?”
“20에서 34레벨로 올랐습니다. 무려 14레벨이 오른 겁니다!”
“…….”
위스키를 마시려던 마경록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34? 확실합니까?”
“예. 정말 엄청나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흥분할 만하네요.”
씁쓸한 얼굴로 위스키를 털어 넣은 마경록이 물었다.
“6시간 동안 14레벨을 올린 겁니까?”
“그렇습니다. 검은 낫, 그자가 전부 사냥했습니다. 저희 파티원은 따라다니기 급급했고요.”
“버스를 태워주는 대신 아이템을 독식했겠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아이템을 내어준 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이렇게 광렙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실장이 저보다 레벨이 높아질 줄은…….”
“대표님은 레벨이 몇이길래…….”
“29입니다.”
“아.”
안상철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기로 했다.
무슨 말을 해도 대표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거다.
“서 배우도 그럼 같은 레벨이겠군요?”
안상철이 눈치를 보며 조용히 끄덕였다.
“허, 내가 서 배우보다 레벨이 낮은 신세가 되다니. 분발해야겠네요?”
쓴웃음을 짓던 마경록이 쪼르륵 위스키 잔을 채웠다.
“어디 한번 말해보세요. 안 실장. 검은 낫이 그렇게 빨리 잡던가요?”
“예. 켄타우로스가 한 방에 죽어 나갔습니다.”
“그래서 빨랐군요. 우리 팀은 다섯이 뭉쳐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예언을 들은 마경록도 당연히 파티를 꾸리고 켄타우로스를 먼저 잡았다.
파티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좀 쓰긴 했지만 어쨌든 순조로이 사냥했고 해당 구역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과연 검은 낫이네요. 미노타우로스도 1초 만에 잡았다고 결과에 뜨던데……. 사실입니까?”
“예. 무슨 번쩍이는 스킬을 쓰더니 단칼에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처음 보는 스킬이었습니다.”
“40레벨 때 배운 스킬인가 보군요. 안 실장이 처음 봤다는 걸 보면.”
랭킹 2, 3위로 나름 실력을 자신한다는 마경록이었지만.
‘스킬 한 방에 미노타우로스를 죽여? 1초 만에?’
보스를 그렇게 빨리 죽일 자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랭킹 1위와의 격차가 이 정도라니…….’
놀랍다기보단 씁쓸했다.
‘나도 40레벨이 되면 그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다크 나이트의 스킬은 강력하다.
마경록도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검은 낫만큼은 아니야.’
40레벨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신할 수 없다.
‘그딴 걸 신경 쓰기보단 레벨부터 올려야겠지.’
부하 직원이 오히려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상황.
이대로 안주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전에 없던 의욕이 생겼다.
“제가 좀 더 분발해야겠네요.”
“…….”
꽉 찬 위스키를 원샷으로 털어 넣는 마경록의 모습에 안상철은 침묵했다.
본의 아니게 대표의 자존심을 건드린 자신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기분이었다.
“검은 낫에게 감사해야겠네요. 요즘 나태했었는데, 없던 의욕도 만들어주고.”
“…….”
“게다가 우리 안 실장과 서 배우를 폭렙시키기까지. 나중에 만나면 사례라도 해야겠는데요?”
“저, 저도 개인적으로 사례할 방안을 찾아볼까요?”
“아니요. 어차피 경험치를 대가로 아이템을 포기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부하가 도움을 받았으니 사례는 대표인 제가 해야지요.”
“…….”
“나중에 예언자님이 오면 언제 검은 낫과 만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네요.”
“예언자님은 살아남으셨을까요?”
“그걸 물어볼 시간에 확인 전화를 하는 게 더 빠르겠죠. 그게 안 실장의 일이기도 하고.”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확인을…….”
“죄송할 건 없고요, 확인이 끝나면 바로 알려주세요. 아, 혹시 전에 배우라고 했던 스킬은 배우셨나요?”
“예, 전에 말씀하신 추적하기와 흔적 지우기, 이 두 개는 확실하게 배워놨습니다.”
“그럼 이따가 스킬도 써볼 겸 청소하러 좀 나오세요. 간만에 쓰레기 좀 치울 예정이니까요.”
“이, 이 시간에 작업하시려고요? 이제 날이 밝아오는데…….”
“괜찮습니다. 어차피 밖에서 죽일 건 아니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대표님.”
폴더 인사를 하는 안상철을 뒤로하고 마경록이 창밖을 바라봤다.
흐릿한 게 스트레스 풀기 딱 좋은 날씨였다.
* * *
서아린은 검은 낫에게 감사해하고 있었다.
아이템을 대가로 줬다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양의 경험치와 골드를 얻었다.
‘검은 낫님에게 항상 신세만 지는 거 같아.’
이번에 폭렙도 그렇고 저번에 목숨을 구해준 것도 그렇고.
받은 도움에 비해 이렇다 할 보답은 하지 못한 것 같다.
‘나도 검은 낫님께 큰 도움이 되고 싶은데 쉽지 않네…….’
기껏해야 최하급에 불과한 마정석을 쥐여주거나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일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뭘 도와야 할지 모르겠어. 딱히 도움이 필요한 분도 아니고…….’
아,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검은 낫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지속해서 버프를 주는 여자가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였지? 검은 낫님과 계약관계에 있는 여자가…….’
아바타라 외모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했지만 얼굴도 예쁜 데다 성격도 활발해 보인다.
‘거기다 남부럽지 않은 버프까지.’
검은 낫이 어째서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나도 그렇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페어리의 버프가 있긴 하지만 기껏해야 얇은 보호막.
소환술사라는 직업으로 돕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고민 좀 해봐야겠어.’
모자를 눌러쓰고 집을 나온 서아린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편의점에라도 들려 간단한 요깃거리 좀 사 올 생각이었다.
띵-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에서 멈췄다.
“어? 서아린 배우님?”
이웃이자 마경록 대표의 사업 동료인 류민과 마주쳤다.
그리고 예언자이기도 한.
“아, 안녕하세요.”
서아린이 예의 바르게 머리를 숙였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검은 낫 말고도 또 있었다.
“예언자님이 주신 정보 덕분에 6라운드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류민이 침묵했다.
서아린이 그를 가만히 쳐다봤다.
‘신기한 사람이야. 20살이라 사회 경험이라곤 없을 텐데 마경록 대표님 앞에서 그리 당당할 수 있다니. 더구나 사업 수완도 그렇고…….’
서아린은 마경록이 무서웠지만 류민은 아닌 모양이다.
물론 예언자였기에 당당하게 굴 수 있는 거겠지만…….
‘내가 예언자였다면 이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같은 능력을 지녔더라도 자신에겐 그럴만한 배짱이 없다.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예언자님?”
“아, 편의점에 좀 들르려고요.”
“편의점이요? 저도 그런데.”
그때 문득 서아린의 머릿속에 도와줄 일이 떠올랐다.
검은 낫에겐 도움을 줄 게 없지만, 예언자는 도와줄 수 있었다.
“마침 제가 가는 길이니까 저한테 심부름시키세요. 이웃집이고 하니까 올라오면서 갖다 드릴게요.”
“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예언자님에게 받은 게 있는데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서요.”
류민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연예인을 심부름시킬 수야 없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괜히 심부름시켰다는 소리 들리면 저 팬들한테 욕먹습니다?”
“아…….”
서아린의 고개가 푹 꺼졌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생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정 도와주고 싶으시면 사인이나 해주세요.”
“예? 사인이요?”
“동생이 서아린 배우님 팬이니까요.”
‘아, 동생 갖다주려는 거구나.’
그렇게 말한 예언자가 고개를 돌렸다.
20대 남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서아린이었지만 눈앞의 남자한텐 통하지 않았다.
“그, 그럴게요.”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든 서아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