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0
제9화
모험의 제한 시간인 정오까지 남겨진 시간은 12시간.
그 안에 바위 어금니의 지도자 중 한 명은 제거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애 좋은 5형제는 5인 파티가 전제로 깔린 정예 모험.
당연히 모든 몬스터가 단독 모험에 비해 강력했다. 5명이 상대해야 할 몬스터였으니까.
거기다 일반 몬스터들도 이렇게 강력한데 보스 몬스터라고 공략이 쉬울까?
전혀 아니었다.
강설이 광기의 비약을 모든 부족원에게 마시게 하는 데 성공했는데도 당장 보스 공략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아직 나서기엔 애매하니까.’
강설의 계획의 최종 목적은 부족원들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바위 어금니 지도자 5인을 전부 토벌하는 것이다.
혼자서 그게 무슨 미친 짓이냐고 한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계획이었지만, 강설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 강설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험이라는 점. 또한 그 내용이 빼다 박은 듯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까지.
앞으로 모든 모험이 그의 기억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영원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세계관이 늘 변화한다. 다름 아닌 말들의 행동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험이 진행될수록 중후반에 찾아오는 모험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가진 이점도 의미가 없어져.’
이런 이유로,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험은 최상의 보상을 받아야 후에 찾아올 수 있는 위협에 대비할 수 있었다.
둘째, 단독 모험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지금의 계획에선 지도자 1인을 상대하는 것과 지도자 5인을 상대하는 것의 난이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인 보상 문제였다.
영원의 세계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보상 산정이 이루어진다.
과정이 얼마나 기발한지, 인원은 몇 명이었는지부터 모험 자체의 난이도와 사용한 비밀 장치 등.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강설이 지금 맞이한 상황은 그렇게 나쁘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었다.
만일 정말 혼자서 여러 수단을 이용해 바위 어금니의 다섯 지도자를 전부 쓰러트린다면, 보상은 상 중에서도 최상일 것이다.
강설이 지금 어려운 길을 걸으며 고생하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스스슥…
아무튼, 그는 지금 모였던 트롤들이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틈을 타 어딘가에 와 있었다.
‘여기가 바위 어금니 보물 창고….’
강설이 산을 오르며 주변 위치를 기억한 이유는, 찾고 있는 게 있어서다.
바로, 바위 어금니 부족의 보물 창고. 다행히 보물 창고는 최상층에서 한층 아래에 있었다. 보물 창고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해당 층에 오르는 것은 일반 부족원들도 가능했다.
바위 어금니 부족은 부족의 보물을 창고 하나에 전부 때려 박아 둔다.
‘별 시답지 않은 보물들이지만….’
부족의 보물치고는 전부 잡동사니에 불과한 물건들이지만, 트롤 사이에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그런 물건들이었다.
가끔, 현실에서 뭔 쓸모가 있을까 싶은 골동품도 전문가는 수십억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처럼.
‘그래도, 보물 창고에 있는 물건 중에서 하나만큼은 진짜지.’
바위 어금니 부족의 보물 창고에는 진짜 보물이 딱 하나 있었다.
‘바위 주먹.’
강설은 바위 어금니 부족의 설정을 떠올렸다.
바위 어금니 부족은 대지용 탄크리드를 섬겼다.
그런 바위 어금니 부족을 어여삐 여긴 탄크리드는 자신의 비늘로 만들어진 물건을 부족에 선물한다.
바로 ‘바위 주먹’이라는 투갑인데, 착용하는 것만으로 바위를 부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고, 특히 주술사에겐 막대한 주술력을 부여하는 물건이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트롤 부족이나 다름없지만….’
바위 어금니 부족은 바위 주먹을 얻은 후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바위 주먹을 탐낸 수많은 부족의 공격을 받기도 했고 심지어 같은 부족 내에서도 여러 번 싸움이 일어났었다.
‘부족 내에 파벌이 여럿 있는 게 문제지.’
바위 어금니 부족엔 매 세대에 바위의 주술력을 지닌 주술사 5명이 태어난다.
피도 이어지지 않은 그들을, 이전 시대의 주술사가 바위 주술력의 보존을 위해 형제의 주술로 묶어버린다.
즉, 형제도 아닌 존재들이 형제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삼국지 도원결의처럼 자신들 뜻으로 묶였다면 모르겠지만, 강제로 이어진 형제의 인연은 부족의 파벌화를 부추겼다.
‘5개의 파벌이 서로를 견제하는 형국이니… 그게 아니었으면 크게 되었을 세력이지.’
여기까지가 영원의 세계 공식 규정집과 인 게임에서 나오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강설은 이 세세한 설정을 이용할 줄 아는 플레이어였고.
그는, 상념을 이어가며 아무런 방해 없이 거주지 몇을 지나쳤고 결국엔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
보물 창고의 위치를 확인한 강설은 때를 기다렸다.
수확제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창고 근처의 경계는 많이 약해져 있었다.
‘모든 트롤에게 광기의 비약을 마시게 한 지 대략 1시간이 지났다.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어.’
강설이 5분여를 더 기다렸을 때, 기다리던 신호가 전해져 왔다.
끄으으아아아!
크으으으…
밤공기를 꿰뚫고 괴성이 전해져왔다. 그것도 한두 명이 내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부락 곳곳에서 광기의 비명이 들려왔다.
– 약 기운이 돌면 트롤들이 서로를 공격할 겁니다. 들키지 않게 희석하느라 농도를 낮추었으니 아마 지도자들에게는 몸 상태를 나쁘게 하는 정도의 효과 정도만 있을 겁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강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설은 계속 들려오는 괴성을 듣고도 보물 창고의 근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일반 부족원들에게도 반응이 왔으니, 곧 이곳에도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무슨! 무슨 소리지, 이게?”
“문제가 있으면 전령이 올… 으윽….”
“왜, 왜 그….”
크아아아아!
말했듯이, 수확제의 자정에는 모든 부족원이 피를 마시게 된다.
이는 수확제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었다.
즉, 보물 창고를 경계하고 있는 경계병들 또한 피를 마셨다는 것이다.
콰지이익!
바로 옆의 경계병에게 들고 있던 양날 도끼를 내려찍는 경계병.
강설이 딱 원하던 그림이었다.
크르르…
피 냄새에 흥분한 경계병은 근무지를 이탈해 부락으로 달려갔다.
강설은 주위를 둘러본 후, 조용히 보물 창고로 진입했다.
안으로 조금 들어가자, 내부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늦었다! 내게 다가오지 마라! 내 몸에 이상이 생겼어! 어서 쟈마드와 형제들에게 알….”
바위 어금니 부족은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 트롤을 보물지기로 임명한다.
그것이 바위 어금니 부족의 규율이었다.
보물지기는 훌륭한 전사였지만, 5형제보다는 훨씬 약했다.
그런 보물지기의 몸이 들썩이더니 입에 게거품을 물고 강설을 뒤돌아보았다.
크르르…
보물지기는 이미 광기에 몸을 내맡겼고, 강설을 보자마자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카루나!”
휘리릭, 탁!
창을 굳건하게 움켜쥔 트롤이 붉게 물든 눈으로 강설의 목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곧 그곳을 강하게 내찔렀다.
카아앙!
하지만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검은 그림자가 검으로 보물지기의 창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크륵… 크르륵!”
강설은 짙은 미소를 보이며 카루나에게 지시했다.
“죽여.”
카루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보물지기를 공격했다. 곧이어 둘의 전투가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물지기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달의 사도였던 카루나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초반부, 전투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인 카루나.
파티 사냥이 전제된 몬스터라 할지라도, 능력치는 카루나의 분신에조차 미치지 못했다.
‘카루나가 본체였으면 이런 트롤쯤은 그냥 일검에 죽였겠지….’
아마 지금 정도의 수준이라도 쟈마드를 제외한 5형제 중 한 명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본체가 아닌 분신이라 십몇 합의 전투가 진행됐고, 보물을 지키는 트롤은 결국 월광검에 목을 꿰뚫리게 되었다.
“칵… 카학….”
[바위 어금니 보물 지기를 처치했습니다.]
[바위 열쇠를 획득합니다.]
– 이야ㅋㅋㅋ 이걸 창고를 밀어버리네.
– 여기 그 바위 주먹인가 뭔가 있다는데 그걸로 뭐 하려는 건가?
– 와 씨; 에바임; 바위 주먹이 무슨 인피니티 건틀렛도 아니고 ㅋㅋㅋ
– 맞아! 장난 하나 ㅋㅋ
– 장난 둘! 번호 끝!
– 이 새끼가?
강설은 잠시 바위 열쇠를 들고 생각에 잠겼다.
보물지기를 암살하고 보물 창고의 열쇠를 얻은 경우, 이때가 또 한 번의 분기점이었다.
‘선택지가 떠오를 거야.’
그가 바위 열쇠를 들고 단단하게 잠긴 석벽 앞으로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구가 떠올랐다.
[당신은 바위 어금니 부족의 보물 창고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당장 바위 열쇠를 이용해 창고의 문을 개방한다.
2. 바위 열쇠를 가져간다.
3. [필요 : 주술사] 바위 열쇠에 새겨진 주술을 파악한다.
4. [필요 : 도적] 열쇠를 복사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5. [필요 : 은신] 이곳에 몸을 숨긴다.
……
이번 선택지는 거의 10개에 달하는 수였다.
그만큼 막대한 분기점을 지닌 게 이 바위 열쇠였다.
‘바위 주먹을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지.’
창고를 열어, 누군가 눈치채기 전에 바위 주먹을 손에 넣는다.
이 생각을 했던 플레이어가 예전에도 분명히 있었다.
‘결과는 최악이었지만.’
다시 말하지만, 바위 주먹은 바위 어금니 부족의 신물이었다.
5개의 파벌이 합심하여 이를 되찾고자 했고 바위 주먹을 가져갔던 플레이어는 다섯 갈래로 찢어지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 부분이 단독 클리어를 위한 분기점이다. 정답은….’
강설은 2번 선택지대로 행동했다.
바위 열쇠를 가져가기만 할 뿐, 창고를 연다거나 바위 주먹을 훔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강설은 그것으로 행동을 마치고 공동에서 벗어나 보물 창고가 보이는 위치의 부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 *
잠시 후, 바위 어금니의 지도자들이 앞다투어 보물 창고에 도착했다.
부족민들 여럿이 광기에 휩쓸려 동족상잔의 비극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보물지기의 사망 소식 때문이었다.
이들은 보물지기가 사망했다는 것을 주술로 알아채고 이 자리에 왔다.
5형제 중 막내인 흙의 주술사, 막가타.
넷째인 자갈의 주술사, 트로고
셋째인 진흙의 주술사, 미얌
둘째인 바위의 주술사, 크론
그리고 첫째, 산의 주술사 쟈마드.
“이게 무슨 일인가! 부락은 대체 무슨 난리고!”
“보물지기가 죽었다! 너희들 중 누군가 일을 꾸민 거야!”
그들은 도착한 순서대로 입을 열었다.
오직 쟈마드만이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리고 바위 열쇠가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쟈마드가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부순다.”
이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창고의 입구를 부수기 시작했다.
콰직!
콰아앙!
온갖 주술이 난무하며 창고를 지키던 구조물을 부숴나갔다.
“하아아아!”
쟈마드가 마지막으로 거대한 암석 주술을 사용해 창고의 입구를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앙-!
멀리 떨어진 강설도 느낄 정도의 흔들림이 일었다.
지도자들은 부관들을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가 창고를 확인했다.
그 순간, 강설은 그런 트롤들을 보며 조소하고 있었다.
‘암만 찾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다.’
아무것도 훔쳐 가지 않았으니, 없어진 게 있을 리가.
저들은 도난품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게 허점이지.’
도난품이 없다.
이제 그것이 저들을 미치게 할 것이다.
“누구냐! 누가 이런 간악한 짓을 벌인 것이야?”
“나는 아니다! 쟈마드, 쟈마드 너로군! 네가 혼란을 일으켜 우리를 제거해 철권통치를 꾀하는 것 아니냐!”
“그 말도 일리가 있어!”
“오호라! 바위 주먹을 훔쳐내어 형제들을 살해할 생각이로군! 불경한지고!”
“과연 네 생각대로 될 것 같으냐? 선대가 우리를 형제의 저주로 묶었는데도!”
5형제는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의심을 피하려 완강히 저항하자, 다른 형제들은 속으로 의심할 뿐 겉으로는 의심을 거둔 척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의심을 받는 것은 쟈마드였다.
의심이라는 명분으로 질투의 칼날을 휘둘러대는 것일지도 몰랐다. 쟈마드는 명실상부 형제 중 가장 강하며 가장 고귀했으니까.
하지만 말과는 달리 섣부르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일단, 바위 주먹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다른 도난품들도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부족에 퍼진 광기와 함께 형제들의 사이에도 의심이라는 맹독이 드리웠다.
“일단 난리를 피우는 부족원들부터 제압하고 난 이후에 해결책을 모색하겠다!”
5형제가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병사들에게 공동의 경계를 맡긴 후, 자리를 떴다.
‘일단은 계획대로네.’
바위 열쇠는 주술이 걸린 특별한 물건이었다. 대체품을 만들기 위해선 며칠이 소요될 것이다.
‘그리고 열쇠가 없으면 창고를 부숴야 하지.’
창고가 부서졌다.
사실상 경계병을 제외하면 바위 주먹을 보호할 어떤 수단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
5형제의 마음에 부서진 창고는 계속 걸리적거릴 것이다.
누가 훔쳐 가면 어떡하지?
혹여 다른 형제가 규율을 깨고 그 물건을 강제로 취하면… 이런 생각들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의 마음에 의심이 생긴 것이다.
정신을 잃고 서로를 공격하는 부족민들, 보물 창고에서 발견된 습격의 흔적까지.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아직은 부족이 무너질 거라 여기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한 명을 제외하면….’
강설은 우애 좋은 5형제의 진행 과정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이 모험에선 이렇게까지 상황을 악화시키면, 과감한 누군가 먼저 행동을 한다.
‘…왔다.’
스윽.
경계병이 누군가를 알아보고 경계했다.
“쟈마드 님?”
지도자 중 첫째인 쟈마드가 경계병의 안내를 받아 창고로 사라졌다.
형제들이 움직이기 전, 그가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바위 주먹을 가져갈 거야.’
부족의 위기는 곧 그의 위기.
바위 주먹을 가져가는 건 가짜 형제들에게 퍼진 의심이란 독을 확인한 그가 찾아올 위협에 대비하는 과정이었다.
‘역시, 가장 위험한 지도자다워.’
강설은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모험의 다음 과정을 위해 움직였다.
이제 이 싸움의 마지막 도화선을 태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