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01
제100화
강설의 말에 제일 먼저 하문이 반응했다.
“한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예.”
무게가 좀 있었기에 적당한 곳에 불뱀을 올려놓는 카렌.
하문은 불뱀의 특이한 생김새에 한 번 감탄하고, 그것을 이루고 있는 소재에 또 한 번 감탄했다.
“불의 정령석이 확실하군요. 굉장히… 굉장히 특이한 방법으로 힘을 응집시킨 것 같습니다. 이것도 나름대로 공부가 되겠군요.”
“그러면….”
그가 불뱀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카렌 님의 무기, 만들어 보겠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제 물건이 제자리에 있다고 가정하면 보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보름… 알겠습니다.”
다음 모험까지는 아직도 20여 일이 남아있었기에 그 정도면 충분했다.
용건을 마치고 카렌이 하문의 대장간을 나서며 하품했다.
“하아암… 그럼 대충 해결이 된 거네? 이제 뭘 하면 될까?”
“다음에 어디로 향해야 할지 정해야겠지.”
사실, 강설은 이 문제 때문에 노비라에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음 모험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를 정하기 위해.
‘차오… 아직 있을까?’
가르침을 줄 테니 석 달의 시간을 주고 그 안에 잠이 드는 약을 구해오라던 차오. 강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그런데 그가 노비라로 향하던 중, 이미 그곳이 한차례 습격을 받아 풍비박산이 나버렸기에 모든 것이 어긋나버렸다.
어쩌면 차오도 그 흐름에 휩쓸려서 변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차오는 그레고리의 제자였는데, 그 연결고리가 이렇게 사라지나?’
그레고리는 당대의 그림자 소환사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이었다. 잔혹하고 괴팍한 성정으로도 유명했지만, 그 실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아무도 그를 거스를 수 없었다.
심지어는 그의 제자들 또한 대부분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차오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아무리 강설이라도 그레고리와 한집에 살던 게 아닌 이상 그레고리의 제자가 몇 명이고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다만, 차오라는 인물이 판데아 내에서 언급된 적이 딱히 없었기에 그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 기세는 진짜였으니…. 그리고 차오가 그레고리의 제자이든 아니든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를 찾느냐 못 찾느냐, 오로지 그것만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또 여기 온 거야?”
“익숙한 장소군요, 주인님.”
“어? 근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차오를 만나기 위해 강설이 매번 들렸던 저택이었다.
‘여기는 변두리에 있어서 화를 피한 건가?’
저택은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적막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다른 건물들보다 음침해 기분이 별로였지만, 이제는 다른 건물들이 무너지고 불에 타서 오히려 이 저택이 멀끔해 보였다.
– 이것이 존버인가…
– 가만히 있으니 다른 놈들이 뒤처졌어요!
– 이렇게 보니까 집이 꽤 괜찮은 것 같기도 ㅋㅋㅋ
강설 일행은 저택 안으로 들어서려 시도를 했다.
철컥-
철컥, 철컥-
차오가 문을 그새 고쳐 놨는지 다시 제대로 그 위치에 달려 있었다.
“다시 부술….”
“안 돼, 카렌.”
카루나가 인상을 쓰고 카렌을 말렸다.
그러자 카렌이 시무룩해져서 그의 뒤를 총총 따라왔다.
– 편-안
– 휴 ㅋㅋㅋ 카루나! 돌아와 줘서 고마워!
강설 일행이 홀가분하게 창문을 넘었다.
스르륵…
저택의 내부는 그대로였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전보다 먼지가 더 쌓인 로비.
그들은 그대로, 차오의 연구실이었던 곳으로 향했다.
끼이익…
“하아….”
“똑같네?”
“허탕이군.”
맥빠지는 전개인지라 강설, 그리고 그의 일행 모두 아쉬워했다.
혹시나 벽에 그녀가 남긴 정보가 있을까 했지만, 전과 그대로였다.
‘포기해야겠군.’
차오를 다시 만나는 건, 아무래도 욕심이었던 게 분명했다.
약속 기한을 한참이나 어겼으니 이렇게 되는 게 당연했다.
“주인.”
“응.”
“그 여자가 남긴 말이 있지 않았었나?”
“그래, 맞아. 분명히….”
– 돌아오면 정문 기둥에 흰 천을 걸어두고 매일 자정에 이곳을 확인해.
차오가 강설에게 남겼던 말.
노비라로 돌아오면 저택 정문 기둥에 흰 천을 걸어두라고 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이날, 강설은 정문 기둥에 흰 천을 묶어 걸어두었다.
자정이 지나도, 차오는 오지 않았다.
강설 일행은 그날부터 매일 밤 자정, 저택으로 가 차오가 혹시 온 건 아닌지 확인했다.
“사실 우릴 놀린 게 아닐까, 주인?”
카렌의 말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강설도 점차 희망을 버렸다.
차오를 기다리는 동안, 노비라에서의 생활은 꽤 괜찮았다.
노비라의 많은 것들이 불에 탔지만, 그보다 많은 것들이 새롭게 도시에 덧씌워졌다.
도시에 전이자들도 간혹 보였다.
“야, 지금 거의 빈집 아니냐?”
“뭐가.”
“유적 사냥 말이야. 원래 다 해 먹던 놈들이 사라졌으니 지금 거의 무주공산 아니야? 그럼 우리가 뛰어들면 전에 놈들처럼 다 해 먹지 않을까?”
“너 새끼야, 노비라 이번이 처음이지?”
“어. 왜?”
나름 획기적인 계획이라는 듯이 강설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떠들던 사내는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유적 사냥은 우리끼리 해서 될 게 아니야. 고고학자랑 인부들, 그리고 사냥꾼들로 빽빽하게 채워서 20명 정도는 되어야 그나마 성과를 내던 게 유적 사냥이야. 그래서 전이자들도 처음에 노비라에 왔을 때 오리 새끼들처럼 사냥꾼 뒤를 졸졸 쫓아다녔어.”
“내가 10인분 할 테니까, 네가 10인분 하면 되지 않을까?”
“밥도 10인분을 못 처먹는 놈이 퍽이나.”
“음… 그럼 오히려 유적 사냥꾼들이 돌아오는 게 나은 건가?”
“만일 남아있다면 말이지. 사냥단 몇 개는 살아남아서 콩고리로 대피했다는 말이 있던데.”
“아, 그리고 키보 살았다는 거 들었어?”
“어. 그거 때문에 노비라로 돌아오는 전이자들 좀 있더라.”
“키보가 어땠길래? 돌아오는 게 중요한가? 전이자들이 왜?”
“키보가 돌아오면 사냥단도 돌아오겠지. 그럼, 거기서 떨어지는 모험을 선점하려고?”
아직, 키보가 두 다리를 잃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강설은 그 얘기까지만 듣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주인! 아까 봤어?”
“뭐?”
“그때 그 빵집! 다시 열었잖아!”
“…돌아갈 때 빵이라도 사 가자.”
카렌이 아이처럼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 빵순아…
– 빵은 중대사안이지 ㅋㅋㅋ
– 오늘이 딱 보름인가?
보름.
강설은 노비라에 머무는 동안, 장비들을 점검하면서 두 가지 행동을 했다.
하나는 차오를 만나지 못했을 시, 어떤 모험으로 틀지 미리부터 계획해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역시나, 그 저택에서 차오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보름이 지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포기하자. 그 여자 때문에 물안개 마을까지 갔다 온 건 조금 아깝지만, 결과적으로 거기서 문제도 해결했잖아.”
카렌이 강설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렇게 말했다.
– 힘내, 쨔샤.
– 어깨 펴!(찡긋)
– 누나? 아니 혀, 형?
오늘은 부탁한 일의 결과를 보기 위해 하문에게 가고 있었다.
하문이 물건이 완성되었음을 강설에게 전해왔기에 그는 차오의 문제로 아쉬워하던 와중에 기쁜 마음으로 그의 대장간에 왔다.
“오셨군요.”
“하문.”
“검이 완성됐습니다.”
하문의 등 뒤.
검 진열대에 단 한 자루의 붉은 검이 진열되어 있었다.
강설은 그냥 보기에도 저 붉은 검이 품은 기운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
최근에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가 지금 그의 망토인 불원숭이를 처음 보았을 때였다.
‘설마?’
카렌이 점차 그 붉은 검에 다가갔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검집에 담긴 검을 들어 올렸다.
“…아름다워.”
“평범한 정령석이 아니더군요. 아마 인간의 대지에서 구한 물건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철컥-!
스릉-
청명한 울림과 함께 그 안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얇아진 검신, 간소해진 장식과는 어울리지 않게 더욱 강성해진 기운.
‘뜨겁다.’
카렌을 바라보기만 하는데 열기가 느껴졌다.
찬 공기가 그의 몸을 식히고 있음에도.
카렌은 그 검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한참을 멍하니 관찰하다가 검집에 넣었다.
철컥-
그리고 그것을 강설에게 내밀었다.
[불세출 : 불씨를 획득합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을 손에 넣었습니다.]
[불세출(不世出) : 불씨]
등급 : 불세출
적정 레벨 : 20 – 30
공격력 : 100 – 115
내구력 : 220/220
무게 : 3.0kg
홍련기사 카렌이 사용하던 검이 오르고의 후예 하문의 기적을 만나 탄생한 검. 초열의 마그라가 사용하던 불뱀을 녹여 검에 융화했다. 불길한 존재의 피와 불의 정령석이 검이 가진 힘을 한층 진일보시켰다.
기본 능력 : 근력 + 28, 민첩 + 25, 체력 + 35, 모든 능력치 + 8
특수 능력 : 강행돌파(고유) 작용, 일점돌파(고유) 작용, 물리 피해의 30%만큼 추가 화염 피해, 화염 피해를 입히는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 20% 감소
‘벌레헐떡’님이 광기를 3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뭐? 또 불세출이라고? 지금 득템 소리 듣고 뛰어왔다.]
– 우주 최악의 생명체 스노우맨
– 아침부터 진짜 ㅋㅋㅋ
– 돌겠네 ㅋㅋ
‘하문또너냐’님이 광기를 2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하문은 공공재로 하는 게 어떨까? 이거 이 새끼 벌써 불세출 2개째야. 폼 돌았어.]
– 정보) 스노우맨이 갖다 바친 물건들부터가 이미 싹이 보였음
– ㄹㅇ 아타락이랑 마그라가 우습냐?
– 최단시간 불세출 2개 득 실화냐고 ㅋㅋㅋ
– 이러다 얘 솬수까지 불세출로 도배하는 거 아니냐?
– 그딴 클리셰 깔지 마라, 죽인다.
강설은 불씨의 고유 능력을 살폈다.
불씨의 첫 번째 고유 능력인 강행돌파.
상대가 방어했을 때 원래 피해의 50%를 입힌다는 설명.
‘방어해도 그 절반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건가?’
일반적으로 방어에 성공하면 최소 90% 이상의 피해가 감소했다. 그런데 카렌의 공격은 이제 상대의 방어를 꿰뚫는 것이다.
– 돌았네.
– 못 막네;
두 번째 고유 능력인 일점돌파.
연속된 추가 타격의 피해량이 10% 증가. 추가 타격이 끊어지지 않았을 때 계속 중첩된다는 설명.
물론 최대 중첩이 10까지라고 나와 있는 것으로 봐서 다소의 한계는 정해져 있었다.
– 연속 공격 200% 피해?
– 막아도 처맞고 그냥 처맞으면 더 아프게 맞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딴 무기가 있다고?
– 그걸 쓰는 게 카렌이라고?
이어서 다른 옵션들도 카렌과 찰떡인 옵션인 것을 확인한 강설이 놀란 눈으로 하문을 바라보았다.
“좋은 검입니다, 소중히 사용해주시길.”
“…감사합니다. 보답은….”
“절 구하기 위해 요그나툰까지 와주신 것으로 이미 값은 치르셨습니다.”
– 그건 맞지;
– ㄹㅇ 원숭이 밥 될 뻔했는데 ㅋㅋㅋ
하문은 검을 넘기고 되돌아갔다.
그는 밤을 새운 모양인지 비척거렸다.
카렌이 눈을 빛내며 강설이 손에 쥔 검을 바라보았다.
“그 검, 내가 들어줄까?”
– ㅋㅋㅋㅋㅋ 평소에 상자나 좀 들어
– 저 뻔뻔함! 그게 매력이야!
강설이 피식 웃고 카렌에게 검을 내밀었다.
“히힛… 고마워. 내가 앞으로 잘할게. 말해, 누구야 누가 괴롭혀? 너야?”
“신난 건 알겠지만, 조금만 진정해라.”
괜히 그림자 공간에 있는 쟈마드에게 엄포를 놓은 카렌은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그녀는 정말 기분이 좋아 보였다.
– 조카 선물 사주면 이런 기분일까.
– 보통 조카 선물로 진검을 사주진 않잖아요?
이로써, 강설에게는 4개의 불세출이 모였다.
이렇게 빠르게 모으게 될 줄은 몰랐기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불세출을 하나만 더 모으면….’
강설은 기억하고 있었다.
불세출 5개를 모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 * *
그날 밤, 강설은 자정 무렵 마지막으로 차오를 기다렸다.
“오지 않네….”
“포기하자.”
“그래, 여기까지인 것 같다.”
차오라는 신비로운 여인과의 인연도 여기까지.
강설은 더는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차선책으로 다른 모험도 알아봐 뒀으니까.’
새로 깨달음 관련 스승을 찾아봐야 한다는 게 조금 짜증이 났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강설의 말이 딱 10레벨이 넘는 순간 깨달음을 얻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늦어진 경우에는 18레벨이 넘어서야 겨우 깨달음을 얻은 적도 있었다.
‘지금 그 18레벨에 거의 가까이 왔다는 게 문제지만.’
강설은 현재 15레벨.
깨달음을 더 뒤로 미루기는 곤란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것을.
곧, 그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자정이 되어도, 차오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아침까지 기다려본다.
2. 저택을 샅샅이 수색한다.
3. 행선지를 남기고 떠난다.
4. 연구실을 불태운다.
……
– 문제가 없으면 석 달 안에는 나도 돌아올 거야.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저 방 있지? 저 방에 불을 질러.
차오가 만일을 대비해 강설에게 남겼던 말. 강설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카렌, 이곳에 불을 질러.”
“아, 그때 그 여자의 말? 그걸 믿는 거야?”
“모르지, 그게 마지막 남은 방법이니까.”
“좋아, 나가 있어.”
팟-!
화르르륵…
카렌이 양손을 뻗치자 연구실이 화마에 휩싸였다.
타닥…
탁…
아쉬움과 미련이 타들어 갔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스르륵…
벽면이 순식간에 카렌의 열기를 빨아들였다.
“어?”
“무슨….”
“안 타잖아?”
“어디, 다시!”
화르륵…
스르륵…
“으아! 화나네! 힘 좀 줄게.”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화염이 방을 잿더미로 만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불꽃은 또 한 번 벽면으로 스며들었다.
스르륵…
그리고 이번엔 열기를 흡수한 벽면에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강설은 이 기상천외한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벽면에 새겨진 글 중, 가장 첫 번째 문장을 읽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날… 찾아와라?”
그 순간, 알림이 떠올랐다.
[지각 모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