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02
제101화
강설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멍하니 서 있었다.
“주인?”
“이럴 거면, 처음부터 불부터 질러봤어야 했는데.”
“그, 그러게?”
그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 한숨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동안의 헛수고에 대한 짜증과 더불어 몰려온 안도감의 배출이었다.
‘그래도 결국엔 차오를 찾아냈다.’
결과적으론 차오의 흔적을 찾았으니 다행이었다.
손해 본 것이라고는 보름 동안 밤잠을 설치며 나와 차오를 기다린 것, 그리고 다른 모험을 알아보느라 발품을 판 시간뿐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꽤 열받기는 했다.
아무튼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든 게 잘 풀린 셈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강설은 잠도 푹 자고 간편식과 생존 도구를 보충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났고.
지이이이잉-
그의 몸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 * *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열다섯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15. 지각]
모험 15. ‘지각’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차오.
당신은 차오에게서 한 가지 부탁을 받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부탁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것이 너무 늦었습니다.
그녀와 접촉하기로 했던 기간보다 훨씬 늦게 노비라에 도착한 당신.
다행스럽게도 당신은 그녀가 남긴 안배에 따라 다음 접선 장소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또한 그녀를 둘러싼 상황이 어떠한지도요.
목표 : 깨달음의 벽 돌파
이 모험은 위험한 모험입니다.
현재 남은 시간 「없음」
간만에, 제한 시간이 없는 모험이었다.
전이된 곳은 인적 없는 숲.
아마도 대삼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
차가 타는 냄새?
아니, 이 냄새는 꼭 그 느낌이었다.
‘담배?’
곧, 궐련을 입에 문 차오가 연기를 내뿜으며 나타났다.
“요! 지각이네! 왜 이렇게 늦었어?”
“차오?”
“갔던 일은 잘 해결됐고?”
강설이 품에서 잠이 드는 약을 꺼냈다.
“잘 해결은 됐습니다. 오다가 문제가 생겨서 노비라에는 한 달 전에 도착했고요.”
“문제? 아, 그 트롤들?”
“네. 혹시 유황 해골과 부딪히신 겁니까?”
“아니, 후배님 만나러 갔다가 웬 못생긴 놈들이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오길래 잽싸게 도망쳤지.”
이상했다.
강설이 알기로 차오는 강했다.
일반적인 그림자 소환사보다 훨씬.
“왜 그런 표정으로 봐? 아, 설마 노비라의 일에 왜 나서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거야?”
“제 표정이 그랬습니까?”
“어, 무척.”
강설은 그녀를 질책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게 궁금해서였다.
“그야, 나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더군다나 난 몹시 바쁜 사람이고 말이야.”
그녀는 강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바쁘십니까?”
“그럼! 안 그럼 괜히 처음 보는 후배님한테 일을 맡겼겠어?”
“물안개 마을의 일도 알고 계셨던 겁니까?”
“대충은? 근데 놈이 숨어버려서 해결은 못 하고 왔었지. 거기… 그래, 세라였던가? 귀엽지 않았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죽은 건 아니지?”
“하마터면 그럴 뻔했지만, 다행히 그전에 놈을 붙잡았습니다.”
“다행이네, 무슨 궤변을 늘어놓디?”
“그냥 뭐… 자신은 왜 이처럼 구해주지 않았냐고 하더군요. 자신의 운명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게 다른 이들의 운명까지 부술 명분이 되지는 않지. 생각보다 일 처리를 잘했네, 후배님?”
차오가 맡긴 일을 잘 처리했다.
이는 강설이 그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생긴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잠깐, 그건 일차 관문. 본 시험은 따로….”
철컥.
스릉…
“이 여자 죽일까, 주인?”
“하하하! 충성스럽네! 보기가 아주 좋아. 그러니까 음… 내 말은… 워워… 검은 좀 집어넣고… 응? 그 검 신기하네? 새로 구했나 보지? 아무튼, 지성인답게 대화로 하자고.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야박하게 이러지 말고.”
철컥-
카렌이 검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강설은 일이 이런 식으로 풀릴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깨달음의 벽만 돌파하면 되는 모험이 위험한 모험으로 설정될 리가 없었으니까.
“후… 또 뭔가를 해야 하는 겁니까?”
“어, 그게 그러니까 꼭 뭔가를 해야 한다기보다는… 그래 뭔가를 해야 하긴 하겠네.”
“그게 뭐죠?”
“내 실험체가 되어줘.”
철컥-
스릉…
“그러니까 그 검 좀….”
“실험체가 되어달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응, 그게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던 주제가 있는데 그게 곧 마무리 단계야.”
“그래서?”
“문제는 실험 대상이 경지에 오른 그림자 소환사, 그리고 그와 뜻이 맞는 강력한 소환수에 국한된다는 거야.”
“당신이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나는 문제가 좀 있어서. 그래서 다른 대상을 물색 중이었어. 그리고 가장 적당한 대상이 물망에 올랐는데 그게….”
“저라고요?”
끄덕.
차오가 고개를 끄덕이고 배시시 웃었다.
강설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그거, 위험한 겁니까?”
“어? 아니, 그, 응.”
“네?”
“응.”
“얼마나 위험합니까?”
“신체적인 위험은 아니야, 정신적인 위험이지.”
“그러니까 얼마나 위험하냐니까요.”
“죽어야 해, 한 번.”
“하하.”
“하하하, 웃기지?”
한 번 죽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일까.
강설은 기억 속에서 낡은 무언가를 꺼내왔다.
“그리즈의 연구소에서 가사 유도 장치를 가져간 건 그 때문입니까?”
“오? 거기까지 꿰고 있었어? 그럼 설명하기 편하겠네. 맞아.”
“사용법은 압니까?”
“대충은. 일단 작동하는 건 확인했어.”
“그래서, 실험체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죠?”
“간단해. 일단 가사 유도 장치를 통해 의식을 멀어지게 할 거야. 어떻게 보면 가장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는 거지. 거기서 그림자와 정신을 연결한 채로 빠져나오는 거야. 어때, 쉽지?”
– 염병하네.
– 참 쉽죠?
– 철컥, 스릉!
– 그냥… 차오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나 봐.
– 우린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 것 같군요.
“성공 확률은?”
“실험체마다 다르겠지? 나는 일단 후배님 같은 경우 절반으로 보고 있어.”
“확률이 꽤 높은 편이군요.”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
– 죽거나, 죽이거나.
– 진짜 엄청난 사람이다 ㅋㅋㅋㅋ
강설은 턱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만일 제가 실험체가 된다면 어떤 보상이 있죠?”
“역시! 나도 그렇게 단도직입적인 걸 좋아해. 이편이 확실하거든. 그래, 뭐가 좋을까….”
차오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손바닥 위에 주먹을 탁! 치며 말했다.
“절기를 물려줄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말이 통할 줄 알고 있었어.”
– 죽는다고요? 하지 않겠습니다.
– 절기요? 하겠습니다.
– 이건 못 참지 ㅋㅋㅋ
– 절기를 어케 참엌ㅋㅋㅋㅋ
절기.
카렌이 이번에 획득한 노을 그리기와 마찬가지로 일반 능력과 그 갭이 어마어마했다.
파괴력, 효율, 특이성, 독창성 등 모든 부분에서 일반 능력을 압도하는 능력.
그것이 절기였다.
익히기가 아주 까다로웠고 한 가지 절기를 다른 이와 공유하는 사람 또한 아주 극소수였다.
그래서 보통 절기는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되곤 했다.
모험 중 빠르게 절기를 획득한 경우, 절기는 말의 후반 모험까지 책임지는 든든한 밥줄이 되어주었다.
“그레고리의 능력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설마 직접 만드신?”
“그렇지? 아무래도.”
절기를 만들어낼 정도의 능력자.
강설은 차오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한 분야의 고수에서, 엄청난 고수로.
“그럼 가사 장치는 내 은신처에 있으니 일단 거기까지 가면서 얘기하자고, 후배님.”
“은신처가 멉니까?”
“그렇게 멀지는 않아.”
“근데 왜 은신처를 만들어 두신 거죠? 누구에게 쫓기는 겁니까?”
“그건… 음… 그것도 가면서 설명해줄게. 일단 간단한 훈련부터 시작하자.”
“훈련? 좋습니다.”
절기를 얻기 위한 훈련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 절기가 낳은 괴물;;
– 절낳괴 ㄷㄷ
“자, 여기 모여봐. 소환수를 모두 소환하고.”
주변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차오는 그녀가 머물던 불가로 그들을 안내했다.
“이제부터, 속마음 털어놓기 시간. 아니면 옛날얘기라도!”
“네? 그게 훈련입니까?”
“어때, 쉽지?”
– 아, 나 못 보겠어 ㅋㅋㅋ
– 차오 사짜 냄새 여기까지 나넼ㅋㅋㅋ- 자, 다들 뽀뽀해!
– 아 떤땡님!
“왜 이런 훈련을 하는 겁니까?”
“넌 네 그림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그림자들? 그건….”
많이 알고 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모르고 있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가사 상태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그림자들의 모든 걸 알아야 해. 미련, 원한, 삶 뭐, 기타 등등. 서로 비밀스럽게 숨기고 있으면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잠깐….”
짝-!
그녀는 손뼉을 친 후, 점차 멀어져갔다.
“자, 그럼 나는 오붓하게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물러나 있을게.”
그녀가 물러나자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갑작스럽게 서로의 얘기를 하라고 하니 이런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 긁적긁적….
– 저, 얘들아….
– 우리 무슨 얘기라도 좀….
카렌이 먼저 운을 띄웠다.
“그럼, 그 얘기 어때?”
“무슨 얘기?”
“쟈마드가 저번에 마엘이랑 있을 때 하다 만 얘기 있잖아. 그 얘기부터 시작하는 건?”
– 아비는 전쟁에 동원되었다가 죽어 나자빠졌고 어미는 오래 살지 못했지. 재밌는 건, 우리 부족의 선대께서 내 어미의 시체를 용에게 간식거리로 바쳤다는 거지.
– 정적…
– 넌씨눈…
– 눈치가 없어요, 카렌 ㅋㅋㅋ
쟈마드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군.”
“그치?”
“이 얘기를 자세히 꺼내는 건 꽤 오랜만이야. 아니, 내가 부족을 다스린 후 처음인가?”
쟈마드는 내심 신이 났는지 불쑥 얘기를 꺼냈다.
“나는 내게 이성이 자리 잡힐 때쯤부터 고아였다. 아비는 내가 걷기도 전에 이미 전쟁에 동원돼서 죽었고, 어미는 지병을 앓다 죽었지.”
“…그만 들어도 될까?”
“상관없지만, 이 귀찮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서로에 대해 조금은 아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네, 계속해.”
“알고 있나? 트롤은 죽은 존재를 신앙의 대상에게 제물로 바치는 짓을 일삼는다.”
쟈마드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어미는 대지용 탄크리드에게 바쳐졌지.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형제도, 부모도 없이.”
“…….”
“우리의 전통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이해할 순 없었다. 원신의 지배를 탐탁지 않아 한 선조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뾰족 바위산에 자리를 잡은 게 오래전인데 정작 숭배의 대상만 원신에서 용으로 바뀌었을 뿐 우리의 근본은 여전히 보잘것없었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섬겨야 하는… 그런 모순적인 종족이었지.”
강설은 트롤에 대해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얘기들은 전부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아직 어릴 때, 그러니까 탄크리드가 잠이 들기 전 부족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 꺼져! 꺼지라고!
– 쟈, 쟈마드! 이 멍청한 자식이!
– 멈춰! 아, 안 돼!
– 일족을 몰살시킬 셈이냐!
“탄크리드에게 돌을 던졌다. 모두 그녀에게 고개를 숙일 때, 나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그녀의 비늘에 돌을 던졌어.”
“엄청나네.”
– 용서해주십시오! 탄크리드 님! 아직 아이가 탄크리드 님에 대해…
– 주, 죽일! 끌어내!
“엄마를 살려내라고. 이 야만적인 도마뱀… 아마 이 정도로 욕을 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는군.”
“어떻게 살았지?”
– 너는, 그렇군. 그녀의 아이로구나.
“그녀는 나를 태우고 날갯짓을 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날아가서 나를 내려주었어.”
– 이건…
– 네 어미를 기억한다, 작은 생명아.
아직 어린 쟈마드는 화관이 얹힌 봉분 앞에 섰다.
“그건 내 어미의 무덤이었지. 부족은 그녀를 제물로 바쳤지만 탄크리드는 그녀를 묻어주었어. 비참함에 눈물이 났다. 이 쟈마드가 눈물을 흘린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왜 눈물을 흘렸지?”
“열등함에, 나 자신과 종족의 열등함에 고개를 처박고 울었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였어. 나는 어미를 빼앗긴 것에 이성을 잃고 그 고귀한 용을 흠집 내려 한 열등한 종족이었고, 열등한 생명이었다.”
“…….”
“탄크리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 좋은 눈을 가졌구나.
– 미안해, 미안해… 탄크리드 님.
– 세상은 넓다, 아이야. 지금은 괴롭고 힘들 것이다. 작고 연약하기까지 하니.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내 삶의 목표가 되었다.”
– 언젠가, 네 시대가 오리라. 네 삶의 이유와 모든 생명의 이유를 알게 될 때가. 그리하여 진리에 다다를 것이다. 부단히 노력하라, 작은 생명이여.
쟈마드가 원시의 힘을 증오하고 꿋꿋이 혼자 일어나려 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강설은 그를 조금 알게 되었다.
“아무튼, 이 쟈마드의 탄생은 그렇다. 그날부터 형제들의 저주도 숙명으로 받아들였지.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뭐, 내 얘기는 여기까지. 다음은 네 얘기를 듣고 싶군.”
그런데 강설이 쟈마드의 말에 대꾸하기도 전에, 차오가 쏜살같이 다가왔다.
팟-!
“하아… 하….”
그리고는 다급히 외쳤다.
“놈들이 오고 있어! 지금 즉시 여기를 떠야 해!”
이 모험의 첫 번째 위협이 다가왔다.
[‘지각’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지각’이 ‘그림자를 쫓는 자들’로 변경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