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06
제105화
이곳은 또 다른 어둠.
집중해서 보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간에 작은 생명이 들어찼다.
생명은 그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눈을 떴다.
‘나는 누구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든 게 생생한 현실 같았다.
‘아니, 현실인가?’
무심결에 얼굴을 만져보니 커다란 송곳니가 자라 있었다.
그는 어떤 존재인가.
그는 아마도 이 송곳니의 존재로 짐작해 보자면 자신이 굉장히 무섭게 생겼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나는 혼자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그것을 증명했다.
으득… 으드득.
쩝…
찌이익…
게걸스럽게 뭔가를 뜯어 먹는 이들은 그처럼 송곳니가 길쭉하게 자란 아이들이었다.
눈동자가 붉게 빛나는 그들.
‘윽….’
그는 어쩐지 그들이 싫었다.
그들과 가까워지는 게 두려웠다.
그렇더라도 일단, 그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으드득!
그들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먹고 있는 것은 다른 짐승의 육체였다.
지성이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인간의 육체.
원래 그들의 살이 붉은색인지 그도 아니면 피를 뒤집어써 붉은색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우욱….’
그의 눈 또한 그들처럼 붉어지기 시작했다.
야생은 길들일 수 없다.
그의 몸속에서 들끓는 피가 꼭 그렇게 주장하는 듯했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가.’
스윽.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어쩌면 그들을 혐오하면서도 욕망에는 저항할 수 없는 나약한 정신인지도.
‘배가… 고파… 허기가 진다.’
손이 피에 절은 시체에 다가간다.
저것에 입을 대는 순간, 영원히 야만에 굴복당할 거라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시체의 절단된 팔은 꽤 무거워 어린 몸으론 양손을 전부 써야 겨우 지탱할 수 있었다. 묵직한 느낌에서 드는 감정은 짜증도 혐오감도 아닌 행복이었다.
쩌업…
침이 고인 입을 크게 벌렸다.
‘어라? 이러면… 이러면… 안 되는데….’
그때, 어딘가에서 그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죄를 지은 것처럼 황급히 뒤로 돌아 시선을 확인했다.
남자다. 어떤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그 눈에 담긴 것은 무엇일까.
‘저건, 연민이다.’
안쓰러움, 슬픔, 아쉬움.
혹은 실망감.
그 모든 것들이 그의 눈에서 휘몰아쳤다.
휘익, 휙.
남자는 살포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한다.
“그러지 마.”
‘먹지 말라고?’
그는 그저 바라봐 주었다.
어쩐지 부끄러웠다.
뭔가를 기대하는 저 눈빛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팍!
괜히 분해 콧김을 뿜으며 시체의 팔을 패대기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구역질이 난다. 안 먹어, 이딴 건. 허기 따위… 참을 수 있어.”
그 말을 내뱉자 다른 이들이 모두 그쪽을 쳐다보았다. 이상한 말을 다 한다는 듯이.
하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남자가 있는 한, 이것은 먹지 못할 것 같았다. 저 얼굴, 어쩐지 낯이 익었다.
위이이이잉-
공간이 일그러졌다.
삐이이이이-
이명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쟈마드, 넌 트롤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얼굴이 등장했다.
늙은 트롤들, 부족의 선대 주술사들이었다.
쟈마드의 옆으로 네 명의 또래가 앉아있었다.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생겼다.
“바위 어금니에서 형제란 무엇이냐, 쟈마드?”
“영원한 전우이자 동지. 혹은 그의 고통을 빼앗아 내 것으로 하고 나의 영광은 나누는 존재.”
“너희들은 오늘부로 형제가 될 것이야.”
“형제? 이 얼빠진 놈들이 내 형제라고?”
“그렇다. 넌 이들과 함께 바위 어금니를 다스리게 될 것이야.”
물음표가 생겼다.
‘이상해. 그야 처음 보는 놈들이 내 형제라는 건, 이상한 게 당연한 거잖아?’
거부했다.
“…싫어. 인정할 수 없어. 내 형제는 내가 정해.”
“반항해도 소용없다. 부족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지금부터 형제의 저주를 나눠 받게 될 거다.”
“싫어! 싫단 말이다!”
누가. 누군가 좀, 도와줘.
‘아무도… 아무도 없는 거야? 이 미친 짓거리를 보라고!’
쟈마드의 눈은 모두를 바라봤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단 한 쌍의 눈빛.
황금빛 눈동자가 그를 보고 있었다.
“도와줘… 나를 위해 말해다오!”
바라긴 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그를 위해 말해주었다.
“그들은 네 진짜 형제가 아니야.”
팟!
파바밧!
다른 모든 트롤이 그 말을 내뱉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두려운 광경이었지만, 남자는 끄떡없었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턱을 들었다.
위이이잉-
공간이 또 일그러졌다.
남자가 무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 여기는….’
제단, 혹은 원신전(原神殿)이라고도 불리는 곳.
수많은 트롤이 고개를 처박고 흐느끼고 있었다.
유황이 넘실거리고 벼락이 내리치며, 의복을 찢어버릴 돌풍이 몰아치는 장소.
고개를 처박은 저 아둔한 트롤들을 원신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신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멸시와 오만함뿐이었다.
“하지 마, 그러지 마!”
그들을 섬기지 마.
저들은 너희를 이용할 뿐이야.
원신들의 제단에 제물이 바쳐졌다.
진주 빛깔의 피부를 가진 요정, 살집이 오른 오크. 덩치가 작은 인간과 다른 종족의 시체가. 그리고 트롤의 시체 또한 제단에 올랐다.
어딘지, 그리운 느낌의 시체다.
그는 저 여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어, 어머니?”
저것은 그의 어미다.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 이제는 얼굴도 흐릿한 여인이건만.
그 순간, 어깨에 막대한 압력이 가해졌다.
“끄으으으….”
원신의 시선이 그에게 와 닿았다.
푸르가가 유황불을 내뿜으며 말했다.
“굴종하라, 야만이여. 너희의 힘은 우리에게서 나왔으니 전율하는 힘에 고개를 조아려라.”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서히, 무릎이 기울어지려는 찰나.
어디선가 향긋한 꽃내음이 밀려왔다. 냄새를 코로 빨아들이자 신기하게도 자신을 억누르던 원신의 힘이 사라졌다.
기울어지던 무릎을 서서히 펴고 향기가 흘러온 곳을 바라보았다.
‘누구? 설마?’
아까 그 남자다.
그 남자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왜 꽃내음이 난 것인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색색의 꽃들이 수놓아진 꽃밭. 남자가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꽃을 엮어 만든 화관이었다.
남자가 그 화관을 자연스럽게 어딘가에 얹었다.
천천히 꽃들을 지나치며 그에게 걸어갔다.
그가 화관을 걸친 것은 묘비였다.
‘…어머니다.’
묘비의 주인은 쟈마드의 어미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갑자기 이렇게 눈물이 흐를 리가 없었으니까.
‘왜지?’
왜 이 남자는 자꾸만 자신을 돕는 것일까.
이제는 남자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서 반감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너… 누구야?”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손을 까딱까딱했다.
그 손동작이 마치 꼭 어떤 동작을 지시하는 것 같았다.
“숙이라고? 왜… 으으윽!”
그 순간.
후우우우웅-!
후우우웅-!
폭풍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웅장한 날갯짓이 느껴졌다. 그대로 바람에 휩쓸려 어린 몸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큿….”
촤아아아아아아아아!
언덕의 꽃들이 고개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바람.
쟈마드는 지금 바람을 일으키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대지의 어머니 탄크리드.
그녀의 굴강한 육체와 바라볼 수 없는 고귀함. 별과 함께 태어난 용.
압도적인 폭력과도 같은, 그런 존재. 자신은 저 위대한 생명체에게 모든 정신이 패배했다.
“제길… 제기이이일!”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그녀에게 미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석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탄크리드의 뒷모습을 보며, 좌절하고 좌절했다.
후우우우웅-!
“난… 날 수 없잖아.”
날개가 없으니, 탄크리드처럼 날아오를 수 없다.
그녀처럼 하늘을 거머쥘 수 없었다.
그때였다.
또 그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쟈마드, 가자.”
팟.
타닷…
묘비에 화관을 씌워준 남자가 쟈마드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꽃을 지나, 조금 아슬아슬한 길목을 넘어 남자가 데려간 곳은 언덕의 끝이었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섰고, 그 또한 그곳에 섰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휘이이이.
언덕 밑으로 보이는 드넓은 대지와 강, 무수히 많은 생명까지. 자신이 탄크리드를 보며 느꼈던 열등감보다 더 큰 감동이 휘몰아쳤다.
탄크리드는 위대하다.
하지만, 그녀조차 하늘을 가졌을 뿐 세상을 갖진 못했다.
세상은 그만큼 넓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은 채로, 그렇게 싱그러움을 뽐냈다. 보리는 노랗게 익고, 동물들은 살을 찌우며 강물은 흘렀다.
세상은 그렇게 존재했다.
땅은 결코, 하늘보다 작지 않았다.
“그래… 맞아.”
그의 마음속에 하나의 문장들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나는 트롤이다.
나는 바위 어금니다.
“…나는 쟈마드다. 이제야, 나는 내가 누군지 알았다.”
그의 작았던 몸이 서서히 자라났다.
몸에 또렷한 근육이 잡히고 송곳니는 더욱 커졌다.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까지 계속.
그리고 마침내, 그 눈에 세상을 품었다.
“그렇구나, 너였어. 크하하하하!”
쟈마드를 도와 여기까지 이끈 남자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가 방황하는 어린 트롤을 일깨운 것이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봐 준 것이다.
마침내 진정한 자아를 깨닫게 될 때까지.
“나는 창조의 신비와 별들의 진리를 거머쥘 자이건만… 스노우맨, 가당찮구나. 나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거늘.”
이곳은 꿈이다.
기분이 아주 더러운 꿈.
– 도움을 준다고 함부로 상대의 기억에 개입하면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잡아먹힐 수 있거든. 그럼 다 죽어.
쟈마드가 대지를 눈에 담았다.
그의 눈이 발하는 붉은 흉광은 이제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쟈마드다. 나는… 언젠가 이 땅의 왕이 될 자다.”
* * *
쿵-!
[곤경에 처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4… 4번.”
모든 일이 그렇듯, 삶이 항상 순탄하게 풀리는 건 아니었다.
지금, 그의 선택지가 잘못되었다.
“안 돼!”
“저런….”
가면을 쓴 이들이 입을 가리고 비웃음을 참았다. 강설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이들의 비웃음을 느낀 것이다.
“스노우맨, 끅… 당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검사는 외팔이가 되었어요.”
그 순간, 말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악!”
한순간의 실수로 말에게 영원한 상처를 남겨버렸다.
쿵!
“미, 미안해.”
게임판의 말이 강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눈에 피눈물이 맺혀 그의 증오를 형상화했다.
“네가…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하지만….”
“올바른 선택을 했어야지. 날 이렇게 만들지 말았어야지!”
강설은 그 말이 너무도 무서워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끔찍한 상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소실(消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감정이 사라져갑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2번!”
찌걱.
“허억… 허어억….”
휘황찬란한 가면을 쓴 여인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비웃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쿵-!
“저런, 이번에는 당신의 마법사가 한쪽 눈을 잃었네요? 거기다 소실까지 막지 못했고요.”
“아, 아니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건가요? 선택을 내린 건 당신인데도요?”
한쪽 눈에 붕대를 감은 마법사가 강설을 쳐다보았다.
“전부, 네가 잘못한 거야. 그 위에서 날 내려다보니 같잖은 우월감에라도 사로잡힌 거야? 날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해? 대답해!”
강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입을 닫고 고개를 숙인 채, 죄인처럼 힘들어했다.
쿵-!
함께 주사위를 굴리는 신들, 그리고 게임판의 말.
심지어는 자신의 그림자까지.
온통 세상이 자신의 적처럼 느껴졌다.
틈을 보이면 날카로운 칼날이 살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느낌.
쿵-!
강설의 눈은 점차 흐려졌다.
이것은 그의 가장 취약한 부분만을 짜깁기하여 만들어 낸 악몽이었다.
강설은 평범한 척했지만, 사실 평범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꿈을 꿔왔고 그게 성인이 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그의 비밀은 놀랍게도 아직도 지켜지고 있었다. 그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이건 평범하지 않은 일이었다.
쿵-!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강설의 내면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외로움과 세상의 냉혹함에 몸을 떨어야 하는 현실보다, 웃으며 주사위를 굴리는 꿈속 세상을 더 좋아했다. 그는 이 모든 게 몽상이라 하겠지만 남들에게는 망상일 것이다.
그렇게 현실과 꿈속 세상의 비중이 역전된 것이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싫어할 정도로 영원의 세계에 몰입했다.
‘다… 다 필요 없어. 친구들과 이것만 있으면 돼.’
가면을 쓴 친구들과 마치 현실 같은 게임판.
강설은 점점 그것들에 휘둘렸다.
아니, 그들이 과연 친구일지는 강설도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저런!”
“하하하하! 스노우맨, 이걸 어쩌나.”
그런 그가 말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의 실수로 말이 다쳤으니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거… 네 말이 또 안 좋은 상황에 놓인 것 같은데?”
또다시 실수다.
강설은 이번에 또 어떤 말이 위험에 처한 것인지 확인했다.
눈사람 모습을 한 강설이 그곳에 있었다.
‘뭐? 저게 나라고?’
신들이 악랄하게 웃었다.
쿵-!
“하하하하! 스노우맨, 강설이 위기에 처했어. 어쩔 생각이지?”
“실패하면 죽을걸? 빨리 결정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번에도 실패하면 정말 끝장이야!”
“선택해….”
신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강설을 재촉했다.
“선택해.”
시뻘건 송곳니, 뱀의 혀가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선택해!”
강설은 이 순간,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싫었다. 아예 선택을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로. 그런 그의 심리적인 압박은 현실처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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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2. ■■■ ■■■■
3. ■■■■
4. ■■ ■■■■■■
……
삶은 게임과는 다른 것.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길을 단박에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은 간단하지 않았다.
쿵-!
쿵-!
“으으으아아아! 쿵! 제발 쿵 좀 그만해! 아까부터 너무 시끄럽잖아!”
강설은 궁지에 몰려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이지 이 공간은 너무 시끄러웠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안 들려? 쿵쿵 소리?”
“쿵?”
쿵-!
쿵-!
강설은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딜 가는 거야?”
“분명히… 여기서, 여기서 소리가 났는데….”
쿵-!
아픈 부위에 청진기를 들이대는 의사처럼 강설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쿠우우웅-!
“으윽….”
누군가 있었다.
여기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들 외에 누군가가.
쿵-!
쩌적…
어두운 공간에 아주 작은 실금이 갔다. 그 틈으로 누군가의 눈동자가 보였다.
붉게 물든 짐승의 눈.
강설은 저 눈을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 같았다.
저런 눈을 한 꼬마를 구한 적이 있었다.
꼬마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강설을 가둔 벽을 부수고 있었다.
벽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날 보는구나.”
쟈마드가 말했다.
“한참이나 두들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