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13
제112화
일행의 입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탄식이 흘러나오자, 머쓱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 그래… 늘 그래왔지.
– 이거야… 이 반응, 참으로 오랜만이야.
– 그 비웃음, 환호성으로 뒤바꿔주지!
한소미가 그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어쩜 이렇게 짜기라도 한 듯이 하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오빠.”
“…….”
“야, 개경택. 뭐라도 말 좀 거들어봐.”
“형, 우리 큰일 난 거 같아요.”
“야! 너 죽을래?”
“아, 뭐! 현실이 그런데 나보고 어쩌라고. 여기서 긍정적인 점을 찾아보라는 거야?”
“그게 아니라….”
강설이 시끄럽게 다투고 있는 일행들에게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조경택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시원하게 죽어버린 둘이 파티의 전위였거든요. 몸빵이 몸이 박살이 나서 죽었으니 우리만 애매하게 된 거죠.”
“뭐, 사실 그래요. 5명 중 죽은 쪽이 어느 쪽이든 문제가 됐겠죠. 우리에게 미지의 적과 싸운다는 선택지가 사라졌었는데 설이 오빠가 나타나니까 잠깐 희망이 생긴 줄 알고 착각했어요. 아, 이 앞에 언니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요정은 전이자가 아니다 보니….”
“음….”
이들은 강설이라는 전력이 새로이 함께하게 되었기에, 답이 없던 상황에서 새로운 답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것이다.
‘소환사라 그게 어렵다는 거군.’
소환사의 인식이 이렇다.
파티에 있고 없고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직업.
강설은 굳이 그들의 인식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보여주지 않는 이상 믿지 못할 테니까.
“차라리 잘됐어요. 이러면 한눈팔지 않고 목표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경택아, 안 그래?”
“…그건 맞지. 애초에 형이 오든 안 오든 그러려고 했었으니까.”
목표.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 지금의 목표란 게 뭡니까?”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대삼림 아닙니까?”
“그렇죠. 오빠는 이게 두 번째 모험인 거예요?”
“예, 첫 번째 모험도 대삼림이었습니다. 우연히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었는지 돌발 모험에 휘말린 것 같습니다.”
“역시… 대삼림에 혼자 들어오셨나 봐요?”
“그렇습니다.”
“어설퍼….”
“네?”
“어설퍼요, 어설퍼. 오빠도 평상시처럼 안심해 버린 거죠? ‘평소에도 문제없던 지역이니까 단독 모험도 괜찮겠지’ 같은.”
한소미는 그 느낌 내가 알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강설의 상황을 저 혼자서 판단했다.
저러면서 어깨까지 두드리면 완벽할 것 같았다.
꼭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강설은 피식 웃으며 그에 어울려 주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어? 그야 당연히… 우리가 그랬으니까요?”
– 자랑이다! ㅋㅋ
– 파워 당당!
–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추리였구나 ㅋㅋㅋ
“흠흠… 아무튼, 오빠는 여기가 대삼림 한복판이라는 걸 알고 계신다고 했으니… 정확한 위치도 예측하실 수 있나요?”
“…혹시 중심부에 많이 근접했습니까?”
“정답이에요. 와, 소름….”
“호들갑 떨지 마, 누나. 그 정도는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잖아.”
“닥쳐라, 개경택! 누나가 하는 말에 일일이 끼어들지 마.”
강설이 물었다.
“둘은 오래 안 사입니까?”
“아뇨!”
“아뇨, 누가!”
“서로 지긋지긋해하는 사이예요. 얘가 막 기어오르잖아요.”
“한 살 차이인데 기어오른다느니 뭐니 웃기지 않아요?”
“이게 어딜….”
다시 시끌벅적해진 상황.
강설이 지루한 표정을 짓자 말싸움을 벌이던 조경택과 한소미가 싸움을 멈췄다.
“여기는 놀랍게도 대삼림 중심부에 근접한 장소인 것 같아요. 우리도 하필 길잡이가 같이 죽어서 흘러 흘러 여기까지 온 거죠.”
“중심부에 들어갈 생각이었던 건 아닙니까?”
“미쳤어요? 거길 왜 들어가요.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얼른 뜨거운 목욕물에 목욕하고 싶어요.”
대삼림의 중심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몬스터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또, 어지간하면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고.
“그 전위들이 죽은 장소는 여기랑 가깝습니까?”
“아… 네. 정찰을 하도 성의 있게 하셔서 깊숙한 곳에 들어온 게 화근이었죠. 애초에 그냥 시늉만 해도 되는 일인데.”
“…….”
“이건 그냥 제 독백이니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오빠.”
– 들리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ㅋㅋㅋ
– 얘도 특이한 애네.
“대삼림의 중심부와 가깝다면… 지금 최우선 목표는 노비라로 되돌아가는 거겠군요.”
“네, 아마… 흘러나온 몬스터가 우리를 따라붙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희망적인 회로로 생각해봤을 때, 최대 3일 최소 2일 안에는 안전한 곳에 도달할 수 있어요.”
“2, 3일 정도 거리를 벌려 추격을 따돌리든가 몰래 노비라로 이동해야 한다….”
“네, 그 후에는 뭐 대대적인 몬스터의 침공도 아니고 정체는 모르지만 제법 강력한 몬스터 하나가 흘러나온 거니까 노비라에서 대응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 대피했던 모험가들도 점점 되돌아오고 있으니까 충분히.”
정찰병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할 거다.
“자 그럼 되돌아갈 루트를 짜보죠.”
* * *
일행이 노비라로 향한 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각, 한소미가 말했다.
“이대로만 가면 좋을 텐데.”
“불길하게 그런 소리 할래?”
그때였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움찔.
강설과 카렌을 제외한 모두가 귀를 막고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근처로군.’
몬스터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강설은 턱을 긁적이며 이들이 모두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허억… 헉… 들으셨어요?”
“완전 대박이네. 뭐, 저딴 괴물 같은 소리가 다 있어?”
“어, 얼른 돌아가고 싶은데… 아직 멀었나?”
“저희 지금 출발했거든요, 아저씨?”
“미안….”
소심해 보이는 신문호.
그는 다른 이들이 의견을 낼 때 줄곧 조용히 있었다.
“역시…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걸까요? 기다렸다가 낮에 움직였어야 했나?”
“저 괴물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떤 판단이 옳은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죠? 그럼 계속 가야겠죠?”
강설이 말했다.
“일단 중심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혹시나 최악의 상황으로 몬스터와 조우하더라도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다면 그들만 상대하면 되니까요.”
“그 조우한 몬스터도 지금은 버거운 상황이니까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 게 좋아서 그렇죠…. 오빠 말씀은 이해했어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 자리를 벗어나 봅시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괴물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노비라로 향하는 속도를 줄였다.
비록 속도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말없이 계속 걸었기 때문에 벌써 처음의 위치와는 거리가 상당했다.
아니, 사실 벌써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했다.
이미 동이 튼 지 오래였고 걸어온 시간을 생각해봤을 때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었다.
쿠우웅…
쿠웅…
멀리서 뭔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지 땅에서 미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정찰 나온 다른 전이자들이 휘말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우리부터 걱정해야 할 겁니다.”
“하하… 아무래도 그렇죠? 오빠, 근데 계속 걷기만 하다 보니까 진이 빠지네요.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지가 좀 됐거든요.”
“…쉬었다 가시죠.”
“그럴까요?”
카렌이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 손짓했다.
“여기라면 수풀에 가려서 발견하기 어려울 거야.”
“후… 다행이네요.”
“일단 너무 졸려, 배도 고프고.”
“자, 잠깐만 눈 좀 붙였다 가자고.”
그들은 수풀에 가린 제법 널찍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하… 살 것 같다. 언제 다시 움직일까요?”
밤에 별다른 습격이 없었기에 나온 말이다.
강설이 답했다.
“낮이 오히려 위험한 것 같으니 이대로 휴식을 취하다 해가 떨어지면 움직이죠.”
“시간이 꽤 남겠네요. 으… 잠은 좀 자겠는데 배가 고프네요.”
“식량이 다 떨어진 겁니까?”
“개인이 가지고 있던 식량은 다 떨어졌어요. 그 전위들이랑 같이 뭉개진 것도 잔뜩이고. 원래였다면 숲에서 자급자족 가능했겠지만, 아시다시피 식량을 찾으러 갔다가 식량이 될 판이라….”
모두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인간을 최대한 빨리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은 굶기는 것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지 오래되어 보였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까?”
“이 판국에 괜히 배만 고프게….”
“형, 가진 식량이라도 있어요?”
“없는 건 아니야.”
“정말요? 그럼 말린 음식이라도 조금만 주시면 안 될까요? 물에 불려서 먹을게요.”
“너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저? 저는… 고기, 고기가 제일 좋아요.”
“경택이는 고깃집 알바생이었대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뭐 할지 고민하면서 고깃집 서버로 일했다던데.”
“누나는요, 삼수생이었대요.”
“야! 누가 말하래!”
“그러게, 내 과거는 누가 줄줄 읊으래?”
“삼수한 게 어때서! 굳세게 도전하는 모습에 박수 쳐 줘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나보다 먼저 대학 간 동창 중에 아직도 살아있는 애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응? 알았어? 이만큼 누나가 자주적이란다. 혼자서도 굳세게 살아남는 모습!”
“호오… 그래서 나한테 한 살 차이로 인생 경험 운운한 거구나?”
“저, 오빠. 실례지만 바쁘시지 않다면 개경택이란 몬스터를 함께 처치해주시지 않을래요? 보수는 넉넉하게 드릴게요.”
“제가 그 2배 드릴 테니까 저 누나부터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트려 주세요.”
강설이 방금 한 질문은 분명히 무엇이 먹고 싶냐였다. 한데 어째서 얘기가 서로를 죽이네 마네까지 흘러온 것일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보육원 시절 동생들이 떠오른 것이다.
– 아, 설이 오빠! 얘 좀 봐!
– 에베베베베! 오빠한테 또 이른다, 또! 이르면 일름보 잠만보 뚱뚱보! 스리 오빵 얘 줌 봐!
– 와! 씨… 유치해서 더 빡치네, 야! 이리 안 와?
– 때리게?
– 걸 크러시가 뭔지 보여줄게. 널 부숴버리겠다!- 악! 악! 무슨 힘이… 그만 때려!
지금은 흐릿해진 기억이었다.
강설은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상황이 겹쳐지며 잠시 여운에 잠겼다.
“굶은 지 좀 됐어?”
“어… 하루 좀 넘게?”
“기다려 봐. 부담이 가지 않을 만한 걸 만들어볼게.”
“네… 네? 만든다고요?”
강설은 순식간에 작은 구덩이를 만들어냈고 그 안에 보온석을 집어넣었다. 장작을 태운다면 몬스터가 이곳을 알아채고 올 수 있어서였다.
치이익…
“어… 그거 모기향이에요?”
“냄새 차단 향이잖아, 바보야. 모험가가 그딴 것도 모르냐?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어? 응? 제발….”
“누나 방금 나 모기향이냐고만 물어봤는데. 날 혐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거야?”
빠각.
보온석의 과부하를 일으키자 보온석에서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그간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알게 된 사실 중 한 가지, 보온석의 활용 방법이었다.
이렇게 보온석의 과부하를 일으키면 잠깐 동안 훌륭한 장작이 되어주었다.
다음에 다시 사용할 수 없기에 일회용인 방법이었지만.
보온석 위에 작은 솥이 마련되고 그 안에 강설의 식재료 주머니에 들어있던 것들이 차례차례 투입되었다.
미리 손질을 해서 식자재 주머니에 넣어두었기에 따로 손질을 요구하진 않았다.
‘광기 상점에서 사둔 물건이 꽤 요긴하게 쓰이네.’
강설의 식자재 주머니는 광기 상점에서 쟈넷에게 사뒀던 물건이었다. 식자재의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매우 훌륭한 물건.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물론, 강설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눅진한 향이 풍겨왔다.
이들의 코가 그 향기를 낯설어했다.
“어… 어어… 형 요리도 했어요?”
“재능이 요리야.”
“맙소사, 그딴 재능을 고르는 사람이 있었다고요? 장식용인 줄 알았는데! 옆줄에 청소가 있길래 난….”
“야! 그게 지금 음식 해주는 사람 앞에서 할 소리냐? 오빠, 요즘 가정적인 남자가 대세라서 골랐던 거죠?”
“아닙니다.”
“…….”
– 시무룩한 표정 뭔데 한소미 ㅋㅋㅋ
– 얘네 되게 순수하네 ㅋㅋㅋ
– 아저씨 옆에서 기대 중 ㅋㅋㅋ
곧, 요리가 완성되었다.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절인 사슴 고기와 다진 채소가 들어간 죽이 완성되었습니다.]
[좋은 향기가 납니다. 요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요리 실력이 약간 늡니다.]
꿀꺽…
조경택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죽인다.”
카렌이 웃었다.
“왜 자꾸 누굴 죽여야 하는 거야? 큭큭….”
“어? 아, 아니 그냥 냄새가….”
한소미는 그걸 보고 또 놀려대었다.
“얘 얼굴 빨개지는 것 좀 봐. 예쁜 여자랑 대화하니까 정신을 못 차리네, 아주 그냥. 언니 이해해요. 얘가 아직 여자를 못 만나봐서 이래.”
“…말을 말자.”
강설이 죽을 한 그릇씩 떠서 그들에게 대접했다.
후룹…
그들의 위장으로 뜨거운 뭔가가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반응은 이러했다.
“설 씨, 잘 먹을게. 이거 너무 맛있다. 팔아도 되겠는데?”
“소환사라는 거, 꽤 괜찮은 거 같은데요?”
“소환사가 파티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네. 난 몰랐어. 누가 구리대?”
– 네? 소환 아직 안 했는데요?
– 그리고 구리다고 한 건 너네잖아 ㅋㅋㅋ
– 소환사는 요리까지 함께 익혀야 한다… 메모…
한소미가 이 상황이 웃긴지 죽을 먹으면서 실실 웃었다.
“오빠 만난 건 진짜 행운이네요. 이런 걸 돌아가기 전에 먹게 될 줄 몰랐어요.”
“별거 아닙니다.”
“아니, 아니. 진짜 행운이야. 돌아갈 때까지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아요.”
– 그렇게 말하면 꼭 일어남.
– 선 넘네…
조경택이 거들었다.
“아직 한 자리 비는데 누구 또 돌발 모험으로 안 엮어주나?”
– 쓰레기 색깈ㅋㅋㅋㅋㅋ
– ??? : 아 일단 살고 봐야지 ㅋㅋ
한소미가 공감했다.
“여기에 딱 그 사람만 오면 진짜 완벽할 텐데.”
“그 사람? 아, 그….”
둘이 하는 얘기를 궁금해한 강설이 물었다.
“누구?”
“모르세요? 이번에 요그나툰에 잡혀간 사람들 다 구해낸 전이자 말이에요.”
강설이 수저를 뜨는 속도가 서서히 느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