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18
제117화
모험 16까지 무사히 마친 강설의 점수가 그의 인터페이스에 떠올랐다.
[정보가 비공개 상태입니다.]
[당신의 점수는 3,456,300점입니다.]
‘300만 점이 넘었네.’
모험가 점수의 높고 낮음을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저 가지런히 늘어선 저 숫자들만 보아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수치임에는 분명했다.
강설은 엄청난 점수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어서 떠오른 메시지에는 눈을 조금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모험 점수가 3,000,000점을 돌파했습니다.]
[최초 업적 ‘저 너머’를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 「신뢰할 수 있는 자」를 얻습니다.]
‘최초 업적… 최초 칭호다!’
일전에 100만 점을 달성했을 때도 한 차례 최초 업적과 최초 칭호를 얻었었다.
그때 얻었던 칭호가 바로 알부자였다.
이 칭호가 모험을 종료할 때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게 해주어 강설이 다른 전이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낼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이런저런 일에 휘말린 탓에 아직 능력 점수는 마땅히 사용하지 않고 있긴 했지만.
최상위 모험가 순위
1. 비공개(3,456,300)
2. 혼자가 좋아(811,710)
3. 비공개(800,220)
4. 아끼다가죽은나무(776,390)
5. 누가망고를먹다망고야(720,440)
순위표를 확인한 한소미 일행이 충격에 휩싸였다.
“3, 3백만 점… 미쳤다… 오빠, 저거 오빠 맞죠?”
“방금 같은 모험하지 않았어? 우리도 그럼 그만큼 오른 거야?”
“경택아, 혹시 어깨 위에 있는 거랑 사이가 안 좋니? 우리랑 오빠랑 기여도 차이가 얼만데….”
“아… 그렇네.”
한소미가 일행이 착각할 만한 부분을 바로잡아주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파티 전용 모험 점수는 모든 파티원이 동등하게 오르는 게 아니었다.
기여도 산정 방식.
모험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얼마만큼 완벽하게 수행했느냐에 따라 각자 획득하게 되는 모험 점수가 결정됐다.
더군다나 애초에 강설 정도의 전이자에게 이번 모험은 그다지 점수를 많이 주는 모험도 아니었고, 그마저도 그 점수를 거의 그가 독점하다시피 했으니 다른 이들에게 제대로 점수가 돌아갔을 리 만무했다.
이번에 강설이 많은 점수를 획득한 건 이전 모험이었던 지각이 위험한 수준의 모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돌발 모험이 기존 모험보다 추가 점수가 있다는 점까지 더해지기도 했고.
물론, 이러한 사실은 파티 플레이가 사실상 처음인 강설이 알 리가 없었다.
“형, 100만 점이 넘으면 어떤 기분이에요?”
“…글쎄?”
“나는 100만 점도 한참 남았는데….”
조경택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강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일말의 관심도 가지지 않고 다른 것에 집중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건 바로, 새로 얻게 된 칭호였다.
[최초 칭호 : 신뢰할 수 있는 자]
관련 업적 : 저 너머 (모험 : 없음)
특수 능력 : 천군만마(고유) 작용
‘…뭐? 고유 능력이라고?’
제대로 된 고유 능력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세출 등급 이상의 장비에서나 나타났다.
이렇게 칭호로 나타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사례였다.
‘능력은… 지속형인가?’
넓은 반경 내의 모든 아군의 피해량과 치유량 및 회복량이 10% 상승한다고 기술되어 있는 능력.
“…….”
강설이 능력을 확인하고 안색을 굳혔다.
“형? 왜 그래요?”
“오빠?”
– 오우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딜힐 + 10퍼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
– 말 걸지마! 여운을 즐기는 중이니까!
– 오라 형태인가? 미친; 아군 전체 적용이면 공격대 급에도 적용되겠네?
– 효율 넘사인데… 이게 걍 지속형이라고? 소모값 없이?
– 저번부터 오냐오냐하니까 최초 칭호들은 정도를 모르네…
후우웅…
강설의 발밑으로 어떤 기하학적인 문양이 생겨났다.
문양의 빛이 몇 번 점멸한 후, 마치 연기처럼 기화해 강설의 주위를 맴돌았다.
문양의 기운은 그가 다루는 검은 그림자의 기운과 융화해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의 기운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운이, 강설의 파티원들에게로 퍼져나갔다.
[지속 : 천군만마가 작용합니다.]
[대학생다죽어에게 지속 : 천군만마가 작용합니다.]
[나만없어고양이에게 지속 : 천군만마가 작용합니다.]
[예린이아빠에게 지속 : 천군만마가 작용합니다.]
“…어?”
“천군만마? 이게 뭐예요? 강화 효과 창에 뭐가 뜨는데?”
“피해량이랑 치유량 10… 퍼센트? 대박이다… 경택아 너 이런 스킬도 있었어?”
“내가 이런 거 있었으면 누나랑 파티를 왜 해.”
“야! 나도 이런 거 있었으면 연예인이랑 파티했거든?”
“누나는 이런 거 있어도 연예인들이 안 끼워 줄걸?”
“이 새끼, 너 일로 와!”
파티원들이 새로 떠오른 버프에 의문을 표할 때, 강설은 그 버프가 다른 이들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인했다.
[카렌에게 지속 : 천군만마가 작용합니다.]
‘…능력이 소환수들에게도 적용된다!’
강설은 솔로라도 걸어 다니는 파티나 마찬가지였다.
즉, 피해량과 치유량, 그리고 회복량 모두 그에게는 중요한 옵션이었다.
그런데 이를 고작 칭호 하나가 한꺼번에 올려주다니, 이렇게 남는 장사가 있을 줄이야.
“어? 형? 갑자기 왜 웃어요?”
카렌이 손을 휘적거렸다.
“내버려 둬, 가끔 이래.”
– 소환수들은 눈사람에게 ‘적응’해버렸다.
– 가끔 히죽거리는 거 소름 돋을 듯 ㅋㅋㅋ
[휴식을 시작합니다.]
[거점 휴식이 시작됩니다.]
[휴식 7. 복구 중인 노비라]
휴식 7. ‘복구 중인 노비라’
영원의 세계, 판데아의 남쪽 유적 도시 노비라. 유황해골이 남겼던 상흔은 아직도 뼈아프지만, 그런대로 다시 도시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번영하던 과거와는 달리,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도전이 넘치게 된 이곳에 모험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모험가들은 이곳 혹은 다른 휴식 지역에서 휴식과 수련을 충분히 마치고 다음 모험을 준비해야 한다.
목표 : 휴식과 정비.
목표 달성 실패 시 피곤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약 30일」
한소미가 노비라에 도착하자마자 말을 꺼냈다.
“설이 오빠, 숙소는 정했어요?”
“형 숙소는 왜?”
“그야 같은 곳에서 묵으면 좋으니까….”
“그거구나! 그 인맥 만들기 프로젝트인지 뭔지!”
“쉿! 아가리 닥쳐, 조경택!”
“형, 들었죠? 이 누나 본색 드러내면 이러거든요. 맞다! 그리고 아까 그 마지막에 비공개 욕했었잖아, 누나. 잊었어?”
“……아, 맞다.”
한소미는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린다는 신조로 비공개를 신나게 씹어댄 전적이 있었다.
바로 옆에 비공개가 있는 줄도 모르고.
– 여러분, 이래서 낮말은 스노우맨이 듣고 밤말은 비공개가 듣는 겁니다.
– 네?
– 대충 알아먹으세욧!
강설은 한소미가 처음 한 질문에 답했다.
“숙소 말입니까?”
“네, 숙소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곧 노비라를 떠날 생각이라서요.”
“네? 여기서 머무는 게 아니라요?”
“네, 혹시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오빠, 다 좋은데 어떻게 밥 한 끼라도 같이….”
“그래요, 형. 가시더라도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게 해주세요. 형 덕분에 저희가 무사히 돌아왔는데요. 이렇게 보내면 자꾸 생각날 거 같아요.”
“음….”
강설이 카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와 눈이 마주친 카렌이 어깨를 으쓱하며 괜찮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죠, 어디가 좋을까….”
“저희가 고를게요! 음….”
– 격조 있는 식사 대접은 역시 김천이라고 하지.
– 김천 가면 조심해야 함. 방심하면 국그릇이 지 맘대로 움직임 ㅋㅋㅋㅋ
– ㄹㅇ ㅋㅋ 국그릇 강인공지능 ㅋㅋㅋㅋ
* * *
뭔가 말끔한 느낌이 드는 음식점.
좋은 목재를 사용했는지, 불쾌한 향보다는 사람들의 온기가 뒤섞여 꽤 괜찮은 느낌을 자아냈다.
“그래서, 다 날렸다고?”
“그래, 다 날렸지.”
“근데 왜 돌아왔어?”
“뭐… 그냥?”
“하하하! 그 끔찍한 경험을 하고 다시 노비라로 돌아온 이유가 그냥이라고? 재밌구만, 재밌어!”
강설은 조금 놀랐다.
‘꽤 붐비네, 떠날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물론 그런 기운은 있었다.
조금씩, 노비라가 활기를 되찾는 느낌이.
한데 이렇게 빠르게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을 줄이야.
“남쪽으로… 가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어디, 아우데닌?”
“아마도?”
“아우데닌이라면… 그 박창식인가 뭔가 하는 양반이 있는 곳이네요.”
“유명한 사람입니까?”
“아우데닌에 한 번도 안 가보셨어요?”
“네. 가보셨습니까?”
“아뇨?”
– 가 본 줄 ㅋㅋㅋ
– (파워당당) 아뇨?
“소문이죠, 다 소문.”
“대체 그 소문은 어떻게 접하시는 겁니까?”
강설은 그보다도 훨씬 연약하디 연약한 그녀가 생각보다 아는 게 많다는 것에 놀랐다.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전이자 커뮤니티죠. 아시죠?”
“알기야 알지만, 그래도 다른 거점의 소식까지는 얻기가 힘든 편일 텐데요?”
“그게, 같은 국가 내에서라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혹시 협회에 있는 커뮤니티만 사용해보신 건가요?”
“네.”
“꺄하하! 들었어, 경택아? 의외로 순수하신 분이라니까.”
“형… 충격이에요.”
조경택이 정말 충격받은 표정으로 강설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마치, 나의 우상이 이럴 리 없어 같았다.
신문호가 헛기침을 하며 강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흠흠… 그, 친구끼리는 소식을 주고받는 게 가능하지 않은가? 나도 아는 걸 강설 군이 모르니 조금 당황스럽긴 하네.”
“아, 그거.”
강설도 친구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활용할 생각은 지금까지 하고 있지 않았었다.
오로지, 강해지는 것에만 몰두했기에 이런 자잘한 시스템을 사소한 것이라 치부했다.
“친구끼리는 협회를 이용하면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잖아요? 거기서 정보의 교류가 이뤄지는 거예요.”
“그렇군요.”
강설은 누군가를 친구라고 여긴 적이 별로 없었다.
애초에 그의 정신세계가 상당히 독특하기도 했고 이곳에 넘어와서는 다른 전이자들과 살갑게 어울릴 일도 딱히 없었으므로.
오히려 강설은 전이자들보다 그의 소환수들과 더 가까웠다.
“이게 생각보다 훨씬 편리하더라고요. 저도 모험 초반에 만났던 애랑 아직도 연락하거든요? 걔는 아우데닌보다 더 밑으로 내려가서 휴식 기간마다 소식을 보내와요. 저도 이곳 소식을 전하고요.”
“음….”
“그래서 말인데….”
한소미의 눈알이 뒤룩뒤룩 굴렀다.
“치… 치… 친….”
“친구 추가해도 될까요, 형?”
“야! 선수 치지 마!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누가….”
“좋습니다.”
“나이스!”
“…어라?”
강설에게도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들에게서 정보라는 무형의 가치를 얻어낼 수 있을 거고 그가 그 무형의 가치로 유형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으니까.
적어도 이들이 쓸데없는 부탁만 해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강설이 그에 대해 말하려 했다.
“단….”
한소미가 발작하듯이 끼어들며 말했다.
“도와주시지 않아도 돼요. 그냥 그… 비즈니스? 그래, 비즈니스! 그런 제의가 있을 때나 소소한 소식 같은 거를 전달하는 정도? 덤으로 오빠 소식도 좀 듣고요. 어, 어때요?”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대학생다죽어와 친구 관계가 되었습니다.]
[나만없어고양이와 친구 관계가 되었습니다.]
[예린이아빠와 친구 관계가 되었습니다.]
한소미는 의자에서 방방 뛰며 좋아했다.
“오빠, 제가 꼭 정체를 지켜드릴게요.”
“…네? 뭐… 귀찮아지는 게 싫기는 합니다.”
이제 강설의 전투력은 이전과는 달리 나쁘지 않은 수준에 올랐기에, 귀찮아지기 전에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대놓고 정체를 드러내고 다니는 건, 여전히 약간 꺼려지기는 했다.
“제, 제가 꼭 정체를 지켜드릴게요. 강자의 고독이란 게 다 그런 거죠. 저도 책에서 많이 본 거예요.”
“…그렇습니까?”
“고독하시죠?”
– 전혀
– 화목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 핵가족(4인)
– 전투력도 핵가족(4인)
한소미가 강설의 고독을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눈빛을 아련하게 보내올 때쯤, 식당에 누군가 들어왔다.
끼이이익…
뚜벅… 뚜벅…
“여기 있었네.”
익숙한 목소리.
주변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로 보아, 평범한 인물은 아닌듯했다.
강설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상대를 맞이했다.
“유미라 씨.”
조경택이 옆에서 한소미에게 속삭였다.
“와… 유미라다.”
“돌아왔나 봐, 요그나툰에서.”
“실물은 처음이야, 근데… 눈에 흉터가 있었나?”
“어때, 실물은 별로지? 누나가 낫지?”
“분위기 있다…. 장난 아니다. 점수도 개 높던데.”
“……야, 그래도 우리는 그 비공개랑 친구 먹은 사람들이야.”
“유미라도 친구지 않을까?”
“아니야, 딱 보면 모르겠어? 비즈니스!”
강설이 한소미 일행에게 시선을 보냈다. 한소미와 조경택이 고개를 필사적으로 끄덕이며 얼른 가보라는 시늉을 했다.
드르륵…
강설이 유미라를 따라나섰다.
그녀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볼일이 남았습니까?”
“아, 우리 일로 보자는 건 아니고. 다른 문제. 아마도… 설, 네 문제겠지?”
“다른 문제?”
그녀가 내뱉은 다음 말은 강설이 크게 동요하도록 만들었다.
“하문이 떠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