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23
제122화
캄캄한 어둠 속, 강설은 숨을 내쉬었다. 분명,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건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무지의 관문이군.’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었다. 심지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고.
발로 어딘가를 디뎠지만, 그것이 땅인지 물컹한 진흙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 선택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알 수 없는 곳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 당신은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1. 가만히 있는다.
2. [필요 : 이스티아의 광명] 주위의 어둠을 걷어낸다.
3. [필요 : 에테르의 종] 종을 울려 주변의 해악을 물리친다.
4. [필요 : 실비의 깃털] 이곳을 벗어난다.
5. [필요 : 현명함] 주변을 깨닫기 위해 궁리한다.
……
‘하… 이스티아의 광명? 에테르의 종? 간만에 봐도 여전하네.’
이번만큼 선택지가 얄미워 보인 적이 없었다.
이스티아의 광명, 에테르의 종, 실비의 깃털 등. 선택지에 등장한 조건 대부분이 얻기가 극히 까다로운 아티팩트였기 때문.
‘편하게 넘어가려면… 적어도 보물 등급 이상이 물품이 필요한 건가.’
저들의 가치를 등급으로 환산한다면 최소 보물 이상 등급이었다.
고작 관문 하나를 돌파하기 위해 보물을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적자를 볼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몸으로 굴러야지.’
피의 성자 또한 이 관문을 아티팩트 없이 통과했다. 오직 정신력만으로.
‘지금 생각해보니까 말도 안 되는 자식이었네.’
그가 육성한 말에게 질투마저 느껴질 정도로 피의 성자는 대단한 말이었다.
강설은 피의 성자를 이렇게 정의했다.
선하지만, 강한 자.
고통의 미궁에 진입했을 때도 이미 어느 정도 자기만의 능력 체계를 구축해둔 상태였기에 이런 관문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컹하기도, 가끔은 딱딱하기도 한 바닥을 계속 밟으며 강설은 앞으로 향했다.
‘점점… 오르막길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모든 감각이 희미해져서 정확히 가늠은 안 되었지만, 강설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피의 성자가 이 관문을 얼마 만에 돌파했더라?’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족히 며칠은 걸렸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 방법이….’
그때엔 그나마 선택지로 고를 만한 게 ‘걸으면서 궁리한다.’뿐이었으니, 아마 무식하게 그 방법으로 도전했을 것이다.
‘후우….’
물론, 강설이 지금 사용하려는 방법도 마찬가지였다.
이 장면을 보는 누군가 그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달라진 게 없구나.
여전히, 발전한 것 없이 그대로구나.
‘아니, 난 달라졌다.’
고행의 미궁에 들어온 시점도 이미 피의 성자보다 한참 앞서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점도 있었고.
휘리리릭-!
강설의 몸을 그림자가 감쌌다.
[주술사 ‘화산의 쟈마드’와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화산의 쟈마드’의 능력치를 흡수합니다.]
[직업 : 격투가 상태입니다.]
이로써, 강설의 능력치와 쟈마드의 능력치는 합쳐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지혜가 폭증하게 되면서….’
[당신은 현명한 상태입니다.]
‘됐다, 최소 기준을 넘겼어.’
피의 성자도 고를 수 없던 선택지를 강설은 고를 수 있었다.
[간파가 발동합니다.]
[뭔가 알 듯 말 듯 합니다.]
‘빌어먹을, 다시 굴러야 한다는 소리네.’
걸으면서, 생각한다.
이 방법 말고는 밝혀진 방법이 없으니 강설은 그렇게 했다.
걷고. 또 걸었다. 그러면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물컹하기도, 또 딱딱하기도 한 바닥.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냄새.
‘슬슬 냄새는 맡을 수 있는 모양이군.’
감각에 집중했다.
울렁이는 바닥과 꽉 막힌 콧속으로 전해질 정도의 강렬한 냄새.
이곳은 어디일까.
‘피의 성자 때는 어디였더라? 그래, 거기였지.’
거대한 고래의 뱃속.
뜬금없게도 무지의 관문에서 피의 성자가 줄곧 걸으며 헤매던 장소는 고래의 뱃속이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당시, 주위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있었다.
– 하하하! 기가 막히네!
–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강설은 이미 고행의 미궁에서 말을 한 번 잃었던 전적이 있었기에 배를 잡고 웃는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달리 그 상황에 집중했었다.
‘무지의 관문에서 중요한 건 의외성. 그리고 정신적인 데미지.’
전혀 뜻밖의 장소이기에 쉽게 떠올리기가 어려웠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피해가 누적됐다.
‘이번 관문에서 너무 많은 피해를 받으면 안 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미궁 공략에 들어선 것도 아니었기에 첫 관문에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으면 곤란했다.
특히나 정신적인 피해가 곧 생명과 직결되니, 더더욱.
‘독한 냄새… 물컹했다가 단단했다가 제멋대로인 바닥… 가끔 있는 경사들….’
강설의 많은 고민은 그만큼 짙은 안개를 걷어내고 있었다.
‘냄새… 이건 피 냄새다.’
요즘에는 꽤 익숙해진 냄새, 그런데도 뼛속까지 그 냄새가 느껴졌다.
‘독해… 피가 많은 곳이야.’
여러 장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피가 많은 곳이라… 도축장? 실험실?’
생각을 이어갈수록 더 많은 정보가 주어졌다.
‘이거… 바닥이 뭔지 알겠다.’
바닥이 어째서 제멋대로인지, 어째서 굴곡진 경사가 있었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깨달은 강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습니다.]
[정신이 오염됩니다.]
그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고행의 미궁이다.’
스스스스…
검은 안개가 물러가며 주변이 드러났다.
– 우웨에에엑;
– 미쳤어;;
– 개소름돋네 ㅎㄷㄷ
– ㄹㅇ 밥 먹다가 숟가락 떨어트렸다
시체. 사방이 시체였다.
모두 의문을 품은 표정으로 쓰러져 있었고 사방에 썩은 내가 진동했다. 백골과 부패한 시신이 뒤섞여 있었으니, 바닥이 일정할 리가 없었다.
강설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문이다.’
그는 입 밖으로 소리를 내보았다.
“아아. 이제야 들리네.”
그리고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시체들의 눈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너 또한 이렇게 될 운명이야’라고 하는 듯이.
강설은 이들이 미궁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의 시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홀가분한 미소를 지으며 문으로 다가갔다.
끼이이익…
“잘 있으라고.”
[무지를 극복합니다.]
[고행의 미궁 내에 무지가 사라집니다.]
[정신 오염 : 13/100]
[무지를 최단 시간 내에 극복했습니다.]
* * *
무지를 극복한 지 족히 며칠은 지났다.
이번에 나타난 곳은 메마른 황무지였다.
가뭄이라도 만난 듯 땅이 갈라지고 나무들은 모두 죽어 썩어 문드러져 가는 곳.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곳.
강설은 그곳을 또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왼쪽에는 카렌이, 오른쪽에는 쟈마드가 있었다.
– 선생님께서는 평소에 고어물을 즐겨보시는지요?
– 진짜 멘탈 대단하다 ㅋㅋㅋ
– 이 사람은 시체 더미 위에서 방금까지 뒹굴다 왔습니다.
– 키즈 카페 다녀온 것처럼 보이는데요?
– 정신적인 데미지는 딱 그 정도 받았을 겁니다.
– 오히려 키즈 카페 쪽이 더 위험할 수 있어!
강설은 지금 상황에 매우 만족했다.
이번 시련이 어떤 것인지 단박에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의심의 고행이군.’
모든 고행을 한 차례씩 경험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 강설에겐 그게 있었다.
‘의심이라면… 내 예상대로 흘러왔다.’
마지막 고행자의 순서는 뒤죽박죽.
어느 게 먼저 나올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한 번씩은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강설은 준비를 해두었다.
카렌이 물었다.
“왜 그래, 주인?”
“음?”
“기분이 좋아 보여서.”
“내버려 둬라, 요정. 한두 번도 아니고….”
쟈마드와 카렌이 대화를 나눴다.
무지의 관문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던 그들이, 이제는 그의 곁에서 도움이 되려 했다.
‘정신 오염이 24라…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계속 올라가고 있군.’
의심의 고행은 간단했다. 이곳을 꿈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꿈속 장면들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꿈은 그 시작이 흐릿하고 그 사이에 있던 일도 명확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의심의 고행 또한 그러했다.
‘아마도 이 안개가 정신을 괴롭히는 거겠지. 판단력을 흐리는 거다.’
기본적인 골자는 그랬지만, 사실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말로 퉁 치기에는 매우 많은 것들이 영향을 받았다.
방향 감각, 목적, 신뢰, 정체성 등.
의심의 고행은 그 모든 것들에 영향을 주어 반대로 고행자가 그 모든 것들을 의심하게 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 여기가 고행의 미궁은 맞는 거야?’
‘나는 버려진 게 아닐까?’
‘내가 고행의 미궁에 들어온 건 선택한 게 아니야!’
‘나는… 뭐지?’
이처럼 종국에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하는 게 바로 의심의 고행이었다.
그리고 이 의심의 고행이 가장 최악으로 치달을 때는, 바로 고행자의 신뢰를 건드릴 때였다.
강설이 그런 생각을 이어나갈 때, 카렌이 말했다.
“정말 끔찍한 곳이네, 안 그래, 쟈마드?”
“그렇지. 벌써 이틀째다. 이틀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걷기만 했군.”
“그러니까! 답답해, 진짜.”
강설은 몽롱한 눈으로 카렌을 슬쩍 쳐다보았다.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강설이 며칠을 더 걸었을 때, 드디어 문이 나타났다.
“문! 문이야, 주인!”
“…….”
그런데, 좀 많았다.
“문이… 3개네?”
“어쩔까?”
강설이 카렌에게 반문했다.
“글쎄, 넌 어디 같은데?”
“나? 지금 내 의견을 묻는 거야?”
카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강설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분하게 기다렸다. 카렌은 잠시 고심하더니 가장 왼쪽의 문을 골랐다.
“여기, 여기야.”
“확실해?”
“응, 이곳에서 기운이 느껴져.”
“쟈마드는?”
쟈마드는 팔짱을 끼고 카렌을 비웃었다.
“저건 헛소리다, 가운데 문이 진짜지.”
“웃기시네….”
둘이 다투는 사이,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기나긴 고행을 지나쳐, 드디어 끝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 문 3개가 있습니다. 어디로 들어가시겠습니까?]
1. 카렌의 말을 믿고 왼쪽 문을 연다.
2. 쟈마드의 말을 믿고 가운데 문을 연다.
3. 둘의 말을 무시하고 오른쪽 문을 연다.
4. [강제 : 정신 오염 100] 모든 문은 가짜다!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5. [필요 : 두란의 진실의 가지] 진실을 찾아낸다.
……
‘…이제는 이 선택지도 믿지 못하겠어.’
이런 선택지 또한 그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고만 있는 것 같았다. 꼭 이 선택지 중에서 결정하라는 것처럼.
그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카렌과 쟈마드의 싸움은 점차 커졌다. 이들 또한 서로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
“쟈마드!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거짓말? 흠… 그래, 거짓말을 했지.”
그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지금까지 계속!”
후우우웅…
콰지이익!
쟈마드가 팔을 내뻗어 카렌의 가녀린 몸을 으스러트렸다.
“커헉…….”
“그 망할 요정이 내 이름을 친절하게 부를 리 없지. 안 그래?”
“끄으으으윽….”
“감히 우리를 이따위 수작질로 네놈의 입속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나? 간도 크구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드드득!
카렌의 목이 부러졌다.
하지만 강설은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푸스스…
카렌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망령의 농간이었군.’
쟈마드가 코웃음을 쳤다.
“흥, 역시 미궁의 악령들이로군. 이제야 홀가분해졌어. 가자! 진짜는 가운데다.”
– 역시! 쟈마드! 믿고 있었다고!
– 난 처음부터 믿었어!
– 큰 거 한 건 하는구나!
시청자들의 호들갑과는 달리 강설은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전부는 못 읽었나 보네.”
쟈마드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강설에게 물었다.
“…뭐 하는 짓이냐?”
“고행의 미궁에 존재하는 악령은 기억을 읽고 고행자의 정신을 갉아먹지.”
“그게 무슨….”
“너희들… 내 기억을 모두 읽지는 못했구나?”
쟈마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어떻게 안 거지? 미궁에 처음 온 놈이 아니었나?”
쟈마드의 형체가 흐릿해지면서 이내 미궁의 망령이 등장했다.
– 상상도 못한 정체 ㄴ(OoO;)ㄱ
– 자작극이라니… 믿었는데ㅠㅠ
– 뭐야 그럼? 다 가짜였어?
미궁의 망령이 웃으며 강설에게 말했다.
“흐흐흐… 네놈의 기억은 어딘가 이상하구나. 듬성듬성… 제대로 된 구석이 하나도 없어. 그나마 멀쩡한 구석을 베꼈더니 이런 문제가… 어디가 이상했지? 다음엔 고칠 테니 말해줄래?”
“전부 다.”
“그럴 리가, 그래도 나름 똑같이 흉내 냈는데?”
“그게 문제야.”
강설은 미궁에 들어서기 전, 그의 소환수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남겼다.
–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절대 먼저 나서지 마. 오히려 날 위한 행동이 나를 더 괴롭히게 될 테니까.
이제는 강설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소환수들, 강설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의 소환수들은 따를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강설의 준비는 꽤 적절했다.
‘뭐, 처음에 황무지에 떨어졌을 때는 그런 준비를 한 것도 기억나지 않았었지만. 이제라도 떠올려서 다행이네.’
쟈마드의 흉내를 내는 망령이 물었다.
“…이제까진 일부러 우리가 문을 선택하기를 기다린 거냐?”
“나 혼자서 찾으려면 여기서도 며칠 더 걸리거든, 저번에도 그랬었으니까.”
강설이 가짜로 판명 난 쟈마드를 무시하고 오른쪽 문으로 향하려 했다.
미궁의 망령은 그런 그를 막으려 했다.
“기다려! 어떻게 안 거냐고! 내 흉내는 완벽….”
콰아아아앙-!
가짜 쟈마드의 가슴팍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커허어어억….”
강설의 몸은 어느 순간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밤까마귀 형상이 된 강설은 가히 전장에 등장한 탱크나 다름없었다.
밤까마귀 형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로 쟈마드가 아직 강설의 그림자 속에 있다는 건 확실했다.
그러니 망령의 흉내가 아무리 완벽했다 한들 강설을 속일 수는 없었던 것이고.
“…정신 오염이 계속 오르네, 아무튼 잘들 있어.”
떠나려는 강설의 주변에서 우수수 망령들이 솟아났다.
【실패할 거야… 넌 미궁에 잡아먹힐 거라고.】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너는 좌절하게 될 거다.】
【차라리 우리에게 죽음을 구걸하는 게 나을걸? 흐흐흐흐….】
모두가 강설이 오른쪽 문을 선택하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사실, 강설에게 남은 선택지도 이제는 이 문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오른쪽 문으로 다가간 순간.
‘…음?’
찌릿.
척추를 타고 불쾌한 기운이 치솟아 올랐다.
[간파가 발동합니다.]
[어쩐지 들어가서는 안 되는 문 같습니다.]
“…제법이네?”
【뭐?】
“셋 다 아니었잖아?”
그 순간, 그의 시야에 떠올랐던 선택지 창이 스르륵 사라졌다.
[당신은 기나긴 고행을 지나쳐, 드디어 끝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 문 3개가 있습니다. 어디로 들어가시겠습니까?]
1. 카렌의 말을 믿고 왼쪽 문을 연다.
2. 쟈마드의 말을 믿고 가운데 문을 연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안 거야!】
강설이 자신의 황금빛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눈이 꽤 좋은 편이거든.”
강설은 그의 통찰안에 비친 힘의 흐름을 따라 몇 발자국 이동했다
그가 그 앞에 서자, 허공에 갑자기 문이 생겨났다.
[통찰안이 진실을 꿰뚫어 봅니다.]
[간파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통찰안의 힘이 더욱 커집니다.]
결국, 이번에도 강설은 피의 성자 때보다 훨씬 빨리 다음 관문에 도달했다.
– 함정 카드 발동!
– 그걸 노렸다! 함정 카드 발동!
– 그걸 노린 걸 또 노렸다! 함정 카드 발동!
– 그걸 노린 걸 또 노린 걸 또…
– 뇌절 : 제발 그만해 이새끼들아…
– 우리는 통 속의 뇌인가…
강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망령 중 하나가 저주했다.
【아직이야… 미궁은 시작조차 안 했다… 미궁이 널 기다린다….】
이제는 미궁의 일부가 되어버린 망령들.
강설은 다음 고행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히며 말했다.
“나도 아직이야.”
[의심을 극복합니다.]
[고행의 미궁 내에 의심이 사라집니다.]
[정신 오염 : 28/100]
[의심을 최단 시간 내에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한 줄의 메시지가 더 떠올랐다.
[누군가의 정신이 완전히 오염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