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30
제129화
[전장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차원문을 형성합니다.]
지이이잉-
계절이 바뀌자 전장 곳곳에 커다란 차원문 형태의 아티팩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잉-
계절이 변화를 시작하는 이때, 가장 먼저 움직인 건 강설이었다.
팟-!
어째서 뻔한 결말에 발을 들이는 것일까. 핀의 인형이 갸웃하며 손을 올렸다.
파아아앙-!
거부가 발동되고, 강설이 뒤편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가 날아간 곳엔, 차원문이 있었다.
“안 돼!”
박창식이 강설을 향해 소리치는 그때, 강설의 신형이 차원문에 부딪혀 사라졌다.
후아아앙-!
그리고, 핀의 뒤편에 놓인 차원문에서 다시금 나타났다.
“흐읍!”
강설이 주먹을 세차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제길.”
[고통의 기록 : 핀 모드리아가 피의 장막을 사용합니다.]
[물리 피해를 75% 무효화 합니다.]
임기응변치고는 괜찮은 공격이었으나, 피의 장막은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욕이 나오는 능력이었다.
‘혼자서는 타격을 주기 어려워….’
심지어 유의미한 타격을 주더라도 새살을 통해 피해를 수복하니 정말 등껍질 속에 숨은 거북이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촤아아악-!
피의 창이 강설의 콧잔등을 노리고 지나갔다.
후우웅-!
고개를 젖혀 창을 피해낸 강설은 다시 판을 짜기 시작했다.
파밧-!
자세를 낮춰 핀에게 태클을 가하려는 움직임.
하지만 역시, 거부에 의해 날아갔다.
파아아앙-!
이 틈을 타, 박창식이 핀을 노렸다.
촤아악! 촤악!
그를 상대하는 건 피의 창뿐.
하지만, 평범한 유저인 박창식에게는 그마저도 버겁게 느껴졌다.
“큿….”
박창식은 핀과의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파밧!
지이이잉…
파아아앙!
“윽….”
이후에도 계속되는 공방 속에서 강설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의 움직임을 박창식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박창식은 잠시의 주의만 끌 수 있을 뿐, 핀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단이 전무했으며 심지어는 핀의 거부를 빼놓지도 못했다.
아니, 이것은 박창식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게 핀의 방식이다.’
그게 핀을 컨트롤할 때의 강설의 방식이었으니까.
강한 상대는 거부로 봉쇄한 후, 약한 상대부터 처리하는 방식.
마법사의 계절에서도 핀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 없을 거라 판단한 강설은 전투 목적을 바꾸었다.
지잉-
후우웅…
팟!
핀의 주의를 계속해서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한편, 차원문의 연결을 모두 확인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오는 계절에도 차원문은 똑같은 연결일 거야.’
계절은 계속해서 돌고 돈다.
전투에서 처음 생성된 차원문의 연결은 제각각이지만, 그 후에는 처음 생성된 차원문과 동일한 연결을 지녔다.
‘됐어, 모두 파악했다.’
스르륵…
계절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고행 : 목자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당신을 위한 영광의 찬송가가 울려 퍼집니다.]
아아아아아-
전장 전체에 퍼지는 웅장한 소리에 박창식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신 차려!”
강설의 고함에 박창식이 눈을 부릅뜨고 핀을 노려봤다.
‘기회다.’
강설이 기다리고 있던 첫 번째 기회.
첫 번째 찬송가 타이밍.
목자의 계절엔 찬송가와 진혼곡이 차례대로 오게 되는데 순서는 그때그때 달랐다. 다행히, 찬송가가 먼저 시작되었기에 강설의 공격 타이밍이 찾아왔다.
[고행자가 영광의 찬송가의 영향을 받습니다.]
[고행자의 모든 능력치가 35% 증가합니다.]
“하아아아아!”
박창식도 이것을 눈치챘는지, 아껴두었던 능력을 사용했다.
[캐리머신이 연환 9식을 사용합니다.]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공격 속도가 20%씩 상승합니다.]
쉬익-!
쉬이이익-!
박창식의 공격은 핀을 당황하게 했다.
갑자기 높아진 능력치와 더불어 지금껏 사용하지 않고 있던 능력까지 사용하자 핀이 생각하고 있던 수준의 위력이 아닌 더욱 강력한 위력이 나왔다.
쒜에에에엑-!
피의 창으로 무마하려는 핀의 노림수.
치익-!
박창식은 그것을 아까와는 달리 아주 작은 몸놀림으로 피해내며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오로지 공격에만 쏟아냈다.
쒜에에엑!
쒜에엑!
박창식의 공격도 이제 가볍게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왔다. 연환 9식이 완성되면 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를 방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있었다.
파아아아앙!
핀은 어쩔 수 없이 박창식에게 거부를 사용했다.
“욱….”
날아가는 박창식의 신형 뒤로, 강설이 나타났다.
“흐으읍!”
강설이 주먹을 바짝 당긴 다음, 핀을 향해 휘둘렀다.
[고통의 기록 : 핀 모드리아가 피의 장막을 사용합니다.]
[물리 피해를 75% 무효화 합니다.]
콰아아아아앙!
‘제길!’
역시나 거북이.
단단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하지만, 강설도 여기서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장벽을 후려치는 그의 몸놀림이 분주해졌다.
쒜에에에엑!
쒜에에엑!
피의 창이 곳곳에서 날아와 그의 사지를 노렸다.
하지만 여전히 강설은 맹공을 이어가고 있었다.
순간, 그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철권통치… 지금일까?’
단 한 발밖에 없는 총알. 빗나가면 죽음뿐.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 그의 심장을 옥죄어왔다.
실패하면, 다음은 없다.
‘아직은… 아니야.’
찬송가가 곧 끝날 것이다.
탈진한 상태로 진혼곡이 시작되면 확실하게 죽음을 맞이할 테니, 한 발뿐인 총알을 지금 사용해서는 안 되었다.
아아아아-
새로운 음악이 전장에 퍼졌다.
[고통을 위한 슬픔의 진혼곡이 울려 퍼집니다.]
[고통의 기억 : 핀 모드리아가 슬픔의 진혼곡의 영향을 받습니다.]
[고통의 기억 : 핀 모드리아의 모든 능력치가 35% 증가합니다.]
“피해!”
콰직!
카렌과 카루나.
그리고 강설과 박창식은 기세가 변한 각자의 상대를 확인하고는 방어로 전환했다.
콰가가가가각!
피의 창이 틀어박혔을 때 들리는 소음도 훨씬 커졌다.
카아아앙!
“크으으윽!”
“카루나!”
루비 거울로 파생된 핀의 소환수들도 능력치가 상승해 쌍둥이 기사도 애를 먹었다.
“떨어져!”
퍼억!
능력치와 능력은 모사할 수 있어도 둘의 유대는 모사할 수 없었는지 공방은 계속되었다.
“제길… 계속 재생하잖아!”
루비 거울.
이는 괜히 절기로 꼽히는 게 아니었으며, 강설이 상성 상 엄청 불리하다고 표현한 이유였다.
쌍둥이 기사는 강설이 핀을 쓰러트리기 전까지 계속 자신들의 모사품과 싸워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어진 영혼만 무사했어도….’
또 다른 절기인 꽉 막힌 흐름에 이어진 영혼이 봉쇄당하지만 않았어도 이 승부는 해볼 만했을 것이다. 쌍둥이 기사가 모사품들을 어떻게든 떨쳐내고 핀과의 싸움에 가세했을 테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장 최악으로 일은 치달았다.
파박!
핀의 공격 수단은 꽤 단조로워 진혼곡이 울려 퍼지고 있음에도 박창식과 강설은 무사했다.
‘그게 핀의 스타일이지.’
절대 무리하지 않는.
최후의 최후까지.
아예 상대가 방심하여 목을 자신의 턱밑까지 가져왔을 때, 그때야 비로소 목을 물어뜯기 위해 등껍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게 핀이었다.
스르륵…
진혼곡이 끝이 나고 다음 계절이 왔다.
보물 상자를 든 마수의 눈이 빛났다.
[고행 : 마수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전장 곳곳에 강풍이 몰아칩니다.]
후아아아아앙-
“크으으으으….”
“꽉 잡아!”
마수의 계절은 전장에 찾아온 휴식 시간이었다.
강풍은 땅에 박힌 거검을 전장에서 뽑아 내동댕이치고, 부서진 잔해와 먼지를 날려버리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콰아아아아아!
콰직! 콰지지직!
이 과정에서 재수 없게 뽑힌 검에 부딪히거나 잔해에 부딪혀 중심을 잃는다면 검과 함께 밑으로 추락할 것이다.
후아아아아아앙-!
방어도, 공격도 모두 어려운 상황.
핀의 인형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가 자세를 낮춘 후 바람에 저항했다.
‘일단 한숨은 돌렸고… 얼른 계절이 전부 찾아와야 하는데.’
이제 마지막 남은 수확자의 계절을 지내고 나면, 변덕쟁이의 계절이 온다.
변덕쟁이의 계절엔 다양한 조합의 계절이 오기 때문에 변수 창출에 용이하다.
‘변덕쟁이의 계절까지 버텨야 해!’
그 시점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
강설은 쌍둥이 기사가 봉인 당해 아쉬운 공격력과 최악의 상성을 거기서 뒤집어 볼 생각이었다.
콰아아아아아…
아아아…
바람이 잦아들었다. 다시, 전장의 상황은 아까로 되돌아갔다.
팟-!
강설과 박창식은 쌍둥이 기사를 방해하기 위해 피의 창을 만들어내는 핀을 노렸다.
촤아악-!
파아아아앙!
결국 피의 창은 박창식에게로, 거부는 강설에게로.
“으윽….”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한동안 이와 같은 전세가 계속 유지될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옴과 동시에 전장의 흐름은 바뀌게 되었다.
지이이이이이잉-
낫과 등불을 쥔 사신의 눈이 번뜩였다.
후우우우우웅…
[고행 : 수확자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전장에 영혼 인형들이 생성됩니다.]
[등불의 가장 위에 놓인 영혼들이 전장에 찾아옵니다.]
수확자의 등불에서 영혼으로 보이는 것들이 울컥울컥 빠져나와 전장 위에 내려앉았다.
촤라라라락-!
그들은 곧 핀의 인형과 같은 재질의 인형이 되었다.
모두 4기.
끼기긱…
끼긱…
인형들이 생명을 얻기 시작했다.
‘변덕쟁이의 계절까지 가려면 여기를 무사히 넘겨야 하는데….’
수확자의 관문은 수확된 이들의 영혼 인형이 전장에 합류하는 것.
대부분 정신이 어떻게 된 자들이었기 때문에, 고행자에게만 해가 되는 계절이었다.
강설이 박창식과 눈을 맞추었다.
박창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저 인형들을 도맡아 상대해야 했고, 그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박창식이었다.
강설이 나서면 금방 인형들을 부술 수야 있겠지만, 그 시간 동안 박창식은 핀의 인형에게 반드시 죽을 것이다.
끼기기긱…
인형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형… 왜….】
【너 때문이다… 창식아….】
【네가 모두 우리를 여기 버렸기 때문이야….】
끼긱…
팟!
카아아앙!
인형들은 상당히 매서웠다.
박창식은 이 인형들의 정체를 순식간에 눈치챘다.
“너희들….”
이들은 고행의 미궁을 공략하기 위해 이번에 함께 왔던 동료들이었다.
의심의 문으로 향했던 성재호, 인내의 문으로 향했던 장흥수, 고통의 문으로 향했던 김태규까지.
【형… 나야….】
“거짓말….”
끼기기긱…
【왜, 날 죽였어? 왜!】
콰아아아앙!
혼자서 핀과 악전고투를 펼치고 있는 강설도 위태로웠지만, 지금 가장 위태로운 건 박창식이었다.
[정신 오염 수치가 85에 도달했습니다.]
함께했던 동료들이 그의 죽음을 바란다. 더군다나 이목구비조차 없는 인형이 된 채로.
[정신 오염 수치가 87에 도달했습니다.]
이 지독한 상황이 어떻게 초래된 건지,
박창식은 떨려오는 마음을 다잡고 검을 쥐었다.
그를 괴롭히는 정신적인 고통보다도 당장 직면한 문제에 집중했다.
지금, 그와 실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인형 3개를 동시에 상대해야 했으니까.
“그… 그만해, 여기서 나가게 해줘!”
인형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널? 우리가 왜?】
【너만 여기서 쏙 빠져나갈 생각이야?】
【우리를 이런 곳에 썩게 내버려 둔 채로!】
【데려가겠다고 했잖아… 우리도… 데리고 나가주기로 했으면서….】
박창식은 침을 꿀꺽 삼키고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죽어어!”
두 인형이 먼저 박창식에게 달려들었다.
카아아앙-! 캉!
“큭….”
카앙!
역시나, 정신적인 동요가 실력의 하락 또한 가져왔다.
촤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박창식은 김태규의 인형에게 허벅지를 깊게 베였다.
거동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투를 지속한다면 상처가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 더 괴로워해! 모두 네 잘못이니까!】
“그만해!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야?”
【그럼, 우리를… 구해줄 수 있어?】
“…….”
아니.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곧바로 내뱉지는 못했다.
지금은 칼을 맞댄 사이였지만 적어도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서로를 믿는 동료였으니까.
이 대답은 분명 아플 테니까.
하지만 침묵 또한 대답이 되었다.
성재호의 인형이 중얼거렸다.
【그럴 줄… 알았어.】
분을 참지 못한 장흥식의 인형이 줄곧 뒤에서 지켜보다가 박창식을 찌르기 위해 달려들었다.
【죽어! 너도 죽으라고!】
박창식은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며, 설령 상처를 입더라도 인형 하나를 끝장낼 생각을 했다.
‘여기서 인형의 수를 줄이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
사실, 인형 하나 줄어든다 해서 전투의 향방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래야 강설에게 기회가 생길 테니까.
그런데 그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와직!
돌진해오던 인형이 덜그럭거리며 넘어진 것이다.
“크으윽… 뭐야!”
박창식은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했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던 인형 하나가 장흥수의 다리를 건 것이다.
콰지직!
“…….”
그리고 그 인형은 장흥수의 발을 건 것도 모자라서 넘어진 그의 머리를 밟아 부쉈다.
‘인형끼리… 싸운다고? 그보다… 저 인형은 누구지?’
분명, 함께한 도전자 중 3명이 미궁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지금 나타난 인형은 총 4기.
하나가 남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형, 그도 미궁에 도전했던 자들 중 하나인 것은 분명했지만 적어도 그와는 면식이 없었다.
【넌… 넌… 뭐야!】
후우웅-!
콰직!
정체불명의 인형이 내뻗은 주먹에 성재호가 깃든 인형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 인형은 회전하며 발을 차올렸다. 발차기의 경로에는 김태규의 목소리를 내는 인형의 머리가 있었다.
【왜 우리를 막는….】
콰지지지지직!
그야말로 섬전.
짧게 치는 벼락처럼 잠시 눈앞이 번쩍이더니 인형 3개가 모조리 부서졌다.
인형들을 모두 부순 정체불명의 인형.
홀로 남은 인형은 혼란스러운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강설이 소리쳤다.
“…토키!”
끼기긱…
인형이 강설을 보며 말했다.
“…너?”
“토키… 정말 당신입니까?”
강설에게 토키라 불린 인형이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핀을 향해 돌진했다.
순간, 박창식 때와는 달리 위협을 느낀 핀은 그에게 거부를 사용했다.
파아아아앙-!
“컥….”
토키는 튕겨 나간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땅을 짚고 재주를 넘으며 미끄러졌다.
치이이…
아주 깔끔하게 충격을 해소한 그가 말했다.
“신께서 나를 이곳에 예비하셨나니….”
“토키….”
꼴사나운 성자는 죽어서도 발버둥 치려 한다.
그가 살아온 결대로, 여전히 누군가를 위해.
“…나의 쓰임은 아직 이곳에 있다.”
지이이이이이잉-!
쿠구우우우웅…
[고행 : 변덕쟁이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모든 계절이 뒤죽박죽 섞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