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38
제137화
그림자 소환사의 나무는 보통 새카맣다. 뿌리부터 몸통, 그리고 가지와 열매까지.
이처럼 각 직업의 능력 나무들은 저마다의 고유색이 있었다.
이러한 고유색이 바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시초의 피를 마시는 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 중 하나였다.
붉은색과 검정색이 융화되지 못한 채로 반씩 자리하고 있는 가지.
강설은 현재 자신이 개방할 수 있는 유일한 복합 능력을 확인했다.
[지속 : 끈적한 어둠(복합)]
– 그림자가 점성을 얻습니다. 또한, 이에 기반한 능력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강설이 이런 복합 능력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시초의 피의 주인이었던 핀 모드리아도 사제의 흰색과 시초의 피의 붉은색이 뒤섞인 복합 능력을 개방했으니까.
‘이게 내 뿌리 능력이다.’
뿌리 능력.
나무가 뿌리부터 시작되니 그렇게 불리는 능력.
이런 능력은 그림자 손과 그림자 소환술처럼 직업의 근간이 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시초의 피와 그림자 소환사의 중간 지점.
이제 이곳에서부터 새로운 능력들이 개방될 것이다. 그 시작은 이 끈적한 어둠 능력부터일 것이고.
[지속 : 끈적한 어둠(복합)을 깨우칩니다.]
[능력 점수를 5점 사용합니다.]
[이제 그림자가 점성을 얻습니다.]
[이제 관련된 새로운 능력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추르륵…
강설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의 거대한 능력 나무가 새겨져 있던 벽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음?”
수백여 명이 입을 꾹 다물고 벽면을 보고 있다가 이제는 강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누군가 물었다.
“저, 저거! 왜 한쪽만 색이 다른 거예요?”
“아니지 꼭 곰팡이 핀 것처럼….”
“근데 누구지? 여기서 처음 보는데….”
“고행자! 고행자다! …아닌가?”
“저기….”
갑자기 강설에게로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이곳까지 길 안내를 맡았던 연합원이 당황하여 동료들을 불러왔다.
“잘난 척하지 말고 좀 알려 달라고!”
“못 알려 줄 건 또 뭔데!”
“우리만, 우리만 좀 알게!”
예상 밖의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 연합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강설을 데리고 빠져나갔다.
* * *
(New)[‘김씨뾰루지’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따끈따끈한 정보 들고 옴.]
앗 뜨거 씨발.
넘 뜨거워성 땅에 떨어트렸다.
– 이건 또 신박한 미친놈이네
– 장갑을 끼고 가져와야지 엣큥-☆
– 군고구마냐 ㅋㅋ
– 다시 들고 올게.
(New)[‘김씨뾰루지’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다시 들고 옴.]
후… 후… 뜨거우니까 조심히 받아.
복합 능력이란 게 있대. 방금 전해 들음.
– 헐 미친; 변신은 언제 한 대?
– 합체까진 있는 거지? 응? 제발…
– 상상이지? 그런 게 있다고?
– 방금 고행자가 능력 나무에서 살짝 보여줬대. 본 사람들이 그러는데 능력 나무 일부가 색이 달랐대.
– 헐 어케 얻는대?
– 그거까지 말해줬겠냐 ㅡㅡ
– 말해줬음
– 헐
– 특수한 효과를 발휘하는 아티팩트나 경험을 하면 된대.
– 결국엔 또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는 내용이었군.
– 알려준 게 어디임 ㅋㅋㅋ ㄹㅇ 배때지들이 처불렀네.
– 고행자는 미궁에서 빠져나와도 너희 개돼지들 때문에 고행해야 한다고 ㅠㅠ
– 꿀꿀! 정보 다 내놩! 템도 다 줘!
– 왈왈! 죽고 싶지 않으면 멍! 알고 있는 거 다 불어!
협회 커뮤니티에 복합 능력의 정보가 퍼지고 난 한참 뒤, 강설은 지금 은밀한 장소에 와 있었다.
“교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바로 출발하죠. 슬슬, 시간이 됐습니다.”
이 순간 부로 휴식 기간이 종료되었다.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열아홉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19. 흑기사 추적]
모험 19. ‘흑기사 추적’
대 신성 국가 바라노아의 파견 세력인 검은 순례자들. 네베니아의 검은 순례자들이 당신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현재 판데아에 위협이 되는 흑기사를 은밀히 추적 중이었고 그를 제압하기 위해 여러 인물을 포섭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 당신입니다.
목표 : 흑기사 추적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주의, 거점 ‘일리아’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모험입니다.
주의, 다른 이들이 휘말릴 수 있습니다.
주의, 이 모험은 흑기사의 흔적을 놓칠 경우, 다른 모험으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시간 「없음」
– 주의가 너무 많은데?
– 그러게;; 이런 모험은 또 처음이네
– 필드 모험이라 그른가?
강설과 차멜리, 그리고 검은 순례자 몇이 올라탄 마차가 출발했다.
다른 검은 순례자들은 또 다른 마차에 탄 채로 뒤를 따랐다.
마차가 이틀을 내달릴 동안 강설과 순례자들 사이에는 몇 마디 대화만 오갔을 뿐이었다.
주로 ‘오늘은 이곳에서 숙영지를 치죠’ 같은.
“…추적에는 성과가 있었습니까?”
“추적이요?”
“네, 흑기사 말입니다.”
차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례자들이 이미 먼저 일리아로 가 있어요. 그 근방에서 흑기사의 흔적을 발견했거든요.”
“그렇다면 흑기사가 이미 일리아로 진입한 것 아닙니까?”
“아뇨, 흑기사는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자예요. 그자가 도시에 왔다면 이미 사람들이 죽어 나갔겠죠.”
“영주 휘하의 수비대로는 막을 수 없는 겁니까?”
“영주에게도 훌륭한 기사들이 있겠지만 아마 흑기사의 상대는 되지 못할 거예요.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결국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거군요. 한데, 흔적을 남긴다 한들 추적이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우려하시는 부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추적은 따로 계약한 모험가가 있습니다.”
“전이자인가요?”
“네, 그것도 아주 강한. 그곳의 영주 또한 저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이제, 흑기사만 찾으면 된다는 거죠.”
아주 강한 전이자가 동료로 합류했다는 대목에서 살짝 흥미가 생겼지만, 어차피 일리아에 가면 마주하게 될 것이니 따로 묻지는 않았다.
차멜리가 강설에게 당부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일리아에서 함부로 행동하시면 곤란해질 거예요.”
“곤란해지다니?”
“흑기사는 영악한 자예요.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자가 어째서 아직도 붙잡히지 않았겠어요? 그 무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함정이나 위험이 있는 장소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한마디로 남들 눈에 띄지 말라는 얘기군요.”
“상대는 사회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마수예요. 인간의 언어를 쓰는 괴물이요.”
“…알겠습니다.”
“일리아에 있는 순례자들도 주의하며 행동하고 있으니 그렇게만 하면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 * *
나흘을 더 가서야, 마차가 멈추었다.
일리아는 아우데닌과 크기 면에서는 비슷한 규모였으나, 군소 길드들만 있을 뿐 아우데닌의 길드 연합같이 거대한 공동체는 자리 잡지 못했다.
그만큼 전이자들이 자유롭게, 또는 무질서하게 행동하는 곳이기도 했다.
강설이 이곳에 도착한 지 이틀째, 차멜리가 말하였다.
“오늘, 추적에 도움을 주고 계신 동료 한 분을 소개해드릴게요.”
“그때 그분 말이군요.”
“네, 접선 장소에 와 계신다고 하니 가시죠.”
끼이익…
강설은 일리아에 진입한 후, 철저하게 외출을 삼갔다. 애초에 딱히 외출할 이유도 없긴 했지만.
늘어선 건물들은 이곳이 도시라는 걸 뽐내기라도 하듯 제법 규모가 있었다.
한데, 잠시 거닌 도시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다다다…
급한 일이 있는 건지 사람들이 뛰어다녔다.
‘무슨 일이지?’
강설의 고개가 뛰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차멜리의 시선도 함께.
“무슨 일일까요?”
“근방인 것 같은데….”
차멜리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겠는지 입술을 오물거리다 말하였다.
“접선 장소는 저기, 저 방향으로 가도 나와요.”
“그래서요?”
“…저기를 경유해서 가볼까요?”
뻔한 속셈이 보였지만 강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길은 다 통하는 법이었으니.
그렇게 미미한 웃음을 지으며 거닐던 강설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퍽!
“으윽….”
퍼억!
“…새끼가! 너 뭐 돼?”
“하지 마세요! 제발… 하지 마세요!”
“하… 나… 이 새끼들 좀 보게. 야, 너네 나 몰라?”
“몰랐어요….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비명과 고성, 오열과 광기.
한 남자가 일단의 무리를 겁박하고 있었다. 힘이 실린 발길질과 험악한 인상으로.
차멜리가 경악하며 달려갔다.
“저런… 저런 무도한 자들이!”
“교구장님, 안… 안 됩….”
순례자들이 말릴 틈도 없이 위협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차멜리.
강설은 천천히 뒤따랐다.
“그만두세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얜 또 뭐야? 왜 끼어들어?”
“교구장님!”
차멜리와 대적하는 남자의 옆에 있던 여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검은 순례자 같은데?”
“그 잡것들? 왜 여기서 설치는데? 어이, 너희 나 알아?”
“세현아, 보는 눈이 많은데 그만할까?”
“미쳤냐? 난 가만히 있었는데 얘들이 먼저 건드렸어. 그리고 내가 언제는 눈치 보고 살았어?”
차멜리가 당당히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반항하지 않는 상대에게 폭력을 자행하는 건 옳지 않아요.”
“…너 지금 나 가르치냐?”
언뜻 드러난 남자의 목에는 사회에서 새겼던 것으로 보이는 문신이 보였다.
균형 잡힌 몸에, 상대를 제압하는 위압감.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주변 사람들이 안하무인격인 남자의 태도에도 모른 척하는 모습.
남자에게 발길질 당하던 남자가 말했다.
“…했잖아.”
“뭐?”
“우리가 먼저 예약한 물건… 네가 가로채 간 거 맞잖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사과하라고?”
“…….”
남자는 대답을 못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냉혹한 시선들만이 가득했다.
팔을 대자로 벌린, 누군지도 모르는 이 여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 일이 아닌 양 뒷짐을 지고 이 사태를 관망했다.
저들의 마음이 짐작이 갔다.
저기 얻어맞은 저 남자가 자신이 아니라 다행이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아닐까.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어색한 이 상황이 억울했다. 때문에,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악을 질렀다.
“그래! 사과해! 잘못했으면 우리한테 사과하라고!”
대답을 들은 남자의 눈에 불길이 피어올랐다.
“어떻게, 빌기라도 할까? 네 말이 맞아, 그래. 우리가 가로챘어. 정말 미안, 이건 잘못이니 돌려줄게.”
툭.
어떤 물건을 툭 하고 내던지며 성의 없이 돌려주는 남자. 주머니 안쪽에 들어있던 물건이 와르르 바닥에 엎질러졌다.
매를 맞은 남자는 수치심에 바들바들 떨었다.
“대신, 너도 잘못했으니까 벌을 받아야지.”
“잘못… 이라고?”
“주제도 모르게 개겼으니 네 이 하나만 뽑아 갈게, 됐지? 죽이지는 않을게, 생각날 때마다 이 하나씩 뽑아 갈 수 있게.”
“그, 그만… 그만들….”
“야, 이 새끼들 다 잡아. 방해하게 두면 너희부터 뒤질 줄 알아.”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 누군가 쓰러진 무리의 앞에 섰다.
특이한 점은, 세현이라고 불리는 남자를 바라보지 않고 남자에게 대들던 청년을 바라보고 섰다는 점이다.
“목소리가….”
그 누군가는 차멜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강설이었다.
처음에 나선 이유는 단지 그것뿐. 궁금하지도 않은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사양이었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잠깐 고개 좀 들어보세요.”
“…네? 어?”
남자가 고개를 들자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 드러났다. 눈두덩이는 퉁퉁 부어올라 붕어가 따로 없었고, 입에서는 피와 침이 뒤섞인 액체가 질질 흘러내렸다.
“…….”
강설의 표정이 사라졌다.
문신한 남자가 말하였다.
“왜 이렇게 자꾸 낄 데 못 낄 데 구분 못 하는 새끼들이 나타나는 거지? 요즘 좀 뜸했나? 야, 너도 얘네 아냐? 너희 친구 많다?”
강설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얼굴이 퉁퉁 부은 남자의 옷을 털어주었다.
“경택이 맞지?”
“설이 형? 형…이에요?”
“너 뭐 잘못했어?”
조경택은 강설을 알아보고 울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안 했어요….”
그리고는 강설의 발목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누구 하나 약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오히려 강자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 철저히 외면했다.
그런 구역질 나는 상황에 놓였을 때, 강설이 나타나다니.
조경택은 필사적으로 기어 강설의 발목을 붙잡았다.
“제발, 저 좀… 저 좀 도와주세요…. 저 잘못 없어요….”
강설이 벌떡 일어나 뒤돌았다. 그리고 문신한 남자의 패거리를 향해 말했다.
“그럼 네가 잘못했겠네.”
남자의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왔다.
“하… 이 씨… 뭐, 또. 빌까? 빌면 돼?”
강설이 답했다.
“어.”
“…야.”
“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