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41
제140화
(New)[‘길찾은바이킹’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야, ㅈ댐 진짜로. 니들 소식 들었냐?]
에밀드에서 사람 떼죽음 당했단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 다 죽었는데 시발 거기 장경수 패거리 껴있었대; 존나 소름ㄷㄷ
– 걔들은 부고 소식만… 어? 부고라고?
– 미친ㄷㄷ 뭔데? 보복이냐?
– ㄴㄴ 거기 건물 주인이랑 시민 몇도 휘말려서 같이 죽은 듯. 나머지는 장경수 패거리.
– 이거… 냄새가 난다. 고행자! 네 녀석!
– 고행자 요즘 검은 순례자랑 계속 붙어 다니지 않냐?
– 날조 ㄴㄴ 고행자는 계속 일리아에 있었어;
– 고행자라면 사실 축지법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 고행자님 축지법 쓰신다냐?
(New)[‘프로디파일러’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이건 범죄지. 내가 범인이라고 가정하고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맞혀볼게.]
음… 오늘 점심 머 먹지?
– 잡았다, 요 범인 녀석!
– 너무 완벽한 심리 묘사였어! 본인이 아니고서야 이런 걸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 아 근데 불안하긴 하다. 아우데닌으로 날라야 하나;;
– 확실히 세력이 있으면 이런 걸로 떨지는 않을 텐데… 개미는 오늘도 웁니다 ㅠㅠ
– 전이된 거는 알겠는데 여기서 제일 구린 게 치안이야, 진짜.
– ㅁㅈ ㅋㅋㅋ 밤에 진짜 시비 붙으면 칼 맞을 수도 있겠구나 싶음.
– 영주는 뭐 안 하냐? 이 동네는 뭐가 이렇게 대충대충이야?
– 네베니아 귀족 꼬라지가 다 그짝이지; 언젠가 레볼루숑 일어날 듯.
– 근데 그게 지금은 아닌 듯
(New)[‘프로디파일러’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사람이 죽었다, 거기다 모험 지역도 아니었고.]
거점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새끼들아.
상황이 이해가 안 감?
– 이해는 가지. 근데 거점에서 사람 죽은 게 한두 번이냐? 전이자들끼리 싸움일 수도 있고 보복일 수도 있지.
– 거점에서 죽은 게 한두 번은 아니지, 근데 생각해 볼 거는 이건 무슨 테러 집단도 아니고 건물 하나를 통째로 죽인 건데…
– ㅁㅈ 이게 지금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모르는 애들이 좀 많네;;
– 일단 지켜봐야 할 듯. 영주도 지켜보는데 뭘 어케 함 ㅋㅋ
에밀드에서 장경수 일행이 몰살당한 건, 이미 일리아에 소문이 다 났다.
너무도 성대하게 벌어진 일이라 이 일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도 늘어난 상황.
그런데 사건이 터지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밀드를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끼이익…
마차에서 내린 건, 로브를 입고 등에 거대한 궁을 매단 여인이었다.
어딜 가든 시선을 끌 만한 차림새.
특이한 차림새인 것은 그녀 주위에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순례자들이 그녀를 엄중히 호위했다. 흑기사를 추적 중인 필리아 일행이었다.
‘여긴가.’
아직 사건 당시 모습을 간직한 술집 건물. 사람들이 오고 가며 현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통행은 차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필리아와 검은 순례자들은 에밀드의 지배자와 협의를 마친 상황.
이곳의 지배자는 오히려 빨리 범인을 찾아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눈치였다.
필리아가 코를 움찔거렸다.
킁킁…
[개코를 사용합니다.]
[평상시보다 후각이 발달합니다.]
‘술 냄새와 나무 냄새, 그리고 그걸 뒤덮는 피비린내….’
필리아의 뇌리에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서서히 그려졌다.
그녀는 쪼개진 나무 벽에 다가갔다.
무고한 피가 튀어 있는 곳.
할짝.
그녀는 검지에 살짝 침을 묻혀 핏자국을 찍었다.
[혈흔 추적을 사용합니다.]
[대상이 죽었습니다.]
[대상의 흔적을 더는 추적할 수 없습니다.]
[대상이 마지막으로 느꼈던 감정이 전해집니다.]
스으으으으…
붉은 기운이 눈을 감은 필리아의 몸을 감쌌다.
‘당혹감, 그리고 두려움. 대체 뭘 본 거니?’
그녀는 혼자서 현장을 누볐다.
핏자국과 파편들이 뻗어 나간 자리, 그리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흔적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괜히 허공이 술자리인 것처럼 착석하는 흉내도 내보고, 미리 확인하고 왔던 시신들의 상태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깔끔한 솜씨, 도망치는 피해자들은 본인이 베였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어. 그리고 시신이 흩어진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이러면….’
수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일을 벌였든가 그게 아니면….
‘절대적인 강자.’
만일 후자라면 흉수는 흑기사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 속단하긴 이르니 그녀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다른 흔적을 찾으려 했다.
“흣….”
그녀가 부서진 나무판자 하나를 들어 올렸다.
“…어?”
입구에 있던 카펫이 참격의 충격파로 여기까지 날아온 모양이었다.
‘이 발자국….’
카펫에 찍힌 발자국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발자국이었다.
그녀는 품을 뒤적여 수많은 종이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중, 가장 최근에 봉인된 두루마리, 그 두루마리를 펼쳐보는 필리아.
‘…똑같아.’
부우욱…
필리아가 두루마리를 찢었다.
[필리아가 끈질긴 추적을 사용합니다.]
[동일한 대상의 발자국입니다.]
[끊어졌던 추격이 이어집니다.]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스스스스…
필리아만 볼 수 있는 발자국들이 도시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자매님, 뭔가 성과가 있으신가요? 슬슬 저녁이….”
검은 순례자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그리고 필리아가 답했다.
“찾았어요.”
“…네?”
“놈이에요, 놈이….”
발자국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재앙은 실시간으로 벌어질 것이다.
막아야 했다.
“이곳에 왔었어.”
* * *
브리스핀 백작.
대리 시장을 내세우긴 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일리아의 실질적인 통치자였다.
지금, 그의 집무실에는 강설과 차멜리가 와 있었다.
“불가하오.”
백작의 입에서 무거운 말이 쏟아졌다.
“백작님…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잠시 일리아에서 자리를 비우게 됐어요. 일이 잘 풀린다면 좋겠지만, 만일 일이 잘못된다면 당장 위험해지는 건 일리아예요.”
차멜리가 브리스핀을 설득하려 애썼다.
“도시를 봉쇄하고 당분간 아무도 들이지 말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지만 혹시라도 일리아가 흑기사의 침입을 허용하게 된다면….”
“흑기사가 침입하지 않는다면?”
“최악을 대비하는 게….”
차멜리는 끙끙대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상이 실리를 이기긴 어려운 법이었다.
“최악을 대비하는 건 미련한 통치자요. 통치자는 언제나 아슬아슬 줄을 타야 하지. 나는 이곳 사람들의 삶과 미래를 지탱하고 있소. 시민의 생명? 당연히 중요하겠지.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시오. 도시 봉쇄를 함부로 입에 담았다간 모두 나를 지탄할 것이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강설에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브리스핀 백작이 도시 봉쇄를 거부합니다. 어떻게 대답할까요?]
1. 고작 지탄이 두려워 이러시는 겁니까?
2. 지금도 딱히 현명한 통치자처럼 보이지는 않는군요.
3. 다른 무엇보다 생명을 지키는 게 우선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4.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강설은 가만히 선택지를 살펴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끼어들 만한 문제는 아니니.’
판데아의 주민이 아닌 전이자가 하는 얘기를 백작이 들어 줄 리 만무했다. 그리고, 지금은 차멜리를 보위하기 위해 와 있는 상황. 주제넘게 나서 일을 그르칠 생각은 없었다.
차멜리가 항변했다.
“‘함부로’가 아니에요.”
“이 도시는 살아있소. 당신네들 생각대로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오. 심장이 멈춘 채로 시간이 오래 흐르면… 죽게 될 거요. 당연히 시민들의 생활도 붕괴하겠지.”
“시민들의 생명이 달린 일이에요.”
“나는 이 도시의 시민들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지 않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소. 흑기사의 꼬리라도 잡았으면 모를까, 아니 잡아도 문제란 말이지. 놈을 단시간 내에 제압할 수 있소?”
“그건….”
흑기사의 진짜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기에, 차멜리도 이 문제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었다.
만일 그가 예상보다 강력하다면 제압도 지지부진해져 도시의 봉쇄가 예정보다 길어질 수도 있었다.
– 나는 백작 말이 맞는 듯.
– ㄹㅇ 도시 봉쇄가 쉬운 수단은 아니지, 최후의 최후에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라…
– 흑기사 추적 성공했다며? 뭔 걱정이야?
– 걍 이거저거 상황을 대비하는 듯.
‘실패했군.’
강설은 애초부터 백작이 도시 봉쇄 안건에 호의적일 리 없다고 예상했다. 그의 예측대로 상황은 흘러갔고 성과는 없었다.
그의 눈앞에 대화에 대한 선택지가 계속해서 떠올랐지만, 강설은 대화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여파를 감당하는 건 시민들일 것이고 그다음은 나요. 인간의 손가락이 왜 있는 줄 아시오? 항상 누군가를 지탄하기 위해서지. 봉쇄 조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모든 손가락이 날 가리킬 거요.”
“…희생자가 나올 거예요.”
“진실을 하나 말해주자면, 시민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 둔감하다는 거요. 다들 그 희생자가 자신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면서도 자신이 돈이 없어 한 끼라도 굶게 되면 눈을 뒤집는 게 시민들이요. 통치자는 모두의 이기심을 저울질해가면서 최선의 수를 둬야 하오. 도시 봉쇄는 무리요.”
“…알겠어요.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찾아오면 다시 한번 제 얘기를 떠올려 주세요.”
“나는 모든 얘기를 귀담아듣는 편이지, 잘 가시오.”
강설과 차멜리가 마지막 설득을 끝으로 접객실을 벗어났다.
끼이익…
조용해진 접객실.
브리스핀이 조용히 읊조렸다.
“도시 봉쇄라… 허허….”
* * *
쏴아아아…
인적 드문 마을의 초입에서, 검은 순례자들과 필리아가 비를 쫄딱 맞은 채로 떨고 있었다.
“끊겼어….”
“놓친 겁니까?”
“아뇨, 중간에 알아챈 건지 흔적을 지웠어요. 그래도 최대한 짜내서 꽤 오래 따라붙긴 했는데… 이 마을에서 흔적이 끊겼어요.”
“그렇다는 얘기는… 놈이 이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서… 들어가 보고 싶네요. 차멜리 님과 다른 분들은 어디까지 오셨죠?”
“곧 합류한다고 연락이 왔으니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위치만 알면 서로 보일 정도가 아닐까 싶군요.”
“음… 어쩌지.”
“들어가고 싶은 모양이시군요.”
“혹시 흑기사가 이미 떠난 뒤라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흔적을 놓치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까 봐요.”
“그렇다면 들어가시죠. 연락은 계속 남기고 있으니 마을로 진입하겠다고 하면 따라붙어 줄 겁니다.”
끄덕.
필리아가 비를 그대로 맞으며 마을을 누볐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
잠시 흩어졌던 순례자들이 말했다.
“문제없습니다. 이곳에 온 게 아닌 모양이군요.”
“으윽….”
놈이 이곳에 없다. 추격을 눈치채고 곧장 방향을 튼 것이리라.
그건 곧 추격이 실패했다는 말이었다.
순례자들은 비에 젖어 한탄하는 필리아를 보며 동정했다.
“비가 오고 있어 추격이 어렵습니다. 조금 쉬었다가 교구장님과 합류한 후에 결정하지요.”
“…면목이 없네요. 이번엔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쏴아아아…
비가 오고 있으니, 흔적이 다 씻겨 내려갈 것이다. 흑기사에게 배인 비릿한 피 냄새마저도.
그렇게, 허망해진 필리아가 비 오는 마을을 둘러볼 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악!”
여인의 비명.
우드득…
필리아는 재빨리 강궁을 꺼내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조준했다.
마을 여인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비명을 지른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
순례자 한 명이 소리쳤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이, 이쪽에 뭔가 시커먼 게… 서 있었는데….”
“안 돼!”
서걱-!
여인 쪽으로 달려가던 순례자의 머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졸지에 머리를 잃게 된 몸이 휘청이며 앞으로 쓰러졌다.
[필리아가 거기냐!를 사용합니다.]
[적대적 대상이 움직일 시 포착할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팟-!
“커….”
시커먼 무언가가 빗속에서 꿈틀거렸다. 이번엔 방금까지 얘기를 나누던 순례자의 목이 날아갔다.
흉수는 이제 필리아를 노리고 쇄도했다.
[필리아가 영거리 사격을 사용합니다.]
[짧은 범위 안에서 사격의 관통력이 80% 증가합니다.]
투웅-!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화살. 절대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빠가가가가각!
검은 소용돌이가 회전하며 화살을 쳐냈다. 기겁한 필리아가 재빨리 다음 화살을 메기려 했다.
“말도….”
하지만, 흉수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검을 쥐지 않은 손을 뻗어왔다. 노리는 것은 필리아의 목, 필리아는 직감했다.
‘죽었….’
주마등이라기엔 너무도 찰나라, 조금 억울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콰가가가가가각!
또 다른 시커먼 무언가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흑기사와 시커먼 존재는 충돌한 그 상태로 바닥을 긁으며 정지했다.
“저게 뭐… 야?”
그녀는 이제야 주마등이 짧았던 이유를 알았다. 오늘 이곳에서, 죽을 운명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방금 그녀를 구한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쏴아아아…
폭우가 쏟아지는 산골 마을 한복판에서, 흑기사와 거무튀튀한 존재가 손을 교차한 채로 마주했다.
흑기사의 손목을 쥔 존재는, 밤까마귀가 된 강설이었다.
“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