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44
제143화
– 흑기사 : 킹! 너네 나 못 이겨!
– 떡 먹은 용만이 찾기네
– 그래서 누가 카루나인 거야?
– 손님, 손님께서 가지고 오신 카루나는 가품입니다.
– 안 돼에에에에! 선물 받은 건데!
강설은 초조하게 대장간 구석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기도라도 하는 거냐?”
“기도? 아니, 그냥 손이 뻐근해서.”
“하긴, 네가 진심으로 믿는 신이 있을 리가 없지.”
강설이 경험했던 천상의 일을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쟈마드도 알고 있었다.
쟈마드는 생체 금속이 탐닉하고 있는 산의 주먹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쉬워하지 않아도 돼, 신물의 효력을 떨어트리거나 그 신성함에 흠집을 내는 물건은 아니니까.”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지.”
“…시간이 흘렀다고?”
“탄크리드의 비늘은 우리 부족에게 그 자체로 신성시되었다. 뾰족 바위를 비추는 빛이자 일족이 나아갈 희망이었지.”
“…….”
쟈마드의 목소리가 조금 침울해졌다.
“하나, 이제 그런 과거가 무엇이 중요할까? 나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길이 필요한 법이지.”
“모든 건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런 성질의 금속이 존재한다고 듣긴 했다만… 몇 번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
“굉장히 희귀한 소재일 거야. 갑옷 쥐의 생체 금속은 숙주를 죽이지 않고 가공해. 그걸 순식간에 처리하면 생체 금속은 주괴가 되어서도 자신이 아직 안전하게 숙주에 붙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주괴를 녹여 상온에 노출하면 그제야 생체 금속은 자신이 지금 죽을 위기라는 걸 직감하게 되고 본능적으로 또 다른 숙주를 찾아. 지금의 경우에는 그 숙주가 산의 주먹이 되겠지.”
쟈마드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신물에 악영향을 주는 건….”
“생체 금속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이들에게는 오직 자신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만 필요할 뿐이야. 거기에 이놈들은 자기 집을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는 성질이 있으니, 그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극히 낮지.”
“이런 효능을 가진 소재는 이것뿐이냐?”
“아니, 판데아에 기이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금속인 것도 있고 금속이 아닌 것들도 있고. 물론, 다들 생체 금속만큼 희소한 것들이긴 해.”
“판데아의 원주민인 나조차도 모르는 것들을 대체….”
– 저희도 지금 그게 의문입니다.
– 네이티브 급 실력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건가요?
– 이건 네이티브보다 윗급이라잖아ㅋㅋ
그들의 작업대 위에는 산의 주먹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산의 주먹은 평소보다 거대해 보였다.
드드드…
쩌적-!
산의 주먹에 갑자기 금이 갔다.
“…안 돼!”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생체 금속이 ‘산의 주먹’과 부조화를 이룹니다.]
[생체 금속이 적응하지 못합니다.]
[생체 금속이 파괴됩니다.]
파지지직…
푸스스…
기껏 힘들게 조각한 석고상이 산산이 부서진 걸 본 조각가의 얼굴처럼 강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아이 씻팔! 금속이 꼴 받게 하네!
– 하문! 하문 어딨냐고!
– 쟈넷! 환불해줘! 이거 상했어!
– ㅋㅋㅋㅋㅋㅋ 악영향이고 나발이고 영향을 못 줄 것 같은데요?
“…혹시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나?”
“……어. 생체 금속이 새로운 숙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좀 많아.”
“어느 정도로?”
“대략… 반의 반 정도?”
“그 정도면….”
“…의 경우로 성공해.”
“빌어먹을. 주괴가 얼마나 있지?”
“남은 건 4개야.”
“시간도 촉박한데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군.”
통계를 정확히 내보진 않았지만, 생체 금속 주괴는 실패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그리고 그 실패 확률은 물품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더더욱 심각해졌다.
생체 금속 주괴를 가장 쉬운 설명으로 표현하자면 하급 강화석이었다.
장비의 강화는 보통 마법을 부여한다거나 혹은 대장장이가 숫돌로 날을 가는 임시방편 외에는 모두 이 강화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생체 금속 주괴는 그 강화석 중 하급에 속했다.
이는 생체 금속 주괴가 하품이라는 얘기는 아니었고 그저 1단계 강화와 2단계 강화에만 사용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불렀을 뿐이다.
더 높은 등급의 물건에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강화 소재가 필요했다.
이 강화라는 것은 상당히 오묘해서, 불세출에는 적용이 안 되지만 그 밑의 단계인 보물 등급을 포함하여 각기 특별한 성능을 발휘하는 성물, 흉물, 신물 등에는 사용할 수 있었다.
불세출은 다시 녹여 새로운 장비로 만들지 않는 이상 무기의 강화가 어려웠기에, 오히려 보물 등급의 물건에 강화석을 있는 대로 때려 박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물론, 두 방법 모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불세출을 녹여 만든 장비가 또다시 불세출 등급일 거라는 보장도 없었고 강화석도 엄청나게 희소한 자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계속할 거냐? 차라리….”
“단시간 내에 희망의 포식자를 뚫어낼 공격력을 갖추는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어. 비탄이야 어떻게든 해결한다고 해도, 희망의 포식자는 말 그대로 거대한 성문이거든.”
그리고 잠시 후, 금속을 녹인 액체가 산의 주먹 위로 쏟아졌다.
주르륵…
[생체 금속이 ‘산의 주먹’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생체 금속이 ‘산의 주먹’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성문을 부수는 건 커다란 충차고.”
뚝… 뚝…
꽤 오랜 시간 이어지던 비가 그쳐갔다.
“스노우맨 님?”
쿵 쿵 쿵!
“여기 계신다고 들었는데….”
끼이익…
문이 스르륵 열렸다.
차멜리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내부를 살폈다.
스으으으…
“…어?”
건물 내부에서 강설이 기이한 빛이 새어 나오는 투갑을 쥐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설의 동공에 비친 산의 주먹은 불그스름한 기운을 발산했다.
[신물 : 산의 주먹]
등급 : 신물 (변혁-격변)
적정 레벨 : 없음
공격력 : 43(레벨 당 +4)(현재 추가 공격력 +76)
내구력 : 50/50
무게 : 5.0kg x 2
탄크리드가 하사한 바위 어금니의 신물. 뼈대가 단단하기에 지속적인 개화가 가능하다. 이즈모칸의 축복이 깃들었다.
기본 능력 : 모든 능력치 +3, 핵심 능력치 +5
특수 능력 : 초당 MP 회복량 +5, 주술 범위와 파괴력 50% 상승. 속성 개화(2단계 : 화산), 타격 시 추가 빛 피해 20%, 강화 능력을 사용할 때 시전자 외에 다른 아군 1명에게도 적용. 파손된 부위 자동 수복(생체 금속)
‘…성공했다.’
5개의 생체 금속을 전부 쏟아 넣은 끝에 완성한 결과물.
이로써, 산의 약점이었던 낮은 공격력이 훌륭하게 보충되었다.
강설은 쟈마드의 손에 산의 주먹을 씌웠다.
쟈마드가 붉은 기운이 퍼지는 투갑을 끼고 손을 몇 번 움찔거렸다.
– 나랑 결혼해줄래?
– 프러포즈 아니야, 이상한 자막 깔지 마 ㅋㅋㅋ
– 난 좋아.
– ???
“좋군, 용솟음치는 힘이 느껴진다. 이거라면….”
“그래, 다시 붙으면 해볼 만할 거야. …음?”
일을 마치고 나서야 차멜리를 돌아본 강설. 차멜리가 강설을 보고 말했다.
“먼저 떠난 필리아 자매님께서 소식을 보내왔어요.”
“좋은 소식입니까?”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어요.”
“말씀하시죠.”
“흑기사가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고 하네요. 저희가 지금 출발해도 속도를 높이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좋은 소식부터 말씀하시면 뒤에 따라오는 말이 불안한데….”
그녀는 침중한 얼굴로 답했다.
“흑기사가 움직이는 방향이… 일리아 쪽이라고 하네요.”
“…빌어먹을.”
“아직… 아직 늦지 않았어요. 흑기사가 천천히 이동하는 중이라고 하니까 지금부터 서두르면 충분히 일리아로 진입하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어요!”
“…일리아의 브리스핀 백작에게는 전했습니까?”
“필리아 자매님과 함께 간 순례자 몇이 먼저 일리아로 향했어요. 아마 소식은 전해졌을 거예요. 다만….”
“백작이 경고를 무시할 확률이 높다는 거겠군요.”
“네.”
휘리릭-!
강설이 쟈마드를 그림자로 돌려보내며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차멜리를 돌아보았다.
“이 말들은….”
“인근에 방목장을 크게 하는 마상이 있었어요. 폭우를 뚫고 순례자들이 그에게서 웃돈을 주고 말을 사 왔죠. 아, 말은 탈 줄 아시….”
휘이익-!
강설이 말 위에 사뿐히 올라서 능숙하게 고삐를 잡아챘다.
“네요….”
“이만한 말들을 전부 사들이다니… 교구의 힘이 느껴지네요.”
“그래도… 흑기사를 제압하지 못했는걸요.”
강설이 산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엔 다를 겁니다.”
* * *
여유라는 것.
그런 게 존재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던 세월.
흑기사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으니까.
그저 묵묵히 파편들을 부숴나가며 흡수했다.
자신보다 강한 파편과 부딪히게 됐을 때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어코 상대를 쓰러트렸다.
비탄과 희망의 포식자 또한 그렇게 얻게 된 무구들.
【죽이자! 더 많은 생명! 원한다! 더 많은 피! 있어! 가까이에 있어!】
“그만… 제발 그만해.”
【약속했잖아! 배고파!】
흑기사는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비탄에 시달려 왔다. 비탄은 그의 정신을 파괴했다.
아니, 비탄뿐만이 아니었다.
기나긴 싸움에 이미 그의 정신은 비탄을 만나기 전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이제야 돌이켜 보았다.
그가 지나온 길을.
복수심과 증오에 사로잡힌, 피로 물든 악귀의 길.
– 넌… 내가 아는 카루나가 아니야. 카루나는 상냥하고 푸근해. 넌… 넌 괴물이야.
지금, 비탄의 음흉한 속삭임보다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은 절대로 살아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카렌의 한마디였다.
그 말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에 박혔다.
그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 이유는 이제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후회.
이미 여러 물감을 쏟아버린 흰 종이처럼, 얼룩져서 아무것도 그릴 수 없는 상황.
온갖 것이 뒤섞여 새카매진 종이.
그것이 흑기사였다.
“지금껏 무엇을 위해… 나는… 난, 가짜가 아니야….”
【너는 가짜야! 가짜! 우하하하하!】
“닥쳐!”
【너는 잘못됐어! 피를 줘! 피를! 히히히.】
이따위, 정신 나간 검이 마음의 위로가 될 순 없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검의 주둥이를 닥치게라도 해야 했다.
스윽…
밤의 이불을 뒤집어쓴 일리아의 웅장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곳에서 피를 거둘 생각이었다.
평소라면 이렇게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곧, 배가 터질 만큼 피를 먹여주마. 그러니까….”
피유우우웅-!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파공음.
스르릉-!
비탄이 스스로 뽑혀 나와 뒤에서 날아온 화살을 쳐냈다.
부르르…
검이 떨리는 것이 평범한 화살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막았어! 내가 막았다고!】
밤의 장막 너머로 누군가 걸어왔다.
“또… 또 너구나.”
달에 비친 존재는 강설이었다.
“어디 급하게 가야 하나 봐?”
“멀리 갈 것 없겠지, 널 죽이고 카렌을 되찾겠다.”
“그리고?”
“…….”
“네 끝을 모르는 싸움에 집어넣게?”
“…그 입 닥치게 해주마.”
“이번엔 힘들걸?”
후우웅…
[검은 기사가 월광충천(月光衝天) 1단계, 현월(弦月)에 돌입합니다.]
피유우우웃-!
[검은 기사의 비탄이 유성촉(流星鏃)을 사용합니다.]
[검은 기사의 비탄이 일정 경로를 꿰뚫고 지나갑니다.]
[비탄이 경로에 있는 모든 적에게 무기 공격력의 170%의 피해를 입힙니다.]
[비탄에 적중당한 적은 부정한 상처 효과를 받습니다.]
【죽일게! 내가 죽일게!】
비탄이 날아오는 걸 정면으로 응시하던 강설.
후웅…
그리고 그가 허리를 틀어 아래에서 위로 쳐낸 주먹.
따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탄이 엄청난 비명을 내지르며 튕겨 나갔다.
그 틈을 타 강설이 순식간에 흑기사의 정면까지 치달았다.
휙-! 휙-!
비록, 비탄을 쥐지 않은 흑기사일지라도 그가 가진 힘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빠아아악-!
강설의 얼굴을 정확하게 후려치는 흑기사.
강설은 고개가 돌아가는 와중에도 반대편 주먹을 크게 내질렀다. 목표는 흑기사의 복부.
“소용….”
콰아아아아앙-!
“우욱….”
흑기사의 신형이 강설의 주먹을 얻어맞고 살짝 떠올랐다.
[간파가 발동합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집어삼킵니다.]
[희망 포식자가 배가 살짝 차오른 상태입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일부 소화합니다.]
“말도….”
– 근성론은 실존했다!
– 아니다! 결국 자본이 승리한 거다!
– 모르겠다! 일단 쎄졌다!
– 강화 받으니까 갑자기 불씨급 딜을 뽑네 ㅋㅋㅋ
– 쟈넷! 눈사람의 어깨에 기대도 좋네! 쟈넷! 눈사람의 어깨에 기대도 좋네!
– 이것이 자본주의의 맛이다!
공격을 교환한 강설이 한차례 나가떨어진 후, 다시 일어났다.
휘리릭-!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쌍둥이 기사를 소환했다. 두 기사는 진중한 표정으로 흑기사에게 검을 겨누었다.
철그럭.
전과 달리 어마어마한 투지가 느껴지는 쌍둥이 기사.
강설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번엔 힘들 거라고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