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46
제145화
“저, 저게 뭐야?”
“문 열어! 문 열라고!”
한층 흉측해진 흑기사의 모습.
불길함을 느낀 전이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최대한 흑기사에게서 멀어졌다.
【공포는 즐거워! 괴로움도 기쁨이야! 모두 다 먹어 치워줄게!】
“…….”
【아직도 날 막을 셈이냐? 인간?】
팟-!
강설이 토키에게 배운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현재의 위험한 공기를 밀어냈다.
“말이 많아, 흉물 주제에.”
【정했다. 네놈의 피부터 짜내주지!】
후우우웅-!
검을 사용하던 아까와 달리, 강설처럼 몸을 이용한 공격을 해오는 흑기사.
타악-!
강설이 양손을 그러모아 흑기사의 주먹을 막아냈지만, 뒤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으하하하! 소용없어!】
으지지지직!
으지지지지지직!
건물 하나를 통째로 밀고 들어가는 박력!
비탄의 공격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끌어낼 정도로 무자비했다.
“크으윽…!”
강설은 등판이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반격을 준비했다.
공중에 몸을 띄운 후 흑기사의 머리를 발로 차는 강설.
카아아앙-!
괴이하게 돌아가는 싸움 상황에 전이자들이 벌벌 떨었다.
“도,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미쳤어? 목숨 2개야? 저걸 어떻게 도와줘?”
“그래도….”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앙-!
지켜보던 이들 중 누군가가 시전한 불의 구체가 흑기사에게 날아가 폭발했다.
“마, 맞혔어….”
“피해에에에!”
흑기사가 기분이 나빠졌는지 커다란 건물 잔해를 마법이 날아온 방향으로 집어 던졌다.
“꺄아아악!”
우직!
후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앙!
흑기사가 씩씩거리며 마법사를 찾아내려 했다.
【어떤….】
휘릭-!
그의 목에 감겨 오는 강설의 신체.
황소의 숨통을 문어가 조여 오는 것처럼 보였다.
【같잖은!】
흑기사는 그것을 붙잡아 패대기쳤다.
콰직!
“쿨럭….”
【죽어!】
흑기사가 팔을 뒤로 젖혀 잔해 위로 쓰러진 강설을 으깨려고 했다.
하지만.
스릉-!
“이야아아아!”
“하아아압!”
카렌 그리고 카루나가 검을 동시에 횡으로 휘둘러 흑기사의 팔을 쳐냈다.
이제 이 둘은 작심한 듯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흑기사의 공격에 대응해왔다. 그들 개개인의 공격이 흑기사에게 먹히지 않기에 바꾼 전략 같았다.
【빌어먹을! 아프잖아!】
그 틈을 타 살짝 물러나는 강설.
타격을 받긴 했지만, 그를 아예 부숴버리지 못하는 타격은 시초의 피를 이용해 회복이 가능했다.
“하아… 하아….”
【…너.】
강설 일행은 비탄이 흑기사의 몸을 차지한 상태에서도 훌륭하게 상대해내고 있었다.
“이거… 고행자 쪽도 해볼 만한 거 아니야?”
“그, 그러게….”
흐읍… 흐으읍
콰아앙!
【이런 제기라아아알! 다 죽여주지… 이 도시에 있는 놈들도 다 죽여줄게! 막아볼 테면 막아봐라.】
흑기사의 눈알이 강설을 찾았다.
강설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우웅-!
흑기사가 오른팔을 급하게 뻗어 강설을 밀어붙였다.
강설은 공격을 최대한 봉쇄하며 흑기사의 빈틈을 노렸다. 그 과정에서 건물들이 짓뭉개졌다.
드드드드드드…
【이이이이이!】
흑기사가 괴성을 지르며 다른 쪽 팔을 당겨왔다.
두 팔로 힘껏 강설을 짓뭉개기 위해.
그런데, 당겨오려던 왼팔에 문제가 생겼다.
푸화아아아아아악-!
【…어?】
왼팔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흑기사는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 뭐야아?】
[필리아가 절기 : 청천벽력을 사용합니다.]
[기력을 소모하여 다음 공격의 사정거리를 200%만큼, 화살의 파괴력을 400%만큼 증가시킵니다.]
“드디어 왔군.”
“빗나갔어! 미안해요!”
들려온 건 필리아의 목소리.
강설이 웃으며 흑기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끄아아아아아아아!】
그제야 비명을 지르는 흑기사.
강설이 오른팔을 최대한 당긴 후에 아래에서부터 위로 흑기사의 가슴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부우웁….】
그 거대한 덩치가 공중에 살짝 떠올랐다. 지켜보는 이들이 그 광경을 보고 전율했다.
“맙소사….”
“떠, 떴어….”
강설이 서문에서 등장한 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차멜리!”
그 외침을 들은 차멜리는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흑기사의 모습이 너무도 기괴했기 때문.
“이, 이게 무슨… 흑기사가….”
“지금입니다!”
“지…금?”
차멜리는 순간, 멍해졌다가 강설의 말을 나름대로 해석하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악마가 본색을 드러냈구나!”
그것은 죄악의 종결.
바라노아의 성물이었다.
“형제자매들이여! 저 악마에게 우리의 가르침을!”
“예!”
“예!”
“하나 된 울림으로!”
[차멜리가 죄악의 종결을 사용합니다.]
[죄악의 종결의 대상에게 빛의 기둥이 내리쬡니다.]
[신성력이 집중됩니다.]
[빛의 기둥은 일정량의 피해를 주며 대상이 악에 물든 존재일 경우 추가 피해를 줍니다.]
후우우우우웅…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자, 흑기사가 소리쳤다.
【소용없는 짓을!】
뿌드득!
강설이 그 틈을 타 흑기사의 몸을 박차며 빠져나왔다.
【크으으윽….】
“이번엔 다를걸?”
씨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빛기둥이 흑기사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치이이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네가 숨긴 그 친구면 몰라도, 넌 아니지.”
【뜨거워어어어어! 뜨겁다고!】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비탄이라는 검에 깃들어 있는 저 영혼이 악이 아니라면, 세상에 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비탄이 흑기사의 몸을 차지했을 때, 강설이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제 발로 무덤으로 걸어 들어올 줄이야.’
죄악의 종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모양.
그도 아니라면 이미 한 번 경험한 성물의 힘을 우습게 여겼던지.
“끄아아아아아악!”
[간파가 발동합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집어삼킵니다.]
[희망 포식자가 배가 살짝 차오른 상태입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일부 소화합니다.]
치이이이이이…
[간파가 발동합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집어삼킵니다.]
[희망 포식자가 배가 부른 상태입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일부 소화합니다.]
【그만! 그마아아안!】
[간파가 발동합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집어삼킵니다.]
[희망 포식자가 만복 상태입니다.]
[희망 포식자가 충격을 소화하지 못합니다.]
터어어어엉-!
흑기사가 무릎을 꿇고 빛에 짓눌렸다.
푸스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빛줄기도 사그라들었다.
“허억… 허어억….”
“교구장님!”
“난 괜찮으니… 어서… 어서 저 괴물을 제압….”
툭…
차멜리가 실신하고, 그녀를 호위하는 몇 명만 남겨둔 채로 순례자들이 흑기사를 향해 돌진해왔다.
“와아아아아아!”
빛에 휩싸인 그들이 도시 내부로 짓쳐들어올 때는 정말 신의 군대가 악을 벌하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것 같았다.
[검은 기사가 상태 이상 : 일사병에 노출됩니다.]
[검은 기사가 상태 이상 : 빈혈에 노출됩니다.]
[검은 기사가 상태 이상 : 죄책감에 노출됩니다.]
흑기사의 희끄무레한 시야로 카렌과 카루나가 동시에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촤아아아악-!
붉고 푸른 참격이 그의 가슴팍에 X자 형태의 흔적을 남겼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의 일격.
하지만.
후우우우우웅-!
쾅-!
“크으으윽!”
“아아악!”
하나 남은 팔로 카렌과 카루나에게 반격을 가한 흑기사가 일어섰다.
마치 너덜너덜한 거적이 일어서는 것처럼 보였다.
흑기사, 아니 비탄은 웃었다.
【흐… 흐흐흐…. 아쉽게 됐어.】
“…뭐?”
흑기사의 몸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 *
밉다.
어린아이의 감정처럼 순수한 증오.
밉다, 그들의 색이.
타오르듯 붉고, 시리듯이 새파랗다.
온전하지 않은 정신은 드문드문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건….’
추악하다.
더러운 오물이 엉겨 붙은 것처럼, 검은색 일체의 덩어리.
비탄이라는 괴물에게 휘둘리며 사선을 넘나들었던 자신. 처절하고 필사적이었던 나날들.
그리고 그것을 되돌아봤을 때 남아있는 건, 고작해야 이런 흉물 덩어리였다.
‘아니다! 난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어!’
순수한 증오.
카렌을 잃은 데에 대한 증오.
몬트라를 빼앗긴 데에 대한 증오.
그리고 자신마저 부서진 데에 대한 증오.
그 모든 것들을 무기로 삼아 싸워왔다.
카렌을 되찾고, 몬트라 몰락의 진실과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그러나, 수단과 목적은 어느새 뒤죽박죽 섞이게 되었다.
무엇을 위해 싸우고, 무엇으로 싸우는가.
‘난… 왜 싸우는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한때, 그토록 다시 만나길 원했던 영혼의 반쪽 카렌.
그리고 분명 자신의 자리였어야 하는 곳에 서 있는 또 다른 카루나.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 따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절망했고, 이내 단념했다.
‘끝이다. 놓아주자.’
그리하여, 이 끝없는 고통에서 벗어나자. 그런데 그때, 비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놈! 네 것이다!】
“…뭐?”
【네 것이라고! 먹어 치우기만 하면 그뿐이야!】
“내… 것?”
【그래! 자! 먹어 치워라! 저 자식을 먹어 치우고 넌 더욱 강해지는 거야!】
“그거면… 된 거야?”
【그래, 넌 내 말만 들으면 돼. 늘 그렇듯이… 네 소중한 누이를 찾을 방법은 그것뿐이야.】
“…….”
그래, 그거면 됐어.
* * *
[검은 기사가 수확을 사용합니다.]
[파편을 빨아들입니다.]
콰아아아앙!
“무슨….”
휘오오오오오오오!
흑기사가 커다란 석탄이 된 것처럼 굳었고 그 주변으로 엄청난 바람이 몰아쳤다.
“어, 어어? 잡아!”
“다들 꽉 잡아!”
전이자들과 순례자들, 그리고 강설 일행까지. 엄청난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드드드드드…
우지지직…
건물의 벽면이 통째로 뜯겨나갈 정도의 힘. 그리고, 그것의 진정한 힘이 드러났을 때 모두 기함했다.
피이이잉-!
“안 돼! 카루나!”
카루나가 뭔가 이상했다.
흑기사가 수확을 시작하자, 끈 떨어진 인형처럼 정신을 잃었다.
팍-!
강설이 그 손을 잡고 버텼다.
“크으으으으윽….”
우직… 우지지직…
스륵!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카루나의 손.
“안 돼!”
강설이 반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것을 놓고 카루나에게 손을 뻗었다.
“주인!”
카렌은 그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손을 늘어트려 강설의 반대편 손을 잡았다.
팍-!
팟…
“제길!”
카렌은 강설의 손을 잡는 데 성공했으나, 강설은 카루나를 붙잡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뭔가가 덜컥하는 느낌과 함께 더는 카루나가 흑기사에게 더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붉은 줄.
붉은 줄이 강설로부터 뻗어 나와 카루나에게로 이어져 있었다.
‘혈통 덕분인가….’
시초의 피로 형성된 이 붉은 줄 덕분에 한시름 놓았지만, 상황은 더더욱 안 좋아졌다.
뚜둑… 뚜우우욱…
“끊….”
툭!
[카루나의 혈통이 끊어졌습니다.]
붉은 줄이 끊어졌다.
속절없이 카루나가 흑기사에게 빨려 들어가려는 찰나.
강설이 내민 팔에서 쟈마드의 상체와 그의 우람한 손이 쭈욱 뻗어 나왔다.
그리고 끊어진 카루나의 붉은 줄을 낚아챘다.
“내가 잡았다!”
“쟈마드!”
“당겨!”
“으으으아아아아아아!”
쟈마드의 손과 손이 맞닿았다.
[카루나와의 혈통을 형성합니다.]
번쩍-!
그제야 카루나의 정신이 되돌아왔다.
그는 깨어나자마자, 검을 뽑아 크게 휘둘렀다.
후아아아아앙-!
[카루나가 월광참(月光斬)을 사용합니다.]
푸르스름한 서광이 흑기사에게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푸스스스스…
그 충격으로 인해 흑기사의 발악은 끝이 났다. 더는 빨아들이는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흑기사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