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52
제151화
– 불사는 진짜 편하게 사냥하네. 나도 피조물로 자동 사냥하고 싶다!
– 누가 들으면 불사한테 능력이 피조물 창조만 있는 줄 알겠어요?
– 이거 살점 골렘 어떻게 만든 거야? 조합법 혹시 있나? 나 이번에 거점 그 근처인데… 바쁘지 않으면… 아, 바쁘다고?
신들에게도 인정받았던 창조 분야의 전문가.
역사에 길이 남을 끔찍한 창조물들을 남겼던 불사의 기억이 강설에게 있었다.
그런데.
뿌직…
“아니….”
어렵다.
뿌직…
“이게….”
이거 완전 어렵다.
만드는 족족 터져나가는 검은 피조물들.
질척질척한 그림자는 손에서 흘러넘치건만, 그것으로 뭔가를 창조하는 것은 번번이 실패했다.
정말이지 난이도가 너무 어려웠다.
‘…한 번에 될 줄 알았는데.’
– 설마 한 번에 성공할 줄 안 거는 아니겠지?ㅋㅋㅋ
– 자기 천재인 줄 알고 착각한 거 아님?
– 어이, 스노우맨. 잊었나? 너는 ‘사스케’가 아니야, ‘록리’다.
– 너는 노력파야! 정체성을 찾아!
그래도 시청자들의 말대로 끈기 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는 않는 게 강설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뭔가를 주물럭거렸다.
뿌직… 뿌직…
“…이거 못 할 짓이네.”
창조 쪽 권능이라는 말만 듣고 자신만만하게 프래넌의 도움을 거절한 건 실수였다.
– 공작 시간에 졸았나 ㅋㅋㅋ
– 숙제 안 해봤어?
– 스읍…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그는 불사의 기억을 가졌을 뿐, 불사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불사의 재능을 갖추지 못했다.
뿌직…
“아… 또….”
– 실례합니다. 아까부터 선생님 주변에서 똥 싸는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 장이 건강하신 것 같은데요?
– 어떻게 보면 항문에서 안 나왔다 뿐이지 똥 비슷한 걸 창조했다는 결과는 일치합니다.
– 그럼 똥을 싼 게 맞는 거군요?
– 상상력과 손재주로 똥을 쌌다고 볼 수 있죠.
강설을 향한 시청자들의 비아냥과 조롱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의 품속에서 뭔가가 울렸다.
【으아악! 못 봐주겠어!】
“…넌 뭐냐?”
【답답하다, 답답해!】
“……닥치고 보기나 해.”
뿌직…
– 에드워드… 오빠…
– 일어서라, 암흑과 혼돈의 어쩌구 저쩌구 우주 쓰레기!
– 말이 심하네…
– 응, 저걸 보고 말해.
– 저게 심했네…
– 으엑 시발 저게 뭐야?
– 혹시 염라께서 실시간으로 지옥을 리모델링 중이신 건가요?
– 조금 시끄러웠나요? 죄송해요 ㅎㅎ
강설의 헛발질이 계속되자, 비탄이 못 봐주겠는지 한마디 했다.
【으아악! 또야! 무능을 또 목격했어!】
“너 혹시 밟으면 터지기도 하고 그러냐?”
【…….】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네.”
【…구체적이야.】
“뭐?”
비탄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구체적인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고! 단순하고 명쾌해야지!】
“…….”
강설의 표정이 굳자, 비탄도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움츠러들었다.
【조용히 할게! 이제부터 조용히 한다! 나 이제 조용해요!】
강설이 가만히 비탄의 말을 떠올렸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그 순간, 오래된 구절 하나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 창조물은 정성! 실용적으로! 단순하게!
‘…그래, 너무 어렵게 생각했어. 일단, 필요한 것만 넣자.’
실용적이고, 단순하게.
잠시 그것들을 잊고 있었다.
꾸드드득…
무엇이 필요한가.
‘일단, 작아야 해.’
작음.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해.’
날개.
‘눈도… 달려 있으면 좋고.’
다른 것들은?
‘없어도 돼. 그것만 있으면 돼.’
끈적한 그림자가 엉겨 붙기 시작했다.
– 착석하세요 ㅋㅋ 곧 뿌직입니다.
– 저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이 너무 기대되네요!
– 뿌직! 뿌직! 뿌직!
–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죠?
– …그러게?
강설의 얼굴엔 진지함이 묻어나왔고, 그의 얼굴과 창조물을 번갈아 관찰하던 비탄은 눈을 흘깃거리다가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뿌…직!
– 우하하하하하하하!
– 뿌직이래요! 또 뿌직이래!!!
– 뿌직 소리 웃음벨이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박장대소할 때 강설과 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뭉개진 그림자 속에, 뭔가가 남아있었다.
작디작은 새였다.
[깨달음!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피조물 창조를 깨우칩니다.]
[새로운 피조물의 속성이 끈적한 어둠으로 정해집니다.]
[새로운 피조물의 유형이 소형 비행체로 정해집니다.]
[이제 관련된 새로운 능력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 ……
– 사스케 쿤?
– 이게 된다고?
작은 새는 비칠비칠 몸을 움직이다가 미약한 울음을 토해냈다.
까아악…
* * *
프래넌은 조디악, 아니 당대의 마법사들 전체에서도 꽤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물론, 그는 성격이 괴팍하고 늘 술을 달고 살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그저 심술궂은 노인네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그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 봤을 때 그의 비범함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가난한 농노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출가하여 유랑 용병대에 잡부로 숙식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용병대의 마법사들을 꼬드겨 마법을 수학했다.
그는 걸출한 천재였다.
마력의 흐름을 통제하는 능력과 번뜩이는 지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용병대가 위험한 임무로 인해 사실상 해체 지경까지 가지 않았다면 그는 용병 마법사가 됐을 것이다. 어쨌든, 혼자가 된 그는 마탑의 문을 두드렸다.
어려서부터 마법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었기에 마탑은 그를 거부했다. 마탑은 어리고 재능 넘치는 이들이 가득한 곳. 그가 있을 곳은 없어 보였다.
– 너무 늦었어.
– 마법사가 되기에는 좀….
– 너만 한 재능은 어디에나 있단다.
그는 냉혹한 자들에 의해 고기와 노예가 그 품질을 평가받는 것처럼 평가받았다. 그게 귀족들에게 부려졌던 과거보다 더욱 그의 마음을 병들게 했다.
왜냐하면, 농노의 삶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지만 마법은 그가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직접 선택하고 노력한 무언가가 송두리째 부정당했을 때 인간은 보통 절망에 빠지곤 한다. 그것이 영영,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운이 좋았다.
– 흠, 쓸 만하겠는데.
나중에 알게 됐지만, 베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칭자리의 외곬 고위 마법사였다. 매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 베일 님, 이 아이는 나이가 너무…
– 나이? 얘야, 이름이 프래넌이라고?
프래넌은 그때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 세상을 호령하는 대마법사가 되려 하느냐?
– 아, 아니요…
– 그럼 상관없다. 적당히 쓸 만한 마법사라면 지금부터 노력해도 충분하다.
– …네, 네?
– 내가 이곳에 처음 오게 됐을 때 특이한 화초를 하나 들고 왔는데, 그게 내가 이 나이 먹도록 꽃을 피우지 못했다. 정말 독종이지.
– …….
– 그러니까 이 노인네가 무슨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는가 하면….
베일이라는 노인은 프래넌의 눈과 시선을 맞추고는 빙긋 웃었다.
– 내가 죽으면, 그 화초를 돌봐줄 사람이 마침 필요했다. 그게 너란다.
고작해야, 화초를 돌볼 제자라니.
프래넌은 실망했다. 베일은 그런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 겸사겸사, 네가 꽃피는 모습도 보고 싶구나. 이건… 내가 죽기 전에는 볼 수 있겠지?
– …예! 꼭, 그럴게요!
시간이 흘러, 베일은 죽었다.
그리고 프래넌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 프래넌? 프래넌? 답하라.
– …예?
프래넌은 지금, 많은 천칭의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 염병, 태생부터 글러 먹은 화초인데 무슨 개화를 기다린다고…
– 프래넌?
– 뭐… 일단 화초보다는 빨리 피우긴 했수다. 내 꽃은…
– 프래넌! 답하라, 각오가 되었는가!
프래넌의 얼굴이 짜부라지며 중얼거렸다.
– 조금 늦었습니다, 노인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
– 이봐, 프래넌!
– 됐습니다.
– 맹세하라!
프래넌의 입에서 약속된 말들이 흘러나왔다.
– 지식은 칼날, 지혜는 손잡이. 나는 전능하며 무능한 자. 진리를 따르되 모순된 생각을 가진다.
– …….
– 나는, 마법사다.
– 그대에게 천칭자리 마탑의 성위의 마법사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수여한다. 책임과, 기대를 짊어져라.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프래넌! 프래넌!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으을!
“으아아아아! 빌어먹을!”
“무, 무슨 일이십니까?”
“프래넌 님?”
프래넌은 괴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아, 꿈인가. 아침부터 재수도 없군.’
너무 늦은 꽃피움에 미안해서인지, 프래넌은 자주 스승의 꿈을 꾸곤 했다.
그는 지금 순례자, 그리고 이상한 전이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그놈은?”
“아, 스노우맨 님이라면 저쪽에….”
프래넌은 밤사이, 잠에 취해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랐다.
‘반성은 좀 했으려나?’
비전투 분야를 우습게 여기는 건 프래넌, 그에게도 엄청난 모욕이었다.
창조의 권능은 정확한 이론과 숙련자의 교육 없이는 재능이 있더라도 밤낮으로 매달려 봐야 성취를 거두기가 어려웠다.
‘단시간에 너무 강력한 물건들과 힘을 가졌기 때문인가. 아무튼 전이자들이란… 천천히 어른이 된 것과 자고 일어나니 어른이 된 건 다를 테니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정진하면 성과를 보겠지.’
그리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상념을 이어나갔다.
‘같은… 부랑배도 할 수 있는 조언을 듣고 싶지는 않을 테니 편법을 좀 알려줘야겠군. 그런데….’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아무래도 전이자가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식사를 차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눈치는 있군. 성실하기만 하면 될 텐데.’
프래넌은 내심 흡족해하며 강설에게 다가갔다.
“아침을 차리는 건가?”
“예, 조금만 기다리시면 준비됩니다.”
“어흠흠… 어떻게 그건 좀 성과가 있나?”
“네? 그거라니요?”
“그거 있잖나, 그거… 음?”
그런데, 그의 눈에 조금 거슬리는 게 있었다.
“뭔 놈의 까마귀가 이렇게… 어어! 저놈들이 재료를 집어먹잖아! 뭐 하고 있나!”
프래넌이 강설에게 호통을 쳤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까마귀….”
까마귀는 눈은 적갈색이었다.
뿌직…
강설이 까마귀였던 그림자가 뭉개져서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아쉬워했다.
“아… 그리 오래는 못 가네.”
“…….”
“무슨 일이십니까?”
프래넌은 마탑에서도 늘 천재들과 싸워왔다.
연구든, 노력이든, 삶이든. 그 자신도 천재였으니 이러한 투쟁은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한데 이놈은… 설마 그 밤사이에?’
강설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강설의 대답에 프래넌은 잠시 멍해졌다.
가끔, 이른 나이에 꽃망울이 맺힌 천재들을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이미 꽃이 피었다.
“너… 너….”
* * *
“도착했습니다.”
일행의 마차가 팀브리안에 도착했다.
“근데… 별장에는 안 들리십니까?”
“잘 있을 텐데 뭣 하러, 이참에 바라노아의 지부나 구경한 후에 들러도 늦지 않아.”
“소녀가 안내할게요, 프래넌 님.”
“하하… 것 봐라.”
강설은 프래넌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 저러지?’
프래넌은 오는 내내 아무런 말도 없이 강설을 힐긋거리기만 할 뿐, 전처럼 말수가 많지 않았다.
‘기분이 오락가락하나 보지.’
일행은 그렇게 팀브리안의 바라노아 지부에 들렀다.
“교구장님! 제가 마중을 나갔어야 하는데….”
돋보기를 쓴 뚱뚱한 중년이 호들갑을 떨며 차멜리의 앞까지 뒤뚱뒤뚱 뛰어왔다.
“마르콘 형제님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보다, 제가 보낸 소식은 받으셨나요?”
“아… 그, 그… 마령을 다루려는 미친놈이랑 같이 이곳으로 오고 계신단 소식은….”
“제,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요!”
“마령을 다루겠다는 것부터 제정신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가만히 지켜보던 프래넌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랑 마음이 꼭 맞는 친구가 여깄었군. 출신이 어딘가?”
“누구십니까? …아! 그 성위를 지내셨다는 마법사님?”
“그래, 맞네.”
“마침 잘 됐군요. 한번 정통한 마법사님을 찾아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음? 뭐든 말하게. 지금은 상당히 여유로운 상태니까.”
차멜리가 마르콘에게 말했다.
“스노우맨 님에게 드리기로 한 그 성물 말이군요?”
“네, 영 성과가 없군요. 뜯어 볼 수도 없고… 아마 성위쯤이나 지내셨던 분이시면 뭔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에요. 다들 들어가시죠.”
강설 일행은 차멜리와 마르콘의 안내를 받았다.
대리석이 깔린 으리으리한 신전, 미사를 드리는 수행자들과 신전을 관리하는 잡부들까지.
바라노아의 일개 지부치고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규모가 엄청나군요.”
“팀브리안 지부는 교구의 중심이나 마찬가지라… 부끄럽네요. 자, 이쪽으로.”
성유물 보관실.
몇 번의 경계병과 몇 번의 잠금장치, 그리고 결계를 지나쳐 드디어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이이잉-
그들만 알아볼 수 있는 기이한 숫자가 적힌 보관고에서 무언가를 꺼내 다가오는 마르콘.
“이것입니다.”
“음… 모르겠는데?”
“보자마자? 제대로 보신 건 맞습니까?”
“성물이 별건가? 보자마자 모르면 거의 태반은 끝까지 모르지. 자세하게 살펴보겠네.”
그리고 1분여가 흐른 후.
“모르겠는데?”
“제대로 살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니, 정말로. 생소한 기운이 잠들어있기도 하고 일반적인 성물이랑은 다른 종류인 것 같은데?”
“으음… 성위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라면… 도통 알 수가 없네요.”
강설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한 번 살펴보죠.”
“…형제님께서?”
– 하… 이거 내가 나서야 하나?
– 야레야레… 쇼가나이나~
강설은 그를 못 미더워하는 마르콘에게 둥근 구체를 넘겨받았다.
흰색 구체. 그리고 아기 돼지만 한 크기.
그가 가진 지식이라면, 이 성물 정도는 충분히….
“음… 모르겠네요.”
– 이봐, 록리!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 자꾸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런데.
지이잉…
휘리릭-!
갑자기 카루나와 카렌이 동시에 소환되었다.
강설이 의도한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저… 저… 무슨….”
“스노우맨 님?”
강설이 손을 들어 안전하다는 것을 밝힌 후, 자신의 소환수들을 살폈다.
카렌이 천천히 동그란 구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주인, 이거… 뭔지 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