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66
제165화
프래넌이 도맡은 수색조 행렬이 알카트론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서로 길게 늘어선 계단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조심히 하여 내려왔다.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스물두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22. 알카트론]
모험 22. ‘알카트론’
당신이 물안개 구릉지에서 활약한 덕에 원정대가 순탄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원정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천칭 보르누일’을 수색하기 위한 원정대 중 그 절반이 하루 먼저 알카트론에 들어갔고 당신의 일행은 그 뒤를 쫓았습니다.
이곳은 무언가 불길합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신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천칭을 찾는 것 말입니다.
목표 : 천칭의 신변 확인.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대장정이 예상됩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남은 시간이… 알 수 없음이라고?’
제한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기는 있다는 건데 알 수 없다니.
강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쿠우우우웅!
“꺄아아아….”
텁-!
마엘이 차멜리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니 함부로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차멜리가 비탄에게 따졌다.
“방금, 네가 낸 소리지?”
【…….】
비탄은 대답이 없었다.
“빠, 빨리 그렇다고 해.”
강설이 뒤를 돌아보고 답했다.
“비탄은 아닙니다. 문이 닫혔군요. 아니,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 들어맞겠습니다.”
“입구가… 사라졌다고요? 그럼 우리 여기 갇힌 거예요?”
“모르죠, 밤마다 알카트론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으니 다시 밤이 되어야만 문이 열릴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나가려면 적어도 하루가 필요하단 거네요….”
강설이 마엘에게 물었다.
“마엘, 발굴 당시 이곳의 크기는 어느 정도로 예상했습니까?”
“초거대 유적이란 것만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는 유물회도 아니었으니, 자료로만 접했었는데 발굴 면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일부만 발굴했는데도 그 규모가 짐작이 안 된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상하군요.”
“무엇이?”
마엘이 고개를 까딱하며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자 차멜리가 그에게 달라붙었다.
“자, 장난하지 마요. 뭐가 이상하다는 거예요?”
“…….”
“끝입니다! 계단을 다 내려왔어요.”
“목소리 낮추게. 마물이라도 부를 셈인가?”
마엘은 계속해서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
강설이 그에게 물었다.
“마엘, 이곳에서 마물이 출몰한 적 있습니까?”
“오래된 시체는 발견된 적 있지만, 마물은 본 적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아닙니다, 아직 확실치가 않아서. 좀 더 가보죠.”
저벅… 저벅…
강설은 자신의 걷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꼭 아무도 없는 강당에서 혼자 소리를 내는 기분이군.’
그 말인즉슨, 이 알카트론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의미.
프래넌이 말했다.
“아직 단 한 명의 다른 인원도 보지 못했네. 발굴 지점까지는 거리가 먼가?”
“…….”
“이봐, 마엘?”
“지나쳤습니다.”
“…뭐?”
마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미… 발굴 중단 지점은 한참 전에 지나쳤습니다.”
“…장난하는 건가?”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공간은 원래 암석과 잔해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한데…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군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꼭, 손님이 올 줄 알고 누가 청소라도 해둔 듯이….”
쿠웅.
갑자기 느껴진 지진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방금 나만 느낀 거 아니죠?”
“뭔가 흔들렸는데?”
프래넌이 손을 치켜올린 후 말했다.
“이보게들, 준비해.”
“예?”
“뭔가… 온다.”
쿠구궁-!
[공간 변형이 일어납니다.]
[당신의 몸이 자유를 빼앗깁니다.]
[당신은 외톨이가 됩니다.]
[숨겨진 모험 ‘외톨이는 죽는다’가 발동합니다.]
‘빌어먹을! 대체 뭐야!’
지이이이잉-
강설은 전이를 거부하려 발버둥 쳤지만, 오히려 더욱 빠르게 그의 몸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 * *
뚝…
뚝…
이마로 천정에 고인 습기가 떨어져 내렸다.
비록 한 방울이었지만 천정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꽤 따끔했고 온도는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끄으윽….”
【어이! 늘어져 자지 말고 빨리 일어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강설은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모험 22-1. ‘외톨이는 죽는다’
당신은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일단 다른 사람들을 만난 이후에 정해도 될 것입니다.
현재까진,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목표 : 다른 수색조 찾기.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대장정이 예상됩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시간 「23 : 15」
“…외톨이는 죽는다?”
강설은 불길한 편지를 확인한 사람처럼 미간을 찌푸린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어째서 공간 자체에 불빛이 안 들어오는 거지?’
이상한 일이었다.
아니, 가장 이상한 일은 수색조가 정체불명의 힘에 휘말려 따로 떨어진 것이겠지만 지금 그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기엔 역량이 모자랐으니 급한 것부터 해결해야 했다.
탁-!
화르륵…
강설이 소지품에서 횃불을 꺼내 불을 붙였다.
‘다들 비상용 횃불 정도는 가지고 있을 텐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지금 이곳은 불빛으로 일렁거려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모종의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
“일정 거리 이상부터는 불빛이 퍼져나가지 않는 건가?”
[외톨이는 죽는다의 새로운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다른 이의 불빛은 먼 거리에서 확인이 불가능한 것 같다.]
‘…뭐야 이게?’
마치 방 탈출 게임을 연상시키는 느낌의 문구. 강설은 기가 막힌 상황에 볼을 긁으며 생각을 이어나가려 했다.
“왁-!”
“…….”
“역시… 반응이 없네.”
누군가 갑자기 강설의 옆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그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 위해 한 행동인 것 같았다.
강설은 그의 행동보다 더 놀란 부분이 있었다.
“…누구?”
– 저, 실례지만 누구신지?
– 죄, 죄송합니다. 사람을 착각해서 ㅎㅎ…
– ㅋㅋㅋ 뻘쭘… 누구지?
아주 완벽하다고 할 정도의 미남.
빛나는 외모를 가진 남자가 후줄근한 로브를 뒤집어쓴 채 강설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보여?”
“안 보일 수도 있습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난 유령인데.”
“…네?”
“너희, 알카트론에 이제 막 도착한 거지?”
– ㅋㅋㅋ 유령이랜다.(혼절)
– 억ㅋㅋ 아직도 저런 장난을 치는 잼민이가 있네(숨을 못 쉬는 중)
– 아! 놀랐어! 그래, 놀랐다고 치자 ㅋㅋㅋ(오늘 엄마랑 같이 잘 예정)
강설은 이 남자의 정체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이 남자가 알고 있는 이곳의 비밀이 더 궁금했다.
그래도 일단은, 상대가 누군지는 알아야 하니 전자를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존댓말은… 편하게 대해도 돼! 우리 친구지?”
“…대답 여하에 따라 다르겠죠.”
“빡빡하긴… 고지식하다는 소리 자주 듣지? 난 유령이라니까? 봐, 유령!”
남자가 강설의 몸에 손을 슥 가져다 댔지만, 손은 강설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지나갔다.
“…정말이군요.”
“맞지? 이제 내 말 믿어주는 거지?”
“이름이 뭡니까?”
“이름? 없어. 널 만나기 전까진 여기 있는 놈들이 아무도 날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름이 뭐 하러 필요하겠어?”
“하긴….”
“대신, 네가 하나 지어줄래?”
“제가… 이름을?”
“응! 어차피 불러주는 건 너밖에 없으니까!”
“편하게 토리로 하는 거 어떻습니까?”
“토리?”
“외톨이 할 때 토리.”
– 절망적이야! 스노우맨 네이밍 센스, 절망적이야!
– 자넨 자식 낳으면 꼭 철학원에서 이름 지어!
– 토리가 왜? 쿡… 쿡… 난 좋은데…
– 혹시 선생님 존함이 미역국이십니까?
토리는 방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뜻도 좋고! 난 이제부터 토리야. 그럼, 친구! 뭘 도와줄까?”
“토리, 어쩌다 유령이 된 겁니까?”
“어쩌다가? 아니 아무것도 안 했어. 난 눈을 뜨니까 그냥 유령이었어.”
“흐음… 생전의 기억은 없는 거고요?”
“전혀! 아마 난 돌연변이 아닐까? 그냥 유령인 거지!”
강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토리와의 대화를 곱씹고 있었다.
“…….”
“왜 그래?”
“아까… 여기 있는 놈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응! 여기 있는 놈들! 그게 왜?”
“여기… 우리 말고 누군가 있었습니까?”
“그야, 당연한걸?”
토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여기는 감옥이니까, 당연히 죄수들이 있지!”
“…마엘의 추론이 맞았군.”
강설은 오히려 유적의 용도를 확신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감옥이라면, 안에 있는 죄수들은 모두 죽었겠지. 이렇게 오래된 유적이니까.’
“안에 있는 죄수들은? 모두 죽었겠죠?”
“아니. 죽긴 왜 죽어?”
“…….”
“얼마 전까진 갇혀있다가 우르릉 쾅쾅 흔들린 이후로는 모두 각자의 방에서 빠져나왔어.”
“제길… 그러면….”
토리가 손가락으로 정면의 어둠을 가리켰다.
“저어기, 네 친구 한 명 쫓기고 있네.”
“네?”
“빨리 안 구하면 죽을 것 같아.”
팟-!
강설은 정면을 향해 재빨리 뛰었다.
끽… 끼끽!
우끼끽!
‘원숭이 소리?’
한가롭게 원숭이 흉내를 낼 인원은 없을 테니 이 울음의 주인은 정말 원숭이일 것이다.
일행 중, 원숭이는 단 한 마리뿐.
‘탐닉자!’
우끼이이익!
원숭이가 강설을 알아보고 커다란 종이를 든 채로 강설에게 뛰어와 안겼다.
[당신은 이제 외톨이가 아닙니다.]
우끼이익!
우끽!
탐닉자가 연신 뒤로 손을 뻗으며 뭔가를 알렸다.
‘뭔가… 있군.’
스으윽…
사람 2, 3배는 될 법한 크기의 곤충이 나타났다.
“사마귀?”
토리가 옆에 다가와 말했다.
“아, 저 친구였네.”
“알고 있습니까?”
“1층 죄수였어. 성격이 좀 나쁠 거야.”
“…1층? 유적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까?”
강설의 통찰안이 발동했다.
키시이이이잇!
[알 수 없음]
등급 : 희귀
추정 레벨 : 28~34
알 수 없음
기본 능력 : [알 수 없음 2], [알 수 없음 2], [알 수 없음 2], [알 수 없음 1], [알 수 없음 5], [알 수 없음 2],
특수 능력 : [알 수 없음 2]
“…농담이지?”
“뭐가?”
고작해야 수감된 죄수 중 하나일 뿐인 마물의 정보를 어째서 통찰안이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며 어째서 그 마물의 등급이 보스 몬스터와 필적하는 희귀 등급일까.
키샤아앗!
거대 사마귀가 앞발을 휘두르며 강설에게 돌진해왔다.
휘리릭-!
[주술사 ‘불벼락의 쟈마드’와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불벼락의 쟈마드’의 능력치를 흡수합니다.]
[직업 : 격투가 상태입니다.]
하나, 아무리 희귀 등급에 레벨이 높다 한들, 밤까마귀가 된 강설의 상대는 아니었다.
카아아앙!
내리꽂히는 일격을 손쉽게 피해낸 강설이 오른팔을 사마귀의 가슴에 때려 박았다.
으지직!
꽤 단단한 강도를 보이는 껍질이었지만, 조금 힘주어 누르자 순두부가 으깨지는 것처럼 주먹이 깊이 파고들었다.
파지지지지직!
전격이 사마귀의 몸 전체에 퍼져나갔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
퍼어엉!
사마귀의 눈알이 충격으로 터져나갔고.
풀썩.
그대로 강설 앞에 고이 쓰러졌다.
[1층 : 말쿠리움을 쓰러트렸습니다.]
유령 토리가 감탄하며 사마귀의 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쿠리움이 사마귀의 이름인가 본데, 방금 1층이라는 말은 뭡니까?”
“히야아아… 너 강하구나? 말쿠리움이 한 방에 파지직! 하고 터져버렸어.”
“대답해주세요, 1층이라니, 층이 더 있습니까?”
“몰랐어? 알카트론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너희는 고작해야 이제 1층에 도착한 것뿐이야.”
“무슨….”
“그보다, 지금 네 눈 말인데….”
“눈? 제 눈 말입니까?”
“응, 신기하게 변하고 있는걸? 막 새빨개졌어.”
“…설마. 여기서?”
욱씬….
강설은 눈알이 빠질 듯한 통증이 시작되자 눈을 질끈 감았다.
개안은 이미 고행의 미궁에서부터 조짐을 보였었다.
통찰안은 그간 강력한 적들의 정보를 읽어 들이며 숙련도를 쌓아왔다.
그리고 방금, 이 말쿠리움의 정보를 읽으며 그 숙련도의 끝에 도달한 것 같았다.
“비명 지르고 싶으면, 질러도 돼. 근처엔 아무도 없으니까.”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이윽고, 강설에게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다.
[통찰안(洞察眼)이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변화 과정에 시초의 피가 개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