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67
제166화
우드드득…
강설의 눈 근처 핏줄이 우락부락 돋아났다. 새빨간 피가 흐르는 게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으윽… 끄으으아아… 아파아….”
“그렇게 아파? 울어도 돼. 모른 척해줄게.”
“으아아아!”
우지지직!
뚝.
강설의 움직임이 멈췄다.
“…….”
“벌써 끝난 거야? 잘 참네.”
“하아아… 하아아….”
강설이 고통에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시초의 피의 영향으로 통찰안(洞察眼)이 선지안(先知眼)으로 변화합니다.]
[지속 : 선지(先知)를 깨우칩니다.]
[지속 : 우수한 혈통이 작용합니다.]
[혈통을 이어받은 대상이 선지안(先知眼)을 가집니다.]
[창조한 피조물이 일시적으로 선지안(先知眼)을 사용하게 할 수 있습니다.]
[비가시성 물질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힘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시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정예 몬스터의 상태를 전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단련할수록 더 많은 상태, 더 강한 상대의 상태가 표시됩니다.]
[높은 확률로 중요 오브젝트의 설명이 표시됩니다.]
[단련할수록 확률이 증가하며 더 귀한 오브젝트의 상태가 표시됩니다.]
[간파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간파가 최대 숙련도에 도달했습니다.]
[재능 ‘간파’가 중급 간파로 승급합니다.]
[간파가 더 자주 발동합니다.]
[간파가 발동하는 영역이 더욱 넓어집니다.]
“으으윽….”
“히야… 눈동자가 멋있어졌는데?”
강설의 동공은 황금색과 진홍색이 뒤섞여 황홀한 빛을 뿜어냈다.
다만, 아직 그의 눈가에 맺힌 피눈물 때문에 괴기스러워 보이기는 했다.
‘…시초의 피가 작용한 건가?’
시초의 피는 강설의 몸에 끊임없는 변화를 촉구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변화라 할지라도 시초의 피가 개입하면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으로 바뀐다.
신체 강화에는 이만한 보물이 또 없었다.
‘그런데… 통찰안이 강화된 게 아니라 선지안으로 변화됐다고?’
강설이 알고 있는 한, 한번 동력이 있는 눈을 얻게 되면 새로운 눈으로 대체하지 않는 이상 계속 그 눈과 함께 가야 했다.
통찰안이 강화되어도 통찰안이 되는 게 정상이란 말이었다.
그런 점까지 고려하여 강설은 통찰안이 괜찮은 눈이라 판단했던 거고.
‘선지라니… 대체 무슨 효과지?’
[지속 : 선지(先知)]
– 가까운 미래에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할 수 있다.
‘내용만 놓고 보면 완전… 예지나 다름없는데… 대체 뭐지?’
– 효과가 너무 많아요!
– 또 너냐, 시초의 피!
– 효과 진짜 괴랄하네;; ㅋㅋ
– 와… 그래도 답답했는데 이거 얻었으니까 당분간은 괜찮겠지?
– 근데 효과 대부분 뭔 효과인지 잘 모르겠음;;
– 숙련도 채웠다고 눈이 번쩍-!
– 이럴 거면 심청이는 왜 빠졌을까요?
‘혈통에게 적용된다는 건… 소환수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소리겠지?’
선지가 어떤 효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전투에 나서는 강설의 소환수들에게까지 적용된다는데 해가 될 리는 만무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피조물에게도 적용된다는 건 의외네?’
강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토리가 말했다.
“혼자서만 생각하지 말고 나도 좀 끼워줄래?”
“아, 미안합니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네 원숭이가 아까부터 좀 이상해.”
“…키키 말입니까?”
“응, 저길 좀 봐.”
우끼… 키이이…
탐닉자 키키는 이곳에 올 때부터 들고 있던 누군가의 발굴 일지를 연신 쳐다보고 있었다.
강설이 키키에게 다가갔다.
“키키, 마엘은 곧 찾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가 키키를 들어 올리기도 전, 키키가 말했다.
〔발굴은 초입부터 난항을 겪었다. 여태까지 죽은, 원인 모를 죽임을 당한 자만 스무 명.〕
“…키키?”
〔정신병을 호소하는 자들도 늘어만 갔다. 자꾸만,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저 문을 열 수 없었다.〕
“…….”
키키는 서둘러 페이지를 넘겼다.
〔내가 꿈을 꾸는 걸까?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발굴이 진척되어 파헤쳐진 공간이 오늘 다시 보니 돌과 암석들로 빽빽해져 있다.〕
강설은 키키가 읽은 부분에서 무언가 기시감을 느꼈다.
–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공간은 원래 암석과 잔해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한데…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군요.
‘마엘이 했던 말!’
발굴이 진행되지도 않았던 위치까지 알카트론이 말끔히 청소되어 있다는 말.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키키가 읽고 있는 이 발굴 기록문에서 언급된 일도 가능할 것이다.
키키가 말했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 키키야, 시발 그만 읽어! 오줌이 안 멈춰!
– 대체 왜… 그걸 왜 읽는 거야! 키키! 와이키키!
– …제법인데?
– (코쓱)괜찮았어?
– 와, 근데 개무섭다;;
우끽…
끼끼끽…
키키는 글을 읽다 말고 강설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우끼익! 우끽!
“그 원숭이가 무서워하는 모양인데?”
“…그런 것 같군요. 토리, 이곳에서 지낸 지 오래됐습니까?”
“글쎄? 지낸 지 오래됐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깨어난 건 최근이야.”
“이곳에 죄수들이 모두 살아있는 겁니까?”
“그건 아닐걸. 많은 존재가 감방 안에서 썩어 문드러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 확인했거든.”
“그럼, 알카트론을 돌아다니는 죄수가 그리 많지는 않겠군요?”
“그건 네 희망 사항! 알카트론은 방대해! 일부가 죽었다고 한들 다른 일부만 해도 네 일행보다는 훨씬 많을 거야. 이런 곳을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
강설이 턱에 손을 올리고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 생각을 해보지 않았군요. 알카트론은 누가 만든 거죠?”
“아무도 모를걸? 그 원숭이가 읽은 기록문만 봐도 훨씬 이전 시대의 유적이잖아?”
“토리, 절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도 도와주고 있잖아?”
“제 동료들의….”
“아, 그러고 보니 동료라면 너희 이전에 왔던 사람들도 네 동료야?”
그들은 아마도 요핌바 일행일 것이다.
“그들을 봤습니까?”
“봤지.”
“어디로 갔습니까?”
“여기보다 아래로 갔을걸? 나도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몇몇은 지하 2층으로 내려가긴 했을 거야.”
“…여기는 대체 몇 층까지 있는 겁니까?”
“지하 4층 이상.”
“이상?”
“4층 이후로 몇 층이나 더 있는지 몰라. 한 층일 수도 아니면 더 여러 층이 있는지도. 참고로 말하자면 층을 내려갈수록 더 흉악한 죄수들이 수감 되어 있었어.”
“지하 4층의 죄수들을 본 적 있습니까?”
“봤지. 못 볼 수가 없어.”
“그게 무슨 말이죠?”
“보면, 너도 이해하게 될 거야. 으흐흐….”
강설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강합니까?”
“강하지.”
“저보다도?”
“아마?”
– 현 시간부로 ㅈ됐음을 선포합니다!
– ㅈ됨 경보령 발동!
– ㅈ됐습니다! ㅈ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ㅈ됐습니다!
– 스노우맨 : ㅋㅋ 나 이제 외톨이 아니니까 입구로 빠져나가야겠당.
휙-!
토리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가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저기! 또 네 동료다!”
팟-!
강설은 토리의 말에 벼락처럼 움직였다.
방금 같은 마물은 강설에게 있어 한주먹거리였지만 다른 원정대원에게는 버거운 상대일 것이다.
전속력으로 토리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나아가니, 과연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오, 오지 마!”
저 말은 강설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남자의 정면에 고슴도치와 닮은 형태의 거수가 서 있었다.
[1층 : 요르망]
등급 : 희귀
추정 레벨 : 27~32
내력을 알 수 없는 마물.
신체에 돋아난 가시는 갑옷마저 꿰뚫는다.
기본 능력 : [가시 뒤덮기 1], [사출 2], [독 분비 3], [강철 자르기 1], [둥글게 말기 5], [대회전 2],
특수 능력 : [황금 가시 2]
“엇….”
강설이 남자를 스쳐 지나가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조심해!”
휘릭-!
키시이이이!
요르망이 몸을 둥글게 오므려 가시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강설은 침착하게 공격을 거둔 뒤, 재차 오른 주먹을 뻗었다.
스르륵…
‘…어?’
잔상이라고 할 만한 뭔가가 요르망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강설은 주먹을 뻗다 말고 다시 반대쪽 주먹을 휘둘렀다.
키이잇!
요르망이 박치기하듯 머리를 앞으로 내밀었으나 그것은 강설의 오른팔에 닿지 않았고 오히려 강설의 왼 주먹이 요르망의 턱을 강타했다.
콰지직-!
키이…
파지지지지직!
칵… 카하악…
요르망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털썩.
[1층 : 요르망을 쓰러트렸습니다.]
‘이게, 선지인가?’
강설은 선지안에 대한 평가를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 전투를 끝내며 약간이나마 마음이 기울었다.
‘…생각 이상인데?’
더군다나 이 효과를 자신뿐만 아니라 소환수들까지 받게 된 상황이니 전투력의 상승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적응은 좀 필요하겠어.’
강설이 요르망을 쓰러트리고 코를 긁적이는데, 이 마물에게 쫓기던 남자가 불쑥 다가왔다.
“다, 당신. 프래넌 님의 제자분… 맞으십니까? 접니다, 요란!”
“…요란? 아, 그!”
“네, 병상에 누워있던 게 접니다. 하하!”
“어떻게 된 겁니까?”
“같은 일을 겪지 않으셨습니까?”
“당신도 전이된 거군요.”
그 후 요란과 정보를 교환했지만, 그는 딱히 알고 있는 게 없었다.
실망한 찰나, 요란이 말했다.
“외톨이는 죽는다는 말… 혹시 들으셨습니까?”
“외톨이는 죽는다?”
“네, 전이되기 직전 뇌리에서 그런 말이 울리더군요. 다른 사람도 언급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아마 모두가 듣지 않았을까요?”
“흐음….”
외톨이는 죽는다.
강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
아무튼, 요란은 이제 외톨이가 아니라며 강설의 등장을 굉장히 반가워했고 그들은 길을 찾아 돌아다녔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제길,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길 찾는 것만 해도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
강설은 좋은 생각이 났는지 토리에게 물었다.
“토리, 밑에 층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줄 수 있습니까?”
“그게….”
“왜 그러시죠?”
“그러면… 안 되나 봐.”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한테도 목소리가 들렸거든. 너희를 뿔뿔이 흩어놓은 자의 목소리가.”
유령에게까지 말을 걸다니, 얼마나 미친 자식일까.
강설은 이렇게 생각하며 추궁했다.
“뭐라고 하고 있죠?”
“놀이를, 방해하지 말라고.”
“…놀이?”
“모르겠어… 이건 도와주지 못할 것 같아. 스스로 찾아야 해.”
“알겠습니다. 진정하세요, 토리.”
토리가 몸을 떨었다.
대체 어떤 목소리길래 유령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일까.
벌써, 제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갔다.
하루가 꼬박 지났는데도 만난 인원, 아니 생명은 탐닉자 키키와 마법사 요란뿐.
‘다들 내려간 건가?’
그렇게 여겨질 때쯤, 강설은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엘!”
“스, 스노우맨! 키키까지? 거긴 요란입니까?”
“맞습니다!”
“하하하! 이쪽으로 오길 잘했군요. 여기, 차멜리 님도 계십니다.”
“스노우맨 님! 저예요!”
강설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혹여나 둘이 무슨 일을 당했을까, 조금 걱정이 되던 차인 데다 둘이라면 전력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기에.
“그 소리 들으셨습니까? 외톨이는 죽는다는 얘기.”
“아, 그거 말이군요. 요란에게 들었습니다.”
“전이자에게는 들리지 않는 건가…. 하루의 시간을 준다는 얘기까진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큰일이군요… 하루가 거의 다 지났는데 말입니다.”
“일단은 움직이죠. 아래층으로 향하는 길을 찾으면서 정보를 교환합시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유령을 만났다고요?”
“예.”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교구장님 옆에 있습니다.”
차멜리가 바싹 굳은 채로 말했다.
“무… 무….”
– 무- 야호!
– 그만큼 무서우신 거지!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요…. 장난이죠?”
“정말입니다.”
“꺄아아악!”
차멜리가 마엘에게 바짝 붙었다.
툭…
그러던 과정에서 그녀의 발치에 뭔가가 치였다.
“어, 이게 뭐….”
“…시체입니다.”
“히끅….”
“이 사람… 귀신 물레 용병대의 대주입니다.”
“설마요! 그런 사람이 이런 데서 혼자 죽을 일이….”
모두의 시선이 교차했다.
“혼… 자?”
“…외톨이?”
“설마….”
[외톨이는 죽는다의 새로운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외톨이는 제한 시간이 종료되면 사망합니다.]
쿠구궁-!
이상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순간, 마엘이 먼저 소리쳤다.
“이런, 또 옵니…!”
[공간 변형이 일어납니다.]
[당신의 몸이 자유를 빼앗깁니다.]
[숨겨진 모험 ‘잡히면 죽는다’가 발동합니다.]
지이이잉-
마엘이 무어라 소리쳤지만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다.
쿵!
이번엔 정신을 잃지 않고 전이된 강설. 키키도, 요란도, 마엘과 차멜리도 전부 사라진 상황.
“일어났어?”
“토리…. 곧바로 절 찾아왔군요.”
“응! 난 유령이니까.”
“빌어먹을… 이거, 반복되는 거였습니까?”
“그러게… 나도 전혀 몰랐어.”
강설은 이를 갈며 다시 발동한 모험을 확인했다.
“잡히면… 죽는다?”
그가 두리번거리며 지하 1층의 변화한 상황을 확인했다. 전과 달리, 시야에 확 들어오는 뭔가가 있었다.
‘…저게 뭐지?’
선지안이 어둠 속에서 거니는 불길한 존재를 인식했다.
그 순간 떠오른 정보를 읽은 강설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간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