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69
제168화
애증 사슴의 향주머니.
그 가격이 무려 2만 광기에 달해 생체 금속 주괴와 맞먹는 값어치를 지니는 소모품이었다.
생체 금속 주괴는 강화석처럼 영구적으로 그 효과가 지속되는 물품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고작해야 소모품인 이 물건의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길… 요리를 거쳐야 효과가 증폭되는데….’
지금 상황은 요리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크르르르….
이것이 먹히지 않는다면, 알카트론의 심처인 지하 4층에서 큰 소란을 일으키며 이 검은 개와 싸워야 할 것이다.
크르…
‘…효과가 있나?’
킁킁…
그런데, 당장이라도 강설을 물어뜯어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 같던 검은 개는 강설이 꺼내놓은 애증 사슴의 향주머니에 연신 코를 박고 있었다.
희귀한 마물인 애증 사슴의 암컷은 발정기에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기이한 향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향이 너무도 강해 애증 사슴 수컷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에게 영향을 주곤 한다는 것.
‘특급 페로몬이나 마찬가지니까.’
강설도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그윽한 향이 주변에 풍겼다.
[애증 사슴의 향주머니]
등급 : 광기
적정 레벨 : 없음
무게 : 0.5kg
특수 능력 : 호감도가 작용할 수 없는 적대적 대상에게 강제로 호감도를 ‘우호’ 이상 적립시킨다. 또한 이후에 대상의 호감도 상승 폭을 늘려준다. 단, 매우 적대적인 원수 관계의 대상에겐 적용이 불가하며 이 물건으로 쌓은 호감도는 일반적으로 쌓아 올린 호감도보다 쉽게 하락한다.
‘제발 먹혀라, 이런 곳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간 다른 놈들까지 상대해야 하니까.’
킁킁… 킁킁킁…
검은 개는 이제 진정이 되어가는지 몸이 점차 작아져 갔다.
“성공…인가.”
헥헥… 헥헥헥…
강설은 긴장했던 가슴 한편을 쓸어내리면서 선지안이 읽어 들인 검은 개의 정보를 확인했다.
[굶주린 코코]
등급 : 초월
추정 레벨 : 40~45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고 그중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들도 있습니다.
아주 머나먼 과거, 세계의 존재들은 지금보다 더 순수하고 단순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지금의 생물들보다 더 강하고 위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자 늑대는 그런 고대의 생명체 중 대표 격인 존재입니다. 그들은 그림자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림자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들의 이빨은 산을 찢고 그들의 발톱은 호수를 만듭니다.
하나, 흐르는 시간은 그런 위대한 그림자 늑대들마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도록 만들었습니다.
코코는, 아마도 세상에 마지막 남은 그림자 늑대일 겁니다.
이 위대한 존재는 지금, 매우 굶주렸습니다.
기본 능력 : [물기 5], [할퀴기 5], [사나운 늑대 1], [외로운 포효 3], [그림자 이동 2], [돌진 2], [맹공 3], [찢어발기기 3], [피 냄새 1], [지속 : 그림자 야수 2], [지속 : 무리의 군주 3], [지속 : 그림자 친화 3], [지속 : 광폭화 2]
특수 능력 : [고대의 야성 2], [연옥의 불길 2], [야생의 선물 5]
‘…이게 뭐지?’
뭔가 부조리한 상황을 목격한 사람처럼 강설의 표정이 시커멓게 죽었다.
‘코코’님이 광기를 1,2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이걸 살아간다고? 와….]
– 레벨이 40이 넘는다고? ㅋㅋㅋ 잠깐만요~ 남들 20레벨 대 만나는 게 고작인데 혼자서 40렙 초월 만나고 다니시네요? ㅋㅋ
– 만나는 과정도 존나 웃김 ㅋㅋㅋ 천정에서 떨어졌는데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ㅋㅋ
– 코코 :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애송이. 널 기다리고 있었지.
– 나는 코코야, 코를 즐겨 먹지.
– 오늘도 세카이는 부조리하다는 걸, 받아들이고야 만다.
– 이 상황에서 또 어떻게 산 거임?
– 진짜 몸 비비면서 살아가는 거 레전드네 ㅡㅡ
– 그보다 개가 아니라 늑대였어?
‘싸웠어야 했으면 위험했겠는데….’
분명,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쟈마드 또한 초월 등급에 이르렀고 그 대표격인 힘, 대주술사의 근원력을 다루게 되었으니까.
거기에 강설에겐 쌍둥이 기사까지 있었으니 전투가 절대로 패배라는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전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초월과 초월의 충돌은, 서로 간 그만한 피해를 수반해야 할 것이다.
“오오… 검둥개랑 만났구나. 오랜만이야, 검둥아.”
“토리?”
“하하하… 어떻게 지하 4층까지 급하게 왔네, 친구야. 축하해, 최고… 아니 최단 기록이네.”
유령 토리가 볼을 긁적이며 나타났다. 그도 지금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토리… 알카트론이 종종 갑자기 붕괴하기도 하고 그런 겁니까?”
“그럴 리가…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놀랐어. 쿵쿵이 녀석이 난동을 피웠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쿵쿵이?”
“응, 쿵쿵이. 근데 쿵쿵이는 조심해. 쿵쿵이는 검둥개랑은 달라. 아마 널 보자마자 죽이려고 들걸?”
“그걸 어떻게 압니까?”
“여태까지 쿵쿵이 근처에 갔다가 살아남은 죄수가 없으니깐.”
“…….”
“그래도 쿵쿵이는 게을러서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거기다 움직여도 보통 멀리까지는 안 가니까.”
강설은 토리에게서 이것저것 정보를 끌어모으려 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만 아니었다면.
[코코의 당신을 향한 호감도가 하락합니다.]
“…저기, 토리.”
“응.”
“검둥개… 아니 이 친구 늑대입니다.”
“진짜? 처음 알았어.”
“코코라는 친군데, 제가 이 친구의 환심을 살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음… 그거라면 쉽지. 검둥이는 먹는 걸 좋아해.”
“그건 저도 압니… 먹는 거?”
“응, 검둥이는 4층에서도 포식자에 속하는 위치거든. 죄수들은 검둥이를 보면 다들 도망가. 잡히면 잡아먹히니까.”
“흐음… 먹는 거라….”
강설이 대충 감을 잡은 듯, 식자재 주머니를 열어젖혔다.
* * *
그 시각, 지하 2층에서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누군가 도착했다.
“…찾았다.”
그 누군가는 천칭의 성위, 프래넌이었다.
아마도 그는 원정대에서 강설 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 가장 빨리 지하로 내려가는 인물임이 분명했다.
“염병할… 대체 아까의 흔들림은 뭐지?”
그 흔들림이 강설을 홀로 지하 4층까지 떨어트렸다는 것을 프래넌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일었다.
“쉬이… 거기 누구… 성위 님? 프래넌 님입니까?”
“이 목소리는… 요핌바! 요핌바 자넨가?”
“크하하하! 어이쿠, 죽다 살아났습니다. 프래넌 님.”
“나도 자네를 보니 반갑군. 이 상황에서 가장 믿음직한 사람을 고르라면 당연히 자네일 테니깐 말이야.”
“무슨 말씀을… 저보다는 그 아끼시는 제자 분 아니십니까?”
잠시 강설을 떠올린 프래넌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물론, 그치도 괜찮긴 하지. 하지만 굳이 자네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니깐 말이야. 한데, 뭘 좀 알아냈나?”
“알아내기야 했지요.”
“뭔가?”
요핌바가 이런저런 정보들을 풀어놓았다.
“이곳이 뭔가를 가둬둔 감옥일 것 같다는 것과 고대와 현대가 뒤섞인 듯한 이상한 느낌이라는 것.”
“감옥일 것 같다는 생각은 나도 하고 있었네만, 고대와 현대가 뒤섞이다니?”
“그게 말입니다… 전혀 짐작이 안 되는 건축 양식과 더불어 가끔 발동하는 기관 장치들이 현대에 사용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뭔가가 부자연스럽습니다.”
“흐음… 그게 고대의 유적이 갖는 특이점이지. 한데, 현대가 뒤섞였다는 건 무슨 말인가?”
“고대라기엔 이곳의 관리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과 죄수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는 점입니다.”
“그 점은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네. 불사는 생명을 받은 그 누구도 이룬 적 없는 소명이야.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건축물이라면… 이곳의 죄수들이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게 말이 되지 않기는 하지.”
“그렇지요. 해서, 드는 생각인데. 음… 누군가 이 알카트론을 고대에서 툭 잘라내 와 현재로 끌고 온 게 아닐까 하는….”
“농담도….”
“그게 아니라면 알카트론은 사실 현대까지 이어져 온 건축물인데 모두가 그걸 새카맣게 잊은 거라면….”
“유물회는 집요하군. 다른 가능성은 없나?”
요핌바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배가 고파서 머리가 회전하지 않는군요. 일단은 다른 특이사항들을 여기 메모해두긴 했습니다.”
“그래? 어디… 위험해!”
“예? …흣!”
촤르르르륵-!
허공을 가르는 사슬.
죄수의 손목에 채워진 족쇄에 연결된 사슬이 방금까지 요핌바가 있던 바닥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가까스로 그 일격을 피해낸 요핌바가 화가 잔뜩 나서는 품에서 커다란 물건을 꺼냈다.
총이었다. 그것은 조악하지만, 분명 총을 닮았다.
“이놈이! 어디, 화약 맛 좀 봐라!”
철컥-
콰아아앙-!
팟-!
습격을 감행한 죄수의 몸이 이지러지더니 요핌바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딜!”
철컥-
콰아앙-!
철컥-
콰아아앙-!
생각보다 죄수는 날쌨다.
요핌바는 이 죄수가 2층의 죄수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빌어먹을… 밑에서 올라온 건가? 어디서 이런 놈이….’
그리고, 그 확신은 또 하나의 사건을 통해 확인받았다.
흐으읍…
죄수가 양팔을 모으고 앞으로 향했다.
“뭐, 뭐야… 설마?”
철컥-
결코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놈의 팔에서 들려왔다.
프래넌의 눈이 부릅뜨였다.
“피해!”
콰아아앙-!
다행히, 요핌바가 몸을 굴러 죄수의 공격을 피해냈다.
“허억… 허억… 미친 자식… 어디서 이런 놈이….”
“이곳의 죄수들은 전부 이딴 놈들만 있는 건가? 내려갈수록 기가 차는군…. 아무튼 물러나게.”
“프래넌 님? 하, 함께 상대해야….”
“됐어. 혼자서도 충분해.”
우드득…
프래넌이 고개를 꺾어 몸을 푼 후 죄수에게 말했다.
“방금 네놈을 죽일 163가지 방법 중에 151번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곱게 죽어라.”
지이이잉…
프래넌의 양 손바닥에 육망성 형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쿠우우웅-!
죄수의 몸이 짓눌렸다.
“…….”
우드드득…
핏발 선 눈으로 프래넌을 노려보는 죄수. 프래넌은 무표정하게 다음 마법을 이어나갔다.
지이잉…
지이이잉…
지잉…
순식간에 무려 3개의 마법이 교차했다.
드드드드드…
죄수의 몸이 짓눌려 터지려는 그때, 죄수가 반발했다.
지직…
“호… 풀려고? 내 마법을 해석했다 이거냐?”
지지직… 지지지직…
요핌바가 점차 구속에서 벗어나는 죄수를 보며 총을 치켜들었다.
“프, 프래넌 님! 위험한 거 아닙니까?”
“잠자코 보게.”
으지지지직…
그 순간.
퍼어어어어엉-!
죄수의 머리가 날아갔다.
“…어?”
“흥, 고작해야 베끼는 게 전부인 녀석이었군. 한참이나 모자라.”
“어, 어떻게 된 겁니까?”
“놈이 내 마법을 순식간에 베껴냈지. 하지만 그게 전부야. 마법이란 건 위력이 전부가 아니거든, 원리나 작용 방식을 모르면 마력이 역류해 오히려 술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 마법 기초 이론에 보면 나와 있네.”
“그거까지 예상하시고… 대단하십니다. 163가지나 이런 방법들이 더 있으셨다니.”
“성위는 놀음으로 땄겠나? 그리고 뻥이야.”
“…네?”
“사실 3가지 정도밖에 안 떠올랐어.”
“크흠… 흠….”
“아무튼, 내려가세. 아무래도 아까의 흔들림이 불안해.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네.”
그들은 천천히 지하 3층을 향해 내려갔다.
* * *
찹찹찹…
헥헥…
“너 요리도 할 줄 알았어?”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게 좀 있습니다.”
찹찹찹…
[코코의 당신을 향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코코의 당신을 향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코코는 강설이 해준 요리를 게눈 감추듯이 해치우고 있었다.
그에 따라 코코의 호감도는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상황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나 먹어대는 거야… 식자재가 거의 떨어졌는데.’
이 기세로 먹는다면, 식재료가 떨어진 강설이 대신 코코의 입속으로 들어가게 될 판이었다.
“저기, 오는 것 같아.”
“네?”
“근방에 죄수가 냄새를 맡았나 봐.”
케르르륵…
그들 앞에 나타난 죄수는 엄니가 인상적인 파충류였다. 리자드맨이라고도 불리는 수인의 한 종류 같았다.
‘…강해.’
나타난 적은 1층과 2층의 죄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기세를 내비쳤다.
[게슴츠레한 크로]
등급 : 전설
추정 레벨 : 33~37
늪지의 음습한 기운을 먹고 자란 크로는 대자연의 포식자입니다. 크로는…
그런데, 강설이 정보를 채 확인하기도 전에 뭔가가 쏜살같이 움직였다.
팟…
촤아아악-!
푸화아아아악!
“크아아아악!”
무려, 전설 등급의 죄수가 방금까지 밥을 먹고 있던 코코에게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모습은 강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
그의 얼굴에 크로의 피가 튀었다.
– 우리 개는 안 물어요.
– 찢어요.
– 눈사람 표정 봐 ㅋㅋㅋㅋ
– 현타 개 심하게 옴 ㅋㅋ
– 우냐? 야, 우냐?
크로는 반항다운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코코에게 사지가 분해된 채로 목숨이 끊어졌다.
‘이게 좋은 상황인 거야, 나쁜 상황인 거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강설.
코코를 쓰러트리자니, 전투 후 무방비가 된 자신이 소란을 듣고 몰려온 다른 죄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지켜보자니 지하 4층을 돌파할 뾰족할 방법도 없었다.
‘코코 때문에 종일 요리만 만들 수도 없고… 후….’
그런데, 강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헥헥…
코코가 크로의 분해된 몸통을 물고 강설에게 가져온 것.
“요리해 달라고?”
헥헥…
“내가 네 전담 요리….”
[코코의 특수 능력 : 야생의 선물이 발동합니다.]
[코코가 사냥감 게슴츠레한 크로의 능력치 일부를 당신에게 선물합니다.]
[야생의 선물을 받습니다.]
[지혜가 3 상승합니다.]
“…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한동안은 말이지.”
– 사실 어렸을 적부터 현모양처가 제 꿈이었어요.
– 진로가 강제로 정해졌다.
– 뭔데 능력치가 올라 ㅋㅋㅋ
– 설마 이거 계속 발동하는 거 아니지?
– 여기서 능력치 파밍이라고?
“코코야, 착하지? 혹시 산책 좋아해?”
헥헥…
코코의 꼬리가 연신 프로펠러처럼 흔들렸다.
[코코는 당신을 좋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