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73
제172화
강설이 바위 거인의 핵을 손에 올려놓자 시작된 변화.
[바위 거인의 핵이 산의 근원을 충만하게 합니다.]
[바위 거인의 핵이 보유한 산의 기운은 ‘풍요로움’입니다.]
[산의 근원을 온전하게 흡수할 수 없습니다.]
[근원의 넘치는 힘이 주술사의 능력을 강화합니다.]
[화산 갑옷이 지속 : 대지의 갑옷으로 강화됩니다.]
[불벼락 태세의 지속 능력들이 일제히 강화됩니다.]
[상태 이상 : 석화에 면역이 됩니다.]
[근원력 : 산이 충만한 상태입니다.]
후두두두둑…
“저… 저게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거인이… 사라지고 있어.”
쿵쿵이의 몸이 먼지가 되어 강설이 손에 쥔 구슬 속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슬은 다시 강설에게로 흡수되고 있었고.
스스스…
쿵쿵이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고 강설이 손에 올려놓았던 바위 거인의 핵까지 사라진 자리, 그곳엔 바위로 된 단단한 갑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이게… 근원력.’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마법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힘이었다.
지금까지는 화산 갑옷을 사용하려면 의식을 집중해야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새로 변화한 점을 확인하던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자동으로 발동하게 바뀌었네.’
그렇다면 발동 속도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나중에 확인해 보아도 상관없었다.
– 근원력 삽니다, 한 번도 사용한 적은 없음.
– 뭔가 심금을 울리네;;
– 뭐지; 무득인가 했는데 몬가 득했어!
– 근원력 근데 저거 어케 쓰는 거?
– 얻어놓고 쓰지를 않네;
강설이 이제까지 근원력을 사용하지 않은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근원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텅 비어있는 근원력을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수련이나 수행이라고 하는 이것.
대주술사가 다루는 자연의 힘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나오는 것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만일 그렇게 사용하길 원한다면, 순서대로 물탱크에 물부터 채우는 게 맞았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추가, 지금 막 꿰어졌다.
– 어이, 느껴지나?
쟈마드가 강설에게 물어왔다.
‘이 힘 말하는 거지?’
– 그래, 부족 연맹의 괴물들이 사용하는 건 몇 번 본적이 있다만… 이 힘을 이렇게 빨리 얻게 될 줄은 몰랐군.
근원력을 사용하기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로는, 강설과 쟈마드의 현재 수준으로는 근원력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전투 능력에 버금갈 만한 힘을 사용하기 위해선 예열까지 필요했다.
‘뭐, 이 부분도 차차 나아지겠지. 그것보다…’
아까 떠오른 정보에 의하면 쿵쿵이를 처치하면서 최초 업적까지 획득한 걸로 나와 있었다.
[최초 칭호 : 초인]
관련 업적 : 초인의 길 (모험 : 문지기 쿵쿵이)
특수 능력 : 1시간마다 일정 확률로 보유한 능력치 혹은 능력 중 하나가 5분 동안 무작위로 강화된다.
‘감이 잘 안 오네. 실제로 발동해 봐야 알 것 같은데.’
– 좋은 거?
– 글쎄… 1시간마다 5분 강화면 좀 애매하지 않나?
– 5분 동안 강화되는 거 수치를 봐야 할 듯.
– ㄹㅇ 이거는 적용 방식에 따라 똥과 된장을 왔다갔다 할 거 같은데.
강설의 생각도 그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화 수치나 혹은 강화 방식에 따라 이 칭호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수 있을 테니 칭호에 대해선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강설이 능력에 대한 짧은 점검을 마쳤다.
여기까지 소모된 시간은 채 1분이 넘지 않았다.
그만큼 대강 훑어봤다는 얘기.
평소라면 꼼꼼히 훑어봤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긋할 때가 아니었다.
강설이 원정대에게 걸어가자 그들이 강설을 곁눈질했다.
“봤어? 몸이 막 시커멓게 변하던데.”
“저 개도 집채만 하게 커지더라고.”
“프래넌 님의 제자 맞아?”
“프래넌 님이 제자 아니야?”
근처에서 이야기를 듣던 프래넌이 강설에게 가까이 왔다.
“흠흠… 시끄러운 녀석들 같으니. 그래, 자네 대체 뭘 얼마나 숨기고 있는 건가? 저 돌덩어리를 짓뭉갠 힘은 생전 처음 보는 위력이었단 말이지.”
“이게 전부입니다.”
“글쎄… 두고 봐야겠지. 것보다, 빨리 저곳에 가보세나.”
“왜들 모여 있는 거죠?”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죽었으니까. 그리고… 곧 죽을 자도 있으니까.”
강설은 아까 전 철사자가 등에 업고 있던 부상자를 떠올렸다.
“설마… 요핌바?”
“그래, 아무래도 치료가 어렵나 보더군.”
– 시초의 피 먹이면 살지 않을까?
– 뉴비냐? 그거 눈사람이 피 얻자마자 제일 먼저 실험해 봤었음.
– 실패했군요;
– ㅇㅇ 희석돼서 그런가 방
그들이 요핌바의 주위를 둘러싼 원정대에게 다가갔다.
요핌바의 곁을 보니 이미 파편에 목숨을 잃은 많은 동료가 곤히 자는 듯 누워있었다.
요핌바의 안색은 파리했다.
“쿨럭… 쿨럭….”
“요핌바! 지금 당장 제가….”
“귀 아프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나.”
유물회의 동료들이 요핌바를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렸다.
“죽지 마, 요핌바! 아직 의식이 있습니다! 교구장님, 요핌바… 우리의 친구 요핌바를….”
“…….”
요핌바가 피식 웃었다.
“멍청이들아, 말도… 안 되는 부탁하지 마라. 이런 건 바라노아의… 대가리를 데려와도 쿨럭… 안 되는 일이야. …이건 틀림없이 죽었다고. 봐봐, 저 표정. 어이, 아가씨. 한 가지 부탁 좀 들어줄 수 있나?”
“말씀하세요, 요핌바.”
“남길 말이 있어. 그거… 가능하지?”
“알겠습니다.”
휘오오오…
산들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요핌바의 피로 물든 이마에 찬란한 문장이 새겨졌다.
[차멜리가 회고를 사용합니다.]
[대상이 모든 피해와 공격에 면역이 됩니다.]
[대상이 고통을 느끼지 않습니다.]
[대상이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대상은 확실하게 사망에 이릅니다.]
요핌바에게 내려지는 죽음의 낙인.
이것으로 시간을 벌 수는 있었지만,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왜… 왜….”
“한결 편해졌군…. 녀석들아, 징그러운 얼굴 비켜. 그리고 거기 마엘, 이리 가까이 오게.”
마엘이 아직 야성이 진정되지 않은 괴악한 얼굴로 요핌바에게 다가갔다.
“뭘 그렇게 겁내고 있나? 마엘, 이 빌어먹을 트롤 새끼야.”
“요핌바….”
“어깨 펴! 왜 그렇게 죽상을 하고 앉았어?”
“죄송합니다.”
거구의 트롤이 난쟁이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인 광경이었다.
“넌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어. 지나치게 품성이 여려, 그 거구와 드센 야성과 걸맞지 않게 말이야….”
“생긴 대로 살란 법은 어디에도 없잖습니까?”
“그래, 맞아. 너 잘났어…. 인마.”
“…요핌바. 말씀을 남기세요. 기록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요핌바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남은 유물회의 인원들에게 말했다.
“유물회의 겁대가리를 상실한 얼간이들아, 이 요핌바는 가장 행복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바로, 낡고 오래된 것이 살아 숨 쉬는 유적에서 죽는 것이지. 늘 꿈꿔오던 죽음이야… 하지만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저 문 너머를 보지 못한 것이야. 그러니까 너희가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 대신, 너희들이 보고 와라. 내 죽은 뒤에 난쟁이들의 문을 열어둘 테니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날 찾아와서 저 너머에 무엇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다오.”
마엘이 피식 웃으며 화답했다.
“트롤인 제게는 문이 좀 좁을 텐데요.”
“마엘은 기어서라도 와! 자넨 얄미우니까 고생 좀 해도 돼.”
“하하하….”
철컥…
“이 총… 자네가 쓰게. 내가 거래하는 공방은 알지?”
“감사합니다, 요핌바.”
“그리고 유물회 놈들아 잘 들어라. 우린 지금 누구도 도달한 적 없는 장소에 와 있다. 우린 유물회야. 피붙이나 잠자리를 나눈 상대보다 유적이 간직한 비밀에 더 목맨다는 미치광이들이지.”
그의 눈이 차례차례 유물회의 남은 대원들을 살폈다.
“너희 모두가 살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 너희 중 누군가 세상에 나가게 된다면,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라. 그리고 세상에 말해.”
“…….”
“우리가 비밀을 엿보았노라고! 우리가 이곳에서 싸웠노라고. 자, 할 말 끝났으니 모두 꺼져.”
마엘이 요핌바의 손을 잡았다.
“요핌바, 당신의 생을 기록해 유물회의 고물서고 가장자리에 보관하겠습니다.”
“먼지가 쌓일 때까지?”
“물론이지요.”
“하하… 피와 살로 태어나 책으로 죽다니… 그거… 죽여주잖아….”
투욱.
그렇게 유물회의 간부였던 요핌바가 사망했다.
* * *
“자, 문을 열게.”
쿵쿵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거대한 열쇠.
철사자가 그것을 들고 열쇠 구멍에 다가갔다.
그는 열쇠를 꽂기 전, 잠시 망설이더니 마엘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트롤. …이제까지의 무례를 사과하지.”
아무래도, 그와 요핌바를 위해 필사적으로 나서준 마엘의 행동에 마음이 변한 것 같았다.
철컥-
끼기긱…
열쇠가 구멍으로 들어가자 문이 소음을 내며 열렸다. 아주 오랫동안 열린 적 없는 문 같았다.
“화가 난다면 한 대 쳐도 좋다.”
“제가 치면 당신은 여기서 제일 먼저 난쟁이의 문을 통과할 겁니다.”
“…….”
– ㅋㅋㅋㅋㅋㅋ
– 한 방에 요핌바 곁으로.
마엘이 부푼 근육을 드러낸 상체를 쑥스럽게 매만지며 말했다.
“이곳에서 나가면 모두에게 한 잔 사시지요.”
“뭐?”
지금 마엘이 건넨 말은, 모두의 긴장을 풀어줄 아주 시의적절한 말이었다. 철사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크게 살 테니 제발 기회만 달라고.”
분위기가 누그러지자 모두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멈칫.
한데, 가장 뒤에서 그들을 따르던 강설이 갑자기 머뭇거렸다.
“왜 그래요?”
“…아닙니다.”
강설은 문이 열리기 전, 문에 적힌 문장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었다.
‘뭐지?’
일전, 조명의 언령에서도 느껴졌던 기시감이 여기서 또 한 번 찾아왔다.
강설은 분명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과거의 일들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편이었고 너무 디테일한 것만 아니라면 까먹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런 그가 전이된 이후 종종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이에 의문을 품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건 내 말들을 회수하면 기억이 돌아온다는 걸 확인했었어…. 하지만, 이 느낌은 영 다른데… 이건… 달라.’
강설이 언령을 보고 느낀 기분.
모르는데 알고 있다.
말들에게 흩뿌려진 기억은 마치 페이지가 부분부분 찢긴 책을 읽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페이지는 멀쩡하게 제자리에 있지만 내용이 달라진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개정판을 새로 읽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독방.”
“네?”
“아니 꼭… 그렇게 쓰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뭐예요, 진짜….”
그렇게 강설도 원정대를 따라 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떠난 뒤 문 앞에 남은 자가 있었다.
그것은 토리였다.
“미안, 나는 여기까지야….”
스르륵…
토리는 그렇게 사라졌다.
* * *
뚝…
뚝…
알카트론 지하 5층.
“느껴진다… 이거… 정말 엄청나군.”
“이 기운… 모두 떨어져선 안 돼요!”
“집주인이 꽤나 점잖으신가 보군. 이렇게 강한데 우리가 안방까지 들이닥치는 걸 보고만 있으셨다니.”
강설의 피부에도 끔찍한 기운이 전해졌다.
지하 5층은 그렇게까지 어둡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은은한 불빛이 공중에 떠 있었다.
강설이 말했다.
“환영의 의미는… 아니겠죠?”
“당연한 소릴. 변덕 중 하나겠지.”
“뭐든 빨리 나타나면 좋겠어요….”
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래넌, 프래넌이로군! 오호호호.”
프래넌의 안색이 굳었다.
“이 목소리는… 빌어먹을,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재차 예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입니다. 보르누일이에요.”
보르누일.
원정대가 이곳을 찾은 목적이자, 하다못해 시체라도 되찾아가려 했던 자.
천칭, 보르누일.
스르륵…
훙… 훙… 훙…
허공에 불꽃 덩어리가 생성되어 마치 길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그 길 끝엔 등이 굽은 노인이 뒤돌아 서 있었다.
마법사 중 누군가 소리쳤다.
“보르누일! 보르누일 님!”
“탑주님! 저희입니다! 무사하신 겁니까?”
프래넌이 손을 올려 그들을 제지했다.
“이 멍청이들아… 그딴 걸 왜 물어봐?”
“예?”
“저놈은 천칭이 아니야.”
노인이 음흉하게 웃었다.
“오호호호… 프래넌, 알아챘나요?”
“보르누일은 어딨지?”
“이 안에… 있지요.”
“넌… 누구야?”
“나는… 저곳에 있지.”
보르누일이 고개를 들었다.
훙… 훙…
불꽃이 새로이 떠올랐다.
그곳엔 마치 정신병원의 구속복을 입은 것처럼 사슬로 칭칭 감아 사지를 봉인하고 얼굴마저 가면으로 덮은 인영이 떠 있었다.
“…저것만 봐서는 모르겠는데?”
그때, 노인의 신형이 움찔거렸다.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목소리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가만히 있어! 아직도….”
보르누일의 몸에는 그의 영혼만 존재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프래넌이 안색을 굳히고 물었다.
“이봐, 겁대가리 없이 천칭의 몸에 들어간 놈아.”
“날 말하는 건가?”
“그래 너.”
그들을 이런 비밀스러운 장소까지 끌어들이고 천칭의 몸을 빼앗기까지 한 자.
“넌… 뭐냐?”
보르누일의 얼굴을 한 붉은 눈의 악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