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82
제181화
질서의 관이 뿜어내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지만, 정작 모습은 소박한 편이었다.
마치 손오공의 긴고아처럼 반듯하고 매끈한 원형에 트럼프의 다이아를 연상시키는 장식이 가장 앞에 두 개 연속되어 나타나 있었다.
마법사들은 체통도 잊은 채로 당혹성을 터트렸다.
“저건… 지, 질서의 관이다!”
“정말이야? 정말 질서의 관이냐고!”
“확실해! 자료로 본 적 있다!”
“진품인가?”
“저걸 포상으로 내건다고?”
“알카트론 안에서 어떤 활약을 했길래 저 아까운 걸….”
“그보다 천칭이 왜 질서의 관을 가지고 있는 거지?”
스윽…
강설이 질서의 관을 착용했다.
답답하거나 꽉 조이면 어떡하지 했던 잠깐의 걱정도 곧 눈 녹듯이 사라졌다.
치이이이익…
관이 마치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강설의 머리에 문신처럼 새겨지기 시작했다.
곧,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
“비명 정도는 질러도 되네.”
자리가 자리인지라 고통이 생각보다는 견딜 만했다.
“견딜 만합니다.”
“고통에 익숙한 편인가 보군.”
곧 질서의 관의 실체가 사라지고 흔적으로 남았던 문신마저 사라졌을 때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스으으으으…
강설에게서 퍼져 나온 기운 때문이었다.
‘자격을 얻었기 때문인가?’
무려 5개의 불세출이 모인 이상, 그것을 모은 자가 절대로 평범한 사람일 리는 없었다.
강설이 지닌 불세출이 진동하며 그 기운을 뿜어냈다.
“후으읏! 무슨 기운이란 말인가!”
“대단한 기류다! 질서의 관이 이만한 힘을 가졌다고?”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저 젊은이가 특이한 거 같군.”
“호오… 재밌군.”
스륵…
강설이 일순 내뿜었던 기운은 곧 사그라들었고, 그는 이내 평범한 인상의 청년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부족하지만 이 물건이 자네의 길에 보탬이 되길 바라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슥-
천칭의 문양이 새겨진 증명패.
[명예 천칭패를 획득합니다.]
[신분을 천칭의 마탑이 대신 증명합니다.]
“이게 가끔은 도움이 될 거야.”
“…….”
임명식은 강설에게 포상을 수여하는 과정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워낙 바쁜 사람들이 모였기에 곧장 되돌아간 자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인원이 홀에 남아 여운을 즐겼다.
“크하하하! 저 젊은이인가?”
황소자리의 문양을 매단 남자가 강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으음… 가슴에 품은 강렬한 기백이 느껴져! 이 하켓은 느낄 수 있어!”
근육으로 빽빽이 들어찬 로브.
이 남자를 마법사라고 하기엔 살짝 설정 붕괴가 아닐까 싶은 모습이었다.
“하켓 님, 본신으로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셔도 아무도 믿지 않을 판국에 어째서 남의 몸을 빌려 그런 얘기를 하십니까?”
여인의 문양을 매단 중성적인 모습의 남자가 등장해 근육질의 남자를 말렸다.
“후훔! 기백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느껴진다고. 그래, 마법의 정진은 어느 정도지?”
– 그, 그게…
– 그림자 손이요!
– 또?
– 아주 많은 그림자 손이요!
“스읍… 천칭의 제자라고 하는데 너무 깊은 관심은 천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어요.”
“아차차! 그 생각을 못 했군! 걸리적거리는 탑주들 중에서 그나마 친하게 지내고 싶은 녀석을 만났는데 안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는 없지.”
이곳저곳에서 대단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반갑네, 게의 성위 틸론드일세. 듣자 하니….”
“사자의 성위 스트릭이야. 편하게 스트릭이라고 부르게.”
강설이 단상에서 뿜어낸 기운, 혹은 그의 발자취에 흥미를 느낀 것인지 계속해서 아는 척하는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중에는 임명식 시작 전, 소란스러운 행동으로 눈길을 끌었던 전갈과 양도 있었다.
“재밌군, 꼭 실험체로 끌려온 기분이겠어. 그렇지?”
전갈이 강설에게 말을 걸어왔다.
“…예?”
전갈의 시중을 드는 듯한 마법사가 그에게 귓속말했다.
“조네 님, 상대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은근슬쩍 공감하기보다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가시죠.”
“…지금 네 목소리가 꽤 큰 건 알고 있지?”
“아이쿠!”
뭔가 상당히 허술해 보이는 수행마법사와 함께하는 전갈이 강설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칭은 복도 많군. 우리는 이런 빠릿빠릿한 놈을 못 찾는 건가? 지금 탑에 들어온 놈들은 하나같이 허우대만 멀쩡하고 재능은 영 꽝이던데.”
수행마법사가 다시 큰 소리로 귓속말했다.
“그게… 예산이… 저희는 왕국 사업의 단골 주역인 천칭만큼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서….”
이번에는 전갈 조네도 의아했는지 큰 목소리를 트집 잡지 않고 물었다.
“뭐? 아니… 예산이 그렇게 모자란다고?”
“제대로 된 연구를 해야 연구비가 들어오는데 저희는 매번….”
“그만! 너무 많은 내부 정보를 누설하지 마! 그리고 목소리 크다고!”
“아이쿠!”
한편 양 산티오는 강설의 머리에 코를 가져다 대고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킁킁…
“…뭐 하시는 거죠?”
“좋은 기운입니다. 일전에는 급하게 확인하느라 이 냄새까지는 맡지 못했는데, 우리에게 많은 보탬이 될 것 같군요. 당신은 앞으로도 우리와 자주 부딪힐 것 같습니다. 언제 한번 양자리 마탑에 들러주시죠.”
“아… 일정이 된다면요.”
양자리 마탑의 탑주인 산티오의 제안에 그 누가 이렇게 답하겠는가.
각 왕국의 왕성도 조디악의 탑주가 오면 성대히 맞이하는 게 관례이건만.
“그럼….”
임명식 이후 행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강설도 더 많은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중요한 만남만을 마치고 숙소로 되돌아갔다.
* * *
정든 마탑을 떠날 시간이 왔다.
가장 먼저 떠난 것은 철사자 닐과 다른 용병단의 대주들이었다.
“셈을 해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넉넉히 챙겼으니 다음에도 일이 있으면 맡을 생각이야. 그때 또 볼 수 있을까?”
“저 말입니까?”
마엘에게 닐이 남기는 말치고는 지나치게 살가워 정작 마엘도 깜짝 놀랐다.
“그래, 같이 있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아서 말이지.”
“글쎄요… 쉽지는 않겠죠? 저는 일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고대의 흔적을 찾아다니니까요.”
“하하… 맞는 말이군. 허술해 보여도 유물회 소속이니까 말이지. 그럼….”
닐이 남은 일행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또 보자고.”
[매력적인 존재가 발동합니다. 추가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조력자 ‘철사자 닐’을 얻습니다.]
[‘철사자 닐’의 등급은 영웅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다음으로 떠난 인원은 유물회의 잔존 회원들과 순례자들이었다.
차멜리는 본국인 신성 국가 바라노아로부터 좋은 소식을 받았다.
“본국에서 파견 인원을 충원해준다네요! 흑기사 건도 그렇고 이번 알카트론 사건도 그렇고 대외 영향력이 늘어가는 것을 좋게 보셨나 봐요!”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엘과 강설의 기분도 같이 좋아졌다.
“이렇게…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로 그 자리가 채워지네요.”
“인간의 삶의 방향이 늘 그렇죠.”
“칫… 마엘은 뭐든 다 아는 것처럼 말해요.”
“저는 보기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죠.”
“하하하하! 그 말이 정답입니다.”
차멜리는 교구로 향하는 마차에 오르기 전, 마엘과 강설을 한차례 눈에 담았다.
“또… 이렇게 모이는 자리가 있을까요?”
마엘은 변함없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대의 바람이 우리를 인도한다면.”
“정말, 끝까지!”
“다만, 저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요.”
싱긋 웃는 차멜리.
“그럼, 그때를 위해서 저도 부단히 정진할게요! 또다시 다 함께 모험해요!”
[매력적인 존재가 발동합니다. 추가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조력자 ‘검은 순례자 차멜리’를 얻습니다.]
[‘검은 순례자 차멜리’의 등급은 전설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차멜리가 떠나고, 마엘이 남았다.
“그럼, 우리도 헤어질까요?”
“마엘, 도움 감사했습니다.”
마엘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난 세월 쌓아온 힘이 부족했음을 이번 원정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한데, 스노우맨 님께서는 그 짧은 시간 내에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루셨더군요.”
“…….”
“이번 원정에서도 성취가 꽤 있었지만… 다음에 보게 되었을 때는, 제가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돌려드릴 겁니다. 기대하시죠.”
[조력자 ‘별의 아이 마엘’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별의 아이 마엘’의 등급은 전설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럼.”
“또 봅시다.”
마엘마저 떠나고, 강설이 떠나려 하는데 누군가 황급히 다가왔다.
“뭔 놈의 일이 이렇게 많은지, 가려는 건가?”
“예, 프래넌 님.”
“…….”
처음 봤을 때는 코가 벌건 술주정뱅이에 불과했는데 말끔하게 차려입은 프래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천칭패를 사용해라. 모험가 협회에서도 통용되는 연락책이니.”
“알겠습니다.”
“고마웠다, 진심으로.”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강설이 말에 올라타 천칭의 탑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 * *
[불세출(不世出) : 질서의 관]
등급 : 불세출
적정 레벨 : 34 – 44
방어력 : 140
내구력 : 160/160
무게 : 0.1kg
어느 시대의 유물인지 알 수 없는 물건.
착용하는 순간 그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지만, 질서의 관이 품었던 기운은 착용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
기본 능력 : 지능 + 35, 체력 + 40, 지혜 + 42
특수 능력 : 질서유지(고유) 작용, 정정당당(고유) 작용, 연대책임(고유) 작용, 질서의 관으로 증가한 방어력의 50%만큼 저항력이 증가.
[질서유지(고유)]
– 가장 낮은 능력치가 가장 높은 능력치의 20%만큼 상승한다.
[정정당당(고유)]
– 착용자보다 레벨이 높은 상대와의 전투 시, 상대의 무작위 능력치 2개를 10%만큼 하락시킨다.
[연대책임(고유)]
– 상태 이상과 함정을 비롯한 각종 외부의 요인을 이유로 특정 능력치가 감소했을 시, 감소한 수치만큼 모든 능력치에 재분배해 고르게 감소시킨다.
“괜찮은데?”
– 팀브리안 인근에 파렴치한 놈이 나타났다!
– 눈사람(20대, 미혼)이 불세출에 괜찮다고 말하여 큰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 이 정도면 질서의 관도 주인 잘못 만난 거 아니냐? ㅋㅋㅋ
– ㄹㅇ 가만히 창고에 박혀 있었으면 이런 취급은 안 받았을 텐데 ㅋㅋ
– 집 나가면 개고생이여…
– 근데 질서의 관은 능력치로 장난을 많이 치네?
– 그러게; 컨셉 신박하다.
– 좋은 거?
– 불세출이 구릴 수도 있음? ㅋㅋㅋ
– ㄹㅇ ㅋㅋ만 치라고!
질서의 관은 그 이름답게 고유 능력이 모두 능력치와 관련이 깊었다.
더군다나 질서의 관이 보유한 능력치도 소환사와 어울리는 능력치와 찰떡이었고.
‘지혜를 42나 올려주다니….’
최근에 주력 능력치보다 모든 능력치를 올려주는 장비를 많이 획득하다 보니 이렇게 큰 수치는 강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질서유지는 지혜의 20%만큼 근력이 오를 거고… 정정당당은 나한테는 거의 항상 적용되는 효과겠네.’
살짝 애매한 게 연대책임이라는 고유 능력이었는데, 사실 이마저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좋은 능력이었다.
‘혹시라도 내 지혜 수치를 건드리는 흉악한 적을 만나면 곤란하니까.’
질서의 관을 확인하는 강설은 지금 팀브리안 인근에 와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팀브리안에 도착하는 상황.
– 이야… 근데 독하다 독해…
– 이 옵션을 이제야 확인하다니;;
– 눈사람은 어렸을 때 마시멜로우 먹지 않고 기다렸을 듯.
– 우린 다 마시멜로우 바로 먹었다고! 우릴 고통스럽게 하지 마!
– 가진 자의 여유인가?
– 그렇다면 이게 그녀가 내 톡을 씹는 이유인가?
강설은 천칭의 마탑을 벗어나자마자 서둘러 거점인 팀브리안으로 향했다.
다행인 점은, 제한 시간이 뒤늦게 가기 시작해 팀브리안에 도착할 때까지 꽤 여유로웠다는 점이다.
– 그래도 이제 도착해서 모험 찾으려면 꽤 촉박하네;
– 휴식 시간이 너무 융통성 있는 거 아니야?
– 정보) 그간 눈사람은 휴식 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적이 더 많았다.
‘도착하자마자 협회부터 들려야겠어.’
다음 모험을 결정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도 협회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당한 모험이 없으면… 경택이에게라도 연락해 봐야 하나?’
아마 조경택은 자주 연락하는 편이었으니 먼저 연락이 와 있겠지만.
어쨌든, 강설이 팀브리안의 경계병을 통과해 도시에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다음은 현재 모험 22까지의 점수 획득 순위입니다.]
삐리릭-
[정보가 비공개 상태입니다.]
[당신의 점수는 10,012,400점입니다.]
[모험 점수가 10,000,000점을 돌파했습니다.]
[최초 업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 「나는 놈」을 얻습니다.]
그의 점수는 어느새, 또 하나의 천장을 부수었다.
“천만 점?”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굉장한 모험가가 팀브리안 내에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도시 전체의 범죄율이 소폭 낮아집니다.]
[도시 내의 숨겨진 모험들이 활성화됩니다.]
……